퀵바

검미성 님의 서재입니다.

A급 헌터가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검미성
작품등록일 :
2024.05.23 21:16
최근연재일 :
2024.06.26 00:0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697,049
추천수 :
29,395
글자수 :
211,922

작성
24.05.23 23:56
조회
30,386
추천
872
글자
11쪽

학원 수강생 김극 - [2]

DUMMY

“내일도 꼭 나오셔야 해요. 안 나오시면 나 울어. 응?”


내가 귀가하려니 원장이 직접 문밖까지 나왔다. 원장은 차비랍시고 이만 원을 쥐여주며 날 배웅했는데, 이쯤 되니 부담스러운 걸 넘어 웃기기까지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자니, 이 모든 것이 딱히 거슬리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들떴다. 어째서? 각성자라는 이유로 온갖 특별대우를 받아서?


맞다. 이렇게 대우받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걸 왜 미리 몰랐느냐면, 헌터 업계에서 각성자들이 곧 귀족이요 신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몰라서는 아니었다. 내가 원래 해외 나가서 헌터 노릇 하려던 것부터가 나야말로 헌터 노릇에 최적화된 인재임을 알았기 때문 아니던가.


그렇듯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도 이 모든 대우가 새삼 놀랍게 여겨지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놈의 인권단체 활동을 너무 오래 해서 그렇다. 불쌍한 각성자들만 보고 살아서.


각성자 인권단체, 대한각성연대에서 활동할 때 나는 ‘불쌍한’ 각성자들을 접하곤 했다.


각성자들도 다 같은 각성자가 아니다. 모두의 주목과 부러움을 받는 각성자들과 옛날 나병환자 취급받는 각성자들이 따로 있다.


후자의 경우는 정말이지 사는 꼴들이 불쌍하다. 그들은 그저 각성했단 이유만으로 범죄 용의자로 지목되거나 주택 월세 및 전세를 거절당하며, 심지어 돈이 있어도 아파트 매매마저 거부당한 나머지 특별한 수용시설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 대한각성연대에서 내가 주로 보던 각성자들이 그런 치들이었다.


전자, 그러니까 헌터 따윌 하며 메이저리거처럼 잘 먹고 잘사는 각성자들은?


바로 나와 같은 경우다. 딱 봐도 강력하고 유용한 능력을 얻은 각성자들.


그리고 나는 불쌍한 각성자들만 보며 활동하다 보니 어느새 모든 각성자를 핍박받는 사회적 약자로 여겨왔던 모양이다. 심지어 나 또한 그들과 같은 각성자란 이유로 나 자신마저 그 불쌍한 치들과 동일시 했던 모양이고.


그래온 탓에 각성자로서의 자존심이 저도 모르게 내려가 있다가, 오늘 귀빈 취급을 받으니 우쭐해진 셈이다.


아니면 비로소 현실을 자각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팔자에도 없는 인권운동 하던 시절에 길거리 행인들에게도 무시당하다가 오늘 일로 자존감이 충족된 것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유쾌하다. 기분이 끝내준다. 정말로.


*******


학원에 가기 전 잠시 컴퓨터를 켰다.


수강생이 추천한 사이트가 헌트웹이던가? 뭐 얻어갈 거 있나 하는 생각으로 그놈의 사이트에 접속했다.



Ⓑ GoodHunter : 헌터 면허취득 기준 완화 확정. 전과자들 헌터업 유입되면 물 흐려질 거 각오해야


Ⓐ syberMagneto : 비각성자 싹 다 가스실 보내야 하면 개추



잠시 사이트 분위기를 살피다가, 빠르게 회원가입을 했다.


내가 하는 게임 속 특정 유저층의 말투를 흉내 내어 글 하나를 작성했다.



BabyBerserker : 아조씨들 질문 있어양!

울 학원에 각성자 옵바야가 새로 왔는데양! 학원 아조씨들이 각성자 옵바한테 엄청 친절하게 구는 거예양!

