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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61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7.01 05:13
조회
256
추천
5
글자
13쪽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7)

DUMMY

게임을 종료하고 헤드기어를 벗었다. 게임 시간과 현실 시간이 약 2배 차이난다고 했으니 음... 3시간쯤 게임을 했구나. 결국 팀원들과 샤바이 성까지 무난하게 클리어하고 나서 접속을 끊었다. 린데를 내 공간에서 보호하니 전투가 전보다 확실히 펀해졌다고 한다. 아마 전투력이 전무한 린데를 지키며 싸우기 꽤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시계는 오후 10시 1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내가 잘 시간은 아니다. 난 거실로 가서 슬쩍 희아가 자는지 확인해보았다. 희아는 자기 방에서 분홍색 잠옷을 입은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난 피식 웃고 조용히 집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 개피 꺼내 물었다. 희아가 담배 냄새라면 질색을 하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끊으라고 잔소리를 퍼붓기 때문에 늦은 밤이나 나와서 하루에 하나씩 피우곤 한다. 품에서 지포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찡... 탁!

라이터가 닫히는 금속음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이 라이터는 할아버지의 유품으로 내게는 아주 소중한 물건이었다. 뭐... 감사히 잘 사용하고 있다.

스으으... 후우~

천천히 한 모금을 들이마시고 뱉는다. 연기가 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진득하게 목구멍에 들어붙었다. 그것을 상상해보니 역겨웠지만 흡연자만이 알 수 있는 이 작은 행복감에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 담배를 끝까지 마저 피우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U-real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1시간 정도 알아보고 난 후에 자려고 누웠지만 또 다시 그분이 강림하시는 바람에 그대로 책상에 앉아 밤을 꼴딱 새버리고 말았다.

아침 6시가 되어서야 그분은 떠나가셨고 글을 써내리느라 탈진해버린 나는 흡연 욕구에 시달렸지만 곧 희아가 일어날 시간이어서 꾹 참기로 했다. 거실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감은 사이 희아가 눈을 부비며 방에서 나왔다.

“어, 오빠... 좋은 아침~”

「잘잤어?」

“으응... 오빤 또 밤 샜다보네. 유명작가님은 힘들겠어. 하아암...”

희아는 화장실로 들어가 씻었고 나는 희아가 나올 때까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당연히 희아가 하는 것보다 맛은 별로였지만 가끔씩 이렇게 대신 식사 준비를 한다. 희아는 샤워를 끝내고 한결 개운해진 얼굴로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즐겁게 식사를 한 후에 소파에 앉아 학교에 갈 준비를 마친 희아와 잡담을 나눴다.

“게임은 해봤어? 어때?”

「재미있던데?」

난 실레이의 팀에 들어가 샤바이 성까지 클리어했다고 말해주었다. 희아는 내 능력이 왜 문전박대인지 궁금해 했지만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래서 화제를 돌려서 희아가 어떤 능력이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희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해주었다.

“언령言令. 이름 그대로 말로 뭔가를 하는 능력이었어. 설명에는 말만하면 뭐든 만들 수 있고 뭐든 실현시킬 수 있다는데 내가 해본거라고는 단검 하나 만들기 정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 무작정 말한다고 발동되는 것도 아니었고.”

「꽤 좋은 능력이네.」

“그렇지도 않아.”

희아의 말을 듣다가 문득 그녀는 테스트에서 어떤 기억을 떠올렸는지 궁금해졌다.

「능력을 사용할 때 흰색이었어? 아니면 검은색?」

“흰색이었는데?”

다행이다. 그러면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겠다.

「그럼 능력 테스트할 때 어떤 기억이 나왔었어?」

내 말에 그녀는 불의의 습격을 받은 것 마냥 당황했다. 하지만 그 동요를 감출 생각이었는지 재빨리 무방비한 표정을 지웠다. 하지만 내 눈을 속이려 하다니 천년은 이르다. 애초에 희아는 거짓말을 하는 데에 먼지 한 톨만큼의 요령도 없다.

“그, 그건 왜?”

「궁금해서 그렇지. 궁금하다 궁금해.」

“안 말해줄거야!”

「정말? 정말 궁금하단 말이야. 이렇게 부탁해도 안 가르쳐줄거야?」

“으으... 역시 안돼!”

내가 고개를 숙인 것을 보고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대답은 역시 부정적이었다. 그렇다면 대답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수밖에! 희아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양손을 희아의 옆구리로 뻗었다. 그리고 열 손가락을 전부 움직여 옆구리를 간질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프하, 아하핫! 그, 그만해! 아하하하!”

이 놈! 내가 너의 약점도 파악하지 못할 것 같으냐! 빨리 실토하도록 하여라!

