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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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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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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2,898

작성
14.07.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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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번외02. 나 같은 애가 좋을 리가 없잖아!! - 1

DUMMY

잔뜩 신경 쓰여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주위 눈치를 살핀다. 이러고 싶지 않지만,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주변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다. 으우우……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안 왔으니, 어쩔 도리가 없잖아. 올 때까지 벌 받는 것처럼 서 있는 수밖에.

“헉, 허억, 미, 미안!”

“……멍청아! 무슨 약속시간보다 20분을 늦게 와! 미쳤어?! 진짜, 돌았지? 미쳤지?”

“미안 미안…….”

한참을 늦어서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바보, 정웅도. 우리 학교 유일의 남자애. 잔뜩 토라져서 삐친 티를 팍팍 내면서 말하니 웅도는 미안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을 내젓는다. 잠깐만, 여기서 이렇게 잔뜩 말하는 거, 꼭 앙탈 부리는 것 같잖아. 꼭 여자친구가 남자친구한테…… 에에! 그, 그건…… 역시, 이런 때엔 대인배처럼 가만히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응, 그렇지.

“와, 원피스? 엄청 귀여워! 엄청 예뻐.”

“에, 에…….”

잠자코 있으려 했는데 바보같은 웅도 녀석은 또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내 옷차림을 보고는 반색을 하며 말한다. 가뜩이나 이 옷 때문에 잔뜩 신경 쓰여서 주위 눈치 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다 말해버리면 주위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멍청아!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용히 하지 않으면 명치를 때려 버릴거야.’ 하고 말하니 웅도는 나와 마찬가지로 진지한 표정이 돼 ‘응, 알았어.’ 하고 입을 다문다.

“그래도~ 엄청 귀여워. 훨씬 어울리는데. 아, 물론 청바지도 어울리고 다 어울리지만~ 정희 넌 좀 자신감을 가지는 게~”

‘퍽!’

“앜! 야 넌 어디를…… 아아아…… 차라리 명치를 때려…….”

“넌 맞아도 싸.”

잠자코 나를 쳐다보던 웅도. 갑자기 또 떠들썩해져서 떠벌리듯 말한다. 나는 순식간에 빠르고 강한 니킥으로 웅도의 그곳을 소리소문 없이 가격해버렸다. 괴로워하는 웅도. 배를 붙들고 몸을 웅크리더니 기어이 바닥에 쓰러져버린다. ‘으으…… 으으으…….’ 하는 괴상한 낮은 신음은 보너스. 나를 창피하게 만들었으니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그래도, 많이 아프려나. 막상 때린 건 난데 걱정되긴 해서 등을 두드려주며 부축해줬다.

“아아! 다리 예쁘다아!”

“아 진짜! 더 맞을래?!”

“미안 미안, 눈에 보이는 걸 어떡하라고!”

부축해주니까 웅도는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뜨고 정말 변태처럼 내 허벅지를 보고 말한다. 나는 정말 한순간 큰 수치심을 느끼고 절로 다시 니킥을 시전하려다 꾹꾹 눌러 참았다. 참자, 참아, 남자애니까, 충분히 그럴 때의 남자애니까. 친구들이 그랬어, 남자애들은 그런 생각밖에 없다고. 내가 참아야 되, 내가……

“그래도, 정말 예뻐. 앞으로도 이렇게 꾸미고 다녀.”

“……놀리는 거야?”

“아니, 정말! 이만큼 귀여울 줄은 몰랐는데. 헤헤.”

“…….”

웅도는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흐뭇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니까 굉장히 변태 같아서 한 대 발로 차고 싶지만 발이 나가질 않는다. 아, 왜 저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수줍어하고 있는 건데, 나는! 그치만, 그치만…… ‘예쁘다’ 라거나, ‘귀엽다’라는 말은 처음 듣는걸, 남녀 포함해서. 특히, 남자애한테 듣는 건…… 거의 평생에 처음인 것 같애. 이거…… 기분 이상해. 너무 기분 좋잖아.

웅도와 이런 관계가 된 건 얼마 안 됐다. 그러니까─


“야, 변태 씨! 뭐해 뭐해. 농구하자 농구!”

“아…… 지지배가 뭐 정신 사납게 깝죽거려…… 나 잘 거야.”

