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2,842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4.07.01 22:59
조회
2,154
추천
38
글자
21쪽

번외01 - 3

DUMMY

“언니, 말 좀 해요.”

“왜, 정색하고 그래.”

점심시간. 웅도랑 짜장면 먹기로 하고 ‘그럼 기숙사 뒤편에서 기다려♡’ 하고 문자를 보내는데 정자 년이 무서운 표정으로 정색을 하고 날 부른다. 늘 실실 웃는 표정이거나 나한테 욕 먹어서 울상인 표정 두 가지 얼굴밖에 없는 애인 줄 알았는데. ‘점심 약속 있어서 가 봐야 하는데.’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니 정자는 더욱 심각한 얼굴이 돼서 ‘……그것 때문에 그래요, 얼른 와 봐요.’ 하고 내 팔목을 끌고 저돌적으로 앞장서 간다. 영문도 모르고 정자의 손에 끌려 갔다.

“언니, 소문 들었어요?”

“무슨 소문?”

“그…… 그…… 그……!”

정자는 건물 뒤 이슥한 곳에 날 데려다 놓고 넌지시 묻는다. 저번 여자애가 나한테 물어 봤을 때랑 똑같은 장소에, 똑같은 상황이네. 거기에 질문까지 똑같아. 정자가 무슨 말을 듣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대강은 알아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자는 막상 말하려니 말문이 막혀서 더듬거리며 말하지 못한다.

“그, 그러니까요! 어, 언니가! 저희 반…… 우, 웅도랑 사귄다는 소문…….”

“그런 소문이 돈다고?”

“네에에!! 파다하다니까요?! 애들도 계속 저한테 물어보고, 애들은 상관 없는데에~~ 선생님들까지 언니한텐 쉬쉬거리면서 저한테만 잔뜩 물어본다구요! 제가 뭐 언니 단짝도 아니고!”

“푸훗. 아무래도 접점이 너밖에 없으니까…… 그렇겠지?”

“아, 뭐에요 진짜! 오전 내내 시달렸다구요!”

정자는 자신의 서러움을 담아 징징대는 말투로 말한다. 그래, 이런 울상을 지어야 정자답지. 피식 웃으며 별로 심각하지 않게 말하니 더욱 울상이 돼 생떼를 부리는 정자다. 확실히, 선생들이 그러는 건 나도 눈치로 알아챘다. 교감은 내가 인사 해도 ‘으흠…… 그래.’ 하고 떨떠름한 티를 팍팍 내고, 교무주임 역시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다만 평소부터 쿨한 체로 다른 사람들에게 책 잡힐만한 짓을 안하는 나니까, 대뜸 물어보기에는 껄끄러웠겠지. 그러니까 만만한 정자한테 물어본 거겠지.

“진짜 뭐에요! 언니, 헛소문이죠?”

“……아니.”

“에엣?! 에에에에!!!”

정자의 물음에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담담하게 말했다. 정자는 흠칫 놀라더니 기겁을 하며 나에게서 세 발자국 떨어지며 몸서리를 치며 놀란다. 경악에 가득 찬 눈에 두 손으로 벌린 입을 가렸다. 정자 얘는 참 리액션이 풍부해서 좋다니까. 방송국 가면 최고의 방청객이 될 수 있을 거야.

“지, 지, 진짜였어요?! 전, 그냥 헛소문인줄 알았는데! 언니 음해하는 세력의!”

“음해하는 세력은 뭔데. 드라마 찍니?”

“어, 언니가 지금 하는 게 더 드라마거든요! 웅, 웅도랑 언니면…… 12살 차이잖아요!”

‘퍽!’

“……시꺼, 그렇게 일일이 나이 계산 하지 마, 죽는다.”

“아야야야…….”

정자는 잔뜩 당황해서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지그시 손날로 정자의 이마를 톡 하고 때렸다. 이런 와중에 새삼스럽게 웅도하고 나하고 나이 차이를 들먹이다니…… 정자는 울상이 돼 맞은 이마를 쓰다듬으며 나를 쳐다본다.

“정말 사귀어요? 심상치 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정말 사귀어. 정말 좋아해.”