이 각성자 옵바야 보니까 수강료는 완전 무료인 것 같고양! 수업 시간에 뭐 할 줄 모르면 강사는 물론이고 수강생들까지 옆에서 친절하게 챙겨줘양!

그러는 이유가 있어양? 학원에 비각성자들만 다니던데 각성자가 신기해서 그러는 걸까양?



그러고서 새로고침 할 때마다 댓글이 갱신되는 수에 놀랐다.


이용자 한번 더럽게 많네. 한국에 헌터가 이렇게 많나?



익명 : 말투 어지럽네······.


Ⓐ syberMagneto : 새로 왔다는 각성자 혹시 얼레기임? 얼레기면 괴롭혀서 내쫓으려고 그러는 듯


BabyBerserker : 얼레기가 뭐예양?


Ⓐ syberMagneto : 얼음 능력자



나는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내 여동생은 인터넷에서도 불가촉천민 취급이구나. 불쌍한 년.



BabyBerserker : 아니에양! 신체강화랑 또 뭔 신기한 능력 있었어양!!


익명 : 오······. A급이네. 그럼 가끔 음료수나 커피 뽑아서 바쳐


BabyBerserker : 돈 없어양 ㅠ


익명 : 그럼 가끔 똥꼬라도 빨아주든가. 아무튼 헌터 생활 진지하게 할 거면 무조건 잘 보여라


BabyBerserker : 왜양? 각성자랑 친해지면 뭐 좋아양?


ㅁㅁ : 훨씬 덜 뒤짐. 훨씬 돈 더 벎.



그 아래로도 귀여운 신입에게 조언하려는 댓글이 여럿 달렸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더라.


1. 각성자가 속한 헌터팀은 비각성자들만으로 이루어진 헌터팀보다 수십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이때 헌터팀 인원을 선별할 권한은 각성자에게 있으니 잘 보여야 한다.


2. 헌터 학원의 각성자는 그 학원의 가장 중요한 인맥이다.

학원에서는 한때 자기네 수강생이었던 각성자에게 연락하여 학원 수강생 중 에이스급을 팀원으로 영입하도록 권한다.

이러면 각성자는 주기적으로 좋은 팀원을 수급할 수 있어 이득이요, 학원은 각성자 헌터팀에 자기 수강생들을 꽂아 넣을 수 있어 여러모로 이득이다.


아무튼 주된 내용은 헌터 학원이든, 헌터 지망생이든 각성자와 친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학원 수강생들이 내게 보인 태도를 이제 좀 알겠군.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


이후로도 흡족한 수강생의 나날이었다.


설마 내가 아침에 일어나 학원에 갈 시간 따윌 기대하게 될 줄이야.


벌써 학원에 다닌 지 몇 주가 지났지만, 학원 수강생들은 여전히 내게 사근사근하다. 내가 결코 사교성 있는 성격이 아님에도 다들 먼저 인사하거나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하도 친한 척하길래 정말 친해진 수강생도 몇 생겼고, 아직 친하지 않은 수강생이야 여럿 있어도 날 굳이 열받게 하는 수강생은 전혀 없다. 음, 이 정도면 완벽한 인간관계 아닌가.


물론 기껏 학원에 와서 친목이나 다진 것은 아니다. 나는 학원이 제공하는 모든 커리큘럼에 참여했고, 온갖 괴수들의 상대법이며 군용 장비 사용법 등을 익혔다.


무엇보다, 각성자로서의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김극 씨? 같은 신체강화자끼리 인사 좀 나누죠.”


신체강화자의 훈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같은 신체강화자뿐이라고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신체강화자가 벤치프레스 할 때 바벨 같이 들어주는 것도 일반인은 해주기 어렵다. 신체강화자가 쓰는 운동기구 무게를 일반인은 감당할 수 없거든.