“뭐라고? 이게 어디…… 죽을래?”

“아, 아. 아 좀 귀찮게 좀 하지 마.”

“일어나아~! 할 줄 아는 게 너밖에 없잖아!”

체육시간. 여고의 체육시간 답게, 애들이 활달하게 놀지는 않는 시간이다. 나는 혼자 심심해서 큰 계단 나무 그늘에 누워 있는 변태 씨를 억지로 깨웠다. 팔자 좋게 누워 있는 변태 씨. 그러니까 웅도. 귀찮다는 듯 몸을 돌아 눕는 게 꼭 우리 오빠를 보는 것 같아 더욱 괴롭히고 싶어진다. 오빠에게 하는 거랑 똑같이, 발로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괴롭게 하니 신경질적으로 일어난다. ‘아 좀! 애들하고 놀아, 애들하고! 왜 나하고!’ 하고 진지하게 화를 낸다. 하지만 나 역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고 ‘뭐! 체육시간에 체육 해야지, 자는 게 맞아?! 선생님한테 이른다!’ 하고 윽박질렀다. 변태 씨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아오…… 좀 여자애면 좀 얌전히 좀 있어봐.’ 하고 말한다. 결국엔 내 등쌀에 못 이겨 툴툴 털고 일어난다. 앗싸.

내 이름은 정희. 키는 173. 여자애 치곤 조금 큰 편이지만. 아니, 좀 많이 큰가. 키는 어릴 적부터 커서, 조금 콤플렉스이긴 했다. 어릴 때엔 남자애들보다도 더 컸으니까. 지금은 그나마, 남자애들보단 작지만. 그래도 웬만한 남자애들보단 크고.

“헛! 흐헛! 으핫!”

“핫! 하핫! 하하하!”

나는 다른 여자애들보다 운동하는 걸 좋아한다. 마침 체격도 체격이고, 운동신경도 어릴 적부터 좋아서 운동 하나는 다른 애들보다 잘 하는 편이다. 거기다 형제관계도, 오빠 둘에 내가 막내. 오빠들하고만 놀다 보니까 당연히 운동을 많이 하게 되고, 또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오빠들 옷 물려 입고, 오빠들하고 놀고, 그러다보니 학교에 가서도 남자애들하고 쌈박질하고 노는 게 더 익숙하고. 점차 살다보니 난 분명 여자애인데 ‘여성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여자애가 됐다. 뭐,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까, 상관 없겠지.

머리도 길게 기르는 게 싫어서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론 숏컷으로 짧게 자른다. 치마는 굉장히 불편하기에, 교복치마 외엔 입지 않는다. 아니, 학교에서도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지만. 운동도 굉장히 좋아해서, 여자애들 대부분 별로 탐탁지 않아 하는 체육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

그치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게,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가 여자 고등학교니까. 내 상대에 맞는 여자애들이 없다.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운동만큼은 정말 남자애들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그나마 상대가 되는 애가 있다면 희세 정도겠지만, 희세 역시 평범한 여자애라 운동하는 걸 딱히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그런 와중에 가장 좋은 상대인 게, 바로 변태씨. 정웅도다.

“으핫! 하핫! 흐핳!”

“이런 제기랄. 아핰! 하핳!”

변태 씨는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남자앤데 여고로 학교를 들어왔다. 그래서 더 변태다. 늘 여자애들 힐끔힐끔 보는 꼬락서니 하곤…… 솔직히 잘 어울리고 싶지 않지만, 이런 측면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남자애니까, 월등하겠지.

변태 씨는 운동을 할 때 이렇게, 이상한 추임새를 잔뜩 넣는다. 남자애라 역시 여자애들이랑은 다르다. 하지만 굳이 어느 쪽이냐고 물어보자면, 나도 이런 쪽이다. 오빠들하고 놀던 경력 어디 안 가니까. 나 역시 잔뜩 이상한 소리를 내 준다.

오빠들에 비하면 변태 씨는, 한참 못 미치는 운동 실력이지만 그런 대로 같이 놀만은 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보다는 잘 한다. 남자새끼가 그 정도는 해야지. 키는 180은 안 되지만 178 정도는 되는 것 같아서, 나랑 비슷하면서 또 조금 크다. 힘이나 체력적인 면에선 나랑 꽤 차이가 나게 뛰어나지만, 유연성은 전혀 없는 뻣뻣한 몸이라 그 쪽은 내가 유리하다. 이래봬도 유연성 30cm 넘게 나왔으니까.

