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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45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8.02 17:12
조회
375
추천
3
글자
9쪽

4장 < 사인회 > (1)

DUMMY

드디어 결전의 때가 왔다. 난 전신거울에 비친 낯선 남자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제부터 예슬 씨와 희아가 합심해서 사인회에 입고 갈 내 옷을 코디해주었다. 평소에는 내가 절대로 입지 않는 옷들을 하나씩 내 손에 쥐어줄 때마다 정신이 아찔했다. 수십, 수백 번씩 갈아입어 보고난 후에야 둘이 만족할만한 성과물이 탄생했다. 희아는 내 뒤에서 요모조모 뜯어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음! 역시 내 안목은 탁월해!”

「정말 괜찮은거 맞아?」

내 몸 치수에 딱 맞춘 검은색의 정장이 기본 바탕이었다. 여기에 약간 변화를 주어서 와이셔츠는 안으로 집어넣지 않으면서도 경박하지 않게 길이를 맞추었고, 겉옷 역시 아주 폭이 좁은 목깃을 넣어주었다. 손목 부근에는 옅은 달콤한 향의 향수를 뿌렸다. 솔직히 내가 봐서는 뭐가 어떻게 좋은지 모르겠지만 패션의 P도 모르는 나로서는 그냥 입으라는 대로 입는 수밖에 없다. 아니, F던가.

“나를 믿으라니까! 거울을 보고도 모르겠어? 사람이 바뀌었잖아, 사람이. 평소에도 이렇게 잘 차려입고 다니면 여자들이 줄줄이 꼬일걸?”

「장난치지 말고.」

“에헷!”

희아가 배시시 웃고는 내 앞으로 와서 넥타이를 목에 둘러주었다. 그리고 다소 서툴게 넥타이를 묶기 시작했다.

「고마워, 마침 넥타이 메는 법을 잊어버려서 곤란했는데.」

“후후후, 그럴 줄 알고 내가 어제 인터넷에서 찾아봤지.”

하지만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과는 달리 그녀는 30분이나 낑낑대고 나서야 겨우 넥타이를 성공적으로 묶었다. 난 「풋」으로 비웃었고 희아는 발끈해서 넥타이로 힘껏 내 목을 졸랐다.

아직 시간은 넉넉하게 남았지만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희아는 학교에서 오전자습이 있어서 조금 늦게 갈거라고 했다. 긴장되니까 절대로 오지 말라고 했더니 희아가 내 볼을 힘껏 잡아 늘리며 “무조건 갈거야!”라고 바득바득 우겼다.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잊어버린 물건은 없나 확인한 후에 현관을 나섰다.

「갔다 올게.」

“잘 갔다와~ 이따가 돌아올 때 외식 콜?”

「좋지」

“아싸!”

그렇게 좋을까. 파이팅 자세를 취한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문득 희아의 머리카락이 꼬여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그 상태로 돌아다니면 나중에 창피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희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희아가 생각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우, 뭐, 뭐야, 오빠?”

「가만히 있어봐」

나와 희아의 사이가 반걸음 거리로 좁혀졌다. 희아는 눈이 방울만 해져서는 상기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여기쯤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만지자 그녀가 몸을 움찔거렸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몸을 가까이 하자 희아의 얼굴이 더더욱 붉어졌다.

“오, 오빠... 왜 그래...”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보고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희아는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교복 치마를 양손으로 꽉 부여잡고 있었다. 상당히 애처로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마침 머리카락이 꼬인 부분을 찾아냈고 그것을 비벼 풀어준 후에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때까지도 희아는 눈을 꽉 감고 있었다. 난 영문을 몰라 어깨를 잡고 흔들어주었다. 그녀는 물고기 마냥 몸을 퍼덕이고 나를 쳐다보았다.

「다시, 갔다 올게」

“어, 아... 응...”

「뭐야, 어디 아파?」

“아, 아아무것도 아니야!”

난 피식 웃고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준 다음 대문을 나섰다. 한 번 뒤를 돌아보자 희아는 멍한 얼굴로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서 있었다. 내 의문은 대문을 잠그고 지하철로 가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대체 왜 저러지?


“멍청이...”

난 대문 밖으로 나가 오빠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있었다. 아직까지도 두근대는 가슴이 진정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빠는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당연한 행동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내가 자신의 그윽한 향수 냄새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질 뻔한걸 알고나 있을까?

그에게는 당연한 행동이다. 오빠에게 있어 나는 ‘동생’이니까.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털썩 앉아 한숨을 쉬었다. 구겨진 치마 앞부분을 가볍게 쳐서 주름을 펴내고 양손을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심장의 고동이 더욱 거세지기만 한다. 대체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이 고동이 잠잠해질까? 어쩌면... 이미 늦어버린걸지도 모른다.

난 작은 원망을 담아 중얼거렸다.

“정말... 바보야...”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점점 진보해가는 IT 시대에 출판사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자연히 출판사의 규모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데 내가 몸을 담고 있는 ‘녹림 출판사’만큼은 혹독한 업계에서 살아남은 것으로도 모자라 좁으나마 업계 전체를 꽉 잡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4층 건물을 전부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출판사는 이곳이 유일했다.

