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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님의 서재입니다.

A급 헌터가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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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작품등록일 :
2024.05.23 21:16
최근연재일 :
2024.06.26 00:0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696,969
추천수 :
29,395
글자수 :
211,922

작성
24.05.29 00:05
조회
21,412
추천
864
글자
11쪽

바위 정령 - [4]

DUMMY

이번 사건을 다루는 인터넷 기사가 여럿이다. 협회 직원까지 포함해 스무 명 가까이 죽은 사건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볼 때 그 인터넷 기사들의 내용은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


‘이게 대체 뭡니까? 각성자인 응시생 한 명은 공간이동을 통해 현장을 벗어남으로써 생존이 확인됐다······ 왜 기사들이 죄다 이런 식으로 끝나요?’


내가 따지자 박미형 씨가 난처해한다.


‘김극 씨, 진정해요.’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기사들 보면 나 혼자 공간이동으로 튄 탓에 다 뒤졌단 것 같잖아!’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을 볼 때마다 온몸이 떨린다.


그 기사들에는 내가 공간이동 하며 두 명을 함께 구출해냈단 언급이 없다. 공간이동 하여 그 괴물에게 맞설 무기를 구하려 했단 언급도 없고, 현장에 돌아갔다는 언급은 더더욱 없다.


인터넷 기사들에서 묘사된 나는 생존자조차 아닌 도망자다. 동료들을 버린 비겁한 도망자. 그 기사들은 초인적 힘이 있으므로 충분히 맞서 싸울 수도 있었을 각성자가 홀로 도망쳤기에 남겨진 자들이 전멸할 수밖에 없었다는 뉘앙스로 작성됐다.


오보의 수준을 넘어선 악의가 느껴진다. 나 하나를 향한 악의가.


심지어 기사에 ‘공간이동’이 언급된 점에서 특히 악질이다. 국내에 공간이동 능력자란 나뿐이니까. 실명만 적혀있지 않을 뿐 기사에서 언급되는 비겁한 각성자가 누군지 지나치게 특정된다.


‘협회 건물에 내가 헌터 라이플, 헌터 라이플! 외치고 다니는 거 들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데 이딴 기사가 나와요? 내가 두 명 살려내기까지 했는데 그 새끼들 증언도 전혀 없고!’


내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니 박미형 씨는 나를 진정시키려 쩔쩔맨다.


한참이 지나 내가 제풀에 꺾여서야 박미형 씨는 겨우 나를 달랜다. 시의원 이름을 내세워 정정보도 요청을 해보겠다고, 반드시 항의하겠다고 약속해준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안심이 되지 않는다. 나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헌트웹을 켠다.


내면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는 심정으로, 사 개월 넘게 간직해온 설정조차 포기한 채 글을 작성한다.



Ⓐ BabyBerserker : 억울합니다. 모두 제발 도와주십시오



위와 같은 제목으로 작성된 글은 금세 사이트의 화제가 된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내가 지금 어떻게 억울한 상황인지 알게 된 사이트 이용자들이 댓글을 작성한다.


다행스럽게도, 조롱하는 댓글도 많지만 동조하거나 도우려는 댓글이 더욱 많다.


심지어 미치광이라 여기던 작자마저 날 도우려 든다.



Ⓐ syberMagneto : 이거 네 몸값 깎으려고 수작질하는 거 아니야?


Ⓐ BabyBerserker : 무슨 뜻인지······.


Ⓐ syberMagneto : 희귀한 특수능력까지 있는 신체강화자라면 일반 각성자들 두 배로 대우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국제 각성자 시세로든 국내 시세로든 계약하려면 돈을 천문학적으로 줘야 할 텐데, 그 가격 제대로 주고 계약하기 싫으니까 수작 부리는 거 아니냐고



사이버매그니토, 이 미치광이가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각성자인 내 능력은 누가 봐도 강력하고 유용하므로 정부 기관에서조차 날 제값으로 고용하기 부담스럽다. 국제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싸게 몸값을 매기기도 어려운 것이, 그랬다간 중국 혹은 일본 브로커가 채갈 수도 있다.


