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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43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7.05 04:07
조회
237
추천
3
글자
6쪽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9)

DUMMY

실레이와 아만이 상당히 끈질기게 달라붙는 바람에 사인회장에서 만나자고 덜컥 약속해버렸다. 그리고는 게임을 종료하자마자 후회했다. 흐름에 금세 휩쓸려 버리는 이 성격을 어떻게 좀 고쳐야 하는데...

아무튼 약속은 약속이고 이건 이거다! 난 책상의 휴대폰을 들고 곧장 예슬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대체 팬 사인회 이름을 그런 식으로 지으신 거에요!」

답장은 금방 왔다.

「어머? 사실이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하면 어떡해요!」

「치이, 제가 그렇게 지은거 아니거든요?」

「그럼 사장님이 그렇게 지었나요?」

「아뇨.」

그리고 이어지는 한 마디에 광속으로 움직이던 손가락이 멈췄다.

「희아 양이요.」

그래서 나는 조용히 채팅창을 끄고 현관에 나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인 후에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그렇게 두 번을 더 반복하고 나서 생각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뒹굴뒹굴 거리다가 원고 검토하다가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보니 어느새 현재 시간, 오후 5시 36분. 슬슬 희아를 마중 하러 출발해야 했기에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을 열었다. 밖에는 비가 성난 듯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먹구름이 오밀조밀한 모양이 한동안 퍼부을 요량인 것 같아서 우산을 두 개 챙겨 나왔다. 희아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집에서 15분 거리 밖에 되지 않아서 여유롭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다보니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정문에 도착했지만 정작 학교에서 나오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산을 챙겨오지 않은 학생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일기예보에서는 분명 ‘오전에는 흐리지만 오후에는 화창한 날이 계속 되겠습니다’라고 했었으니까. 정문에서부터 학교 건물 안에서 노트북 가방으로 품에 꼭 안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희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놀라운 장면을 포착했다.

한 남학생이 우산을 들고 희아에게 접근한 것이다. 그리고는 누가 보더라도 잔뜩 긴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경직된 채로 희아에게 우산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남학생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고 몇몇 남학생들이 자신의 우산을 힐끔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 상황을 보며 나는 잠시 우쭐해졌다. 희아의 친구들이 언젠가 내게 희아는 학교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많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성적, 외모, 성격까지 모든 것이 특출하다. 인기가 없는 것이 되려 이상하다. 그런데도 아직 남자친구 하나 사귀질 않는 ‘철벽녀’여서 남학생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깔깔 웃었었다. 동생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을 줄 예상이야 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그 상황을 목격하고 나니 입고리가 절로 씰룩였다. 잘난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이럴까.

난 희아가 그 남학생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새콤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버지의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물러나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뒤로 돌아 몇 걸음 걷자마자 갑자기 무언가가 등을 확 떠밀었다. 아니, 밀었다기보다는 몸으로 있는 힘껏 부딪힌 느낌이었다.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것을 간신히 버티고 나와 부딪힌 사람이 누군가를 확인했다.

희아였다.

희아는 폭우 속에서 양손을 허리에 척 얹은 채로 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머리에서부터 뺨을 타고 물줄기가 기세 좋게 흘러내렸고 매서운 빗줄기 탓에 교복은 완전히 쫄딱 젖어버렸다. 그럼에도 희아는 비를 피하려고 하지도 않고 지하여장군처럼 꼿꼿하게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희아를 보고...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서 한동안 멍하니 희아와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현 듯 현 상황을 깨닫고 허겁지겁 우산을 씌워주었다.

“왔으면 끝까지 와야 될 것 아냐!!”

난 순간 희아의 패기에 눌려 허우적거리다가 재빨리 핸드폰 메모장으로 대답했다.

「아... 뭔가 좋은 분위기여서?」

“그런거 아니었거든! 나 사실 아까 정문에서부터 오빠가 오는거 전부 보고 있었어.”

「그랬구나. 난 눈치 못챈줄 알았는데.」

“오빠!”

희아의 티 없이 맑은 눈동자가 나를 꿰뚫었다. 그런데 조금 화나있다. 토라져있는 표정이다. 아아... 이거 풀어주려면 상당히 힘들겠는걸. 내 고민을 알고나 있는지 희아는 홱 뒤를 돌아서 자신에게 우산을 내민 남학생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나 오빠가 우산 가져와줬으니까! 내일 보자!”

그리고는 그 남학생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내 왼쪽 팔에 팔짱을 꼈다. 옷이 젖어있는 탓에 내 옷도 덩달아 젖어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희아는 자신이 젖은 것조차 신경 쓰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나를 이끌었다.

“자! 빨리 가서 샤워하고 밥 먹고 드라마 보거나 게임하자!”

하하... 참고로 10년 이상 오빠로 지낸 내가 방금 희아의 말을 해석해보자면, ‘오늘 자기 전까지 저녁밥을 맛있게 해주고 드라마도 보면서 게임도 같이 해주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삐치겠다’이다.

후...

별 수 있나.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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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4장 < 사인회 > (3) 15.08.08 306 5 15쪽
35 4장 < 사인회 > (2) 15.08.05 302 5 9쪽
34 4장 < 사인회 > (1) 15.08.02 375 3 9쪽
33 3.5장 < 필생즉사 必生卽死 > 15.08.01 238 4 14쪽
32 3장 < 영웅들 > (10) 15.07.29 196 5 8쪽
31 3장 < 영웅들 > (9) 15.07.26 228 3 6쪽
30 3장 < 영웅들 > (8) 15.07.25 232 3 10쪽
29 3장 < 영웅들 > (7) 15.07.22 196 3 6쪽
28 3장 < 영웅들 > (6) 15.07.19 198 4 12쪽
27 3장 < 영웅들 > (5) 15.07.18 231 3 8쪽
26 3장 < 영웅들 > (4) 15.07.16 166 3 7쪽
25 3장 < 영웅들 > (3) 15.07.12 208 4 13쪽
24 3장 < 영웅들 > (2) 15.07.11 193 5 6쪽
23 3장 < 영웅들 > (1) 15.07.08 198 4 5쪽
22 # 1, 2장까지의 진실 ( 작가의 말 포함 ) 15.07.08 234 3 2쪽
21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10) 15.07.07 302 5 9쪽
»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9) 15.07.05 238 3 6쪽
19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8) 15.07.03 257 4 7쪽
18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7) 15.07.01 256 5 13쪽
17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6) 15.06.28 3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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