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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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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839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6.16 12:05
조회
84
추천
3
글자
9쪽

< 77. 주한미군 철수를 둔 혼란 >

DUMMY

우리 일행은 트러플 오일이 들어간 계란찜, 된장 소스에 버무린 흰살 생선, 전복찜, 굴튀김으로 이어지는 에피타이저를 맛보며 메인코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드디어 참돔, 광어, 뱅에돔, 전갱이, 농어 스시가 한 점씩 접시에 놓이기 시작했고 스시들은 놓이기 무섭게 사라졌다.


일행들은 비차가 무엇인지 왜 워싱턴에 오게 되었는지 등은 까맣게 잊은 채 식도락에 빠져들었다. 사케를 곁들여 가며 먹는 코스는 이후로도 한참을 더 나왔고 일행들은 스시로도 배가 터질 수 있다는 걸 후토마키를 먹으면서 실감했다.


나는 포만감에 걸음걸이가 느릿느릿해진 일행들을 다시 비차에 태우고 서울 아차산의 ‘비밀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비차 프로토타입 20여 대가 공중을 느린 속도로 선회하고 있었다.


“어떠셨습니까? 우리가 북한, 중국, 러시아, 미국 4개국을 여행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요?


우리가 해당국의 허락 없이 들어갔다 나왔으니 그 나라 법을 어겼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테고 점심 먹으러 워싱턴에 갔다 오는 시대가 되었구나 하는 분도 있을 테고 또 어떤 분은 비차의 원천기술이 정말 궁금할 수도 있겠습니다.


자, 제가 여러분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비차를 만드는 나라가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겠습니까? 미국의 허락 없이 우리나라는 그 어떤 독자적인 행동도 하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여러분에게 한 가지만 보여드리고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자, 이건 미국의 주요 언론이 보도한 텍사스주의 핵기지 마비 관련 소식들입니다. 잘 보시고 판단에 참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는 대형 전광판에 미국의 주요 TV와 신문들의 핵기지 마비 속보들을 주욱 띄웠다. 누가 공격했는지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미국의 대통령이 경계 수준을 높이라고 지시할 당시 그는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있었다면서 혹시 한국의 비차나 홍길동과 관련된 건 아닌가 의심하는 기사도 보였다.


나는 친미파 인사들이 기사들을 충분히 숙지할 시간을 준 뒤 그들 앞에 다시 섰다.


한 인사가 손을 번쩍 든다. 백발의 노교수였다.


“저 핵기지 말인데요... 혹시 홍길동님이 관련된 건가요?”


나는 주저 없이 답했다.


“네, 하이든 대통령과 내기를 했습니다. 내가 우리 비차 기술로 미국의 핵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지 내기를 한 것이죠. 내가 이겼습니다.”


처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가 안 됐던 참석자들은 미국 대통령의 동의하에 내가 미국의 핵무기를 가동 불능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엄청난 사실을 이내 깨닫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자, 오늘 저의 초청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라도 저에게 문의를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똑똑한 인사들인 만큼 추가 설명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다시 비차에 태워 각자의 집으로 라이드를 제공했다. 이들은 충격을 먹은 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나는 이들이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다음날부터 미국의 언론들이 일제히 난리가 났다. 그리고 서울 주재 특파원이 없는 언론사들은 기자들을 급파했다.


텍사스주 핵기지를 무력화시킨 건 비차였으며 미국 하이든 대통령의 사전 동의가 있었다는 보도가 봇물을 이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보도의 소스는 나에게 설명을 들은 인사들이었다.


미국 맹종파 인사들은 나의 초청을 받은 자리에서 보고 들은 걸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한 소재로 최대한 활용했던 것이다.


미국의 TV를 틀면 미국 맹종파 인사들이 어눌한 한국식 발음과 억양이지만 비차의 등장으로 인한 한미관계의 변화 전망에 관해서 엄청난 전문가들인 것처럼 발언하는 걸 어김없이 볼 수 있었다.


나에게 들은 몇 줄 안 되는 말과 짧은 4개국 여행을 소재로 그럴듯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은 것을 보니 그것도 재주는 재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맹종파로부터 새어나간 미국 대통령 용인설 – 하이든 대통령이 내가 핵기지를 공격하는 것을 용인했다는 주장 – 때문에 하이든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하이든 대통령은 결국 기자들 앞에 서야 했다.


“자랑스러운 미합중국 국민 여러분, 지금부터 제가 드릴 말씀에 너무 실망하지 마시길 미리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난번 대한민국의 정철민 대통령의 취임식에 다녀왔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나는 당시 한국이 제공하는 비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중략)


저는 우리 미합중국의 국익을 위해 홍길동이 주장하는 대로 비차의 성능이 그렇게 대단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핵기지의 경계태세를 전시에 준하는 레벨로 높여놓고 홍길동이 공격을 해보도록 시험했습니다.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비차의 성능은 대단했습니다.”


대통령의 고백에 미국민들은 할 말이 없었다. 대통령이 실망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도 실망을 넘어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하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미국의 조야는 이구동성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고 야단법석이었다.