“에에에엣──!! 하아, 하아, 저, 정말이요?!”

“하악 하악은 뭔데!!”

“그치마아안~~!!”

정자의 물음에 나는 시험에라도 들은 것처럼 눈을 감고 잠시 생각했다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제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아. 이제 다시는 나를 속이지 않을 거야. 이젠 다시는 웅도하고 나하고 관계를, 숨기지 않을 거야. 좋아서 좋다고 하는 건데, 그게 잘못된 거야. 내가 남자친구가 있는데 불륜으로 웅도랑 사귀는 것도 아니고. 웅도도 마찬가지고. 물론, 사회적 시선이 조금 따갑겠지만, 애초에 그것도 못 견딜 거였으면 사귈 생각을 말았어야지. 가시밭길은 예견됐던 거니까. 정자는 변태처럼 하악거리면서 얼굴이 살짝 상기돼 나를 쳐다본다. 이런 변태같은 느낌의 정자는 또 처음이다. 정자는 뭔가 잔뜩 설레는 소녀 같은 표정으로 날 보더니 ‘예쁜 사랑 하세요, 언니──! 전 언니 응원할게요~~!!’ 하면서 종종걸음으로 뛰어간다. 나 참. 뭐, 입이 가볍긴 하지만 함부로 소문 내거나 할 녀석은 아니니까. 아니, 입이 가벼우니까 다 말할 수 있지만, 내가 정자 년을 길들인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 믿을 만한 애니까. 피식 웃으며 다시금 문자로 ‘늦어서 미안 ㅠㅠ 다른 선생님이 잠깐 붙잡아서 ㅎㅎ’ 하고 보냈다.


“뭔가, 막장 같은 상황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 뭐가요.”

“흐흥.”

웅도와 짜장면을 먹으며 말했다. 짜장면, 이것도 대학교 이후로 되게 오래간만에 먹게 되는데. 웅도랑 같이 있으면 고등학생 까진 아니어도, 대학생 정도까지 어려지는 것 같아서 되게 기분이 좋다. 짜장을 입가에 묻히고 허겁지겁 먹는 웅도를 보며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웅도는 고개를 들고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귀여워서 휴지를 뽑아 입가를 닦아주며 ‘좀 묻히지 말고 먹어. 귀여움이 묻잖아.’ 하고 닭살 돋는 멘트를 날렸다. 녀석은 ‘귀엽다’는 말에 덩치 큰 남자애 답지 않게 수줍어하면서 ‘귀, 귀여움이 묻다니, 무슨 말이에요 그건.’ 하고 말한다. 아, 귀여워 죽겠어.

“그러니까 뭐랄까. 교장이 날 조용히 불러서 ‘선생, 다른 데로 전근 가 줘야 겠네.’ 라거나. 전교생 앞에서 추궁 당해서 네가 ‘전 그냥 선생님 좋아하는 것 뿐이에요!’ 하고 말하거나. 바란 건 아니지만 은근히 기대? 하핫, 이런 거 기대하는 것도 안 좋겠지만.”

“에이, 드라마도 아니고. 다들 쉬쉬하면서 그냥 넘기는 거죠.”

“맞아, 아까도─ 아니다.”

“에? 뭐가요?”

“그냥, 선생님들이 다 쉬쉬하면서 정작 나한텐 말 못 하더라고.”

내가 말한 막장드라마 시나리오에 웅도 역시 우스운 지 피식 웃는다. 정자 얘기를 하려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겼다. 괜히 얘기 해봤자 좋을 게 뭐 있겠어. 웅도는 살짝 무거운 표정으로 나를 본다.

“저는…… 에헤헤.”

“왜? 너한테도 애들이 물어봐?”

“아뇨, 좀 껄끄러운데…… 누나한테도 껄끄러운데, 말해도 되요?”

“……말해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웅도는 말한다. 나는 ‘껄끄러운데’ 보다 ‘누나’ 라는 어휘에 더 신경이 써져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살짝 상기돼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진짜 저 표정으로 ‘누나’ 라고 중저음으로 말하는 건 반칙이라구! 진짜 어떻게 해 버리고 싶잖아! 내가 여자고, 쟤가 남자앤데!