“하학, 하악. 재미있게 잘 놀았수.”

‘툭툭.’

“어, 나도.”

‘툭툭.’

처음엔 하기 싫어하던 변태 씨도, 어느새 농구 삼매경에 빠져서 40분 동안 쉬지도 않고 농구를 했다. 나 역시 흥이 올라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을 했다. 다 끝나고 수돗가에서 한바탕 세수를 하고, 벌개진 얼굴로 서로 보고 씨익 웃었다. 툭툭 내 등을 치며 말하는 변태 씨. 나 역시 흐르는 땀을 닦은 손으로 변태 씨 등짝을 쳤다.

“야, 정희야.”

“응?”

운동할 땐 좋았는데, 돌아갈 땐 참 힘들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은 기세로 힘없이 걷는데 마찬가지로 힘없는 목소리로 변태 씨가 나를 부른다. 응, 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변태 씨를 본다.

“넌 여자애가 아니지?”

“죽을래, 뭔 개소리 지껄이려고 또.”

“아니…… 너무 선머슴 같으니까.”

“나는 원래 이래, 뭐 불만 있어? 그럼 다른 여자애랑 놀던가.”

“아아, 미안. 삐졌어?”

“아니, 그런 걸로 안 삐지네요, 허허.”

가끔 변태 씨는 이렇게 이상한 걸로 시비를 걸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사실 저 말은 초등학교 때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고, 만성이 돼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시비다. 스스로도 다른 여자애들처럼 유리 멘탈이 아닌 게 자부심이기에, 훌훌 털어 넘겼다.


“후아. 이제 퍼 자겠다.”

“정희야…….”

“응?”

체육수업 뒤엔 왜 꼭 국사처럼 잔인한 수업이 있는 건지. 녹초가 된 몸으로 흐느적거리며 앉았는데 앞자리 윤미가 말을 건다.

“너 요즘, 웅도랑 자주 노네?”

“어, 뭐. 운동 할 만한 애가 걔밖에 없으니까.”

“……혹시 좋아한다거나.”

“에에? 아하하, 진짜 지옥이다. 농담도 수위가 있지. 너는 저런 변태 씨랑 사귀고 싶어? 윤미 너도 변태?”

“아니 아니!! 그냥,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해서.”

“에에, 또 말도 안 되는 몰아가기? 그런 거 싫어, 난.”

우리 패거리 애들은 쓸데없이 이런 면에선 단합이 잘 돼서, 누구 한 명 몰아가는 데에 일가견 있는 애들이니까. 남녀공학이었으면 아주 난리 났겠지. 그나마 여고니까, 그냥 한 명 바보 만들거나 그런 거밖에 없지. 그래도 그렇지, 내가 호구로 보이나. 변태 씨랑 나를 엮으려고 하다니. 저런 변태 같은 애를.

뭐, 따지고 보면 그렇게 엄청 변태는 아니구나. 사실 「변태 씨」라는 별명은 정말 변태라서는 아니고,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변태 씨가 변태같은 짓을 하게 돼서 그런 거지만. 정말은, 오히려 의외로 여자애들한테 젠틀한 걸 수도. 평소에도 그렇고, 축제 때도 그렇고, 힘쓰는 일은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다 하고. 의외로 또 착한 걸 지도. 하기 싫어해도 내가 운동하자고 막 우겨대면 억지로라도 꼭 해주는 걸 보면, 또 의외로 배려심 있는 지도. 음─ 종합해서 객관적으로 보자면 나름대로 괜찮은 애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때만. 실제로 사귄다면, 어휴. 상상도 안 되지.


“점심이나 같이 먹으러 갈래?”

“어? 어, 뭐, 그래. 잠깐만. 야~ 나 변태 씨랑 점심 먹으러 갈게~”

“응? 어? 어~”

점심 시간. 불쑥 예고도 없이 변태 씨가 찾아와 말한다. 변태 씨도 나도, 각자의 패거리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좀 드물다. 아마 자기 애들하고 같이 밥 먹자는 거겠지. 나도, 희세나 리유하곤 좀 아는 편이니까, 저 쪽 패거리에서 먹어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다. 애들한테 말하니 애들은 듣는 둥 마는 둥 자기들끼리 떠들면서 앞서 나간다. 지지배들, 아쉬워하는 티라도 좀 내지. 나는 자연스럽게 뒤돌아 변태 씨를 본다.

