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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16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8.16 12:54
조회
294
추천
4
글자
9쪽

4장 < 사인회 > (7)

DUMMY

길고 길었던 사인회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많았던 팬들도 이제 백 명이 조금 안되게 남아 있었고 내 체력도 한없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의 체력을 긁어모으다시피 해서 버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힘들다기보다는 진이 빠진다는 느낌이 더 맞겠다.

팬들과 만나면서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역시 응원이었다. ‘몇 번이나 정독했어요’ ‘차기작도 힘내세요!’ 등등 듣기만 해도 힘이 불끈불끈 솟아난다. 지금 글을 쓰라고 하면 꽤나 진도가 나갈 수 있을 텐데. 아쉽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이 받은 것은 질문이었다. 우선 사인회를 시작할 때 있었던 HUG 사건과 희아, 다스 베이더 등등 질문의 종류는 많았지만 대다수의 팬들이 하나같이 내게 물었던 의문이 있었다.

‘혹시 말을 못하시는 건가요?’

역시 내 언어전달 방식에 궁금증을 가지는 분들이 많았다. ‘말’이라는 아주 편리한 소통 방식이 있는데 굳이 글을 써서 말을 대신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테니까.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라는 느낌은 있지만 알다시피 나는 ‘말’을 하지 못한다. 선천적인 장애가 아니다. 이른바 ‘실언증’이라는 심리적 증상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 난 아마 말을 아무 문제없이 했을 것이다. 가정형인 이유는 어렸을 때에 내가 쪽지로 말을 대신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내가 10살 정도였을 때이지 않았을까. 난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말을 잃어버렸다.

어느 정도로 그 사건이 내게 큰 영향을 주었느냐 하면 실언증도 실언증이지만 사건 직후 ‘몇 년’ 동안의 시간이 내 기억에 없다. ‘몇 년’인 것을 알게 된 것도 할아버지가 나를 거둬주시면서 “네가 지금... 16살이겠구나.”라고 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나도 궁금하지만 할아버지가 거둬주신 이후에도 내 문제아 기질은 끝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냥 아주 기분이 나빴던 사건이었다고만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할아버지에게 이끌려 정신병원을 여러 번 들락날락했지만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시간이 치유해주겠지’라는 반쯤 안일한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 그런데 사는데 별로 무리는 없더라.

후... 실언증에 기면증에... 아주 종합병원이 따로 없네. 어쩌면 내가 모르는 병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녕?”

낯설지 않은 여자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나 정신을 퍼뜩 차렸다. 분명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희아나 예슬 씨의 것이 아니다. ‘그녀’의 목소리였다. 언제부터였는지 이미 주위에는 나와 그녀 외에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현실이 아니다. 내 꿈속이었다. 어느새 또 고질병인 기면증이 도져버린 모양이다.

「또 잠들었나 보네요.」

“으음~ 그건 어떨까나?”

뭐지, 이 애매한 대답은.

그건 그렇고 이상하다. 평소 내 기면증은 ‘심신이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 시작된다. 일반인들도 깜빡 잠들어버릴 수 있는 상황일 때나 잠들었는데 이번에는 사인회 도중이다. 심신이 피곤한 상태에 있을 때도 잠들어버리는 거였나?

“오늘도 꽤나 기분 좋은 일이 있었나보네. 뭐 하고 있었어?”

「사인회에요. 제가 작가라는 것은 이미 말씀드렸죠? 제 책을 읽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사인을 해주는 행사죠.」

“헤에, 그렇구나. 네가 쓴 소설 꽤 재미있나 보네. 나도 한 번 읽어보고 싶은걸.”

「아니, 당신은 제 꿈이니까 이미 다 알고 있을텐데요.」

“난 네 꿈이 아니라고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들을까.”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테니까. 오늘은 확실한 용무가 있어서 찾아왔어.”

「그러니까 꿈이니까 찾아왔다는 표현은...」

읽다말고 내 쪽지를 난폭하게 빼앗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리고 싱긋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오늘은 확실한 용무가 있어서 찾.아.왔.어.”

아, 네... 그러신가요. 꽤나 주체성이 있는 꿈이시네요. 그녀는 탐탁찮은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저번에 내가 말했던거 잊지 않았지?”

「뭐였죠?」

“죽을래?”

웃으면서 손을 펼친 채 내 쪽으로 향하게 한다. 에너지 뭐시기 파가 나오기라도 하는 건가.

「헤메이는 자를 조심하라고 했었죠.」

“그래. 아마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꼴을 하고 있을 테니까 한 번이라도 봤다면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각오로 있어야 돼.”

「대체 그 사람이 뭔데 그렇게까지 경계하는 건가요?」

“살인자...라고 하면 너무 표현이 온건한가. 그보다 더한 무언가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그리고 그건 사람이 아니니까.”

