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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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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35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8.05 13:11
조회
301
추천
5
글자
9쪽

4장 < 사인회 > (2)

DUMMY

출판사 직원들은 내가 가만히 앉아만 있는 사실이 미안해질 정도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예슬 씨가 내 옆에 앉아있기는 했지만 악세사리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뭔가 도와드릴게 없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내 메모를 봐주지 않아서 방구석에 구겨진 채로 버려진 종이 마냥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기로 했다.

그 때 내 휴대폰에 채팅 수신 메시지가 도착했다.

[어떠냐? 사인회는 잘 되어 가냐?]

구겨진 종이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했다.

[구겨진 종이 마냥 있어. 구겨져서 재활용되는 것 밖에는 쓸모가 없는 한심한 인간이 되어버렸어.]

답장은 바로 도착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니, 그냥 자학적 심정을 표출하는 중이야.]

[역시 이상하다니깐. 만약 내가 아니라 정진이었다면 욕을 한 바가지는 먹었을걸?]

[정진이었다면 이런 문자도 안하겠지. 바이크 외에는 기계치니까.]

[그것도 그러네. 그나저나 사인회는 어떻게 되가?]

[아직 시작도 안했어. 시작은 2시부터.]

답장을 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분명 나는 사인회에 대해서 희아 외의 지인들에게는 알린 적이 없다. 애초에 내가 ‘작가’라는 사실은 희아와 예슬 씨를 제외하고 두 명 밖에 모르고 있다. 그 말은 즉 내 지인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두 명 밖에 없다는 슬픈 사실을 의미하기도 했다.

[아, 그렇구나.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

[뭐야. 너 어떻게 사인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냐?]

[그야 팬 사이트에 대문짝만하게 공고가 올라왔으니까.]

너도 팬클럽에 가입했었냐! 너도 사인회를 해달라고 서명 운동에 참여한 1인이었단 말이냐!

[아무튼 나도 이따가 일 끝나고 사인회에 출석할 예정이니까 잘 부탁해.]

난 진심을 담아서 대답했다.

[오지 마! 절대로 오지 마!]

[사인 용지는 내가 준비해가야 되려나?]

[오지 말라니까!]

[장소는 알고 있고...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준비해뒀다고 하던데 그건 참가 못할 것 같아서 좀 그러네.]

큰일이다.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대체 왜 오려는 건데? 너한테는 이미 내 사인이 들어간 책도 가지고 있잖아.]

[왜 당연한 걸 묻고 그러시나. 만년 샤이보이인 네가 하는 사인회라고! 고등학교 때부터 지켜봐온 바로는 네가 이렇게 대외적인 활동을 한 적이 없었어. 너의 성장한 모습을 보고 싶은 거야. 왜 그거 있잖아. 학부모 참관 수업.]

[그런 흐뭇한 장면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내가 흐뭇해한다고는 말한 적 없는데?]

이어서 답장이 날아왔다.

[재미있을게 뻔하잖아!]

[너만큼은 절대 출입 금지다!]

난 깊게 한숨을 쉬고 휴대폰을 잠금 모드로 바꿨다. 진동이 오는 것으로 봐서는 계속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은데 일단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어라? 왠 한숨을 쉬세요? 긴장되세요?”

그러자 옆에서 한숨을 쉬는 나를 보았는지 예슬 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런거 아니에요. 긴장은 되지만... 경수 때문에요.」

“아~ 경수 씨요? 분명 ‘V-map 디자이너’라고 했었지요?”

「네, 맞아요.」

Virtual Map Designer. 줄여서 V-map 디자이너란 2032년에 가상현실 시스템의 예고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직업이다. 이 ‘V-map’이라 함은 가상현실 시스템에만 사용되는 고유 네트워크를 일컫는다. 사람이 완전한 ‘수면 상태’에 빠졌을 때 사람의 정신이 시스템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상현실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반 네트워크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한다. V-map 디자이너는 바로 사람의 정신이 시스템에 진입했을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최선의 경로를 준비하는 직업이라고 했다.

물론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이 설명이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현직 V-map 디자이너인 경수의 말을 그대로 따라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별로 상관없지만 ‘민경수’를 소개하자면,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빌어먹을 악연으로 언제나 48색 물감을 모조리 짜넣어 만든 데칼코마니 같은 녀석이다. 한 마디로 종잡을 수가 없다. 쾌락주의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인생관을 가지고 있으며 가끔씩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거나 뜬금없는 행동을 하기 일쑤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이런게 제 친구라니 정말...」

“아하하~ 그래도 저는 재밌어서 좋았는데요.”

언제인가 정말 우연찮게 예슬 씨와 경수가 같은 날에 집에 놀러온 날이 있었다. 그 때 한 번 만남을 가진 이후로 예슬 씨는 경수를 꽤 좋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뭐라 해도 일단 준수하게 생겼고 유머 감각이 있으니까. 고등학생 때도 여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예슬 씨는 경수가 이벤트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말에 크게 아쉬워했다.

“아~ 경수 씨가 있었다면 좀 더 이벤트가 재밌어질 수 있을텐데.”

