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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죽재

마드라드의 나비는 폭풍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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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운
작품등록일 :
2019.06.28 09:02
최근연재일 :
2020.08.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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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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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0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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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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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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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68화. 안드레의 초대

DUMMY

"자, 어때. 제압 완료다."

"하하하..."


몸은 움직일 수 없더라도 말은 가능한 것인지, 골렘 '이나'의 머리 부분에서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좋습니다. 제가 진 것으로 하죠."

"그렇다면."

"주인님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이지만, 아마 그분께서는 처음부터 이 광경을 모두 보고 계셨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을 놓지 않을 분이시니까."


옴짝달싹할 수 없는 몸이면서 골렘은 자신의 주인이라면 바로 이것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란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현우가 의아해 이나에게 무언가를 물으려 하는 찰나였다.


"후후훗. 역시 주인님은 솔직하지 못하십니다."

"뭐, 뭐야. 이건,"

"공간 이동의 상위 마법, 매스 텔레포트."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된 골렘이 이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머리를 돌려 근처에 떨어진 마석 뭉텅이를 바라보았다.


"이왕이면 저것들도 가져가면 좋겠군요. 제 상처를 치료하려면 마석이 필요합니다. 안드레 님."

"네가 상전이다 진짜."


처음 듣는 남성의 목소리에 현우는 흠칫 몸을 떨었다. 나이가 젊은 듯 목소리는 쾌활한 남성의 그것이었다. 목소리에 응답하는 골렘의 음성은 아까 전과는 사뭇 달랐다.


"좌표를 불러라."

"xxx. yyy. zzz. 이곳의 굴곡까지 불러드릴까요?"

"됐어. 어차피 여기서 거리가 멀지도 않은 것을. 좋아. 그 근방의 마석까지 이동시키마."


'슈우웅' 소리와 함께 액스의 익스플로전에 의해 여기저기 퍼져있던 돌덩어리들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 중에서도 몇몇 개의 돌들이 반짝이며 골렘으로부터 흩어지는 마력에 응답한다. 익스플로전에 반응하지 않아 폭파를 모면한 마석들이었다.


진짜 마석을 제외한 나머지 암석 조각들은 다시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익스플로전에 다행히 반응하지 않아 한번에 터지지 않은 마석들은 전장의 곳곳에 굴러다녀 있는 상황이었다.


"어, 어라?"


저쪽 구석 나무에 박혀 있던 가장 큰 돌도 역시 마석이었는지, 안드레의 목소리에 응답하여 육중한 몸이 공중에 스르르 띄워졌다. 문제가 있다면, 보이지 않던 액스 또한 그 마석에 박혀 있었다는 것이었다.


"애, 액스 선배!"


그런 꼴을 당했어도 아직 선배라고 불러주는 것일까, 현우의 외침이 그에게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잃은 마법사는 후배에 답을 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폭발에 마석의 일부가 녹아 액스가 그에 철썩 달라 붙은 것이었다. 그 덕분에 폭발의 여파로부터 몸이 찢겨나가는 것은 면했다만.


"액스 씨!"


현우가 쓰러트렸던 골렘과, 주변을 떠다니던 마석들, 그리고 가장 큰 덩어리에 파묻혀 있던 액스까지. 그 모두가 모습을 감추며 현우의 음성은 허공을 가르는 메아리가 되었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정신을 차린 루테가 다급히 현우에게 달려왔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 자초지종을 모르는 그는 자연스럽게 현우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살짝 허망한 얼굴을 한 채 루테의 질문에 답했다.


"그 골렘의 주인이 부하를 불렀다는 건가."

"공간 이동 중에서도 상급의 마법이라 골렘이 말하더군요. 거기에 마석들까지."

"액스의 이름을 불렀던 것은?"


현우는 그에게 골렘과 같이 사라진 마석들 중 가장 커다란 것에 액스가 붙어있어 같이 딸려갔노라 말했다.


"살아는 있었어? 그 폭발에 찢기지 않은 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긴 하다만."

"네, 아마도요..."

"우선은 포 님과 함께 본대로 합류하는 것이 좋겠는데, 장. 네 생각은 어떠냐."

"이제는 꼬맹이라고 부르진 않나 보네요."


루테는 살짝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그의 입이 열렸다.


"그 전에 있었던 일은 미안하다. 사과하지. 그리고 상행 전부에 마법을 걸 때부터 너를 다시 보게 됐어. 원한다면 결과 보고서에 내가 증언을 해줄 수도 있다."

"하하. 이미 보고서에 쓸 건 차고 넘치는 것 같아요."


현우의 씁쓸한 표정이 루테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반적인 상행보다는 살짝, 그리고 많이 초점이 어긋나버린 외부 의뢰지 않은가.


도대체 누가 이 사건의 배후인지는 아직 몰랐다. 허나, 상단간의 알력에 휘말리고, 거기에 처음으로 사람을 해쳤다. 수렵이나 마수 퇴치와는 궤가 달랐다.


