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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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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49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7.19 14:43
조회
198
추천
4
글자
12쪽

3장 < 영웅들 > (6)

DUMMY

메린톤 왕국으로 귀환한 이후로 3일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왕성은 3일 내내 소란스러웠다. 가베란드 센 메린톤은 매일같이 귀족들과 회의를 하고 보고를 처리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다녔다. 아헬리아가 찾아가도 거절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바쁜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반면에 아헬리아는 아버님과 대화할 때만을 기다리며 ‘차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마법사가 하나의 주제로 몇십년씩 연구하는 것을 생각하면 3일은 새 발의 피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헬리아는 차원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심오하고 광대한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찰랑이는 물결만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는 느낌이었다.

3일 간 차원의 정의를 확실히 정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이론을 찾고 마법을 사용하고, 수정하고 다시 마법을 사용하기를 반복했다. 리첸드로의 말에 따르면 차원이라 함은 공간의 확장된 개념임이 틀림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저들 나름의 구조가 있다. 아헬리아가 공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그 ‘공간의 구조’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연구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차원을 응용한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최초의 ‘차원 마도사’의 등장일 것이다.

그런 미래를 생각하니 아헬리아는 흥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대재앙이고 인류의 멸망이고 상관없이 차원을 마음껏 헤집어 파헤치고 살펴 규명해내고 싶었다. 궁금했다. 참을 수 없이 궁금했다. 연구 자료로 잔뜩 어질러진 바닥에 주저앉은 아헬리아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검지와 중지로 목 안쪽을 살살 긁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머지 손은 펜을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바로 그 때였다. 갑자기 정수리를 내리치는 충격에 집중의 끈이 끊어져버리고 말았다.

동시에 있는 대로 열이 오른 아헬리아가 뒤로 홱 돌아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손에 마법 술식이 맺히는 순간에 수십 개의 검이 아헬리아를 향해 겨눠졌다.

“오라버니가 말하지 않았느냐. 집중은 하되, 사정없이 목을 긁는 그 버릇은 좀 고치라고. 예쁜 목에 흉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아... 오라버님.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요.”

“그래, 아버님의 귀환 명령도 있었고 네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어떻게 돌아오지 않고 배기겠느냐? 이번에는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구나.”

세아르토 센 메린톤이 한 쪽 무릎을 꿇어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고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헬리아의 손에서 술식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 세아르토의 기사들은 검을 거두었다. 세아르토는 기사들을 방 밖으로 내보낸 후에 주위를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내가 잠시 타국에 사자로 가있는 사이에 네가 가샤 왕국으로 갔으니 이렇게 보는 것은 거의 두 달 만이로구나. 그런데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기도 하면서 걱정이 되는구나. 대체 이 철부지를 누가 데려갈지 모르겠구나.”

“그,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요!”

“상관 있는게 당연하지 않느냐. 이번에 샨테에 갔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 루에트의 혼인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갔던 거란다. 아주 성대하게 식을 올리더구나. 식을 올리는 내내 훤칠한 청년 옆에서 환하게 웃는 루에트의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를게다. 그 모습을 보면서 히아도 언젠가는 저렇게 누군가와 혼인을 올려야 할텐데...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단다.”

“루, 루에트가...”

아헬리아는 또 한 명의 친구가 혼례를 올렸다는 세아르토의 말에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사실 18세면 이미 혼담이 오고 가는 것이 사교장의 관례였다. 문제는 아헬리아가 마법 연구에 홀딱 빠지는 바람에 사교 모임에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일 파티에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세아르토는 천천히 일어나서 아헬리아가 어질러놓은 종이를 하나하나 줍기 시작했다.

“일단 내 귀여운 동생이 홀로 늙어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뒤로 미뤄두고.”

“미뤄두지 말아주세요!”

“하하핫! 그러기를 원한다면 일단 네가 협조를 해줘야 할 것 아니겠느냐.”

“우윽...!”

“아무튼 성으로 복귀하자마자 아버님께 네가 가져온 예언을 들었다. 참 성가신 일이 되었어. 이제야 겨우 세상이 안정 궤도에 들어서고 있었는데. 어...? 이건 뭐니?”

그의 시선은 손가락 한 마디 두께의 두터운 종이 뭉치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헬리아가 대재앙을 막을 방법을 정리해놓은 것이었다. 마침 그 계획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려고 했던 참이라 그녀는 세아르토에게 다가가 하나씩 상세히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설명을 듣다 말고 세아르토는 그녀의 말을 중단시키고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 이 계획들은 전부 기각이다.”

“어째서죠! 아직 계획을 다 듣지도 않으셨잖아요? 좀 더 들어보시면...!”

하지만 세아르토는 완고했다.

“다 듣지 않아도 알 것 같구나. 미리 억지로라도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제왕학을 가르쳤어야 했는데...”

“이유를 가르쳐 주세요! 왜 제 계획은 안 되는 건가요?”

어느 나라의 얄미운 국왕님과는 달리 세아르토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너는 똑똑한 아이이니 이해하리라 믿는다. 우선 흑운의 재앙이 끝나고 8년이 지났단다. 그 8년 사이에 지도자, 즉 왕을 위한 학문인 제왕학이 세 번에 걸쳐 개편되었단다. 수십, 수백 년에 걸쳐 완성된 학문이 겨우 8년 새에 세 번이나 내용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바뀌고 있다. 그 이유를 알겠느냐?”