그러니 딱 봐도 특상품인 나를 억지로라도 결함상품으로 위장해 값을 깎고자 수작을 부렸으리란 것이다.



Ⓑ GoodHunter : 아무리 그래도 사기업도 아니고 정부 기관에서 그런 유치한 짓을 하나?


Ⓐ syberMagneto : 니 같은 비각성 쓰레기는 모르겠지만 지자체에서 각성자들한테 줄 돈 어떻게든 아끼려고 별짓을 다 한다. 서울 이외 모든 지자체 재정 말라붙은 거 모르냐?

Ⓐ syberMagneto : 유치한 짓, 치졸한 짓 안 가리고 다 해


익명 : 구체적으로 어떤?


Ⓐ syberMagneto : 게이트 열린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다들 각성자면 다 강할 줄 알았지. 그 당시 인천시에서 얼음 능력자랑 4년짜리 고용계약 맺더니 나중에야 계약 파기하고 싶어서 왕따 가해자설 조작하는 걸 봤어

Ⓐ syberMagneto : 그리고 이번 경우엔, 외국인 브로커들은 자세한 내용을 알기 어렵잖아? 인터넷 짜라시 좀 복사해서 뿌려두면 외국인들 상대로 연막이 될 만해. 그런 식으로 외국인 브로커들 접근하기 떨떠름하게 만들어놓고선 국내에서 헐값에 계약하려는 거지



추측이 너무 황당해서 고스란히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밑으로도 동조하는 댓글이 여럿 달리는데, 그들의 각성자 배지들이 그 발언들에 신빙성을 더한다. 다들 지자체와 계약하기 전에 별별 이상한 이유로 트집잡힌 적이 많다는 것이다.


한편 나는 아까부터 머리가 어지럽다. 가슴이 계속해서 쿵쿵거린다.


정말 나라에서 작정하고 날 음해하고 있단 말인가? 고작 돈 덜 주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내 명예를 이토록 추락시키고 있다고?


난 무의식적으로 내 작성 글에 달린 댓글들을 다시 살핀다.



익명 : 동료들 다 버리고 지 혼자 살아놓고 해명질이네 ㅅㅂ 적전도주는 총살감인데 뒤져라 그냥



조롱하는 댓글을 단 놈들은 대부분 ‘익명’이다. 추측건대 아마도 모두 비각성자 헌터들일 것이다.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 목숨 내버리는 일이나 하게 된 찌꺼기 인생들.


각성자로서 자기네의 수백 배 수입을 벌어들일 내가 부러우니 저 지랄들인 게지······.



Ⓐ 엘마야캐요 : 데뷔 시작부터 이게 무슨 고약한 일이냐. 힘내라. 내가 선배로서 술 한번 사고 싶은데 쪽지 확인하고


Ⓐ 돌머리청년 : 애초에 얘가 정말 도망쳤다고 해서 비난할 수가 있나? 바위 정령이면 신체강화자는 헌터 라이플 있어도 상대하기 벅찬 거 누구나 다 아는데. 현장 복귀했단 게 진실이든 아니든 기사가 이딴 식으로 작성된 건 뭔가 음습한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 Kang : 헬반도 갯강구 버러지들 하는 짓 수준ㅋ 내가 가서 뒤집어 엎어줘?



반면 특수 배지의 소유자들······, 그러니까 각성자들은 모두 내 심정을 이해한다는 식으로 댓글을 달았다.


이 대비가 너무나도 확연하다. 세상이 흑과 백으로 갈리는 듯하다.


화나는 동시에 뭉클하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가운데 내 편이 생긴 기분······.


여전히 머리가 어지럽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컴퓨터를 끈 뒤, 생라면을 씹어먹고서 학원에 향한다. 그곳 사람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려야 한다.