“……희세가, 고백했어요. 저한테.”

“……아.”

“소문 사실이냐고. 그래서…… 사실이라고 말하고 받아줄 수 없다니까. 펑펑 울더라고요. 자존심 그렇게 센 애가.”

“아아. 알 것도 같다.”

희세인가, 그 예쁘장 해서 눈매 날카로운 애. 웅도랑 같이 다니는 패거리 여자애들 중에 한 명이었지, 아마. 나는 2학년 담당이라 자세한 건 모르지만. 웅도랑 같이 다니는 다른 여자애들은 다 쩌리(?)라고 생각해서 기억에 남는 애들은 별로 없지만, 키 작고 꼬마애 같은 여자애랑 희세라는 애는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꼬마애는 워낙 그 나이 또래 같지 않게, 여자애 답지 않게 귀여워서, 희세라는 여자애는 음…… 학창시절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묘하게 나랑 동류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자존심 세고, 뭐든 완벽하게 하려 하고, 자기 감정 숨기는 데 능하고. 감정 숨기는 건 내 쪽이 레벨이 더 높으니까, 확실하게 보이지.

이거, 괜히 미안해지는데. 윗 세대의 늙은이가 아랫세대의 꿈과 희망을 짓밟은 느낌이랄까. 어색하게 미소 지으니 웅도 역시 젓가락을 놓고 어색해하면서 뒷머리를 긁는다. 솔직히 그렇다. 좀 껄끄럽긴 하다. 웅도한텐 자기 또래 귀여운 여자애가 더 어울리니까. 정말, 난 이 애 미래를 버려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든다.

“그치만 전, 누나 밖에 안 보이니까. 우는 거 달래주고, 그래도 어쩔 수 없다니까 홱 가버리더라구요.”

“괜히 미안해지는데. 나 같은 늙은이 때문에.”

“아니, 아니에요. 제가 늦게 태어난 게 잘못이죠. 누나가 일찍 태어난 제 죄거나.”

“……그래, 나이 많아서 미안해. 하아─”

“에이, 그런 말이 아닌데에.”

나이 쪽 얘기만 나오면 나는 순식간에 약자가 돼 버린다. 그 쪽, 심각하게 컴플랙스라고. 어릴 때엔 어른스럽게 보이는 게 꿈이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까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고 싶은 역설적인 느낌이다. 그 전까지는 스물 아홉이나 돼서 결혼은커녕 남자친구도 없다는 것 때문에, 지금은 웅도가 너무 어리니까, 그것 때문에 나이가 신경 쓰인다. 그리고 또, 젊은 시절 제대로 한 번 펑펑 놀아보지도 못하고 마냥 공부만 하고, 다른 애들 놀 때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억척스럽게 아르바이트만 했던 기억밖에 없으니까. 막상 이제 좀 여유가 생기니까─여유랄 것도 없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긴 하지만, 익숙해졌으니까─ 젊음은 다 사라지고 이제 곧 30줄이니까. 아아. 청춘이여, 젊은이여.

“누나♡”

‘쪽.’

“……! 미, 미쳤어?! 사, 사람들 있는데!”

“에헤헤헤헤. 저도 용기낸 건데! ……싫었어요?”

“……창피해서 그래, 창피해서.”

웅도는 갑자기 나를 흐뭇하게 쳐다보더니 몸을 쭉 뻗어 볼에 뽀뽀를 한다. 엄청 당황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해버렸다. 웅도는 얼굴이 빨개져서 헤헤거리며 웃고, 나 역시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 식당 아주머니랑 손님 몇몇이 수군거리며 이 쪽을 쳐다보는 것 같다. 아아, 왜 이런 돌발행동을. ……싫지는 않았지만. 다 먹고 계산하는 차례. 둘이 식당을 갈 때마다, 사 준다고 말해도 웅도는 꿋꿋히 자기 몫은 자기가 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이에요!’ 하며 앙탈을 부리는 녀석. 남자는, 돈도 한 푼 없는 학생이. 자기 돈이라고 가지고 있는 것도 결국엔 용돈이잖아. 부모님 고혈 짜서 쓰는. 그러느니 차라리 내가 사주는 게 나은데. 그런 고집도 귀여워서 엄마 미소가 얼굴에 걸린다.

