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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님의 서재입니다.

A급 헌터가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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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작품등록일 :
2024.05.23 21:16
최근연재일 :
2024.06.26 00:0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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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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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
글자
10쪽

바위 정령 - [5]

DUMMY

“나이토 상? 그 쪽바리 헌터는 각성도 안 했는데 너무 유명해서 준 각성자 대우로 계약했다던데요? 그 덕인지 몰라도 서서히 땅값 회복되는 것 같아서 간석동 주민들 모두 만족 중이라 하고요.”

“웬 일본인이 비각성자인데 각성자 수준으로 돈을 받는다고?”

“예? 예. 형 같은 A급 수준으로 받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어중간한 각성자들 있잖아요? 딱 그 정도······”


성문영이 말을 흐리더니 갑자기 내 눈치를 살폈다. 지금 내 표정이 좋지 않은 모양이지?


그리고 확실히, 저 말을 들으니 불쾌했다.


어째서? 일본인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아니, 난 내 국적도 남 국적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왜?


꽤 숙고한 끝에야 방금 그 말이 왜 그토록 거슬렸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웬 놈이 비각성자 주제에 각성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음, 이게 비정상인 건 나도 알고 있다. 내가 각성자란 사실에 이 정도의 우월감을 느끼며 남들을 깔아보다니?


한 반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자신이 각성자란 사실에 피해의식이나 느끼곤 했는데. 갑자기 이런 선민의식이 생긴 것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당황스럽다.


갑자기 이렇게 변한 이유로 추측되는 것이 있기는 하다.


오늘 환각을 또 겪었는데, 그 환각에서 나는······.


“김극 씨? 김극 씨! 들어오세요!”


누가 외치는지 보니 협회 직원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 응원하러 온 학원 수강생들이 덩달아 몸을 일으키며 날 응원했다.


“힘내요!”

“형, 혹시 A급 못 받으면 내가 좀 충분히 쉬고 나서 심사받으라고 조언했던 거 잊지 마요!”


깐죽거리는 성문영에게 중지를 들어 보인 다음 심사장에 들어섰다.


오늘은 내가 각성자로서 심사를 받는 날이다.


심사장에 나 이외에 심사를 받으려는 각성자 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 중에 각성자는 적고, 헌터를 할 만한 능력을 지닌 각성자는 더욱 적다. 헌터를 할 만한 능력을 지녔으면서 실제로 헌터를 하려는 각성자는 더욱 적고.


여기 모인 많은 사람 중에 각성자는 오직 나 혼자뿐, 나머지는 모두 나 하나를 평가하러 모인 사람들이었다.


유니폼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야 협회 직원들일 텐데, 직원이 아닌 듯한 사람도 많이들 보인다.


저 양복쟁이들은 지자체에서 나온 사람들일 것이다. 자기네와 계약할지 모를 각성자를 보러 나왔을 테지. 척 보기에도 인종부터 다른 사람들은 외국인 스카우터들일 테고, 중국 혹은 일본에서 나온 듯한 사람들도 몇 명 보였다.


얼추 보기에도 이백 명은 될 사람들이 나 하나를 보러 여기에 모였다. 그 사실이 나를 벌써 벅차오르게 하고 있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준비하시고······”


이후로는 여러 심사를 치렀다.


100m 달리기, 5.8초. 치타보다 살짝 빠름. 얼마 전 학원에서 측정한 것보다 0.8초 빨라져서 흡족했다.


장거리 달리기, 초재생능력 덕에 일정 이하 속도로 달려서는 지치지 않는단 사실만 확인하고 넘어감. 이때 초재생능력을 증명할 겸 누가 메스를 가져와서 내 팔뚝을 살짝 그었는데, 피가 불과 이 초 만에 멎었을 때는 지켜보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 또한 놀랐다.


신체강화자용 역기 들어 올리기······.


그 밖에도 이런저런 테스트를 치렀는데, 모두 기준점을 상당히 넘긴 듯했다. 테스트를 치를 때마다 느껴지는 사람들의 반응만 봐도 심사 결과가 나쁘지 않으리란 걸 미리 알 만했다.


“이건 교과서에 넣어도 될 수준으로 완벽한 A급인데······”


이후로는 공간이동 하는 시범을 보였는데, 장거리 공간이동을 보여달라면 좀 난처했겠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이 보길 원한 것은 영상에서도 보였던 시야 내 공간이동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물었다.


“정말 영상처럼 똑같이 할 수 있습니까?”


그건 이미 능숙해진 마당이다. 대충 막대기 하나 주워들고서 요구에 따라 보여주었더니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격 심사, 그들이 가져다 놓은 22kg짜리 헌터 라이플을 들고서는 쏘라는 대로 쐈다.


아니, 사실 완전히 시키는 대로 따르진 않았다.


“김극 씨? 지향사격 말고 조준사격을―”


당연한 사실이지만, 비각성자 찌꺼기가 하는 말은 꼭 들을 필요가 없다. 그 비각성자가 인천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아예 무시해도 되고.


나는 조준사격 하도록 요구된 백 미터 표적과 백오십 미터 표적을 연달아 조준하지 않고 쏘았다. 뭔가 지적하려던 협회 직원은 그 모든 사격이 정중앙에 명중한 걸 보고서 눈을 부릅떴을 뿐이다.


이백 미터 표적이며 이동하는 표적까지 연달아 조준하지 않고 맞힘으로써 사격 심사의 모든 목록에 만점을 채워넣기도 어렵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 헌터 면허증에는 금박으로 A++ 표시가 붙었다. A급 중에서도 모든 기준을 필요기준 이상으로 만족시켰단 뜻이라고 한다. 졸지에 한우 취급받게 된 셈이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더라.


