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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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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71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7.25 10:57
조회
232
추천
3
글자
10쪽

3장 < 영웅들 > (8)

DUMMY

아헬리아는 그 이후 빵 다섯 덩이를 챙기고 방에 틀어박혀 며칠 동안 방에서 한 발도 나오지 않았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한 명을 제외한 성의 모든 사람들이 행여나 홀로 자책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마린은 설령 국왕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도 방에 들이지 말아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충실이 이행했다. 그녀만큼은 아헬리아가 혼자 방에서 자책하며 우울해하고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몇몇 귀족들도, 왕세자도 아헬리아를 찾았으나 마린이 완고하게 거절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왕이 직접 행차하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마린은 신하를 대동하지 않고 찾아온 국왕을 앞에 두고 남몰래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가베란드 센 메린톤은 근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부탁했다.

“잠시 자리를 비켜주겠나.”

“왕녀님이 설령 국왕님이 오시더라도 들이지 말아달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자네의 그런 면모 덕에 내가 안심하고 아헬리아를 맡길 수 있으나 이런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지네. 딸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방에서 나오지 않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이제까지와는 다르다는 것쯤은 이 모자란 아비라도 금방 알 수 있네. 걱정이 되어서 참을 수가 없더군.”

“전하...”

“미안하지만 나는 자네에게 명령을 해서라도, 강제적으로라도 그 문을 열 생각으로 왔네. 그러니 이번에는 그냥 조용히 옆으로 비켜주지 않겠나.”

마린은 잠시 주저하다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문에서 한 걸음 옆으로 떨어졌다.

“고맙네.”

가베란드 센 메린톤은 문 앞에 서서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또렷한 목소리로 방 안에 있을 아헬리아에게 말했다.

“아헬리아... 벌써 나흘째란다. 대체 방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게냐? 주방장이 요새 네가 안온다고 얼마나 아쉬워하고 있는 줄 아느냐. 빨리 나와서 느긋하게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를 나누자꾸나. 아비는 네가 왜 이러는지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구나. 연구를 할 때도 식사만큼은 제때 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그가 말을 걸어도 노크를 해도 아헬리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10분이 넘게 계속 달래는 말을 해도 대답이 없자 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세아르에게 들었다. 그 녀석이 조금 심하게 말한 것 같더구나. 너는 영특한 아이이니 분명 여러 가지 사실을 더 알아냈겠지. 하지만 아헬리아. 네가 무관심했다고 우리가 너를 속였다고 생각하지는 말거라. 오히려 우리는 네가 아무 것도 몰랐다는 것에 무척 안도했단다. 적어도 나는 그 사실에 위안을 얻었단다. 내 자식이 독립을 하기 전까지 고생을 하지 않고 근심걱정 없이 자라는 것이야 말로 모든 부모의 희망이지 않겠느냐. 회귀와 시간의 신 라테미드의 품에 안긴 네 어머니도 같은 생각일 게다.

그러니 앞으로도 너는 지금까지와 같이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며 살아가도 된단다. 이제 그렇게 지낼 수 없다면 우리와 똑같이 먹고 힘들어하며 지내도 된단다.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어떤 행동을 하던 나는 너를 나무라지 않겠다. 그러니 이렇게 아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의 솔직한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으며 마린은 고개를 조용히 떨어뜨렸다. 국민들로부터 지대한 존경을 받는 메린톤의 17대 국왕 가베란드 센 메린톤. 국민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자식들의, 국민들의 훌륭한 부모가 되고자 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를 존경했고 그의 말이라면 불만 없이 따랐다. 그 중 일부는 아헬리아에게만 편애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부류도 있었으나 그 부분은 아헬리아가 채워주었다.

‘정말... 왕족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국민들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다시 한 번 묵언의 존경을 새겼다.

“아헬리아... 들어가마. 이제 이야기를 좀 나눠보자꾸나.”

그는 문손잡이를 잡아 오른쪽으로 돌렸다. 의외로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문을 당기자 방 한 가운데에 아헬리아가 우뚝 서있었다. 대체 며칠을 씻지 않은 건지 찰랑찰랑했던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사정없이 뻗쳐있었고 눈가에는 진한 음영이 생겨있었다.

그런데 오른팔로 종이 두루마리를 한 아름 안고 있었고 왼손을 허공에 뻗은 채로 있었다. 가베란드는 그녀의 자세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좀 더 자세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저 자세는 그녀가 마법을 사용할 때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헬리아!”

그가 소리치는 동시에 마법 술식이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마치 뱀처럼 나선형으로 팔을 따라 올라갔다. 아헬리아는 당황해하는 가베란드를 보며 씨익 웃으며 힘차게 말했다.

“아버님,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만든 공간의 균열로 힘차게 몸을 던졌다. 남겨진 가베란드와 마린만이 멍하니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 있었다.

“내... 걱정은?”

역시 자식은 부모의 걱정에는 무관심했다. 그리고 부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한 것도 아니었나보다.



“내가 돌아왔다아!!”

가샤의 회의실에는 언제나와 같이 세 명이 둘러앉아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이벨은 손을 흔들며 그녀를 반겼고, 다르는 변함없이 그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리첸드로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

“편히 있다가 오셨습니까? 생각보다 조금 늦으신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 오늘로 9일 째라고!”

리첸드로가 예언한 기간은 8일. 그녀는 작은 예언이나마 자신이 미래를 어긋나게 했다는 사실이 그렇게 고소하고 뿌듯할 수가 없었다. 정작 리첸드로는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상관없다는 듯이 있었지만.