죄송합니다. 주최자가 이렇게 시시한 인간이라.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벤트는 또 뭔가요? 저는 들은게 없는데요?」

내 질문에 예슬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총총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방을 나가기 전에 내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서 손가락으로 앵두처럼 도톰한 입술에 가져다 대고 찡긋 윙크를 했다.

“비밀이에요!”

뭐야, 저거. 귀엽잖아.

예슬 씨가 나간 후에 홀로 방에 남아서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을 놓쳐버리고 만듯한 불안감이 뒤늦게 찾아왔다. 그래도 이미 놓쳐버렸으니 어쩔 수 없겠지. 또 다시 한숨을 쉬고 핸드폰의 잠금을 해제하고 경수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생일축하용 폭죽하고 스노우 스프레이를 사갈까 고민 중이야. 아니면 아예 엄청난 코스프레를 하고 사인회에 가는 방법도 생각 중이고. 어떤게 좋아?]

둘 다 싫다.

[어떻게 생각해?]

[아, 무시. 무시입니까. 무시는 좋지 않아요. 해로워요. 극악하다고요.]

[대답 좀.]

[죄송해요. 안할 테니까 대답해주세요.]

뭐지... 혼자 말하고 혼자 사과하네. 일단 답장해주었다.

[잠시 예슬 씨랑 얘기하고 있었어.]

[아~ 그 아름다우신 분? 오케이, 그럼 인정.]

뭘 인정한다는 거야 대체.

[아, 방금 번쩍였어! 그냥 정진이를 불러서 같이 가는 것은 어때?]

[야 임마!]

참고로 ‘정진’이는 성격도 외관도 상당히 위협적인 남자다. 같이 다니면 자연스럽게 반경 2m 내에는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을만큼 무시무시하다.

[스릴 만점이겠지?]

[넌 대체 사인회에서 뭘 하고 싶은건데.]

[이벤트를 놓치게 생겼으니 내가 새로운 이벤트를 열 수 밖에 없잖아!]

[무시한다.]

[죄송합니다. 그것만큼은 제발!]

이런 식으로 경수와 쓸데없는 잡담을 하다보니 어느새 사인회 시작까지 십여 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목 끝까지 차올라있던 긴장감도 덕분에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런 부분은 고마워해야겠지.

[난 이제 슬슬 사인회하러 가야겠다.]

[그래, 수고하고. 그런데 오늘 희아도 사인회에 가는거 맞지?]

[아니.]

난 즉답으로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 녀석은 벌써 3년도 넘게 희아를 노리고 있다. 물론 이성으로서 말이다. 눈꼴 시린 작업 멘트를 날리질 않나, 심심하면 나에게 동생을 정식으로 소개시켜달라고 소란을 피운다. 멋지고 섬세하고 다정하고 의리 넘치는 훌륭한 남자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내 눈에 포르말린이 들어가도 허락할 생각이 없다! 어디서 감히!

[거짓말 마.]

단박에 간파 당했다.

[희아가 네 사인회를 안 간다고? 뽀로로 혀 깨무는 소리하고 있네.]

뽀통령님을 그 따위 비유에 사용해서 모욕하지 마라! 나도 희아가 어릴 적에 뽀통령님의 힘을 얼마나 많이 빌렸는지 아느냐!

[그래, 그럼 희아가 같이 만나서 들어가면 되겠네. 수업은 몇 시쯤에 끝나?]

무시했다. 절대로 고의로 무시한게 아니다. 마침 딱 내가 25줄짜리 장문의 언어폭력을 휘두르려고 할 때 사인회 준비가 다 되었으니 준비해달라고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음, 절대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고.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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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4장 < 사인회 > (3) 15.08.08 306 5 15쪽
» 4장 < 사인회 > (2) 15.08.05 302 5 9쪽
34 4장 < 사인회 > (1) 15.08.02 375 3 9쪽
33 3.5장 < 필생즉사 必生卽死 > 15.08.01 238 4 14쪽
32 3장 < 영웅들 > (10) 15.07.29 196 5 8쪽
31 3장 < 영웅들 > (9) 15.07.26 227 3 6쪽
30 3장 < 영웅들 > (8) 15.07.25 232 3 10쪽
29 3장 < 영웅들 > (7) 15.07.22 196 3 6쪽
28 3장 < 영웅들 > (6) 15.07.19 198 4 12쪽
27 3장 < 영웅들 > (5) 15.07.18 231 3 8쪽
26 3장 < 영웅들 > (4) 15.07.16 166 3 7쪽
25 3장 < 영웅들 > (3) 15.07.12 208 4 13쪽
24 3장 < 영웅들 > (2) 15.07.11 193 5 6쪽
23 3장 < 영웅들 > (1) 15.07.08 198 4 5쪽
22 # 1, 2장까지의 진실 ( 작가의 말 포함 ) 15.07.08 233 3 2쪽
21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10) 15.07.07 302 5 9쪽
20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9) 15.07.05 237 3 6쪽
19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8) 15.07.03 257 4 7쪽
18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7) 15.07.01 256 5 13쪽
17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6) 15.06.28 33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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