“좋았어, 아까 뽀뽀한 거.”

“음? 아, 대답을 이제 하는 거에요?”

“거, 거기서 바로 대답을 어떻게 해.”

“에헤헤. 네, 자주 할게요.”

“그렇게 갑자기 하지는 마!”

“그럼 예고하고 해요?”

“……그것도 이상하잖아!”

장난스럽게 말하는 웅도를 보며, 자동차에 탄다.


뭐, 그런대로 괜찮게 넘어간 것 같다. 물론 사람들의 시선이 완전하게 풀린 건 아니다. 아직도 소문은 남아 있고, 애들은 물론이고 어른인 선생님들마저 수군수군 떠들어댄다. 아니, 더 심하지. 애들은 세상물정 모르니까 대충 넘어갈 수라도 있겠지만, 어른들의 고리타분하고 틀에 박힌 생각은 어떻게 고칠 수 있는 도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괜찮다. 어쩌면 혼자 웅도랑 헤어지려고 했던 건 나 혼자 설레발 친 것 일수도 있다. 사실은 괜찮았는데. 그치만 뭐, 어때. 다 괜찮아졌잖아? 지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즐거이 웅도랑 지내고 싶다. 물론 사람들 눈치 보이니까, 좀 더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사람들 앞에서는 눈치 못 채게 해야겠지만.

“아아─ 졸려 죽겠다.”

“…….”

야자가 끝나고 돌아오는 웅도. 맘 같아선 ‘고생했어, 우리 애기~’ 하고 등을 토닥여주고 싶지만, 애들 눈치도 있으니까, 그냥 눈만 보일 듯 말 듯 살짝 찡긋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웅도 역시 일부러 나한테 말을 걸거나 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왼쪽 눈을 살짝 보이게 찡긋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아아, 애틋하네. 지나가는 여자애들은 나와 웅도에 집중했다 별다른 얘기 없이 들어가니 무언가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기숙사로 들어간다. 뭐, 덥썩 뽀뽀라도 할 줄 알았어? 나 참, 여자애들은 이래서 이해를 못 하겠다니까. 뭘 기대하는 건데.

“애들한테 숨기느라 죽겠다니까요─ 아, 진짜. 계속 물어봐요, 여자애들! 하핫.”

“…….”

점호까지 다 끝내고, 시간은 11시. 웅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내 방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며 자유분방한 자세로 말한다. 나는 모니터 화면을 보고 묵묵히 그 말을 들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엄청, 엄청 기다렸다. 엄청 긴장된다. 심장이 쿵쾅쿵쾅, 이만큼이나 떨린 적이 있었을까 싶다.

“웅도야.”

“네? 어…….”

‘지이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작게 말했다. 웅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나를 보고 살짝 놀라는 투로 말끝을 흐린다. 나는 위에 입고 있던, 늘 입는 츄리닝의 지퍼를 내렸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체 드러나는 속옷. 새하얀 살결에, 꽤나 큰 볼륨감. 이 정도는 나도 안다. 나 가슴 크다는 건. 고등학교 때부터 다른 애들의 부러움과 놀림을 동시에 받았으니까. 대학교 가서도, 이것 때문에 굉장히 대시를 많이 받았었지.

웅도는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며 몸을 안절부절 못한다. 자유분방하게 누워 있던 자세는 어느세 정좌한 자세가 돼 마치 자대에 전입받은 이등병의 꼿꼿한 자세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또, 그 나이 대 남자애 특유의 호기심은 있는지 내 몸에서 눈을 떼지는 못한다. 묘하게 부끄러우면서, 또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변태인가, 나. 아니, 웅도가 내 몸을 보고 있어서 기분 좋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싫지많은 안다, 그런 거지.

“너는…… 나 많이 좋아해?”

“네, 네, 그, 그런데요, 근데 이건…… 으힛!”

“왜……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아?”

“아뇨, 아뇨, 아뇨 그게……!”

