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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67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7.07 06:06
조회
302
추천
5
글자
9쪽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10)

DUMMY

“언니, 이 셔츠는 어때요?”

“으음... 너무 화려하지 않니? 그래도 사인회인데 이 정도로 차분한 옷이 좋을 것 같은데.”

“역시 언니는 안목이 높다니까요! 그럼 그 셔츠에는 이 쟈켓은 어때요?”

“호오~ 그러는 희아도 수준이 상당한걸?”

“후후후후!”

“호호호호!”

백화점 남성복 매장에서 소리 높여 웃는 두 여인의 모습을 보며 불안에 몸을 떠는 남자가 있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그 주인공은 나였다.

“사인회에 가는데 너절한 옷으로 갈 수는 없어!”라고 희아가 의견을 꺼냈고 마침 내 옷장을 뒤져본 예슬 씨가 그 의견에 동참했다. 그래서 나는 낮잠을 자기에 딱 좋은 날씨에 두 여인에게 억지로 백화점에 끌려와 살아있는 마네킹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백화점에 온지 아직 1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모든 매장을 한 바퀴 돌았고 그 중 한 곳을 골라 6번째 옷을 갈아입은 차였다.

「그냥 적당히 고르면 안 되는거야?」

“당연히!”

“안되죠!”

평소에도 사이가 좋은 두 사람이지만 이렇게까지 호흡이 잘 맞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기뻐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작은 슬픔에 잠겨있는 사이에 희아가 양손에 쟈켓을 하나씩 들고 내 앞으로 총총 뛰어왔다. 그 옷을 내게 보여주며 물어왔다.

“오빠, 오빠. 어떤 옷이 더 마음에 들어?”

난 현기증이 나려는 것을 참아내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우웅... 의견을 듣고 싶었는데.”

그렇게 작게 웅얼거린 희아는 이내 극상의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두 개 다 입어봐!”

희아야, 나도 네가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 기쁘기야 하지만... 오빠는 이미 한계란다.

더 이상 둘에게 휘둘렸다가는 제 명에 못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도망쳤다.

“어, 어어! 오빠! 거기 서!”

“거기서세요!”

안 서! 안 설거야! 절대로 안 설거야! 당신들 나를 말려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거지? 그런거지? 내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줄 알고? 난 자유를 찾겠어!!

쇼생크 탈출이 부럽지 않은 일생일대의 화려한 탈주를 시도했다. 내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두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나를 잡을 수는 없었고 결국 둘을 완전히 떼어놓는데 성공했다. 내가 지금이야 5살 꼬마한테도 따라잡히는 약골이지만 예전에는 나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고. 후후.

그렇다고는 해도 오랜만에 전력질주를 해서 그런지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더위를 식힐만한 곳을 찾다가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카페라떼를 하나 주문하고 의자에 앉았다.

후... 희아랑 예슬 씨한테는 미안하지만 옷 같은 것은 그냥 깔끔하게만 입으면 되는거라고.

얼음이 가득 들어간 카페라떼를 마시며 여유롭게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도 보였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장난감 매장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고, 친구들끼리 모여 옷을 구경하는 여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렇게 가만히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저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말을 할까 등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가만히 보고 있자면 여기에 있는 모두가 내 소설의 등장인물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것도 직업병이라고 하면 그럴 수 있겠다.

빨대를 입에 물고 즐겁게 망상 소설을 쓰고 있던 중에 내 맞은편에서 의자가 드르륵 끌리는 소리를 들었다.

혹시 희아가 내가 있는 곳을 찾아낸걸까? 라는 생각에 몸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잔뜩 경직된 채로 눈만 살짝 옆으로 돌려서 내 맞은편에 자연스럽게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후후...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정말 몰랐네.”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줄로만 알았다. 이국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이색적인 푸른 빛 머리카락이었다. 그 물결 사이에 새하얀 유성이 비친 듯 유려한 빛이 흘렀다. 머리카락을 따라 눈동자도 푸른색이었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날의 하늘의 색과 닮았다. 양팔을 탁자에 올려놓고 턱을 괸 채 하늘을 담은 눈으로 나를 마주보며 싱긋 미소를 짓는 여자가 앉아있었다.

“오랜만이야, 성현.”

