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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시야 작가입니다.

화란(禍亂) : 전란의 준동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한시야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3
최근연재일 :
2022.10.08 21:00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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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6,927

작성
22.08.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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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부 57화. 섬에서(2)

DUMMY

섬으로 돌아온 하운의 일상생활은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지금까지 일을 하다 휴가를 맞은 직장인들처럼 그저 늘어지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이불을 감싼 채 뒹굴거리다 연희에게 잔소리를 듣는 그런 일상이었다.

하운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섬 곳곳에서 행정 업무를 하던 촌장과 같은 원로들도, 새로운 이들을 훈련시키던 현재 기사로 활동하는 전 전사들과 대전사들도 하운의 영지로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만나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모임은 자연스레 잔치로 바뀌었다.

이럴 것을 예상하던 연희와 연주를 비롯한 모인 이들의 아내들과 어머니, 자신들을 구해준 은인이 왔다는 소리를 들은 각 도시에서 생활하는 대륙의 사람들이 모여 잔치의 규모는 더 커지게 되었다.

남성들은 자신들의 집에서 땔감과 한두 마리씩 기르는 동물들을 잡아왔고, 여성들은 식기와 음식 재료들을 가지고 와 잔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하운은 예전 전투에 나섰던 이들과 모의 대련을 하고 현재 병사로 자원입대를 한 이들에게 간단하게 교육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훈련장에서 하운은 하운과 부대원들이 하고 있는 임무와 대륙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테폰 왕국을 외부 세력에게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새로 모인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교관의 역할을 하던 예전의 율리시스 백작가에서 기사단장을 수행하던 리아누 교관은 하운의 말에 눈을 빛냈다.

이곳은 사방이 섬이고 대륙도 멀어 외부의 침략에 대한 걱정도 없었고 귀족파와 같이 내분을 일으키는 자들이 없어 편안한 삶을 살기 좋았지만 고향의 그리움이 남아있던 터라 리아누 교관은 하운의 말에 마음 한 구석의 걱정을 내려놓았다.

그는 귀족들의 내전으로 삶이 더욱 힘들어진 백성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왕국을 다시 되찾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었다.

하지만 하운이 자신의 부대원들을 이끌고 정보 탐색이라는 명분으로 많은 백성들을 구해내어 이곳으로 보내주고 외국의 병력들을 게릴라전, 기습으로 괴롭히며 서서히 테폰 왕국의 영토에서 몰아내는 것에 감사히 여기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과 백작의 병사들을 이끌고 가서 돕고 싶었으나 그리하면 눈에 더 뜨일뿐더러 암암리에 움직이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하운의 반대에 수긍하여 이곳에서 병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내일 알려준다며 하운은 말을 끝냈고 곁에 있는 이들과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섬에서 떠나기 전에 좋아하는 여인에게 고백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옛 전투에 같이 참전했던 동료에게 결과를 물었고 그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거절당하여 겨우 잊힌 기억을 왜 끄집어 내냐며 하운에게 달려들었다.

주위에서 그러한 소란을 보고 하하 웃으며 그래도 완벽하게 차인 것은 아니지 않냐 하며 다독여 주었다.

하운이 고개를 갸웃하자 그들은 좋아하는 여인 앞에서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일부로 훈련하는 모습이나 상의를 벗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정작 그 여인은 그러한 것 말고 차분하고 다정한 면이 좋을 뿐 그렇게 자기 과시를 하는 것은 별로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모습이 사라진다면 생각을 해보겠다며 자리를 떠났다고 했다.

하운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동료는 전투 이후 훈장을 받으며 어깨에 뽕이 들어간 듯 으쓱해하는 면이 많아졌는데 오히려 그러한 면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는 다시 옛날의 차분하고 생각이 깊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게 잠시간 하운과 주위 사람들이 동료를 놀려대자 어느새 잔치의 시간이 돌아왔다.

