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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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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46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7.22 13:10
조회
196
추천
3
글자
6쪽

3장 < 영웅들 > (7)

DUMMY

아헬리아는 찬물을 머리에 끼얹으며 머리를 식혔다.

그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충격을 받을만한 일은 아니었다. 계획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오라버님께 그런 질타를 받을 줄 몰랐던 것 등의 요인들이 겹쳐서 이렇게 흔들리고 만 것이 틀림없다. 마치 아주 약한 실바람에 공든 탑이 무너지듯.

그녀는 다시 한 번 머리에 냉수를 부었다.

오라버님이 한 말에 틀린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자신이 국가의 경영, 정세 등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그녀의 잘못이다.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방책 따위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가샤의 그 얄미운 왕도 이벨과 티격 거리고 매일같이 얼굴을 봐서 얕보았는지는 몰라도 그 역시 한 나라의 왕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얄미운건 어쩔 수 없지만.

그녀는 또 다시 냉수를 퍼부었다.

그런데

이렇게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마음이 싱숭생숭한 이유는 무얼까? 생각할 수 있는 자신의 모든 과오를 인정했음에도 그녀의 가슴 언저리가 꽉 막힌 듯한 느낌은 가시지를 않았다. 또 무엇을 잘못했을까? 무엇을 놓쳤을까? 대체 무엇이 문제인걸까?

“꺄아아악! 왕녀님,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그녀의 끝없이 이어지던 상념은 한 여성의 비명으로 툭 끊어져 버렸다.

“어......?”

냉수로 자해 비슷한 행위를 하며 얼빠진 소리를 내는 왕녀를 보고 가만히 있을 시녀는 아무도 없었다. 시녀는 곧바로 다른 시녀들을 불러 모은 후에 급히 젖은 몸을 닦아주고 더운 물을 담은 욕조에 아헬리아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욕조 옆에 딱 붙어서 목욕 시중을 하며 툴툴거렸다.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신건가요! 감기라도 걸리시면 어쩌시려고요!”

“저기... 마린.”

“네?”

“지금... 식량난이라고 들었거든. 그런데 어떻게 나는 그렇게 먹을 것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지낼 수 있었던거야? 왕족이라서 그런거야?”

그녀의 직설적인 질문에 시녀는 잠시 당황했다. 그리고 이내 아헬리아의 돌발적인 행동의 이유를 그녀 나름대로 찾아냈다.

“일반 시녀 및 시종들은 하루에 밀빵을 한 덩이 지급받아요. 그것으로 하루를 생활하죠. 시녀장과 시종장은 한 덩이와 조금의 와인을 받아요. 그리고 기사들은 하루에 밀빵 한 덩이와 소량의 고기를 받아요. 또 공통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주먹만 한 고기를 한 덩이씩 받는답니다.”

그 말을 듣고 아헬리아는 또 다시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설마 그 정도로 빈곤하게 하루를 생활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마린은 더더욱 풀이 죽은 아헬리아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아직 놀라시기에는 일러요. 왕세자님과 전하께서는 매일 반 덩이의 빵만을 드신답니다.”

“아버님과 오라버님께서? 어째서?”

“국민들이 굶고 있는데 그들의 왕이 배불리 지낼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지요. 사실 지금의 전하가 계시기 때문에 저희 왕국이 단시간에 이 정도로 회복할 수 있던 것이랍니다. 솔선수범하신 모습을 보고 감히 그 누가 이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요?”

“그, 그...... 그럼 난...?”

파들파들 떨리는 입술을 열어 말을 꺼내는 만으로도 아헬리아는 전신의 기력이 다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심장이 얼어버린게 아닌가 싶었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두려웠던 적이 있던가.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마냥 누군가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던 때가 있던가. 마린이 그녀에게 대답을 해주기까지의 그 짧은 순간동안 그녀는 자신의 집이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마린이 웃으며 대답했다.

“전하께서는 왕족이 솔선수범해서 식량난의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씀하신 직후에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대신 왕녀만큼은, 아헬리아만큼은 언제든 원하는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기를 바란다. 왕이 아닌 자식을 가진 부모로써 딱 이것 한 가지만... 내 어리광을 받아주기 바란다.’


“멋있었지요.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뒤에 사람들은 자진해서 자신의 몫을 조금씩 성으로 가져왔어요. 왕녀님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말이죠. 전하는 이틀 동안 와인 두 잔만으로 버티신 적도 있어요. 그렇게 조금씩 쌓이고 쌓인 것들이 지금 식량고에 쌓여있단 말이죠. 그 전부가 왕녀님을 위한 백성들의 헌납품이랍니다.”

“응... 우윽...”

“저희들은 왕녀님이 맛있게 밥을 먹고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거에요. 지난 8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셔서 마법사가 되시고, 공간 마도사가 되시고, 말괄량이처럼 마을 한복판을 뛰어다니시고, 전하를 놀리면서 배시시 웃는 왕녀님은 이미 메린톤 왕국 모두의 딸이고 누나이고 언니이고 귀여운 여동생이랍니다. 이런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는 웃음을 주는 존재가 하나만 있어도 힘이 솟아나기 마련이거든요.”

마린은 상냥하게 양팔로 아헬리아의 머리를 감싸 자신의 품에 안았다. 눈과 코가 시큰거렸다. 두 볼이 불에 데인 듯이 뜨거웠다. 그녀는 얼굴을 완전히 마린의 품에 묻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울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그녀가 기억하는 첫 번째 울음이었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마린을 꽉 껴안아 소리를 죽이며 ‘어린애답게’ 한참동안 펑펑 울었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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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4장 < 사인회 > (3) 15.08.08 307 5 15쪽
35 4장 < 사인회 > (2) 15.08.05 302 5 9쪽
34 4장 < 사인회 > (1) 15.08.02 376 3 9쪽
33 3.5장 < 필생즉사 必生卽死 > 15.08.01 238 4 14쪽
32 3장 < 영웅들 > (10) 15.07.29 196 5 8쪽
31 3장 < 영웅들 > (9) 15.07.26 228 3 6쪽
30 3장 < 영웅들 > (8) 15.07.25 232 3 10쪽
» 3장 < 영웅들 > (7) 15.07.22 197 3 6쪽
28 3장 < 영웅들 > (6) 15.07.19 198 4 12쪽
27 3장 < 영웅들 > (5) 15.07.18 231 3 8쪽
26 3장 < 영웅들 > (4) 15.07.16 166 3 7쪽
25 3장 < 영웅들 > (3) 15.07.12 208 4 13쪽
24 3장 < 영웅들 > (2) 15.07.11 193 5 6쪽
23 3장 < 영웅들 > (1) 15.07.08 198 4 5쪽
22 # 1, 2장까지의 진실 ( 작가의 말 포함 ) 15.07.08 234 3 2쪽
21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10) 15.07.07 302 5 9쪽
20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9) 15.07.05 238 3 6쪽
19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8) 15.07.03 257 4 7쪽
18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7) 15.07.01 256 5 13쪽
17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6) 15.06.28 3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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