「아... 네. 오랜만이네요.」

이건 좋지 않은 징조다. 지금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곧 내가 ‘잠들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약간의 기면증 증세가 있었다. 신체가 편안한 상태에 있으면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뇌가 수면 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그래서 걷는 것처럼 움직이는 도중에 갑자기 쓰러지는 일은 없지만, 편안하게 앉아 있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에 드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처럼 계속 의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갑자기 잠에 빠진 일도 잦았다. 참고로 기면증이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잠에 빠지는 병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친 사람의 헛소리 같겠지만 그녀는 내가 꿈속에서 만들어낸 환상의 존재다. 꼭 내가 기면증 때문에 잠에 들었을 때만 등장하는 여인이다. 최근에는 소설도 써야했고 U-real도 하느라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들어 버렸으니까 그녀와 만나는 것은 꽤나 오랜만인 셈이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 졸업을 앞두었을 때였다. 그 때가 희아가 중학교 2학년이었으니까 아마 내가 한창 ‘신의 습작’을 집필하고 있었던 때였을 것이다. 소설을 쓰다가 문득 창밖으로 하늘을 봤는데 구름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나머지 아주 오랫동안 그 풍경을 감상하다가 잠들었는데 꿈에서 그녀가 나타났다. 처음 만났을 때는 갑자기 내 침대 위에 앉아있어서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특별히 해롭거나 유익하지는 않다. 그냥 친구와 이야기하듯이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나 하다가 내가 잠에서 깰 즈음에 그녀가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정도의 관계였다.

「내가 또 잠들어버렸나 보네요.」

“응, 맞아. 여기는... 어디지? 사람이 꽤 많은걸? 시장 같은 곳인가?”

「백화점이에요.」

“백화점이 뭔데?”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다.

내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환상이 틀림없는데 그녀는 기본 상식이 많이 부족하다. 컴퓨터, 핸드폰, TV, 전자레인지 등의 전자 기기는 문외한이고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 같은 휴양 시설도 모른다. 저번에는 아파트가 뭔지도 물어봤었지. 도대체 왜 내 뇌는 이런 여자를 멋대로 만들어낸건지...

「상품을 모아놓은 곳이에요. 옷이나 식료품, 장난감, 가전제품 등등 갖가지 물건을 모아놓고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사가는 곳이죠.」

“시장 같은 곳이구나!”

「뭐 그런 셈이에요.」

“그래서 너는 뭘 사려고 왔는데?”

난 작게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항상 묻는거지만 제 꿈이니까 당연히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알고 있어야지 않나요?」

그녀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항상 말하는거지만 난 네 꿈속의 인물이 아니라니까.”

비록 내가 소설가이기는 하지만 초능력이나 마법 같은 것을 믿지는 않는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면 내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정해진 수순임이 분명한데도 그녀는 매번 이렇게 발뺌을 한다. 후...

「옷을 사러 왔어요. 내일 제 사인회가 있거든요.」

“사인회?”

또 다시 사인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성심성의껏 설명해준 후에야 그녀가 이해했다는 표시로 손뼉을 쳤다.

“그러니까 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잔뜩 찾아오는 날이라는 말이지?”

「그렇죠.」

“이야~ 정말 부러운걸. 자기가 만든 무언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 그럼!”

부러울 것도 없이 당신은 제 꿈입니다만. 부러워할게 아니라 행복해해야지.

“그런 그렇고.”

갑자기 그녀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그런 진지한 모습은 처음 보았기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고 말았다. 그녀는 양손을 깍지 낀 채로 한참동안 뜸을 들였다. 갑자기 주위가 정적에 휩싸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카페라떼 컵 표면의 물방울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입을 여러 번 열었다가 다시 닫기를 반복하다가 겨우겨우 말을 꺼냈다.

“혹시... 자신을 ‘헤메이는 자’라고 하는 남자가 찾아오지는 않았어?”

이때는 정말 몰랐다.

그녀가 정말로 그 남자의 등장을 염려했다는 것도.

그 남자가 얼마나 위험한 자였는지도.

그리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린 자였다는 사실도.

아무 것도 몰랐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최근 선호작이 빠져나가서 슬픈 글쟁이임다 ㅠ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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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4장 < 사인회 > (3) 15.08.08 308 5 15쪽
35 4장 < 사인회 > (2) 15.08.05 302 5 9쪽
34 4장 < 사인회 > (1) 15.08.02 376 3 9쪽
33 3.5장 < 필생즉사 必生卽死 > 15.08.01 239 4 14쪽
32 3장 < 영웅들 > (10) 15.07.29 197 5 8쪽
31 3장 < 영웅들 > (9) 15.07.26 228 3 6쪽
30 3장 < 영웅들 > (8) 15.07.25 232 3 10쪽
29 3장 < 영웅들 > (7) 15.07.22 197 3 6쪽
28 3장 < 영웅들 > (6) 15.07.19 199 4 12쪽
27 3장 < 영웅들 > (5) 15.07.18 231 3 8쪽
26 3장 < 영웅들 > (4) 15.07.16 167 3 7쪽
25 3장 < 영웅들 > (3) 15.07.12 209 4 13쪽
24 3장 < 영웅들 > (2) 15.07.11 194 5 6쪽
23 3장 < 영웅들 > (1) 15.07.08 199 4 5쪽
22 # 1, 2장까지의 진실 ( 작가의 말 포함 ) 15.07.08 234 3 2쪽
»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10) 15.07.07 303 5 9쪽
20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9) 15.07.05 238 3 6쪽
19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8) 15.07.03 257 4 7쪽
18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7) 15.07.01 257 5 13쪽
17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6) 15.06.28 3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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