하지만 저항은 거셌다. 눈가에 눈물이 고일 때까지 간지럼을 태웠음에도 절대로 대답하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희아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붉어졌다. 숨이 가빠질 때까지 간질였는데도 아무런 성과도 없어 힘을 조금 느슨히 하자 희아가 내 손에서 벗어났다.

“하, 하으... 나! 학교 갔다올게!”

그리고는 잽싸게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 가방을 챙겨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이 마치 공포 영화 속에서 괴물과 마주친 여주인공을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뜨끔했다. 내가 너무 심했나...? 아무튼 희아가 학교에 갔으니 담배나 한 대 피워야겠다는 생각으로 현관에서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고 있을 때 한 여자가 불쑥 내 앞에 나타났다.

“성현씨! 잘 지내셨어요?”

깜짝 놀라 누군가 봤더니 내 담당편집자였다.

「잘 지냈죠. 그런데 예슬 씨는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대문이 잠겨 있었을텐데.」

“희아가 대문을 열어놓고 갔거든요.”

그녀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질끈 묶고 무릎까지 오는 검정 치마에 흰 와이셔츠를 입고 단색으로 된 곤색 자켓을 걸치고 있었다. 전형적인 오피스 여직원의 스타일이었으나 원체 바탕이 좋다보니 다소 진부한 느낌의 옷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보이게 만들었다. 짧게 소개하자면 이름은 하예슬이고, 내 담당 편집자이시다. 확연히 눈에 띄는 미인분이시라 대체 출판사에서 왜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을 내 담당 편집자로 해주셨는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서서 내가 담배를 다 피울 때까지 기다렸다. 듣자하니 담배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더란다.

“그나저나 방금 희아가 엄청난 기세로 집에서 뛰쳐나오던데... 무슨 일 있어요?”

「아뇨, 별 일 없었는걸요.」

“정말이에요?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는데요.”

...역시 내가 좀 심했나보다. 희아가 돌아오면 꼭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예슬 씨가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기 위해 팔이 빠질 정도로 펜을 움직여야 했다. 오해는 집에 들어와 커피를 대접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겨우 의심을 접은 예슬 씨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휴우... 전 또 성현 씨가 드디어 희아한테 몹쓸 짓을 하셨구나 싶어서요.”

「몹쓸 짓이라뇨!」

그녀는 다시 커피를 마시고 잠시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은 친남매도 아니잖아요? 거기다 희아는 이미 꽤 유명한 여고생에 성현 씨는 팔팔한 성인 남성. 같은 집에 있던 희아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집 밖으로 부리나케 뛰어나왔다! 어때요? 성현 씨가 봐도 의심할만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요?”

누구보다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의심받을만한 행동을 해서 죄송합니다!」

같은 말을 쓴 메모지를 다섯 개나 적어서 싱글싱글 웃는 그녀의 눈앞에 힘차게 들이밀었다. 그 후에 쓰러지듯 앉아서 손을 이마에 얹었다. 이 사람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청순한 얼굴로 우리 집에 방문할 때마다 나와 희아를 이런 식으로 놀려 먹었다. 희아도 이미 알건 다 아는 나이라 그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자리를 피하곤 했다.

「오늘은 왜 오신거에요? 3일 전에도 왔다가 가셨잖아요.」

“어머, 편집자가 담당 작가님을 찾아오는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너무 자주 찾아온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녀는 쿡쿡 웃음을 흘리고 손가방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소식을 전해드려야 해서요.”

난 그녀가 준 종이를 받아 읽어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로 이걸 하라고요?」

“네~”

다시 한 번 종이의 내용을 살펴보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내용은 다름 아닌 ‘팬 사인회’였다. 내 팬클럽 회원수 100만명 돌파를 축하하는 기념으로 출판사 측에서 팬 사인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팬 사인회라니... 팬클럽이 있다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회원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말은 믿기가 힘들었다. 100만명이라니!

난 마음을 가라앉히고 또박또박 글을 써서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거짓말이죠?」

“진짠데요?”

「왜 갑자기 팬 사인회에요?」

“팬클럽 회원수가 100만명을 돌파했으니까요.”

「안 믿기는데요.」

“확인시켜드릴까요?”

그녀가 즉석에서 악세사리 휴대폰을 이용해 보여줄 기세라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세를 몰아서 예슬 씨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성현 씨는 너무 팬들을 방치하고 있다니까요. 다른 작가님들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팬 관리를 하는 줄 아세요? 성현 씨의 책이 좋아서 팬클럽에 가입한 사람이 무려 100만명인데, 100만명이 하나같이 작가님 얼굴을 모른다는게 말이 되냐고요! 책에도 사진을 안 붙이지, 인터뷰에서도 카메라는 금지로 해달라고 하지, 개인 신상 정보는 철저히 불문에 부치지!!”