나는 끈적한 말투와 눈빛으로 웅도에게 말했다. 웅도는 나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못하며 더듬거리며 대답한다. 나는 천천히 웅도 쪽으로 다가갔다. 침대 위, 웅도 옆에 앉으니 웅도는 흠칫 놀라며 몸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이미 손을 뻗어 웅도의 허리를 잡았기에, 웅도는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네가 볼 때…… 선생님, 어때. 많이 해 봤을 것 같애?”

“아, 아, 아…… 그, 누나는 어른이니까…… 마, 많이는 아니어도 확실히 경험은…….”

“……흐흥.”

귀여워 죽을 것 같다. 이렇게나 어린대도, ‘해봤을 것 같애’ 라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은 한다. 그것도, ‘많이’ 라고 대답하면 내가 기분 안 좋아할 것 같아 배려해서 저렇게 애매하게 대답해주는 배려심도 보여서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라고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뭔가 범죄 같잖아, 이거! 역으로 생각해봐, 29살 먹은 남자 선생님이 17살 된 여고생하고 이 상황하고 똑같은 상황이라고! 굉장히 불순하고, 누가 봐도 범법같은 느낌이 물씬 나잖아! 내가, 내가 지금 그렇다고! 그치만, 그치만……

…………갖고 싶어.

“나…… 평소엔 섹드립도 많이 하고, 일부러는 아니지만 네 반응이 재미있어서, 야하게 입기도 하고 그랬지만……”

“헉! 저, 저기, 누, 누나!”

“……나도, 처음이야.”

“……!”

긴장되는 마음을 붙들고, 스물 아홉 살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수줍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대쪽 손은 그 수줍음에 걸맞지 않게 천천히 웅도의 배 밑으로 향했다. 웅도는 펄쩍 뛰어오르듯 놀라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나는 벌써 알몸이 된 것처럼 창피하다. 처녀라는 건,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은 건데. 누가 믿겠냐고, 스물 아홉이나 됐는데 숫처녀라니. 그치만,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공부하느라 그런 거(?) 사귈 시간이 없었다고. 관심도 없었고. 임용고시까지 죽어라 보고 처음 배속받은 학교에서도 이렇게 잔뜩 일만 하고, 좀 적응할만하다 싶으니까 스물 아홉 살. 인생 참 기구하지. 웅도를 가지고 싶기도 하지만, 내 처음 역시 웅도에게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잡아 먹는 게(?) 아니야. 합법이라구 합법. 딱히 자기합리화 하는 게 아니야.

“저, 누, 누나, 이런 건 제가, 그…… 이건 옳지 않아요!”

“……응?”

“이, 이런 건…… 저, 저 어른 되고 나면 하는 게, 그런 게…… 아아…….”

“……이래도?”

“……하아, 하아…….”

웅도는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면서 말한다. 내 눈을 피하면서, 억지로 말하는 티가 역력하다.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다 은밀한 눈빛으로 웅도를 보면서 등 뒤로 해 브레지어 후크를 풀었다. 이로써 상의는 완전히 나신이 돼 버렸다. 부끄러워 죽겠지만, 왠지 지금은 농염한 성인 여성 같은 연기를 해야, 웅도가 단념할 것 같은 기분이다.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웅도는 말하다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다. 묘한 기쁨이 또 느껴진다.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며 웅도는 나를 쳐다본다. 뭔가 야수처럼 거친 눈빛이 돼서, 나를 올려다본다.

“……누나─!!”

“아아, 아퍼~ 흐흥.”

“하아, 이건, 이건…… 누나 잘못이에요, 이건……!”

“왜 잘못이야? 이런 거 하는 게, 잘못이야……?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잘못하는 거야?”

“아…… 아니…… 후우…….”

웅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나를 거꾸러뜨려 침대에 눕힌다. 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웅도는 거친 목소리로 말한다. 뭔가, 내가 간신히 유도해서 진행하는 것 같은 기분인데. 기분 탓이겠지. 내 말에 웅도는 대답하지 못하고 또 한숨을 푹 쉰다. 나는 웃으며 그런 웅도를 보다 두 손을 웅도 목덜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 쪽으로 힘있게 껴안으면서, 동시에 입을 맞췄다.

“흐읍……!”

“…….”

