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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님의 서재입니다.

A급 헌터가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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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작품등록일 :
2024.05.23 21:16
최근연재일 :
2024.06.26 00:0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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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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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95
글자수 :
211,922

작성
24.05.23 23:51
조회
47,575
추천
1,159
글자
6쪽

각성자 김극 - [서장]

DUMMY

요새 기시감을 자주 겪는다. 너무 심하게, 정신과에 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자주.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정체 모를 기시감이 뇌리를 스쳐 멈칫한다. 게임을 해도 이미 겪은 일 같고 누군가와 시답잖은 잡담을 해도 이미 나눈 대화 같아서 미칠 지경이다.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지금도 그렇다.


“헌터가 범죄자 체포하거나 감금하면 체포·감금죄라고 전에 말했죠? 헌터의 형사법적 지위는 어디까지나 사인에 불과해서······”


강사가 더럽게 재미없는 수업 내용을 나불거리고 있다. 헌터 필기시험에 나올 내용이고 특별한 점은 없다.


평소라면 그냥 졸았을 것이다. 헌터 시험에 필기 비중이 작은 건 유명한 일 아닌가. 정부에서 선호하는 헌터란 사리분별을 잘하는 똑똑이가 아니라 돈 준다면 아무 괴수한테나 달려들 빡대가리란 건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난 지금 이 수업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어째서?


오늘따라 수업이 흥미로워서는 결코 아니다. 내 온몸의 신경이 이 순간에 멋대로 쏠려있을 뿐이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층간소음 신고받았다고 입주민 집에 문 따고 들어가서 층간소음 일으킨 주민 두들겨 패면 잡혀가겠죠? 헌터가 그래도 똑같아요. 벌금 내거나 깜방 가는 거야.”


이 기묘한 감각······.


“다들 뉴스 보나? 요새 자기가 경찰인 줄 알고 설치다 기소되는 헌터가 많대. 대체 왜들 그러나 몰라.”


나는 이 수업을 일찍이 겪어봤다고 느낀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상황에 저 강사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느끼고 있다.


그놈의······ 기시감이다. 이게 기시감이기는 한가 싶은, 정신병 혹은 초능력이 아닌가 의심하게 하는 데자뷔.


“물론 법에는 늘 예외가 있어요.”


혼란스러워하던 중에 강사가 나를 바라봤다. 그 입이 열리자 나는 불쾌해졌다.


“그 예외가 뭘까. 김극 씨? 대답해볼래요?”


저딴 걸 왜 나한테 묻지. 한 대 처맞고 싶나.


강사의 질문에 ‘모른다’고 대답하려던 차였다.


강사와 시선을 마주한 순간, 나는 의식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에 휩싸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생각했다.


아, 또 그거네.


*******


‘헌터가 범죄자 체포하거나 감금하면······’


강사의 목소리를 듣기 무섭게 나는 판단했다. 환각이군.


몇 번 겪어본 일이라 새삼 헷갈리지도 않았다. 이런 경우가 요새 자주 있었다.


‘헌터의 형사법적 지위는 어디까지나 사인에 불과해서······’


환각 속 강사는 방금 그 지루하고 쓸모없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마지막에 했던 짜증 나는 질문을 내게 한다.


‘물론 법에는 늘 예외가 있어요. 그 예외가 뭘까. 김극 씨? 대답해볼래요?’


환각 속 나는 멀뚱멀뚱 대답한다.


‘모르겠는데요.’


강사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주절주절.


‘체포·감금 행위가 정당방위·긴급피난·자구행위인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 시험에 분명 나올 거라고 내가 저번에 그랬죠. 김극 씨, 우리 학원 구세주가 이럴 거야? 실망이야 진짜.’


바로 욱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저 씨발 새끼가.


선생이랍시고 감히 나한테 꼽을 주다니? 저 안경잽이 멸치 새끼, 길거리에서 나랑 어깨 부딪치면 항의도 못 할 주제에······.


저 주름진 얼굴에 내 주먹을 박아넣고 싶은 충동이 강렬하다.


*******


환각은 찰나의 순간 끝났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새삼 당황하지도 않았다.