“다른 애들은?”

“어, 갔어.”

“어…… 뭐, 그래.”

순간 조금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다른 애들은 갔다니, 그럼 둘이서 밥 먹는 다는 거야? 단 둘이서…… 어째서?! 나랑 변태 씨랑 뭐 특별한 게 있다고, 둘이 밥을 먹어?! 다른 애들이 봤다가 오해하면 어떡하려고? 우리 패거리 애들 그런 거 장난 아니라고! 무슨 생각인 거야, 얘는. 뭐, 별 것 아니겠지. 친하니까 둘이 밥 먹을 수도 있는 거겠지.

“저기. 가기 전에.”

“응?”

껄끄러운 기분을 얼른 해소하려고 가자고 재촉하려는데, 변태 씨가 진지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밥 먹으러 가기 전에, 그 체육복 바지는 벗고 가.”

“……뭐?”

진지한 표정으로,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정작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은 굉장히 엉뚱한 것들이다. 아까도 말했듯, 치마처럼 불편한 건 싫어해서 학교에 있을 때엔 교복치마 밑에 체육복을 입고 있다. 근데 변태 씨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 뭣 때문에……? 좀 잘못 이해하면 정말 변태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은데.

“네 다리 보고 싶으니까, 바지 벗어.”

“……이 변태새끼가! 왜! 아주 팬티도 보고 싶다고 하지!”

“어헉! 그래 방금 발차기! 바지 안 입고 있었으면 볼 수 있었잖…… 아악!”

“변태, 변태, 변태새꺄!!”

아아, 정말. 내가 예상한 변태 결말이 사실이었다. 여자애를 상대로 이딴 성희롱을 저지르는 녀석은 가혹한 응징만이 답이지. 발로 뻥뻥 차주니 입은 살아가지고 맞으면서도 계속 말한다. 으유, 조금이라도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지.

“그래, 네 다리가 보고 싶었어 다리. 엄청 예쁘잖아.”

“작작 해! 진짜.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나라도 부끄럽잖아.”

“에에에~ 부끄러워요? 정희가 웬일이래~ 부끄럼도 타고.”

“시끄러! 죽을래!”

근데 어째서일까, 난 왜 이 변태의 말을 듣고 바지를 벗고 치마로만 나왔을까. 변태 씨는 은근히, 아니 대놓고 힐끔힐끔 내 다리를 보면서 말한다. 맘 같아선 아까처럼 호쾌하게 차 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바지를 안 입었으니까. 괜히 부끄러워서 걸음도 뚜벅뚜벅 크게 못 걷게 되잖아. 다리…… 내 다리가 예쁜가.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해봤는데. 뭐, 운동 많이 하니까 군살 하나 없이 짱짱하긴 하지. 타거나 하지도 않아서 희고 매끈한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변태 씨가 예쁘다고 하니까 나도 내 다리에 유난히 신경 쓰게 된다. 아이아이, 짜증나! 이런 거 신경 쓰기 싫다니까!

“근데, 왜 둘이 밥 먹는 거야? 뭐 이유라도 있어?”

“아니 뭐…… 가끔은 둘이 먹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할 얘기도 있고.”

변태 씨는 더 이상 내 다리는 안 보고, 앞을 보면서 내 물음에 머쓱하게 대답한다. 별로 납득이 가진 않지만 뭐,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변태 씨랑 나란히 걷고 있다.

“……?!”

“…….”

가만히 걷는데 문득, 변태 씨가 내 손을 잡는다. 흠칫 놀라게 됐다. 이, 이건 무슨 짓?! 놀란 눈으로 고개를 홱 돌려 변태 씨를 쳐다보는데, 변태 씨는 살짝 얼굴이 상기된 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얼른 손을 뿌리치고 싶은데 막상 그렇게가 안 된다. 그냥 엄청 부끄러워서, 얼굴이 확확 달아오를 뿐이다.

─이거 다른 애들이 보면 100% 오해할 거 아니야!!

“……소, 손은 왜 잡는 건데.”

