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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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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22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8.29 16:20
조회
263
추천
4
글자
13쪽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4)

DUMMY

샤드레아는 상위 신도 5명과 우르즈 경이 모인 회의에 참석해 있었다. 국정을 이끄는 데에 수뇌부의 회의는 자주 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소 사정이 다르다. 자리에 앉은 이 모두가 하나같이 굳은 표정으로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이는 금일 회의의 주제 때문이었다.

‘얼리-아셰른은 메린톤 왕국에 협력할 것인가?’

바로 어제 새벽에 신도 한 명이 전서구를 가지고 신탑을 찾아왔다. 대재앙 도래 이후 전서구는 쓰이지 않는 수단이 되어버린지 오래였기에 처음에는 장난으로만 치부했다. 대체 저 밖에서 누가 새를 날릴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매일매일 다른 신도들이 전서구를 받아 신탑으로 가져오자 신탑에서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전서구의 편지는 마법으로 밀봉되어 있었다. 상위 신도들조차 열어볼 수 없었다. 오직 샤드레아만이 편지의 봉인 인장을 뜯어내어 내용을 읽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메린톤 왕국의 왕녀인 아헬리아 센 메린톤에게서 온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현재 메린톤 왕국에는 차원마도사 아헬리아 센 메린톤과 영웅 이벨 카샤르, 대예언가 리첸드로 아렐가든이 함께 있으며 이 셋은 대재앙이 도래하기 8년 전부터 이에 대비하여 어떤 계획을 진행해왔다. 또한 대재앙 이후에는 괴물들의 존재와 조사, 규명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에 지금 하늘을 덮은 거대한 어둠은 흑운의 재앙 때에 있었던 것과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고, 흑운의 재앙 때에도 하늘을 허락받았던 얼리-아셰른을 떠올리고 편지를 쓰게 되었다고 적혀있었다.

아헬리아 센 메린톤은 그들의 계획에 대해서는 적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괴물들의 정체에 대해 알아낸 것만큼은 적혀있었다.

저 괴물들은 생물이 아니다.

‘부不의 감정이 구현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아헬리아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지만 솔직히 샤드레아조차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난해했다. 일단 그녀가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았다.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본인을 만나 질문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아헬리아라는 사람도 그녀와 만나기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괴물의 정체 따위에 신탑의 신도들이 흔들린 것이 아니다. 아헬리아는 또한 이렇게 밝혔다.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신도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신앙‘을 잃는다면 얼리-아셰른 역시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솔직히 대재앙의 여파에서 벗어난 덕분에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다. 그들은 괴물들의 정체도, 흑운도, 재앙신도 모른다. 그저 믿을 뿐이다. 그런데 대재앙을 8년이나 대비해온 영웅과 동료들이 그들에게 경고를 보냈다면 쉬이 넘겨버릴 문제가 아니었다.

상석에 앉은 샤드레아의 왼쪽 첫 번째에 있던 남자가 고심 끝에 운을 떼었다.

“전 반대합니다. 지금 저희들에게 괴물의 정체나 대재앙을 해결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괴물들은 얼리-아셰른에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해결은 밖에 있는 불신자들에게나 중요한 일입니다.”

“그건 조금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사라이.”

바로 옆에 앉아있던 여신도가 반박했다.

“아셰른의 말씀을 받드는 자가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척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교리를 잊으셨습니까? 나를 사랑하고 좌인을 사랑하고 우인을 사랑하고 모두를 사랑하라. 아셰른의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결코 아니됩니다.”

“딜리아, 그렇다면 저 불신자들이 얼리-아셰른에 발을 들여놓았을 경우에 생길지도 모르는 일은 간과하는 건가? 지금은 신도들만이 있지만 만에 하나라도 불신자들의 발길을 허용했을 경우 아셰른의 가호에서 벗어나 이곳도 저 불신자들의 땅과 다름없어질지도 모른다! 불신자들을 위해서 고귀한 신도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 또한 교리에 어긋하는 행동일터!”

“아셰른께서는 저희가 이웃을 위하여 손을 내밀었다고 하여 사라질 만큼 품이 작은 분이 아닙니다. 얼리-아셰른뿐만 아니라 세상을 품에 안으실 수 있는 분의 가호가 그리 쉬이 사라질 것이라 보십니까?”