솔직히, 키스까지도 처음이라는 거짓말은 못 하겠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사귀었던 선배랑 키스까진 했었으니까. 웅도는 처음이겠지만. 웅도는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귀여운 이 애를 천천히 리드하며 한 손은 목덜미에, 다른 한 손은 은밀한 곳에 가져다대니 낮은 신음을 낸다. 5분 넘게 천천히, 그러면서도 강렬하게 키스를 이었다.

“……이제, 너 가질 거야.”

“……응.”

“웅도야.”

“누나.”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계속 말하지만, 나도 처음인지라 굉장히 긴장된다. 물론 웅도보다야 덜 떨리겠지만. 이 녀석, 엄청 긴장했는지 정말 몸을 떨고 있다. 귀여워 죽겠어. 나지막이 말하니 웅도 역시 나를 쳐다본다. 다시 한 번 격렬한 키스가 이어졌다. 이번엔 웅도의 손길이 가만히 있지 않고 내 몸으로 향한다. 막상 이렇게 하니까 엄청나게 부끄럽다. 하지만 어떻게 돌이킬 순 없지, 내가 먼저 시작한 건데. 괜찮아, 괜찮아…… 사랑해, 사랑해────



“으헉!”

무언가 엄청난 기세에 나는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온 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다.

“……?”

자다 일어났지만 정신이 아주 맑고 청명하다. 그리고 멍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얼떨떨한 정신으로 머리맡의 휴대폰을 보니 새벽 3시다. 내 자취방이고. 어둡고.

엄청 좋은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인데. 그것도 길게. 기억이…… 아, 기억 난다. 그러니까 선생님하고…… 와,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근데 무슨 꿈을 이렇게 길게 꾸지. 무슨 구운몽도 아니고. 아, 스케일이 다르긴 하구나. 구운몽은 한 평생인데. 그런데, 끝에, 끝에─ 엄청 중요한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음……

“아.”

어째서인지 마지막 장면 쪽이 기억이 흐릿하다. 뭔가…… 음…… 야했던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하면서 나는 점차 몸의 감각이 돌아오며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식은땀인줄 알았는데, 팬티…… 아…… 진짜…… 후우…….

깊은 한숨을 쉬며 일어나니 다행이 이불은 버리지 않았다. 흘릴까 얼른 이불에서 나와 팬티를 벗었다.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 새벽이니 뭐 상관 없지. 찝찝함에 온 몸이 몸서리쳐진다. 분명 좋은 꿈이었는데, 현실은 이러고 있다.

“하긴, 애초에 그 세계관(?)에선 어째서인지 내가 자취를 안 하고 있잖아. 선생님도 남자친구도 없었고. 모든 건 계획돼 있었던 거야.”

툴툴거리며 샤워할 준비를 했다. 못내 아쉬운 건 아쉬운 기분이다. 꿈 속에서 선생님, 되게 예뻤는데. 특히 가슴이…… 아아. 내 꿈 속에서의 가상이었지만 정말, 정말 예뻤는데. 고개를 흔들어 떨쳐내며 샤워기로 물을 뿌린다.


……아 X발 꿈!


작가의말

...수위가 걱정되지만, 실질적인 것(?)은 하나도 안 나왔으니까. 아슬아슬하게 15세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뇨, 정말 실질적으로 보면 예전에 나왔던 ”뒷풀이” 편보다 안 야해요. 이 정도는, 건전하다구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 작성자
    Lv.99 코드명000
    작성일
    14.07.01 23:17
    No. 1

    제 생각으로도 이정도는 건전입니다(쿨럭!)
    아마 사감선생님이 남자친구가 생기기전에 웅도가 일편단심으로 무식할정도로 밀어붙였다면 저렇게 될수도 있지 않았을지.... 제 망상이지만 저건 다른 평행차원의 또다른 웅도이야기를 현재 웅도가 꿈을 꾼것으로 본것이 아닐까 합니다.사감선생님이 워낙 매력적이라 전 마이너버전?이라고 할수있는 희세가 사감 선생님 다음으로 제일좋다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1 23:22
    No. 2

