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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27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8.12 10:26
조회
272
추천
4
글자
9쪽

4장 < 사인회 > (5)

DUMMY

희아의 돌발행동 덕분에 사인회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른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나를 HUG한 후에 희아는 능청맞게도 사인하는데 방해하지 않겠다며 2층으로 올라가버려서 나만 그 후폭풍에 노출되어 버렸다. 덕분에 사람들에게 사인을 한 번 해줄 때마다 ‘여자친구?’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 질문이 56번째쯤 갔을 즈음에는 그냥 책상 위에 메모지로 이렇게 써서 붙여 놓았다.

‘아닙니다.’

그렇게 해도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하던가. 처음 있었던 200명만 알고 있었던 사건이 어느새 최신 뉴스가 되어 팬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져버렸다. 예슬 씨에게 슬쩍 들은 말로는 이미 팬클럽 사이트는 희아의 사진과 희아가 나를 HUG한 사진 때문에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한다. 살다살다 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도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아이고, 머리야.

본격적인 사인회가 시작하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들어오면서 1층은 금세 북적북적해졌다. 사인회라는게 그냥 사인만 해주고 악수만 해주면 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사진도 찍어주고 뭔가 간단히 할 수 있는 요청을 받아주는 등 피곤하기 그지없는 행사였다. 그래도 내 글을 이렇게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다시금 힘이 날 수밖에 없다.

거의 한 시간 째 쉬지도 않고 사인회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슬슬 목도 마르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한 쌍의 남녀가 내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다부지다는 표현으로는 한참 부족한 족히 2m는 넘을 것 같은 거구의 남자였다. 덩치에 걸맞게 온몸에 지방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근육과 근육으로 채워진 남자는 팔짱을 끼고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그의 주변으로 감히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뒷사람하고 거의 두 걸음은 더 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하늘색의 롱 원피스를 입은 청초한 여성이 있었다. 매우 평범한 체구의 여성이었으나 옆에 있는 남자의 영향으로 몸이 훨씬 더 작게 느껴졌다. 긴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어 오른쪽 어깨의 앞으로 늘어놓고 왼쪽에는 작은 핸드백을 들고 있다. 여자는 막 핸드백에서 사인을 받으려는 내 책을 꺼내려는 자세로 멈춰서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뭐... 무리도 아니려나. 이미 이곳에 올 것이라 알고 있었지만 희아의 서프라이즈 덕분에 지금 이렇게 마주할 때까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난 글을 적어 두 사람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만 씨. 실레이 씨.」

“에... 어... 어라? 기준아, 내가 잘못보고 있는거 아니지?”

“음. 아리카로군.”

“역시 그렇지? 응, 역시 잘못 본게 아니었어.”

「잘 지내셨나요? 이렇게 현실에서 만나기는 처음이지요?」

현실을 받아들일 10초가 경과한 후에 실레이 님이 뒤늦게 놀라 책상에 양손을 얹고 내게 따지듯이 물었다.

“으에엑! 어째서 아리카 님이 지금 이 시간에, 여기에, 그 자리에 앉아 있는거에요!?”

「그, 그야... 제가 진성현이기 때문이지요.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내 메모를 본 실레이 님은 들고 있던 책을 떨어뜨렸고 아만 님은 여전히 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묵묵히 서있었다. 뭔가 미묘하게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는 둘이다.

「두 분은 역시 연인 사이이신가요?」

내 질문에 실레이 님이 격하게 양손을 허우적거리며 부정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답은 아만 님이 대신해주었다.

“남매 사이다. 내가 동생이고 ‘신기준’이라고 한다.”

“네, 바로 그거에요! 전 ‘신미진’이라고 해요!”

「아, 그랬군요. 전 영락없이 연인 사이이신 줄로만 알았네요.」

“아하하하! 절대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죠!”

미진 씨가 상당히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준씨 역시 묵묵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 남매는 서로 사귄다는 오해를 받으면 싫어하게 되는 관계려나.

「그런데 린데가 안 보이네요?」

“학교에 가있다. 아직 중학생이니까.”

초등학생인 줄 알았다. 린데 정도의 키일 때 희아는 초등학생이었으니까...라고 말하면 역시 화내려나? 떨어진 책을 도로 주우며 미진 씨가 황급히 덧붙였다.

“유나는 그냥 저를 따라주는 친척 동생이니까요! 또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죄송해요. 기분 나쁘셨나 보네요. 사과드릴게요.」

“으, 그게 아니라아!”

미진 씨는 뭔가 더 말을 꺼내려다가 입술을 앙다물고 말을 삼켰다. 그리고 조금 뾰로통한 표정으로 얌전히 책을 내밀었다.

“...사인해주세요.”

「네」

“그런데 밖에서도 글로 대화하시네요?”

「조금 사정이 있어서요.」

목소리를 들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미 십년 넘게 사용하지 않아서 녹슨 소리 밖에 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런데 미진 씨의 상태가 조금 이상한 것 같아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은 책을 받아 사인을 해주었다.