“얼리-아셰른의 상위 신도라는 사람이 어찌 그리 견식이 좁은 말을 하는가! 앞장서 아셰른의 뒤를 따르는 이가 그 뒤에 있는 신도들의 안위를 막연한 생각으로 위태롭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거핀 듀 사라이와 딜리이츠 보 에레즈의 대립이 점점 커지자 마지못해 신녀의 좌측에 앉은 노인이 둘을 만류했다.

“신녀님의 앞에서 어찌 그리 언성을 높이시오. 두 분 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시게.”

“크음...”

다시 그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샤드레아는 마음속으로만 한숨을 쉬었다. 강경파인 예거핀과 온정파인 딜리이츠의 대립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서로 양보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보였다. 애초에 최종결정권은 그녀에게 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두 사람은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부딪힐 것이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녀는 이제 나머지 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좌측 첫 번째 자리에 앉은 노인은 기피로 벵 루우로 자신이 먼저 안건을 제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직 발생한 무언가에 대해서만 아주 일반적인 대답을 한다. 그래도 올해서 일흔이 넘는 연륜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작은 문제들에 대한 혜안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기피로 벵 루우의 좌측의 여신도 디디메흐 초 파르하는 딜리이츠와 비슷한 온정파이지만 그녀는 교리에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태도가 특징이다. 걸어 다니는 성서라고 불릴 정도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샤드레아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야드 론 샤필리에이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그의 의견이 궁금했다. 그가 회의에서 주로 하는 역할은 ‘분석’으로 현재까지 있었던 모든 의견을 종합하고 더 나아가 분석, 확장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항상 묵묵하게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이라 속내를 알 수가 없지만 그녀가 가장 유심히 살피는 인물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아무도 말을 앉자 샤드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 분씩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기피로 신도님부터 말씀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신녀님. 여러분. 저는 지금 이 자리가 16년 전의 ‘흑운의 재앙’ 때의 회의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는 물론 마족의 공격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저희들만이 햇빛을 쬘 수 있었지요. 그 때에는 마도를 이용하여 햇빛과 비슷한 빛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채소의 원조요청에 대한 회의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아셰른의 가호를 받은 채소는 우리의 것이라는 의견과 나눠주는 것이 아셰른의 사랑이라는 의견이 대립했습니다.

그 회의는 후자가 승리했습니다. 바깥의 사람들이 모두 마족에게 당해버린다면 그 다음이 누가 될지는 불 보듯 뻔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옳았습니다. 전 이번에도 그 선택을 따를까 합니다. 지금은 괴물들이 저희를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어디까지나 저 밖 사람들이 그들에게 있어 우선사항일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언제 태도를 바꿔 얼리-아셰른의 성벽을 기어오를지 모릅니다.“

긴 의견을 말한 후 기피로는 작게 숨을 내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샤드레아는 다른 이들이 반박할 여유를 주지 않고 바로 다음 사람에게 발언을 넘겼다.

이번에는 디디메흐 초 파르하의 차례였다.

“행동의 권, 3절에서 ‘너희는 행동하기에 앞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숙고하라’고 하셨습니다. 명상의 권, 18절에서 ‘사랑이 무엇인가? 손을 내미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상입니다.”

참으로 그녀다운 말이었다. 일단 디디메흐는 기피로와 같은 의견임에 틀림없었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애써 분을 삭히는 예거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예거핀 신도님과 딜리이츠 신도님께서는 방금 전 의견을 말씀하셨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야드 신도님의 의견을 듣겠어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야드 론 샤필리에는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러나 이를 보고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나 그는 생각을 마친 후에 말을 꺼내는 사람이었다. 5분 정도 지난 후에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편지에 적혀있던 ‘신도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신앙을 잃는다면 얼리-아셰른 역시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글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 언급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첫 번째는 ‘아셰른을 향한 신앙’ 덕분에 얼리-아셰른은 무사하다는 사실.”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딜리이츠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흑운의 재앙, 대재앙을 통틀었을 때 얼리-아셰른만이 무사한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모릅니다. 지형 문제일 수도, 수호신이 있기 때문일 수도, 지맥이 흐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불경한!!”