살인자가 온건한 표현이라고... 이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혹시 어디 다른 꿈속에 방문했다가 보고 온게 아닐까. 현실에 그런게 있을 리가 없잖아? ‘현실은 꿈보다도 더욱 기이하다‘라는 건가!

“아무튼 필히 조심하도록. 그 녀석은 신출귀몰한 녀석이니까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내가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위험한 녀석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네, 조심할게요.」

“그럼 오늘의 용무는 이걸로 끝! 난 이제 돌아갈게. 뭐 할 말은 없지?”

「없어요. 슬슬 사인회가 걱정되니 그만 돌아가주세요.」

“알았어, 이제 갈 거야. 희아한테 안부 좀 전해줘. 그리고 이제부터 잘 부탁한다는 말도 전해줘.”

잠깐! 잘 부탁한다는건 무슨......

“성현 씨?”

난 감았던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슬 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앞에는 한 남자가 엉거주춤하게 앉아있다. 아, 깨어났구나.

「죄송해요. 조금 피곤했나봐요.」

“팬을 앞에 두고 무슨 실례에욧!”

「죄송해요.」

난 곧바로 사과하고 다시 사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인을 하는 내내 그녀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한낱 꿈에서의 이야기다. 그리 걱정할 것도 없건만... 그녀의 ‘이제부터 잘 부탁한다’는 말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다.


“고오생 하셨습니다아!! 이것으로 인기 둔감 진성현 작가님의 두근두근 사인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팬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팬들의 환호성을 뒤로 하고 방에서 나오자마자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휴게실로 들어갔다. 경수와 희아가 다가와 음료수와 손수건을 건넸다.

“수고 많았어.”

“괜찮아, 오빠?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응, 괜찮아.」

“겨우 손을 움직이는 것뿐인데 뭐가 힘들다고 그래? 빨리 회복하도록!”

와, 지금까지 앉아서 쉬고 있던 사람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 때리고 싶어지네.

“커헑! 폭력 반대!”

어라?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갔나보다. 개운하다.

“경수 씨는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않았으니 맞아도 싸요. 희아랑 성현 씨는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다들 응원해줘서 고마워. 스테프 여러분도 저 같은 것을 위해서 이렇게 행사까지 마련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서로 훈훈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에 스테프들은 뒷정리를 하기 위해 흩어졌고 휴게실에는 나와 희아, 경수 그리고 예슬 씨가 남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늘은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그 중 최고는 HUG 사건이지!”

경수가 악세사리 휴대폰으로 벽에 사진 하나를 띄우며 히죽거렸다. 희아는 뒤늦게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졌는지 조용히 사진에서 시선을 돌렸다.

「지워.」

“못 지워. 이거 팬클럽에 올라온걸 그대로 띄웠거든~ 틀림없이 이 사진은 영원히 팬클럽에 남게 되겠지. 후후후, 희아도 대담하다니깐!”

“아, 아아니! 그런게!!”

“나한테도 조금만 그 대담함을 보여주오~”

당황해서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버둥거리는 희아의 모습은 희소성이 있다. 난 귀여운 동생의 모습을 충분히 감상하고 난 뒤에 경수에게 다가가 조용히 눈앞에 쪽지를 들이밀었다. 내용은 비밀로 하겠다. 다만 내 쪽지를 확인하고 얼굴이 파랗게 질린 경수가 황급히 사진을 없애고 희아에게 무릎을 꿇어 사과했다는 사실까지는 전하겠다. 옆에서 예슬 씨가 실눈을 뜨고 나를 흘겨보았지만 애써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까 그 호화 상품 중에 하나가 남지 않았어? 성이 소 씨고 이름이 갈비인 그 분.”

경수의 한 마디에 두 여성의 눈이 빛났다.

“맞아요! 그게 남아있었어요!”

“그럼 오늘은 뒤풀이 겸해서 우리 집에서 성이 소 씨인 그 분으로 성대하게 노는게 어떨까요!”

“대찬성!”

「넌 오지마.」

“우째서!”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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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6장 < 아헬리아의 실험노트 > (1) 15.09.02 271 2 7쪽
46 # 지금까지의 진실 (2) 15.09.01 207 4 3쪽
45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4) 15.08.29 263 4 13쪽
44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3) 15.08.26 164 3 9쪽
43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2) 15.08.23 247 3 9쪽
42 5장 < 빛을 허락받은 곳 > (1) 15.08.22 277 4 7쪽
41 4장 < 사인회 > (8) +2 15.08.19 254 5 8쪽
» 4장 < 사인회 > (7) +2 15.08.16 295 4 9쪽
39 4장 < 사인회 > (6) +2 15.08.15 268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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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4장 < 사인회 > (4) 15.08.09 237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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