“대체 어떤 계획을 생각해오셨을지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저번과는 다를 거야. 이번에는 반드시 너희들의 인정을 받아내고야 말테니까!”

“그런데 좀 씻는건 어때요? 여자애가 그렇게 꾀죄죄하게 다니면 안 되지요.”

조용히 의견을 말하는 이벨에게 아헬리아는 딱 잘라 말했다.

“난 지금 엄청나게 졸려! 그리고 엄청 배고파! 지금 느긋하게 목욕이라도 했다가는 그대로 잠들어버릴게 뻔하니까 이대로 너희들한테 나의 새로운 계획을 설명해주고 나서 쉴거야! 이의 있어?”

“없습니다.”

“없어요.”

“그럼! 들어!”

힘차게 외친 아헬리아는 가져온 모든 두루마리를 테이블 위에 펼쳐주고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단 하나의 계획이었다. 나흘 동안 단 한숨도 자지 않고 전심전력으로 고려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고려한 그녀가 생각해낸 최선의 계획이다. 그들에게 설명을 하는 도중에 깨달았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하고 나면 그것을 누군가에게 부딪힐 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되려 불안해진다는 것을.

약 1시간에 걸쳐 계획의 설명을 끝냈다. 그런데 계획을 들은 세 명이 미리 맞춰놓은 듯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아헬리아는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것을 애써 숨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때?”

“우선......”

의외로 제일 먼저 다르가 입을 열었다. 아헬리아는 ‘왔다!’고 생각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 수정해야할 것투성이다. 계획에 소요되는 시간이 명확하지 않고 성공하리라는 보장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과연 계획대로 ‘그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인가도 명확하지 않다.”

아헬리아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 분함에 그녀의 어깨가 사정없이 떨려왔다. 자신의 최선의 노력마저도 산산이 부서져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처참함. 지금껏 맛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것들보다는 가치가 있다. 좀 더 개선하도록 하지.”

“어?”

“그러니까 이 녀석의 말을 의역하면 ‘지금까지의 계획보다는 지금이 가능성이 있으니 이 계획으로 정해서 좀 더 개선해보자. 그리고 앞전에 사정없이 독설을 한 것은 내가 미안하다. 잘못했다. 마음껏 밟아도 좋다’고 하고 있는 거에요.”

“오역하지 마라!”

결국 아헬리아는 완전히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온몸을 추욱 늘어뜨리고 허공을 쳐다보며 실없이 웃었다.

“하하... 하......”

“축하드려요, 왕녀님. 드디어 저 깍쟁이의 인정을 받았네요.”

“어... 고마워. 근데 내가 고마워해야 되나?”

“아무래도 좋지만요. 그런데 정말 리첸드로의 예언은 믿고 봐야 된다니까요. 어떻게 정확히 ‘9일 만에’ 왕녀님이 오실 줄 알고 있는건지.”

그 말을 듣고 아헬리아는 잠시 사고가 정지했다. 그리고 수면을 취하지 않은 뇌를 열심히 굴려서 9일 전에 리첸드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미래는 ‘정확히 8일 후에 공간 마도사님께서 잔뜩 들뜬 표정으로 회의실로 들어오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때는 분명히 8일이라고...”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리첸드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여유롭게 차를 음미하고 있다가 아헬리아의 시선을 느끼고는 그녀를 마주보았다. 아헬리아는 손짓으로 8을 만들었다가 9로 만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 미묘한 동작만으로 그녀의 의문을 눈치 챈 리첸드로는 그녀가 했던 것처럼 손짓으로 대답해주었다.

양검지손가락을 X자로 교차시켜서 입술 위에 가져다가 대는, ‘거짓말’이라는 의미의 손짓을.

“아아아아아아!!!!”


“그건 그렇고 왕녀님.”

“뭐얏!!”

리첸드로의 머리를 마구 쥐어뜯는 아헬리아에게 이벨이 질문을 던졌다.

“메린톤으로 가실 때 호위 기사들한테 말하고 가셨나요? 제다곤이 8일 동안 잠도 안자고 왕녀님을 찾아다니다가 오늘 쓰러져버렸다고 들었는데요.”

“......아!”

그제야 아헬리아는 자신이 메린톤에 갔을 때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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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4장 < 사인회 > (3) 15.08.08 308 5 15쪽
35 4장 < 사인회 > (2) 15.08.05 302 5 9쪽
34 4장 < 사인회 > (1) 15.08.02 376 3 9쪽
33 3.5장 < 필생즉사 必生卽死 > 15.08.01 239 4 14쪽
32 3장 < 영웅들 > (10) 15.07.29 197 5 8쪽
31 3장 < 영웅들 > (9) 15.07.26 228 3 6쪽
» 3장 < 영웅들 > (8) 15.07.25 233 3 10쪽
29 3장 < 영웅들 > (7) 15.07.22 197 3 6쪽
28 3장 < 영웅들 > (6) 15.07.19 199 4 12쪽
27 3장 < 영웅들 > (5) 15.07.18 232 3 8쪽
26 3장 < 영웅들 > (4) 15.07.16 167 3 7쪽
25 3장 < 영웅들 > (3) 15.07.12 209 4 13쪽
24 3장 < 영웅들 > (2) 15.07.11 194 5 6쪽
23 3장 < 영웅들 > (1) 15.07.08 199 4 5쪽
22 # 1, 2장까지의 진실 ( 작가의 말 포함 ) 15.07.08 234 3 2쪽
21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10) 15.07.07 303 5 9쪽
20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9) 15.07.05 238 3 6쪽
19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8) 15.07.03 258 4 7쪽
18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7) 15.07.01 257 5 13쪽
17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6) 15.06.28 3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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