“현 시대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어서가 아닌가요.”

“맞다. 흑운의 재앙을 끝낸 후의 현재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바뀌었다. 그 말은 즉 흑운의 재앙을 전후로 시대를 구분할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뜻이란다. 또한 아직까지 바뀐 시대를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단다. 지금은 혼란의 시대다. 이미 흑운의 재앙 이전에 있었던 법률, 사회구조, 조직 등은 적용할 수 없게 되었단다. 그래서 8년 동안 모든 국가는 밑바탕부터 새로이 시대에 맞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게... 제 계획과 무슨 관련이 있나요?”

“아헬리아.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거라. 자, 내가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대답해보려무나. 첫 번째 문제다. 흑운의 재앙으로 메린톤 왕국에서는 몇 명 중에 몇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까?”

“...모르겠어요.”

애초에 그 쪽으로는 관심이 없었다.

“두 번째 문제다. 흑운의 재앙으로 어디에 위치한 어느 왕국이 얼마나 멸망했느냐?”

“......모르겠어요.”

“세 번째 문제다. 지금 메린톤 왕국의 국고에는 얼마가 저장되어 있을까? 식량고는 몇 년 치가 저장되어 있을까? 흑운의 재앙으로 손실된 건물, 구조물은 무엇이 있고 얼마나 복구하였느냐?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귀족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가가야 할까?”

“............”

아헬리아는 끝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녀 자신의 입으로 말했듯 그녀는 마법 연구 외에는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바로 이것이 너와 계획의 문제란다. 아버님을 비롯한 모든 국가의 왕과 직속 귀족들은 아직도 전쟁을 치루고 있다. 매일 매일이 끝나지 않는 업무의 연속이지. 몇 가지 예를 들도록 하마. 지금 식량고에는 겨우 8만 명을 먹이기 위한 1년 치 식량 밖에 저장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우리는 썩지 않은 땅이 많이 남아있어서 가능한 양이다. 아직 국민들은 하루에 두 끼씩 아주 적은 양을 먹으면서 살고 있다. 타국의 상황은 더욱 심하다. 거의 먹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았잖아요?”

“‘네’가 부족하지 않았던 것이다. 샨테에서 ‘성대한 혼례’를 올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포도주와 겨우 손에 꼽을 정도의 종류의 빵이 전부였다. 그것도 기쁜 날이었기에 조금 무리를 한 것이겠지. 국민들에게는 빵을 한 덩이씩 밖에 주지 못했다고 하더구나.”

아헬리아는 급류처럼 쏟아지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마법의 난제에 부딪혔을 때조차 지금보다 덜 했다. 대체 지금 오라버니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흑운의 재앙이 인류에게 남긴 여파는 도저히 묵과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단다. 생존을 위협할 정도였지. 가샤가... 그나마 가장 보존이 많이 되어 있겠지. 그곳에는 대예언가와 영웅 이벨 카샤르가 거점으로 있었던 국가였으니까. 아헬리아... 넌 아직 이런 정책을 세우기에는 어리단다.”

결국, 그의 입에서 나왔던 말이 오라버님의 입에서도 나오고야 말았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

‘더 이상은...’

“이 계획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란다. 이미 국가 간에 최대한으로 협력하여 현재의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단다. 아마 가샤에서도 이미 누군가에게 계획을 부정당했겠지. 그리고 이번에는 메린톤의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이었고. 예상컨대 아버님이겠구나. 이 계획을 아버님께 가져가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아버님은 지금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힘에 벅찬 상황이니까.”

‘제발... 더 이상은...’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겨우겨우 고개를 들어서 오라버님의 얼굴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자꾸만 눈앞이 흐려져서 그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세상의 모든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심장에 습기가 찬 것처럼 숨쉬기가 답답했다.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다들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상황을 조금도 모르고 있던 자신을 알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마아아!!!”

그녀가 고함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정확히 그녀만을 둘러싼 공간의 벽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한순간 희뿌연 벽이 주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순간’이었다. 세아르토의 기사들조차 그 속도에 반응하지 못하고 검을 반쯤 뽑을 때에는 이미 그 벽에 삼켜져버렸다.

벽에 삼켜지는 순간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에는 이미 아헬리아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기사들을 위한 연무장으로 이동해있었다.

“이, 이게 무슨...?”

오직 세아르토 만이 일말의 동요도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뭘 이 정도로 놀라고 그러느냐? 괜히 ‘공간 마도사’의 칭호를 받은 것이 아니다. 실상 현존하는 최강의 마도사라고 평가받는 아이다. 어디 한적한 무인도로 이동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자꾸나.”

그의 말을 들은 기사들은 마른 침을 삼키고 반쯤 빼놓은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세아르토는 기사들을 이끌고 다시 왕의 회의실로 향했다. 이제 곧 새로운 회의가 시작될 것이다. 어차피 지금 다시 가봐야 아헬리아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리 만무했다. 이제... 그녀에게는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자, 가자꾸나. 아직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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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5장 < 필생즉사 必生卽死 > 15.08.01 23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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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장 < 영웅들 > (9) 15.07.26 228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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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 영웅들 > (6) 15.07.19 19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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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장 < 영웅들 > (4) 15.07.16 166 3 7쪽
25 3장 < 영웅들 > (3) 15.07.12 208 4 13쪽
24 3장 < 영웅들 > (2) 15.07.11 193 5 6쪽
23 3장 < 영웅들 > (1) 15.07.08 198 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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