이미 익숙한 일 아닌가. 그저 빠르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


강사의 낯짝을 보았다. 저 양반이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길래 나는 방금 환각에서 알게 된 내용을 읊었다.


“체포·감금행위가 정당방위·긴급피난·자구행위인 경우?”


맘에 들었나 보군. 강사가 히죽 웃었다.


“오, 김극 씨 복습 제대로 하나 봐요? 사실 수업도 열심히 안 듣는 줄 알았는데, 감동이네 이거.”


강사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다른 학생들을 훑었다.


“방금 김극 씨 단어 하나하나 달달 외우는 거 봤죠? A급 각성자도 저리 열심히 공부하는데 딴 사람들이 공부 안 하면 쓰나? 이거 다들 반드시 외워요······”


팔자에도 없는 모범생 취급을 받았군그래. 하지만 칭찬 좀 받았다고 순수하게 기뻐하기는 어렵다.


강사가 수업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나는 심호흡을 했다. 화를 억누르기 위한 심호흡이다.


저 강사한테 핀잔받은 일은 환각에 불과한데도 내 머리에는 여전히 저 선생에 대한 불쾌감이 남아있다. 그것이 실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물론 이렇게 생겨난 감정이 비정상적인 건 나도 안다. 무시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


이후로는 근면한 헌터 지망생의 하루였다.


학원 헬스장에서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가며 근력운동을 했다. 온몸의 근육이 파열될 때까지 계속.


운동을 마치기 무섭게 초재생능력이 그 모든 신체 손상을 복구하기 시작했다.


새로 생겨난 근섬유가 손상되기 전보다 크고 견고하게 부풀어 오르는 고통은 끔찍했지만, 늘 그렇듯 견뎌냈다. 몸에 듣지도 않을 진통제 따윈 복용하지도 않았다. 도수 높은 술이라도 되는 양 단백질 쉐이크나 들이켰을 뿐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씻고 나서 쓰러지듯 잠에 빠졌다.


그리고 평소처럼, 꿈을 꾸었다.


내가 서울에 핵폭탄을 터뜨리는 꿈을. 그리하여 시뻘건 버섯 한 송이를 피워내고, 한국인 수십만 명을 살상하고서 나 또한 죽어버리는······.


그놈의 기시감이 시작된 날부터 끊이지 않고 반복된 꿈이었다.


*******


작가의말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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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얼레기들 - [1] +119 24.06.14 13,716 667 16쪽
26 B급 헌터 나이토 상 - [3] +103 24.06.12 14,082 775 12쪽
25 B급 헌터 나이토 상 - [2] +27 24.06.12 12,575 679 10쪽
24 B급 헌터 나이토 상 - [1] +81 24.06.11 14,949 745 13쪽
23 여동생 김선 - [3] +93 24.06.10 16,079 763 11쪽
22 여동생 김선 - [2] +62 24.06.10 14,743 737 12쪽
21 여동생 김선 - [1] +121 24.06.08 17,443 849 15쪽
20 얼음 능력자 백담비 - [5] (수정) +90 24.06.07 17,132 845 13쪽
19 얼음 능력자 백담비 - [4] +179 24.06.05 18,592 995 17쪽
18 얼음 능력자 백담비 - [3] +71 24.06.04 17,350 844 14쪽
17 얼음 능력자 백담비 - [2] +48 24.06.04 17,230 729 14쪽
16 얼음 능력자 백담비 - [1] +85 24.06.03 19,242 836 14쪽
15 인천 헌터 김극 - [3] +101 24.06.01 20,760 881 13쪽
14 인천 헌터 김극 - [2] +126 24.05.31 20,817 890 9쪽
13 인천 헌터 김극 - [1] +65 24.05.31 20,486 811 9쪽
12 바위 정령 - [5] +121 24.05.29 22,540 942 10쪽
11 바위 정령 - [4] +47 24.05.29 21,414 864 11쪽
10 바위 정령 - [3] +50 24.05.28 22,435 941 13쪽
9 바위 정령 - [2] +74 24.05.27 22,858 9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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