하운의 앞에 주위 나무들과 어우러지게 지어진 한옥 및 각종 건물들과 주위의 작은 산들의 사이로 노란빛에서 점점 붉은색으로 그라데이션으로 해가 지는 노을빛이 온 땅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뒤로 고개를 돌리면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 부대원들은 술통을 옮기고 있었다.

하운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매번 잔치를 하면 술이 빠지질 않네.’


그동안 크고 작은 잔치를 했을 때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다.

부족 전쟁을 할 때 다음날 전투를 치를 때 빼고는 한 번도 없었다.

자신도 한국에서는 미성년자이지만 이곳에서는 성인이었기에 술을 마실 수는 있었으나, 하운은 그렇게 술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무인이라는 인식이 자신도 모르게 뇌리에 박혀있어 술을 마시고 흐트러진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마시는 경우는 사망자가 많이 나온 전투가 끝나고 슬픔을 잊기 위할 때 그리고 아버지와 페일 남작, 왕실과 공작가, 백작가의 분들이 술을 권유했을 때 뿐 이었다.


‘음... 오늘은 살짝만 마셔볼까?’


쓴 술을 싫어했지만 최근 달달한 과일주를 여러 방면으로 만들어내고 있었고, 하운은 과일 주를 그나마 술 종류에서는 마음에 들어 했기에 오늘은 다른 이들과 마시자고 생각을 했다.

어차피 대륙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3달 가까이 남았고 주위의 사람들도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인지라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았다.


잔치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먹으며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하운이 바쁘게 움직일 때 이곳에서도 새로 온 사람들이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다른 지역의 건설도 도우며 여러모로 바빴기 때문에 다들 이러한 잔치는 오랜만에 즐기는 것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하운은 주위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취기가 올라오는 것 같아 잠시 자리를 떠나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왼쪽 뺨이 차가운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에리나가 시원한 얼음물이 담긴 컵을 내밀고 있었다.

하운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컵을 받았다.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어?”


“음... 그냥 사람 구경?”


에리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게 재미있어?”


“아니? 그냥 보고 있던 것뿐이야. 대륙에서는 이러한 기회도 없거니와 분위기도 좋지 않으니까.”


“거기서는 지낼 만 했어?”


하운은 곰곰이 생각을 하다 말했다.


“솔직히 지내기엔 이곳이 더 좋지. 예전 같았으면 모를까 지금은 거의 황폐하니까. 그래도 고향같이 살아온 곳이라 더 신경이 쓰이긴 했지.”


“나도 한 번은 가보고 싶네. 부인께 듣기로는 정말 좋은 곳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그때처럼 돌아가지 않을까?”


에리나는 담담히 말하며 사람들을 보고 있는 하운을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좋고 잘생겼는데 못 본 사이에 더 잘생겨진 것 같았다.

그리고 예전보다 더 성숙해져 여인의 태가 물씬하게 나는 자신을 보고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 사내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

그가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관심 자체가 없을 줄이야!

자신 혼자 이렇게 짝사랑 한 지도 몇 년이나 되었는데 도통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그냥 확 유혹해버릴까?

이 섬에서는 여인이 남성을 유혹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그러한 일도 많았기에 흠이 될 것은 없었다.

그래도 로맨틱하게 이어지고 싶었으나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사내는 그냥 돌덩이였다.

뭐가 그리 매번 바쁜지 자신도 돌아보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는데 전혀 그럴 생각도 없었다.

과연 여자에 관심은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연희 부인은 하운의 성격이 하나를 생각하면 그것에만 몰두하는 성격이라 주위를 잘 보지 않는다고 하여 하운이 정말로 좋다면 적극적으로 들이대야 그나마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을 했었다.

내가 얘 때문에 그렇게 까지 해야 하다니...!

에리나는 하운을 향해 노려보기 시작했다.


반면 하운은 옆의 시선이 너무나 따가워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하운은 알고 있었다.

에리나가 몇 년 전부터 자신을 이성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 전에는 호감이었지만 점점 이성으로 느끼며 자신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할 일이 있었기에 일부로 모르는 척을 하고 있었다.