「뭐라고 적어드릴까요?」

“그냥 사인만 해주셔도 되요.”

「네, 알겠어요. 그럼 기준 씨도 그냥 사인만 해드리면 될까요?」

그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은 후에 말했다.

“핸드폰 번호도 적어주길 바란다.”

「네?」

“너, 너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왜일까. 나보다 미진 씨가 더 당황해서 기준 씨의 어깨를 잡아 앞뒤로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아니, 폭풍우 속에서도 미동의 자세를 유지할 것 같은 그였기에 흔들릴 리도 없을뿐더러, 그의 어깨를 잡기 위해서는 거의 팔을 수직으로 들어야 했기에 흔든 다기보다는 매달려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U-real을 하는 데에 연락처가 없으면 불편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인회에 와서 작가... 성현님한테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몰상식한 인간이 어딨어?”

“개인적으로도 내가 존경하는 작가님과 친분을 쌓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물론 부담된다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좋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내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내가 그 시선을 눈치챈 것은 이미 책에 사인을 다 적은 후의 일이었다. 둘은 나와 사인을 번갈아 보다가 말없이 하나씩 나눠가졌다. 기준 씨는 사인을 받자마자 그 아래에 적힌 번호를 휴대폰에 등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미진 씨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래서 다시 물어 보았다.

「미진 씨. 뭐라고 적어드릴까요?」

내가 사인 용지를 꺼내 새로 사인을 쓸 준비를 하자 미진 씨가 고개를 푹 수그리고 말했다.

“그러면... ‘행복한 꿈꾸세요.’ 라고 적어주세요.”

「자, 여기 있어요.」

사인과 함께 ‘언제나 행복한 꿈꾸세요~’라고 적힌 용지를 받은 미진 씨는 내가 지금까지 봐온 표정 중 최상의 미소를 지으며 그 용지를 품에 꼭 안았다.

“고마워요. 정말로... 고마워요.”

겨우 나 같은 것의 사인으로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상황에 기묘한 감정이었고, 동시에 하늘을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이 기쁘기도 했다. 그 때의 내 심정을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어머, 저거 뭐야?”

“코스프레?”

“우오~ 퀄리티 장난 아니네. 야 사진 찍어, 사진!”

갑자기 입구 쪽에서부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갔다. 우리들도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방을 나와서 옆으로 빼고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모세의 기적이라도 일어난 마냥 사람들이 일제히 양옆으로 길을 비켜서는게 아닌가. 그 광경을 보며 난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맛보았다. 현실의 모세의 기적이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기피당하거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경우. 이 두 경우 밖에는 없다.

난 눈을 가늘게 뜨고 저 멀리서부터 문을 등지고 당당하게 걸어오는 한 사람을 보았다. 새카만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가면뿐만 아니라 반들반들 윤이 나는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땅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망토를 두르고 있다. 그렇다. 익히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다스 베이더가 내 사인회장을 가로질러 오고 있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난 내가 알고 있는 한 인물을 떠올렸다.

이런 행동을 당당하게 하고 올 사람이라면 내가 아는 한, 한 사람 밖에 없으니까.

다스 베이더는 내 바로 앞에 멈춰서더니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리고 이렇게 말했다.

“I'm... your friend."

「전 이렇게 범우주적인 규모의 친구를 사귄 적이 없는데요.」

하지만 그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I'm... your friend."

「벗어라, 경수야.」

“네.”

경수는 내 말에 얌전히 가면을 벗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얼굴이 완전히 땀으로 범벅이 되어서는 헤실헤실 웃는 그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 그 때의 내 심정을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젠장.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항상 봐주시는 분들, 추천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그.치.만. 댓글 좀 달아주세요! 좀 더 힘낼 수 있어요!


 댓글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어른이’ 이니까요!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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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2 개복치씨
    작성일
    15.08.14 12:37
    No. 1

    아 정말 간혹 현실과 판타지가 오가는 소설이 있긴했지만 보통 둘중 하나에 더 관심이 가는데 이소설은 현실도 판타지도 둘다 정말이지 재밌어요!!! 캐릭터들도 다들 귀엽고 멋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나르키어스
    작성일
    15.08.14 13:18
    No. 2

    우어어어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
    힘이 용솟음친다아아아ㅏㅏㅏㅏ!!!!!
    I LOVE!!!!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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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6장 < 아헬리아의 실험노트 > (1) 15.09.02 27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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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2) 15.08.23 248 3 9쪽
42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1) 15.08.22 277 4 7쪽
41 4장 < 사인회 > (8) +2 15.08.19 254 5 8쪽
40 4장 < 사인회 > (7) +2 15.08.16 295 4 9쪽
39 4장 < 사인회 > (6) +2 15.08.15 269 6 7쪽
» 4장 < 사인회 > (5) +2 15.08.12 273 4 9쪽
37 4장 < 사인회 > (4) 15.08.09 237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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