미국보다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한국을 지켜준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고 더구나 남한이 북한과 손잡고 통일을 하겠다는데 왜 돈을 들여가면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느냐는 논리였다.


유일하게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한국의 미국 맹종파였다. 그들은 북한의 남침 위험은 없어졌다고 쳐도 만약에 중국이나 소련이 밀고 들어오면 그때는 어떡할 것이냐는 논리를 폈다.


중국이나 소련이 비차 강국 한반도로 밀고 들어올 수 있겠는지, 그에 앞서 그럴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주한미군은 죽어도 철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맹종파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미국은 결국 주한미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태평양 방어선은 미국, 일본, 한국, 대만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 선으로 단순해졌다.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을 핵우산에서 뺀 것이 과연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설전들을 벌였다.


역사의 큰 수레바퀴는 돌기 시작했다. 주한미군은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한국민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으며 질서정연하게 철수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국에 배치했던 전술핵과 스파이 위성 감시시스템, 사드 등도 함께 철수가 시작됐다.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미군에 의존하던 한국군은 갑작스런 힘의 공백이 당황스러웠지만 의연하게 자주국방의 빈 구멍들을 채워나갔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것은 없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기존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당장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없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주한미군 철수를 중단한다는 워싱턴발 뉴스가 국내 언론을 달궜다. 미국 국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절반 정도 진행된 주한미군의 철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세계, 특히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철수를 결정할 때는 그럼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포기했더라는 말이냐, 번복할만한 사정 변경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이냐, 한국 정부와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느냐 등등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지만 국방장관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당황한 건 한국과 북한 정부였다. 비록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반도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루겠다는 결의에 차 있던 남북한 당국자들은 일방적으로 철군 결정을 철회한 미국의 진의가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1945년 해방 이후 분단된 나라와 겨레를 마침내 통일한다는 희망에 부풀어있던 남북한 국민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이 도대체 뭔데 일방적으로 자국 군대를 남의 나라에서 철수한다, 만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는 반발심이 극에 달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국은 항공모함을 동해에 배치하고 괌으로 철수했던 병력과 장비를 다시 평택 등지의 미군 기지로 복귀시키기 시작했다.


정철민 대통령은 미국에 강력히 항의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미국의 철군 철회 결정을 제국주의의 만행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나는 하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결정을 번복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지난번 하이든 대통령을 태우기 위해 방문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백악관 상공으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비차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투명 탄력 방어막이 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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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98. '달나라 여행' 테마파크 22.08.13 54 2 9쪽
98 < 97. 샹보르와 쉬농소를 오마쥬하다 > 22.08.07 62 2 9쪽
97 < 96. Moon Hotel 건설계획 > 22.08.06 62 2 9쪽
96 < 95. 우리는 달나라로 간다 > 22.07.31 61 2 9쪽
95 < 94. 지중해 요트 신혼여행 > 22.07.30 61 2 10쪽
94 < 93. 위기 속 홍길동 쌍둥이의 합동 결혼 > 22.07.24 69 2 10쪽
93 < 92. 비행기인가 핵무기인가? > 22.07.23 66 2 10쪽
92 < 91. 전광선의 재등장 > 22.07.17 69 2 10쪽
91 < 90. 두 여자 스파이 > 22.07.16 73 2 10쪽
90 < 89. 금강산 별장을 선물받다 > 22.07.10 80 2 10쪽
89 < 88. 홍길동1과 홍길동2가 된 사연 > 22.07.09 76 2 10쪽
88 < 87. 당황한 어머니와 아버지 > 22.07.03 92 2 9쪽
87 < 86. 결혼 작전 - 난관 돌파하기 > 22.07.02 89 2 10쪽
86 < 85. 고지식한 장인 인사하기 > 22.06.26 97 2 9쪽
85 < 84. 본점과 가맹점의 싸움 > 22.06.25 95 2 10쪽
84 < 83. 남북미 정상회담을 주선하다 > 22.06.19 100 3 9쪽
83 < 82. 대통령실장을 응징하다 > 22.06.19 92 2 9쪽
82 < 81. 수퍼히어로들의 공동 기자회견 > 22.06.18 95 3 9쪽
81 < 80. 수퍼히어로들, 홍길동 편이 되다 > 22.06.18 84 3 9쪽
80 < 79. 수퍼히어로들의 서울 나들이 > 22.06.17 86 3 9쪽
79 < 78. 수퍼히어로들을 만나다 > 22.06.17 83 3 9쪽
» < 77. 주한미군 철수를 둔 혼란 > 22.06.16 85 3 9쪽
77 < 76. 비차를 바라보는 정상들의 속마음 > 22.06.16 84 3 9쪽
76 < 75. 미국 대통령과 내기하다 > 22.06.15 82 3 9쪽
75 < 74. 비차, 세계만방에 선보이다 > 22.06.15 86 3 9쪽
74 < 73. 남북정상, 통일을 선언하다 > 22.06.14 93 3 9쪽
73 < 72. 미국의 콧대를 꺾다 > 22.06.14 86 3 9쪽
72 < 71. 그러면 미국 빼고 간다 > 22.06.13 10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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