그리고 강사 중에 각성자가 한 명 있었다. 신체강화자라는데 확실히 핏만 봐도 티가 나더라.


“제 이름 양태자, 너무 옛날 사람 이름 같죠? 저도 제 이름 별로 안 좋아하니까 그냥 양쌤이라 불러줘요.”

“예, 양쌤.”

“벌써 친한 척하니 좀 부담스러우실 텐데 그냥 참아요. 우리 빨리 친해져야 해. 보니까 회원님 학원 그만 다니실 때까지 제가 전담 트레이너로 붙어 다닐 거 같거든.”

“전담 트레이너요?”

“덕분에 월급이 늘었죠!”


양태자는 흐 하고 웃더니 내게 덤벨을 들어보라길래 나는 그렇게 했다.


내가 양손에 덤벨 하나씩 쥐고서 500kg짜리는 매우 가볍게, 1T짜리도 가볍게 들어 올리니 양태자가 보면서 감탄사를 흘렸다.


“이야, 각성하시고서 운동 꾸준히 하셨나 봐요? 하기야 UFC 선수셨다고 하셨지.”


양태자는 이 정도면 각성자 헌터 심사에서 A급은 수월하게 받아낼 거라고, 심사 날까지 큰 부상만 없으면 충분할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도중에 끼어들었다.


“부상 좀 당해도 돼요. 저 초재생능력 있어요.”

“어, 진짜요?”

“예. 막 영화 속 울버린처럼 잘린 신체 부위가 순식간에 낫는 수준은 아닌데, 그래도 수술하고서 몇 달 걸려 완치될 부상이 하루 만에 자연치유 될 수준은 돼요. 운동하다 입을 부상이면 자고 일어나면 나을 거고.”

“어우 씨, 하기야 신체강화자도 다 같은 신체강화자가 아니죠? 난 그런 능력 없는데. 세상 불공평하네 진짜.”


이후론 양태자의 지도 하에 벤치프레스도 했는데, 확실히 평소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이 좋았다. 뒤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으니 평소에는 자칫하면 깔릴까 봐 들지 않던 무게의 바벨도 들 수 있어서.


오랜만에 제대로 운동했단 느낌에 충만감이 가득한 가운데, 오후에는 사격장에 가서 총까지 쐈다.


웬 강사가 빌려오겠다던 헌터 라이플. 실제로 보니 확실히 일반인이 들고 쏠 무게가 아니었다.


나는 아무리 봐도 초딩 하나보단 무거울 법한 총 한 자루를 멍하니 보았다.


“이게 헌터 라이플이에요?”


신체강화자로서 이 무기를 써본 적이 있는 모양이다. 양태자는 직접 탄창 교체며 장전하는 시범을 보이며 설명했다.


“예. 더럽게 크고 뚱뚱하죠? 중화기를 돌격소총처럼 쓸 수 있게 개조해서 그래요. 너무 못생겨서 밀덕들이 혐오하긴 하는데,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아무튼 신체강화자 아니면 역장 외골격 능력자들만 쓸 수 있는 무기입니다. 자, 한번 쏴봐요!”

“잘 안 맞네요.”

“반동이 세니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호흡도 골라가며 쏘셔야 해요. 탄약값 비싸니까 너무 막 쏘진 마시구······ 이번엔 지향사격도······ 이야. 성대하게 빗나가네? 연습 많이 하셔야겠다.”


그리고 사격장에서 학원으로 돌아가는 길, 양태자가 갑자기 뜬금없는 요구를 해왔다.


“걸어가기 귀찮지 않아요? 공간이동으로 단번에, 어때요?”

“공간이동으로 같이 학원 가자고요?”

“예. 좀 먼가? 삼백 미터 거린데.”

“가려면 갈 수 있긴 한데, 원래 잘 안 쓰는데. 텔레포트요.”