그리고는 마치 최종 범인을 지목하는 탐정 마냥 손가락으로 날 가리켰다.

“한 마디로! 지금 성현 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팬 서비스! 얼굴 파는 일이라고요!”

...완전히 기세에서 밀려버렸다.

「할께요.」

내 메모지를 받아든 그녀는 그제야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말을 기다렸어요.”

예슬 씨는 그 후로 커피를 두 잔이나 더 마시며 사인회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하고, 차기작을 독촉하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날 즈음에 난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

「정말... 너무 가혹하신 것 아닌가요? 다른 담당 작가들한테도 이런 식으로 하면 미움 받을지도 몰라요?」

“어머? 안 그래도 오늘 성현 씨를 제외한 모든 작가님들하고 페어가 끊어졌는데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상처를 후벼 파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걸요?”

그렇게 말하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짓는 것이 아닌가! 아, 안돼! 이대로 여자를 울리는 불한당이 될 수는 없어! 그것도 이번까지 포함하면 두 번째란 말이다! 하지만 실상 내가 한 행동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각각 손에 펜과 종이를 들고 우왕좌왕하는 것이었다. 나란 남자가 참으로 한심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나를 보고 예슬 씨는 얼굴을 가린 손을 스윽 치우고 혀를 삐죽 내밀었다.

“히힛, 농담이에요.”

「네?」

“사실 오늘부터 진성현 작가님의 ‘전속 담당자’로 임명 받았답니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하고는 작별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조~금만 더 괴롭혀드릴게요?”

한쪽 눈을 찡긋 감고 웃는 예슬 씨는 상큼이라는 단어가 아쉬울 정도로 예뻤지만, 더 이상 독촉 받는 것만큼은 싫었기에 재빨리 현관까지 그녀를 배웅해주었다.

「조심히 가세요.」

“네, 성현 씨도 건강하셔서 빨리 원고 좀 써주시고요. 팬 사인회는 모레 오후 2시에 출판사 1층에서 할 예정이니까 늦지 않게 오셔야 되요. 아, 먼저 와서 준비하실 것은 전혀! 없으니까 그냥 제 시간에만 와주세요.”

대체 말주변이라곤 쥐뿔도 없는 내가 팬 사인회에서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내가 작게 한숨 쉬는 것을 보고 예슬 씨가 킥킥 웃더니 한걸음 성큼 다가와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내 왼쪽 귀에 입술을 가까이했다. 달콤한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따스한 숨결이 귀에 닿자 난 전류에 감전된 듯 몸이 마비되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예슬 씨는 한숨과도 같은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걱정 마세요. 성현 씨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분이라고요.”

내 심장이 과열되어 폭파되기 일보 직전에 그녀가 어깨에서 손을 떼고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 예슬 씨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내게 손을 흔들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나갔다. 난 그녀의 숨이 머물러있는 귀를 만지작거리며 한동안 현관에 못 박힌 듯 서있었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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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4장 < 사인회 > (3) 15.08.08 308 5 15쪽
35 4장 < 사인회 > (2) 15.08.05 302 5 9쪽
34 4장 < 사인회 > (1) 15.08.02 376 3 9쪽
33 3.5장 < 필생즉사 必生卽死 > 15.08.01 239 4 14쪽
32 3장 < 영웅들 > (10) 15.07.29 197 5 8쪽
31 3장 < 영웅들 > (9) 15.07.26 228 3 6쪽
30 3장 < 영웅들 > (8) 15.07.25 232 3 10쪽
29 3장 < 영웅들 > (7) 15.07.22 197 3 6쪽
28 3장 < 영웅들 > (6) 15.07.19 199 4 12쪽
27 3장 < 영웅들 > (5) 15.07.18 231 3 8쪽
26 3장 < 영웅들 > (4) 15.07.16 167 3 7쪽
25 3장 < 영웅들 > (3) 15.07.12 209 4 13쪽
24 3장 < 영웅들 > (2) 15.07.11 193 5 6쪽
23 3장 < 영웅들 > (1) 15.07.08 198 4 5쪽
22 # 1, 2장까지의 진실 ( 작가의 말 포함 ) 15.07.08 234 3 2쪽
21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10) 15.07.07 302 5 9쪽
20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9) 15.07.05 238 3 6쪽
19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8) 15.07.03 257 4 7쪽
»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7) 15.07.01 257 5 13쪽
17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6) 15.06.28 3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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