“손도 부드럽네.”

“……!”

간신히 입을 떼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변태 씨의 느끼한 말에 나는 더욱 말문이 막히고 얼굴이 완전히 빨갛게 달아올랐다. 무슨, 무슨 닭살 돋는 멘트를 날리는 거야 이 자식은! 침착, 침착하자. 이건 분명 날 놀려먹으려는 수작질일거야. 진지한 척 하다 나를 놀려먹는 건 변태 씨의 주된 수작질이니까.

“뭐, 뭐야, 놔.”

“좋아하니까.”

“……어?”

“손은 안 놓을 거야. 좋으니까.”

“…….”

변태 씨는 나지막이 말한다. 그 말에 나는 정신이 나가버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지금 잘못 들은 거겠지. 아아, 그럴 거야. 내가 혼자 이상하게 들은 거겠지. ‘나…… 나 좋아한다고?!’ 하고 물으면 또 창피 당할 게 뻔할거야.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 그치만…… 그치만 너무 창피하잖아, 이거! 주어를 안 넣어서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화 맥락 상으로 보면 분명히 나잖아! 내 손 잡고 말하는 거니까! 어떡해, 어떡해……!

“정희야.”

“……어!”

변태 씨는 묵묵하게 말한다. 나는 머릿속으로 잔뜩 생각하다 간신히 대답했다.

“음…… 그러니까, 음…….”

“……뭐!”

조금 막막한 듯, 말을 더듬는 변태 씨. 나는 괜히 심통 부리듯 고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히 손을 뿌리치듯 흔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손을 쉽게 놔 주지는 않는 변태 씨지만.

“……하아. 너 좋아해. 사귀자.”

“……!!”

쿵.

변태 씨의 말에 나는 머릿 속에 천둥이 울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정말 말했다. 나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분명 내 귀로 똑똑히 들었는데, 현실은 인식이 잘 안 된다. 걷던 것도 멈추고, 제자리에 섰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리고 힘주어 변태 씨가 잡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개수작 부리지 마! 나, 나랑 사귄다고?! 나 좋아한다고! 또 무슨 수작질이야!”

“정희야. 이런 걸로 장난 안 쳐. 정말 좋아해, 많이. 사귀자.”

“읏…… 거짓말! 거짓말……!”

화가 난 건 아니지만, 괜히 허세 부리듯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변태 씨는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진지하게 말한다. 그런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하는 걸 보니까 심장이 더욱 쿵쾅거린다. 으으…… 으으!


─부럽긴 했다, 다른 애들이 남자애들이랑 사귀는 거 보면. 핑크색 옷에, 핑크색 다이어리에, 핑크빛 사랑 하는 것 보면. 나는 그저 부럽게 쳐다만 보면서, ‘나한텐 안 어울리니까.’ ‘에이, 누가 나 같은 여자애를 좋아해. 아, 난 반은 남자애니까.’ 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스스로 포기했으니까. 그랬는데, 그래 왔는데.


“내, 내가 어디가 좋은데! 난 다른 여자애들처럼 귀엽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고…… 털털하고, 지저분하고, 조신하지도 않고……! 욕도 하고, 야한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또…… 어쨌든! 좋아할 만한 구석 하나 없잖아!”

“안 그래!”

“!”

변태 씨는 골목에 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말했다. 가까이서 듣는 나는 귀가 아플 정도로. 다행이 주위에 듣는 사람은 없다. 나는 멍한 표정이 돼 변태 씨를 쳐다보게 됐다.

“넌 누구보다 예쁘고, 누구보다 귀여워. 키도 이렇게나 크고, 피부도 이렇게나 하얗고. 다리도 예쁘고, 몸매도 어떤 애들보다 좋아. 뭐가 모자란데? 조금 활달한 성격? 가식 없고 내숭 없는 솔직한 성격? 그게 단점이야? 난 그런 네가 좋은데, 그런 너랑 사귀고 싶은 건데!”

“…….”

변태 씨는 진지하게 화난 것처럼 잔뜩 몰아쳐 말한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멍한 표정으로 변태 씨를 쳐다봤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가만히 변태 씨를 쳐다보고 있으려니까, 심한 부끄러움이 몰아친다. 뭐, 뭐, 뭐래는 거야 멍청이가!! 그러니까 나, 나보고, 예쁘고 귀엽고 키 크고 하얗고 다리 예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좋은 그런 애라고!! 누가, 누가 그렇게 완전체인데─!! 아무리, 아무리 사탕 발린 말을 해도 그렇지! 이건, 이건 내 칭찬이 아니라 다른 인격체에 대한 말이잖아!!