“에이, 그러지 말고! 저번에 다른 사람 하나 붙잡으면 같이 이동할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 설마 나랑 손잡기 싫어서 그래?”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잘 안 써요. 일단 말하니까 한번 써볼게.”


나는 양태자의 어깨를 붙잡은 뒤, 정신을 집중했다.


그와 함께 가상의 그물망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나 자신만 인지할 수 있는, 촘촘하고 규칙적인 그물망이다.


그물망은 내 순간이동의 최대 거리인 반경 360m까지 뻗어나가 그 범위를 완전히 뒤덮는다.


그물망에 뒤덮인 세상은 장기판처럼 조각조각 분할된다. 분할된 그 정보가 내 뇌에 입체적으로 전달된다.


나는 내 뇌에 생겨난 입체 지도를 살핀다.


씨······, 머리 아파.


그물망에 비둘기며 사람 따위가 포착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 두통을 참아내려 애쓰며 최대한 빠르게 학원의 위치를 찾으려 애썼는데, 영 쉽지가 않다.


조작감이 더러운 게임패드로 지도를 움직여가며 특정 사물을 클릭해야 하는 느낌······.


“오!”


주변 배경이 바뀌는 것과 동시에 감탄사가 들려왔다.


순간이동에 성공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급 헌터가 살아가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월, 화, 수, 금, 토 00:00시에 올라옵니다 +5 24.05.24 12,449 0 -
36 대한각성연대 김극 - [3] NEW +100 13시간 전 5,160 479 16쪽
35 대한각성연대 김극 - [2] +117 24.06.25 8,582 669 19쪽
34 대한각성연대 김극 - [1] +76 24.06.24 9,695 622 14쪽
33 얼레기들 - [7] +115 24.06.22 11,390 729 18쪽
32 얼레기들 - [6] +101 24.06.21 10,937 718 16쪽
31 얼레기들 - [5] +111 24.06.19 12,215 819 13쪽
30 얼레기들 - [4] +60 24.06.18 12,127 708 16쪽
29 얼레기들 - [3] +92 24.06.17 12,639 729 15쪽
28 얼레기들 - [2] +54 24.06.15 13,080 688 13쪽
27 얼레기들 - [1] +119 24.06.14 13,717 667 16쪽
26 B급 헌터 나이토 상 - [3] +103 24.06.12 14,082 775 12쪽
25 B급 헌터 나이토 상 - [2] +27 24.06.12 12,576 679 10쪽
24 B급 헌터 나이토 상 - [1] +81 24.06.11 14,950 745 13쪽
23 여동생 김선 - [3] +93 24.06.10 16,079 763 11쪽
22 여동생 김선 - [2] +62 24.06.10 14,743 737 12쪽
21 여동생 김선 - [1] +121 24.06.08 17,443 849 15쪽
20 얼음 능력자 백담비 - [5] (수정) +90 24.06.07 17,133 845 13쪽
19 얼음 능력자 백담비 - [4] +179 24.06.05 18,592 995 17쪽
18 얼음 능력자 백담비 - [3] +71 24.06.04 17,353 844 14쪽
17 얼음 능력자 백담비 - [2] +48 24.06.04 17,231 729 14쪽
16 얼음 능력자 백담비 - [1] +85 24.06.03 19,244 836 14쪽
15 인천 헌터 김극 - [3] +101 24.06.01 20,761 881 13쪽
14 인천 헌터 김극 - [2] +126 24.05.31 20,819 890 9쪽
13 인천 헌터 김극 - [1] +65 24.05.31 20,486 811 9쪽
12 바위 정령 - [5] +121 24.05.29 22,540 942 10쪽
11 바위 정령 - [4] +47 24.05.29 21,414 864 11쪽
10 바위 정령 - [3] +50 24.05.28 22,435 941 13쪽
9 바위 정령 - [2] +74 24.05.27 22,858 953 13쪽
8 바위 정령 - [1] +53 24.05.25 25,195 91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