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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24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9.06 13:09
조회
197
추천
2
글자
7쪽

7장 < 그리고 이야기는 가속된다 > (1)

DUMMY

무념무상無念無想.

옛 선인들은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지고의 경지를 무無의 경지에 닿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요즘도 온갖 책에서 사람은 가끔씩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바쁜 세상에 멍하니 있을 틈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라고 한다.

물론 바쁘게 사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멍하니 있는 시간을 권장하고 싶다. 특히 글, 그림, 작품 등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이렇게 가만히 마음을 비움으로써 평소에는 생각나지 않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미 과학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신 앤드루 와일즈 형님도 도움을 많이 받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좀 만 더 잘게.」

“휴일이라고 언제까지 자고 있을거얏!!!”

「숙면을 취하는 것이야 말로 무념무상의 극...」

메모를 빼앗기고 찢겼다.

희아는 내 이불을 거칠게 잡아당겨 빼앗고 허리에 양손을 올린 당당한 풍채로 섰다.

“어제는 또 몇 시에 잤길래 그러는 거야?”

쪽지에 커다랗게 6을 써서 보여주었다.

“또 게임했어!?”

「또라니... 글 쓰다가 잠들었어...」

“아무튼 일어나, 어서. 일요일이라고 이렇게 잠만 자면 정말 아저씨가 되어버린다고.”

또 시작이다. 일요일. 즉, 희아가 쉬는 날에는 희아도 푹 쉬고 나도 굳이 일어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늦잠을 즐기는 편이다. 평소에는 희아도 일요일에는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 편인데 최근 3주 동안 희아는 집요하게 아침 일찍부터 나를 깨운다. 평일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토일은 정말이지 득달같이 달려든다.

대체 몇 시인가 확인해봤더니 8시 12분이었다. 오후가 아니라 오전. 가혹하도다.

“얼른 일어나서 밥 먹어. 준비 다 해놨어.”

「응...」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말에 점을 세 개 더 찍는 것으로 불만을 표현할 뿐이다.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식탁 앞에 앉아 맛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아침밥을 우겨넣... 어라, 맛있네.

식사를 마친 후 희아가 그릇을 치우기도 전에 내게 “그래서 오늘은 어디로 갈까?”하고 꽃이 피어날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말하는 걸 잊었다. 토일에 희아는 나를 깨우는 것뿐 아니라 어디론가 놀러가자고 끊임없이 졸랐다. 수영장, 빙수축제, 맛집 일주, 쇼핑 등에 끌려 다니느라 1년치 운동량을 3주 만에 다 소진해버리고 말았다. 전국의 아버지들이여, 파이팅!

그나저나 오늘은 약속이 잡혀있어서 조금 힘들다. 어설프게 어울리는 것보다 미리 말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

「실은 오늘 게임에 접속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그 순간, 희아의 주변 공기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 어째숴!

“약속이라니... 그 여자?”

「어... 미진 씨를 말하는 거야? 응... 맞는데.」

“헤~ 그럼 나보다 그 여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네?”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그럼 오늘 나랑 같이 어울려줄 거야?”

「그래도 약속을 미리 잡아놔서...」

희아는 양손으로 식탁을 세게 치며 벌떡 일어났다. 깜짝 놀라 볼썽사납게 몸을 움찔거렸다.

“그럼 나도 같이 할거야.”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갑자기 하고 싶어졌을 뿐이야. 아니면 내가 같이 하면 안 돼?”

「대환영입니다.」

“그럼 됐어.”

그러고는 척척 그릇을 정리하고 혼자 설거지까지 끝내버렸다. 난 희아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주춤거리며 슬그머니 방으로 돌아왔다. U-real에 접속하기로 한 시간은 오후 1시이다. 원래는 그 전까지 자려고 했었는데 너무 일찍 일어나버렸다. 남는 사이 시간에 무엇을 할지 고민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지금까지 쓴 글을 정리하고 방을 정리하고 컴퓨터를 켜고 웹서핑을 하기로 했다.

사인회가 끝나고 지난 3주 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희아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 방학을 맞아 희아가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매일 집에서 나갔다가 오후에 돌아온다. 오후라고는 해도 6시 이전에는 무조건 들어오기에 FLY한 행동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평소에는 하지 않던 행동이기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지만 “비밀~”이라며 얼버무려 버린다. 누가 사춘기 여자애의 행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사전을 선물해주면 좋겠다. 아니면 홈쇼핑에서 팔던가.

또 다른 변화로는 미진 씨, 기준 씨에 대한 부분이 있다. 연락처를 교환한 후부터 사흘에 한 번 꼴로 나에게 연락을 한다. 일상적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게임에 대한 이야기까지. 쓰러지고 난 이후로 의사에게 정신적으로 가혹한 행위는 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기 때문에 게임은 금지당하고 있다. 희아 몰래 한 번 접속했다가 호되게 혼이 났기 때문에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이제 약속한 ‘3주 동안 게임하지 않기’가 끝났기 때문에 오늘 약속을 잡았지만.

그리고 예슬 씨도 이틀에 한 번씩은 반드시 집으로 찾아온다. 아무래도 사인회가 끝나고 난 뒤에 내가 쓰러진 사건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완강히 거절했다.

차기작 집필도 무기한 연장을 보장 받고 식사도 대접받는 내 입장으로서는 미안하기 그지없다. 예슬 씨의 죄책감이 하루 빨리 가출해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나에 대한 내용이 남았지만... 안타깝게도 난 어떻게 내가 쓰러졌는지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어떤 그림이 그려진’ 쪽지와 단검, 그리고 어째서 잊어버렸냐는 누군가의 질타뿐이다. 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이 아픔도 사라지지 않을까?

난 ‘오른쪽 뺨’을 문지르며 생각한다. 쓰러진 날 이후로 단 일초도 거르지 않고 오른쪽 뺨이 욱신거린다. 마치 손바닥으로 뺨을 맞은 것처럼 아리면서도 따끔거리는 아픔이다. 아직 아무에게도 이 아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왜?

그저...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이유라고 하기에는 초라하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하얀 손수건을 가져다 대면 그대로 시뻘건 피가 배어나올 것만 같아서... 손으로만 뺨을 꾹 누른 채 웹서핑을 계속했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댓글, 추천은 항상, Always 대환영이에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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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7장 < 그리고 이야기는 가속된다 > (5) 15.09.19 293 2 10쪽
52 7장 < 그리고 이야기는 가속된다 > (4) 15.09.16 135 2 7쪽
51 7장 < 그리고 이야기는 가속된다 > (3) 15.09.12 161 2 6쪽
50 7장 < 그리고 이야기는 가속된다 > (2) 15.09.09 301 2 8쪽
» 7장 < 그리고 이야기는 가속된다 > (1) 15.09.06 198 2 7쪽
48 6장 < 아헬리아의 실험노트 > (2) 15.09.05 207 3 8쪽
47 6장 < 아헬리아의 실험노트 > (1) 15.09.02 271 2 7쪽
46 # 지금까지의 진실 (2) 15.09.01 207 4 3쪽
45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4) 15.08.29 264 4 13쪽
44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3) 15.08.26 164 3 9쪽
43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2) 15.08.23 248 3 9쪽
42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1) 15.08.22 277 4 7쪽
41 4장 < 사인회 > (8) +2 15.08.19 254 5 8쪽
40 4장 < 사인회 > (7) +2 15.08.16 295 4 9쪽
39 4장 < 사인회 > (6) +2 15.08.15 269 6 7쪽
38 4장 < 사인회 > (5) +2 15.08.12 272 4 9쪽
37 4장 < 사인회 > (4) 15.08.09 237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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