“딜리이츠 신도님은 잠시 발언을 삼가주세요. 야드 신도님의 말씀이 끝나면 발언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몹시 분개하는 그녀를 샤드레아가 말렸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또 한바탕 기싸움을 벌였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야드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두 번째는 ‘신도들만’ 있기 때문에 얼리-아셰른이 무사하다는 사실. 세 번째는 현재 신도들은 ‘단 한 사람도’ 신앙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사실. 이는 완전한 신앙을 갖추었기 때문에 저희가 안전하다는 말입니다. 이는 메린톤의 마도사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지만 괴물들은 완벽한 신앙을 비집고 들어올 수는 없으나 단 한 방울의 불순이 섞이면 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일 겁니다. 좀 더 확장시키자면 ‘완벽한 신앙을 갖춘 개인’은 괴물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정도는 다른 신도님들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야드 신도님, 다른 의견은 없으신가요?”

“아직 하나가 남아있습니다, 신녀님. 저희는 지금 바깥에 있는 마도사를 이곳에 발을 들이게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예거핀 신도님의 말씀도, 딜리이츠 신도님의 말씀도 어느 것 하나 간과할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야드는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을 재차 정리하고 말했다.

“확실한 것은 이 회의가 열린 순간부터 ‘어느 쪽을 택하든’ 저희가 이전과 같이 있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 날의 회의는 야드의 말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회의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샤드레아는 혼자 조용히 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밖에 있는 우로즈에게 물었다.

“오늘로 몇 일째지요?”

“26일 째입니다.”

“생각보다 얼마 지나지 않았네요. 1년은 족히 지난 것 같은데.”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 정도인데, 저 바깥은 얼마나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을까요.”

샤드레아는 차원 마도사에게서 온 편지를 만지작거리며 8년 전에 있었던 예언을 생각했다.

8년 전, 그녀는 틀림없는 얼리-아셰른의 멸망을 내다보았다. 그렇기에 더욱 다른 이들보다 편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생각한다.

‘과연 내 앞에 주어진 선택에 따라서 내가 봤던 예언을 피할 수 있을까?’

미래는 치사하다. 선택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선택에 더욱 매달리게 만든다.

그녀는 결정하지 못했다.

“우로즈 경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로즈는 그녀가 몸을 다 닦고 옷을 입은 후에야 겨우 대답했다.

“예언 때문에 고민하고 계십니까?”

“...맞아요.”

“무책임한 말씀입니다만 전 신녀님의 선택에 따를 뿐입니다.”

“정말 무책임하시네요.”

“죄송합니다.”

정말 사람 속도 모르고. 그녀는 순간 발끈했지만 침대에 누워 천천히 마음을 식혔다. 그러자 어이없게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혹시나 예언을 피해가지 못하면 어쩌나. 그로 인해 사람들이 그녀를 미워하면 어쩌나 생각했었다. 그래서였다. 그의 너무나 무책임한 대답은 되려 그녀를 안도시켰다.

“저 결정했어요.”

“네.”

“아헬리아 센 메린톤을 만나겠어요.”

“네.”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우어~ 오늘은 조금 깁니다!

그래서 내일 분량이 지금 없어요... ㅠㅠㅠㅠ

자르기가 애매한 부분이어서 그냥 쭉 이어서 써버렸네요

오늘 새벽에 최대한 써보겠습니다... ㅇ엉


아, 그리고 내용에 대해서 궁금하신 내용이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친절과 사랑의 정신으로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하게 대답해드리겠습니다 ㅎㅎㅎㅎ

그러니까 댓글좀요... ㅋ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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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6장 < 아헬리아의 실험노트 > (1) 15.09.02 27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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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3) 15.08.26 164 3 9쪽
43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2) 15.08.23 248 3 9쪽
42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1) 15.08.22 277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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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장 < 사인회 > (7) +2 15.08.16 295 4 9쪽
39 4장 < 사인회 > (6) +2 15.08.15 269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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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4장 < 사인회 > (4) 15.08.09 237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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