남아도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1층은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고 그 외의 2, 3, 4층에서 업무를 담당한다. 내 사인회는 당연히 1층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왜 갑자기 이런 뜬금없는 출판사 이야기를 꺼냈느냐 하면, 10분 전에 예슬 씨에게서 도착한 한 통의 문자 때문이었다. 문자의 내용은 이러했다.

[1층이 꽉 찼네요 ~^^~]

내가 알기로 1층의 이벤트 공간은 상당히 넓은 강당 형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200명은 족히 수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이 벌써 꽉 찼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직... 1시간도 넘게 남아있지 않던가. 그렇게 내가 출판사 앞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1시 정각으로 예정보다 1시간 정도 이른 시간이었다. 내가 준비할 것은 없다고 했지만 미리 도착해서 마음을 추스르며 사인회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출판사 앞에 도착하고 보니 그럴 여유조차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나온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은 두 줄로 서서 출판사 앞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그 수가 얼마나 많았던지 주위 사람들이 자연스레 기웃거릴 정도였다.

분명 10분 전에는 1층을 가득 채웠다고 했었는데... 설마?

난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갈 것인지, 뒷문을 통해 몰래 들어갈 것인지 고민했다. 물론 답은 이미 나와있었기에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인파를 피해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해서 출판사 뒷문으로 향했다. 그러다 우연히 두 남녀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렇게 사람이 많아?”

“오빠도 참! 저기 녹림 출판사 앞이잖아. 분명 성현 작가의 사인회가 있었다고 했을걸?”

“정말로!?”

“안 그래도 친구들이 며칠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런데 왜 나한테는 말을 안 한거야!”

“사람이 많아 보이는데... 지금이라도 줄 설까?”

“그러자! 네가 먼저 가서 서 있어줘. 난 커피라도 사 갈게.”

이런 식으로 현재진행형으로 줄이 길어지고 있는 거였나... 이제야 새삼 희아와 예슬 씨가 내게 수백 번이나 말했던 ‘인기’라는 것이 조금 실감났다.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뒷문으로 돌아가자 내가 이곳으로 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양 예슬 씨가 건물 벽에 기대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요~ 예상보다 훨씬 일찍 오셨네요?”

「저 나름대로 조금 준비하려고요. 그런데 예슬 씨는 왜 이런 곳에 계세요?」

“저야 물론 성현 씨가 저 인파를 뚫고 정문으로 올 베짱이 없다는걸 아니까 여기에서 기다린거죠.”

「아직 1시간이나 남았는데요!?」

“아~ 그래도 일찍 오셔서 다행이에요. 1시간이나 기다렸더니 다리가 좀 저리네요.”

「설마 12시부터 기다리신거에요?」

“담당 작가를 향한~ 애정이죠!”

자랑스레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올리는 그녀에게 뭐라고 더 할 말을 찾지 못해서 멍하니 있었더니 예슬 씨가 내 얼빠진 표정을 보고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에요, 농담. 아까부터 계속 준비하다가 이제 점심을 먹으려고 생각해서 중국집에 배달 좀 시켰거든요. 슬슬 올 때라고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웬걸, 배달 대신 성현 씨가 오신거에요.”

「하하하하하하.」

내 영혼 한 줌 들어있지 않은 웃음을 본 예슬 씨는 퍽 만족스러워 보였다.

“아무튼 정말로 이렇게 일찍 오실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안절부절 하다가 결국 안 오시는게 아닐까 싶었다구요.”

「설마 그럴 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럴 경우에는 집으로 쳐들어갔겠지만요.”

「다행이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아하핫! 자, 일단 들어오세요. 어디가 어딘지 잊어버리시진 않으셨죠?”

실례되는 말씀이다. 아무리 내가 인도어파라고 해도 출판사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올 수 밖에 없으니까. 그보다 당신이 끌고 오는 겁니다만.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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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4장 < 사인회 > (3) 15.08.08 307 5 15쪽
35 4장 < 사인회 > (2) 15.08.05 302 5 9쪽
» 4장 < 사인회 > (1) 15.08.02 376 3 9쪽
33 3.5장 < 필생즉사 必生卽死 > 15.08.01 238 4 14쪽
32 3장 < 영웅들 > (10) 15.07.29 196 5 8쪽
31 3장 < 영웅들 > (9) 15.07.26 228 3 6쪽
30 3장 < 영웅들 > (8) 15.07.25 232 3 10쪽
29 3장 < 영웅들 > (7) 15.07.22 196 3 6쪽
28 3장 < 영웅들 > (6) 15.07.19 198 4 12쪽
27 3장 < 영웅들 > (5) 15.07.18 231 3 8쪽
26 3장 < 영웅들 > (4) 15.07.16 166 3 7쪽
25 3장 < 영웅들 > (3) 15.07.12 208 4 13쪽
24 3장 < 영웅들 > (2) 15.07.11 193 5 6쪽
23 3장 < 영웅들 > (1) 15.07.08 198 4 5쪽
22 # 1, 2장까지의 진실 ( 작가의 말 포함 ) 15.07.08 234 3 2쪽
21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10) 15.07.07 302 5 9쪽
20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9) 15.07.05 238 3 6쪽
19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8) 15.07.03 257 4 7쪽
18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7) 15.07.01 256 5 13쪽
17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6) 15.06.28 3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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