학원이 쉬는 날이라 사람은 거의 없지만 헬스하는 사람은 몇 명 있다. 그들의 시선이 내게 향하는데, 해명하러 와놓고서 나는 움찔한다. 저들마저 인터넷 기사를 봤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든다.


도망치듯 그들을 지나쳐 학원 로비에 향하니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원장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도 웃음기 가득한 양반.


섬뜩하다.


나를 본 원장은 웃지 않는다. 시선이 차가워도 너무 차갑다.


또다시 가슴이 콩닥거린다. 기사를 읽은 걸까? 내가 도망친 탓에 수강생들이 여럿 죽었다고 여기는 건가?


원장의 무표정은 마치 일 분 이상, 거의 오 분쯤 이어지는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체감상 길게 느꼈을 뿐, 실제로는 고작 일 초 남짓 그런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평생 웃지 않을 것 같던 원장의 얼굴에는 다시금 안타까운 미소가 감돈다.


‘아이고, 김극 씨, 이걸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그 말이 내게는 왜 뻔뻔하게 살아있느냔 추궁으로 들린다.


‘아무튼 정말 고생했어요. 힘들었죠?’


원장은 계속해서 나를 다독이며 열심히 듣기 좋은 말을 해주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아까 원장이 아주 짧은 순간 지었던 무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 까닭이다.


아마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


“봐요, 기사가 진짜 많이 떴다니까? ‘바위를 부수는 망치, 인천에 시원한 큰 소리를 내다’, ‘석정(石靈) 1체 응시생에게 단독제압 돼’······”


성문영이 스마트폰을 들고 호들갑을 떨어댔다. 이번 일을 다룬 기사가 인터넷에 넘쳐난다는 것이었다.


“현직 헌터업 종사 중인 각성자한테 이번 일 어떻냐고 물어본 인터뷰도 있네. 석정? 아, 바위 정령이구나. 그러니까 바위 정령은······ 신체강화자 단독으로 상대하기 어려우니까 무기도 없던 그 상황엔 튀는 게 정상이었는데 망치 하나 들고 때려잡다니 진짜 용감하고 대단한 거라고 해줬네요. 이야, 인터뷰한 게 김석만? 아무래도 업계 선배 같은데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사줘요.”


이종호도 한마디 거들었다.


“정진영 형한테는 밥 맛난 걸로 사주고요.”


그들이 말하길, 유튜브에 정진영의 영상이 올라온바 불과 하루 만에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했다.


유튜브에 신체강화자가 근육 자랑하거나 초중량급 헌터 라이플로 괴수를 학살하는 영상이야 많아도 웬 무기 같지도 않은 무기를 들고 체급 우위 괴수를 때려잡는 영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심지어 공중파 뉴스에도 그때 촬영한 영상이 활용되었으니, 정진영 씨의 공로가 참으로 치하할 만하단 소리였다.


“하기야 유튜브 조회수 보니 수익금 달달할 거 같더라.”


내 말에 성문영이 답답한 듯 언성을 높였다.


“지금 수익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형 몸값 오르는 게 중요한 거죠!”

“몸값은 뭔 몸값?”

“유명해졌으니 몸값도 확 뛰겠지!”

“헌터 몸값이랑 유명도랑 차이가 있나? 왜, 군인이나 경찰이 유명하다고 월급 더 받진 않잖아.”

“군인이며 경찰이랑은 다르죠! 왜, 이름값 있는 헌터랑 계약해야 그 지역 땅값 회복되고 그러는 거잖아?”


성문영은 헌트웹에 괜히 그리 사람이 많겠느냐면서, 땅값 신경 쓰는 부동산 투기꾼들이며 유명한 초능력자로 덕질하려는 일반인들이 많기 때문에 헌트웹에 그리 이용자 수가 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지자체에서 어느 각성자와 계약했는지 신경 쓰는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많으며, 그만큼 각성자의 유명도가 중요하단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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