“자, 이제 김극 씨는 정식으로 A급 헌터로 활동하실 수 있는 겁니다. 이 A급, 각성자라고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닌 걸 아시죠?”


놀랍게도 협회에서 A급 헌터를 임명하는 기준은 헌트웹에서 배지 주는 기준과 똑같아서 각성자라면 누구나 A급 헌터라 쳐주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명확한 기준을 만족해야 A급으로 쳐준다고 했다.


정확히는 각성자로서 개인화기 이상의 화력 혹은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 가능해야 한다고.


그리고 난 이미 신체강화자로서 중화기를 혼자서 들고 쏠 수 있으니 ‘개인화기 이상의 화력’을 만족하는 것이요, 누가 봐도 유용할 게 분명한 공간이동 또한 능숙하게 쓸 수 있으므로 ‘상당한 수준의 지원’ 또한 만족하고 있었다.


뒤따른 협회 직원의 표현에 따르면, 난 이로써 각성자 헌터 중에서도 위에서 세는 게 빠른 상위권인 셈이었다. 그리 잘난 놈이니 대우해주려는 건지 협회장이 직접 나와 내게 악수까지 청했다.


“그만한 권리와 책임을 짊어진 존재로서 이제 김극 씨는 애국애족의 정신으로 활동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어요?”


나치당원이나 할 법한 헛소리를 흘려들으려니 시끄러운 애국가가 울려 퍼져 나를 불쾌하게 했다.


공간이동으로 이 장소를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자니 임명식이 끝났다.


*******


그날 저녁, 나는 78개의 문자 메시지와 그보다 스무 통 많은 이메일을 확인했다. 무슨 에이전트니 뭐니 하는 곳에서 온 것들이었는데, 하나하나 확인하기가 벅차서 건드리지도 않았다.


쌓인 부재중 전화가 몇 건이었는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중에서 지인 전화를 걸러내기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더라.


「김극 씨, 내일 학원 나올 거예요? 정말 나올 거야? 그래, 그럼 미리 치킨 시켜놓을 테니까 꼭 와야 돼」

「뉴스 봤어요. 김극 씨, 진짜 축하해! 글쎄 나 본회의장 들어가자마자 의장님이 나 보면서 김극 씨 꼬셔보라고 막 권하는 거 있지?」


박미형 씨 말대로 어제 9시 뉴스에도, 오늘 9시 뉴스에도 내가 등장했다. 각성자 사격 신기록 어쩌고 하는 내용에 역대급 A급이니 뭐니 하는 외국 브로커들의 국뽕 자극하는 인터뷰들.


이쯤 되면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쓸데없이 다사다난했던 내 인생은, 오늘부로 성공했다.



Ⓐ BabyBerserker : 애기버섯 오늘 A급 자격증 땄어양!

못된 괴물이 칭구들을 괴롭히려 하는 거예양! 애기버섯은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어 마법소녀 헬벤터로 각성해서 얍! 얍! 하고 물리쳤어양! 그러니까 협회 아조씨들이 와서 애기버섯이 귀엽고 정의롭다면서 A급 헌터 시켜주지 뭐예양?

아래에는 애기버섯 A++ 판정받은 거 인증! 모두가 보고 싶어 할 애기버섯 사진은 공개했다간 옵바야들이 다들 반해버릴 봐 가렸어양~


익명 : 협회 홈페이지 보니까 오늘 A급 딴 거 한 명뿐이길래 이 형님 사진 올라온 거 봤는데 나 지금 너무 무섭다······.


Ⓐ 돌머리청년 : 좆됐다 나도 A급이지만 영상 보니까 이 새끼 계속 이러는 거 내 무력으론 못 막을 거 같은데 준치 형님 어디 계시냐?



이 기쁜 소식을 헌트웹의 동지들에게도 전파한 뒤에는 침대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 오전, 또 환각을 봤다.


꽤 긴 환각이었다. 저번에 본 환각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내가 공간이동 하여 그 현장을 벗어났을 때 어떤 일을 겪는지 보았다.


나를 비겁자로 묘사한 인터넷 기사들······.


그로 인해 환각 속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죄다 자신을 알아보고 멸시한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렸으며, 박미형 씨의 자금지원과 대출까지 받아 가며 정신과에 다녀야 했다.


내가 보기에도, 환각 속 나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미치광이가 될 만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환각 속 나는 비각성자들을 혐오했고, 한국 정부는 물론 국민마저 혐오했다.


확실히, 장차 서울에 핵폭탄을 터뜨린들 이상하지 않을 인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앞서 보았던 환각과 정반대의 결과를 이루어낸 상황 아닌가. 지금의 내게도 그럴 이유가 있을까?


없다. 이제부터 천문학적인 거금을 벌어들이며 으스대고 살 A급 헌터로서 그런 끔찍한 테러 따위를 저질러야 할 이유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듯 환각과 다른 행동을 취한 나는, 꿈속의 나와도 다른 결말을 맞이할까? 그럴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추측건대 내 미래인 듯하던 그놈의 꿈을 그만 꿀 수 있게 된 것일까?


*******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니었다.


오늘 밤도 꿈을 꾸었다.


저번에 꾼 꿈과 달리, 이번 꿈에는 임형택 씨며 정진영 등 여러 처참한 몰골의 지인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원장 또한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꿈의 마지막은 똑같았다. 그놈의 핵폭발, 그놈의 버섯구름으로 이번 꿈도 끝났다.


또다시 숨을 헐떡이며 일어난 나는 의문을 품었다.


대체 언제쯤 되어야 이 꿈은 끝나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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