“넌…… 나 안 좋아?”

“아니, 아니! 안 좋다는 게 아니라……”

“그럼 됐네, 사귀면 되잖아.”

“……으우우.”

“귀여워.”

“…….”

변태 씨는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말한다. 평소 같으면 개수작 말라고 팍 발로 찼을 텐데, 지금은 그렇게 못 하겠다. 이 녀석, 언제부터 이렇게 멋있었지…… 뭐라 말하고 싶은데 말을 못 하겠어…… 아냐, 아냐. 확실히 말 해야되! 이런 건 확실하게!

“야 정웅도!”

“어.”

“너…… 진짜 나 좋아해?”

“어. 많이 많이. 사귀자.”

“……정말 나 같은 애가 좋아?”

“어, 좋아. 왜 자꾸…… 알았어.”

“어…… 어. 알았어, 알았어.”

부끄러워 죽겠는데, 재촉해서 말하는 것도 부끄럽다. 그치만 확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물어보니 변태 씨는 짜증스럽다는 듯 말하다 이 쪽으로 성큼 다가온다. 그러더니 나에게 가까이 와 안으려고 한다. 나는 흠칫 놀라서 얼른 피했다. 그것만큼은, 그것만큼은 안 돼! 지금 안아버리면 나 정말 부끄러워서 얼굴 터져버릴지도 몰라!! 너무 창피해서, 나도 모르게 제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주저 앉아 얼굴을 푹 손으로 가렸다.

“……사귀는 거 맞지?”

“……응응, 알았어. 사귀어.”

“근데 왜 나 안 보고…….”

“……창피해. 죽을만큼.”

“헤헤, 귀엽네.”

“……저리 가.”


그 날 뒤로, 나랑 변태 씨는 사귀는 사이가 됐다.


작가의말

으으... 으으... 혼이 빠지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07.02 19:17
    No. 1

    첫번째 재밌어요!
    정희였군요 그럼 반창 채영이었나요?
    야 이거 본편이 끝나고 리유 미래 성빈 희세 편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이현세씨만화에 아마게돈이었던가요?
    만화대본소판 일일만화와 일반 만화의 결말이 달랐었죠.
    본편에서 결말이 다른 회차들을 내주시면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2 19:47
    No. 2

    네, 이건 본편이 아니고 번외니까, 확실히 결말은 달라요. 딱히 결말까지 시간을 끄는 건 아니구요 하핫.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지키미삼
    작성일
    14.07.02 19:30
    No. 3

    하아~~ 정희도 여기에
    그다음은 누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2 19:47
    No. 4

    그 다음은~ 히히힛.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사카나상
    작성일
    14.07.02 19:48
    No. 5

    리유 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2 20:10
    No. 6

    리유 리유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코드명000
    작성일
    14.07.03 00:36
    No. 7

    의외로 외전은 정희도 나오네요 확실히 정희도 괜찮은 소녀였죠
    외전을 보니 아마가미식의 전개도 괜찮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3 08:06
    No. 8

    넵, 체육계열 소녀. 그넫 아마가미식이 뭐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비행병아리
    작성일
    14.07.03 08:28
    No. 9

    아마가미는 일본에서 방영된 12편의 애니입니다
    일종의 학원로멘스물인데 공통루트로 적당히보여주고
    모든 히로인 한명마다 한편식 할애하여 모든 히로인과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통루트는 오픈결말 식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모든 결말을 다 보여 줍니다
    미연시의 모든 공략을다본느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3 08:49
    No. 10

    아아~ 그런 것도 나쁘지도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음~ 생각해 봐야 겠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못찾겠다
    작성일
    14.07.03 11:22
    No. 11

    희세 한번 갑시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3 11:39
    No. 12

    본선(?)에 참가하는 캐릭터는 번외편에 나올 수 없습니다... 본선에서 떨어진다 해도 번외로는 나올 수 없는... 흐흣...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5 18:48
    No. 13

    오...정희는 예상 못했는데 신선하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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