    네, 일종의 평행세계죠. 만약이지만 저대로 계속 잇는다면, 3년동안 알콩달콩 연애하고 웅도 20살 되는 해에 결혼, 그 다음 해에 출산... 아하하. 그렇게 되면 군대는 자동으로 공익이나 상근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아싸라뵤
    작성일
    14.07.01 23:38
    No. 3

    악 꿈이라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1 23:53
    No. 4

    깨달음을 얻은 웅도는 스스로 머리를 깎고 산으로 올라가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사카나상
    작성일
    14.07.02 07:56
    No. 5

    그다음 리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2 08:34
    No. 6

    격전지(?)에 참가 가능한 인원은 아쉽게도 드림월드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4.07.02 08:54
    No. 7

    사감선생님편의 끝인가요?
    눤가 좀 아쉬워요....
    어느 분 말씀대로 금단 증상이랆까....
    여기까지 왔으니까 뭔가 일상에서의 후일담이 있겠죠
    꿈속이어선지 사감선생님의 모든 행동과 마음을 웅도가 아나봐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2 11:22
    No. 8

    ...이게 끝인데요. 헤헷. 다만 시점이 선생님이었을 뿐... 하핫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olfam
    작성일
    14.07.02 18:01
    No. 9

    헉 신고버튼이 어딨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2 18:23
    No. 10

    에, 에엣... 분명 수위조절은 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지키미삼
    작성일
    14.07.02 19:20
    No. 11

    한여름밤의 꿈 에효~~~~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7.02 19:46
    No. 12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아X발꿈 결말... 헤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5 18:26
    No. 13

    내심 기대를 했는데 ㅠㅡ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전서리
    작성일
    18.08.17 23:41
    No. 14

    뭔가번외로 그런평행세계에서 꿈꾸는능력가젔으니 평행세계를 자각몽으로 유도해서 찜쪄먹..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9 번외03 - 3 +13 14.07.05 1,441 46 20쪽
128 번외03 - 2 +9 14.07.04 1,512 40 23쪽
127 번외03. 제일 예쁜 우리... - 1 +10 14.07.04 1,762 34 19쪽
126 번외02 - 3 +7 14.07.03 1,689 34 18쪽
125 번외02 - 2 +3 14.07.03 1,701 43 18쪽
124 번외02. 나 같은 애가 좋을 리가 없잖아!! - 1 +13 14.07.02 1,851 31 21쪽
» 번외01 - 3 +14 14.07.01 2,155 38 21쪽
122 번외01 - 2 +9 14.07.01 2,155 32 20쪽
121 번외01. 금단이지만 금지는 아니니까... - 1 +16 14.06.29 2,271 36 22쪽
120 29화 - 4 +22 14.06.28 1,924 36 23쪽
119 29화 - 3 +9 14.06.27 1,838 43 20쪽
118 29화 - 2 +13 14.06.21 1,885 34 21쪽
117 29화. 너도 내가 좋니? +21 14.06.15 2,278 43 20쪽
116 28화 - 4 +17 14.06.07 2,828 56 24쪽
115 28화 - 3 +19 14.05.30 3,540 147 20쪽
114 28화 - 2 +19 14.05.27 3,019 45 19쪽
113 28화. 나만의 그녀 +23 14.05.26 2,156 51 19쪽
112 27화 - 3 +13 14.05.24 2,027 49 22쪽
111 27화 - 2 +7 14.05.22 1,945 46 20쪽
110 27화. 그만 할게. +13 14.05.18 2,080 44 15쪽
109 26화 - 4 +10 14.05.10 1,696 42 15쪽
108 26화 - 3 +7 14.04.29 2,052 46 23쪽
107 26화 - 2 +9 14.04.26 1,868 41 21쪽
106 26화. 소녀 할 수 없사옵니다. +9 14.04.24 2,014 52 22쪽
105 25화 - 4 +15 14.04.17 2,780 115 18쪽
104 25화 - 3 +16 14.04.10 2,144 50 21쪽
103 25화 - 2 +24 14.04.05 2,311 52 16쪽
102 25화. 다시 한 번, 친구로! +19 14.03.26 3,101 64 19쪽
101 누락된 편입니다 +6 14.03.25 1,934 49 1쪽
100 24화 - 4 +16 14.03.24 1,965 4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