'보나마나 밤에 또 악몽을 꾸겠지.'


이제는 대충 감을 잡을 정도였으니. 분명히 또 혼자 끙끙 속으로 삭힐 일이었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야 하지 않겠는가. 술을 잘하지 못해 그 힘으로 이겨내기도 뭐하고, 다른 이에게 함부로 터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그것뿐만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갑자기 난입한 골렘이 제피로스가 준 선물을 노렸고,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그것과의 내기에서 승리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줄여서 보고해야 적절한 학점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진실된 고민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다만, 그것보다도 먼저 상단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먼저였다. 그렇게 현우 일행은 일단 짐마차 무리가 있는 본대로 발을 돌렸다.


"포 어르신!"


상단의 사람들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 포를 보며 기쁨의 탄성을 내뱉었다. 상단의 우두머리이자, 여정의 모든 의사결정을 가진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의 안도감일까, 서있는 이들 중 일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스르르 엎어진 이들도 있었다.


"다들 상태는 어떤가."

"이미 명을 달리한 이들을 빼면, 용병들이 열넷, 상단 사람들이 열둘 정도 살아있습니다."

"꽤 많이 줄었군. 내 불찰이 크네."

"아닙니다, 어르신. 저희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겠습니까."


미우를 출발할 때만 하여도 이것의 두 배는 됨직한 인원이었지만, 쇠뇌까지 동원한 공세에 많은 사람이 다칠 수 밖에 없었다.


"목숨을 잃은 자들에 대해서는 신원을 잘 파악하도록 하게. 상단 차원에서 유가족들에게 위로금을 보내야 할 테니."

"네, 알겠습니다. 용병들에게는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처음 임무를 맡긴 용병 길드에 신원 조회 요청을 하게나. 정보가 모이면 그 때 다시 생각하고."

"아, 마법사들의 경우에는..."


용병들보다 더 윗줄에 놓인 이들이 언급되었다. 상행에 참여한 마법사의 수는 여섯,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몇 명이나 될 것인가.


"혹시 문제라도 있나?"

"일단 우리 쪽에 루테 씨와 브링턴 씨의 경우에는."

"상단 쪽으로 정정하게. 이 사건을 겪었는데, 아직도 피아를 구분할 텐가. 이것 참,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조금 실망이야, 브란트. 총관 자리를 다른 이에게 주고 싶나?"

"아. 제 불찰입니다, 어르신."


다들 예민해진 상황이다. 평소보다도 더 깊게 고개를 숙이는 총관을 본 포가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를 계속하라 말했다.


"루테 씨는 포 님과 같이 행동하였으니 잘 아실 거라 믿고, 브링턴 씨의 경우에는 사상자들을 응급처치 하느라 극도의 피로를 호소하시는 것을 빼면 피해를 받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의 경우엔?"

"레자르 씨는 왼쪽 팔에 깊은 자상을 입었습니다. 브링턴 씨의 치료로 위험한 고비는 넘겼습니다만, 남은 상행에서는 마법을 쓰기 어렵다고 합니다."

"팔을 자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포 씨."


키튼이 포에게 인사를 하며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의 행색을 살핀 포가 나지막이 인사를 건넸다.


"다행히 키튼 씨는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실력 있는 용병이 맞으셨군요."

"그럼요. 도중에 장의 포션을 먹은 것도 있고 한데, 원래 포 씨께서 주신 거라면서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이번 에아렌 행이 끝나면 섭섭지 않게 챙겨드리겠습니다."


키튼과 포를 번갈아 본 브란트가 포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포 님, 마드라드에서 온 두 마법사가 남았습니다."

"아, 장이라면 나와 같이 있었네. 다행히 무탈한 편이야."

"그렇다면 이제 액스 씨가 남는데..."


마석이 잔뜩 들어있던 수레에서 발생한 폭발 이후로, 그를 본 자가 없노라 총관은 포에게 전했다. 실종 상태에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를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오가는 와중에 현우와 루테가 뒤이어 그들에게 합류했다.


"액스 선배라면 제가 행방을 알고 있어요."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단 말인가? 그래서 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그는 골렘과 함께 사라졌어요."


다른 이들에게 루테와 나눴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었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액스는 납치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들 액스를 구하는 것에는 동의했다. 다만, 문제는 그쪽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골렘이 어디로 공간 이동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루테 씨?"

"고등 마법이나 특별한 시약을 사용하면 알 수는 있겠지만, 지금 여기엔 그런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도, 그런 도구도 없습니다, 포 님."

"그렇다고 그 자를 찾지 않을 수도 없지 않나. 자신을 희생해서 상단의 이들을 구출하기도 했고, 그가 일으킨 폭발이 아니었다면 우리 중 한둘은 얼굴에 아마포가 씌워졌겠지."

"잠시만요."