남들에게 일부러 연애 쪽으로는 눈치가 없다는 듯 행동을 하였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은근슬쩍 거리를 벌렸다.

그라고 에리나가 왜 싫지 않겠는가.

총명하고 사려 깊으며 성장하면서 여인의 매력을 자신도 모르게 내뿜는 에리나였다.

그녀가 곁에 올 때만 하여도 좋은 향기가 났으며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칠 때면 심장이 쿵쿵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하운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정식으로 교제를 하기 전에 테폰 왕국의 일만큼은 끝내놓고 싶었다.

사실 하운이 테폰 왕국을 구제할 이유는 없었지만 언젠가는 이 섬에 사는 인구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시선이 대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혹은 대륙이 안정적으로 변하게 되면 주변을 다시 탐색하다 이곳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이곳의 인구가 많아져 토지가 좁게 느껴지면 이들의 시선은 대륙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일이 생기면 전쟁으로 이어지며 이 섬이 드러날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일본을 손에 넣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각 영주들을 달랠 방법으로 조선을 친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성질은 다르지만 시선을 돌리게 될 것이었다.

하운이 생각한 것은 전부는 아니라도 테폰 왕국의 영토를 수복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분배하여 미르타 섬이 발전을 하는 동안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사실상 테폰 왕국 영토와 미르타 섬은 같은 나라로 치는 셈이 되고 이곳은 비밀을 유지하여 발전을 해 나가는 것이 하운이 원하는 바였다.

물론 언제까지 비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국가들이 테폰 왕국의 영토를 침입할 때 그들이 생각지도 못할 병력을 지원하여 도울 수 있었고 다른 국가들의 견제 없이 발전해 나갈 수 있었기에 그러한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정말로 어렵다는 것이었지만.

아무튼 하운은 어느 정도 영토 수복이 되면 에리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에리나의 눈빛을 보면 그전에 자신을 어떻게 해서라도 에리나에게 눈을 돌리게 할 생각인 것 같았다.

또한 나중에 에리나와 교제를 하게 된다면 이 일을 가지고 얼마나 바가지를 긁힐지 그 생각에 하운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그냥 지금 고백을 해버릴까 싶기도 하다가 또 먼 시간을 혼자 보내게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럴 수도 없었다.


에리나는 자신의 눈빛을 인식하며 생각을 하는 하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는 듯한 행동에 유심히 관찰을 하자 점점 보지 못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운은 생각이 깊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도 알아차릴 만큼 영리한 사내였다.

그러한 사내가 자신이 노려본 것에 정말로 의문이 들었다면 생각을 하다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왜 그러냐고 물어봤을 것이었다.

몇 개월 만에 만났지만 자신이 노려볼 이유가 없었기에 하운의 성격이라면 반드시 그러했을 것이니까.

그러나 그러지 않고 자신의 눈빛을 애써 피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했다.

또한 하운도 자신을 이성으로 싫어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는 조금 받겠지만 말로 거절을 했을 테니까.

그는 돌려 말하거나 애매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니까.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은 에리나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전에는 그와 연결될 확률이 0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30%정도 될 테니까.


에리나는 씨익 웃으며 하운에게 말했다.


“하운. 나에게 마음이 있어?”


작가의말

요새 몸이 좋지 않아 글자 수가 적었네요 ㅠㅠ

그나마 좀 나아져서 다음 화부터는 다시 16쪽 이상을 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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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부 66화. 하영의 꿈(3) +4 22.09.14 45 18 9쪽
65 2부 65화. 하영의 꿈(2) +2 22.09.10 51 17 11쪽
64 2부 64화. 하영의 꿈(1) +4 22.09.09 48 18 11쪽
63 2부 63화. 도시 발전(2) +6 22.09.07 54 19 11쪽
62 2부 62화. 도시 발전(1) +10 22.09.03 61 20 10쪽
61 2부 61화. 첫 데이트 +8 22.08.31 64 19 10쪽
60 2부 60화. 연주의 결혼식 +8 22.08.30 68 2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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