"다시 그 쪽으로 가봐야 할까요. 마력의 흔적을 어떻게 찾기라도 하면 가능성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자, 잠시만요. 다들 조용히 해주세요!"


난데 모를 외침이 그들의 대화를 갈랐다. 대화가 멈춰 고요한 공터에 모두의 시선이 외침의 당사자로 향했다.


"무슨 일인가, 장?"

"지금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끙 소리를 내며 이마에 손을 얹은 현우가 그의 두 귀 사이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시 집중한다.


『이제야 제대로 들리나? 내 목소리를 벌써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나는 마법사 안드레, 골렘 '이나'의 주인이다.』


어찌 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다행히 친절하게도 그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물론 네가 있는 곳의 말도 들리긴 하지만, 고개만 끄덕이거나 저어. 행동으로 파악하는 게 훨씬 더 잘 보이거든. 알겠지?』


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목소리는 흡족한 듯 한결 더 나긋나긋해졌다.


『너에게 관심이 가는 것도 있고, 내 부하가 무언가를 잘못 전달한 것도 같아서 그런데, 너를 내 공방에 초대하려고 해. 관심이 있니?』

"어차피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뭐? 잘 안 들리는데.』

"당신이 제가 아는 선배를 데려갔다고요!"

『아아, 그 인간 마법사를 말하는 것이로군.』

"제가 어떻게 하면 그쪽과 만날 수 있습니까."

『원래는 곧바로 소환할 수도 있겠지만, 너의 주변의 무언가가 그것을 방해하네. 네 허락이 필요해.』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와의 대화를 마친 현우는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일행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래서, 아마 그 자의 공방으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혼자서 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나?"

"아뇨. 아마 제 생각이 맞다면... 이게 저를 지켜줄 거에요. 포 씨도 그 골렘과의 대화에서 보셨잖아요."


손가락을 슬쩍 입에 대고 고민에 잠긴 포가 이에 답했다.


"그렇긴 하다만, 그래서 지금 바로 갈 수 있다고 하는 건가."

"제가 허락만 한다면 바로 그쪽으로 이동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부탁을 드리는 건데, 혹시 이 자리에 계속 있으실 건가요?"

"적어도 오늘은 이곳에서 밤을 세워야겠지."


포는 충돌의 결과물이 아직 널브러져 있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면서 이야기했다.


"우리에게 덤벼든 적이라곤 하나, 이들을 그냥 산야초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일세."

"맞습니다. 이제 곧 있으면 여름이 올 텐데, 그냥 내버려두면 전염병이 퍼질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묻어주기라도 해야겠죠."

"루테 씨가 수고를 해주시겠지만, 우리 측 사망자들도 수습을 마쳐야 하니 오늘은 계속 이곳에 있을 걸세. 답이 되었는가?"


고개를 끄덕인 현우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일단은 그 마법사에게 가겠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이야기를 잘 해서 액스 씨를 데려오도록 할게요."

"고맙네, 장.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많이 없고, 혹여 마드라드에서 성적을 잘 주지 않았다고 하면 언제든 슈타인 상단으로 연락하게. 직접 대학에 이의를 제기하겠네."

"감사합니다."


이제는 저 멀리 동떨어진 본 목적이었지만, 어쨌든 자신을 신경 써주는 포의 마음씨에 현우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안드레 씨. 당신이 저를 이동시키는 것을 허락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될까요?"


현우의 외침이 산기슭의 공터를 울렸다. 슬슬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태양이 아직 따스하게 그들을 비추는 가운데, 다시 현우의 이마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좋아. 조금 있다가 보자고.』


자의로 허락을 내렸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공간 이동을 당하는 것은 조금 기분이 나쁜 경험이었다.

마드라드에 다니며 다리가 다쳤을 즈음 수없이 이동터를 드나들긴 했어도 이런 기분은 현우에게 처음이었다. 뭐라 말하기 버거운 감정이 속을 간질인다. 구역질이 살짝 치밀 정도였다.


눈을 꼭 감고 마음 속으로 숫자를 되뇌는 잠깐의 시간이 지나갔다.

눈을 뜬 앞에는 어딘가의 동굴이 현우를 향해 끝이 보이지 않는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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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안드레와의 대담(2) 19.09.24 67 1 14쪽
69 69화. 안드레와의 대담(1) 19.09.23 68 1 14쪽
» 68화. 안드레의 초대 19.09.21 81 1 13쪽
67 67화. 개판(5) 19.09.20 77 1 14쪽
66 66화. 개판(4) 19.09.19 62 1 14쪽
65 65화. 개판(3) 19.09.18 68 1 13쪽
64 64화. 개판(2) 19.09.17 74 1 13쪽
63 63화. 개판(1) 19.09.16 69 1 14쪽
62 62화. 오분 전(2) 19.09.12 60 2 14쪽
61 61화. 오분 전(1) 19.09.11 5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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