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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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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1.2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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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설!

DUMMY

“웅도는 어디 좋은 대학교 갔니?”

“○○대학교요······.”

“○○? 어유, 적어도 ☆☆은 가야하는 거 아니여?”

“국립이랴.”

“국립? 아유, 국립이면 됐지. 그래 과는 무슨 과래?”

“국어 국문학과······요.”

“국문과? 아니 그게 뭐여.”

“그런 데 나오면 요즘 취업 되니?”

“아 애가 알아서 하겄죠.”

“허허이~ 명문대 어디 나와도 취업 모단다는디, 그런 데 나와서 취업 하겄어?”

“아 이제 대학 가는 애한테 뭘 그렇게 보채싸요.”

“그려, 사람이 뭐든 열심히만 하면 되지.”

“······.”





그런 법이지, 설은. 모두가 싫어하는 데엔 이유가 있지.



고3은 대학교로 등급이 정해지고, 대학생은 취업, 취준생도 취업, 취업하면 이제 시집장가, 갔으면 집걱정차걱정자식걱정, 자식 낳으면 둘째걱정, 그 뒤로도 그 뒤로도······ 아. 그냥 큰아빠 고모들 다 돌아가시기 전까진, 나는 계속 꼬마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래가 암울하네.


국문과가 어때서! 난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소설가가 될 거라구! 좀 뜬금없지만. 애들에 시달려서 그런 걸 잘 말하진 않았지만, 나 나름 문학소년이라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오타쿠 기질이 좀 있어서 그렇지. 장래에, 유명한 장르문학 작가가 돼서 저 말 하는 친척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하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지요. 음. 나 무슨 얘기 하니. 아직 대학도 안 갔는데.








할 일 없이 바깥으로 나왔다. 시골인 큰집에 와서 유일하게 좋은 건, 개들이랑 놀 수 있다는 것 정도.



“끼잉끼잉!”

“월월!”

“그래그래 옳지옳지. 아우, 저리꺼져, 흙 묻잖아. 아유 귀여워.”



시골 개 녀석들은, 1년에 딱 두 번 보는데도 정말 열렬한 환영을 해준다. 단점은, 자신의 똥과 오줌이 섞인 흙을 밟은 발을 나에게 들이미는 것과, 전혀 씻지 않아 엄청난 개 냄새를 풍기고 있어 함부로 쓰다듬기 꺼려지는 외형. 그런 것만 빼면, 굉장히 귀엽고 좋은데. 아, 희세네 나인이 생각나네. 나인이는 실내에서 키우니까, 엄청 관리 잘 해서 냄새도 안 나고 그런데.



“여보세요.”

『왜?』

“그냥, 설 잘 보내고 있나─ 싶어서.”

『실없네.』

“내가 그렇지 뭐.”



더는 어른들 등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얼른 희세에게 전화. 희세도 놀고 있었는지 금세 전화를 받는다. 희세 목소릴 들으니까, 뭔가 마음이 안정되는 거 같애.



『어제 하루종일 전만 부쳤는데. 힘들어 죽겠어.』

“나한테 시집오면 내가 다 부쳐줄게.”

『푸흡.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뭐 시집이야 미친놈아! 데이트나 잘 해!』

“데이트가 뭐! 그 정도면 잘 하는 거지.”

『말은. 에휴. 나중에 전 안 부치면 죽여 버릴 거야.』

“이거 무서워서 전 부쳐야겠네. 암만, 희세가 시집오면 전이고 뭐고 못 부쳐!”

『어후, 아저씨 같애.』



실실 웃으며 희세에게 농담. 늘 얘기하고, 많이 얘기하는 희세지만 전화로 얘기하면 또 재미있다. 설 동안 며칠 못 보는 건데도, 뭔가 좀 아쉽네. 정말 천만다행이야, 같은 대학교 가서.



“여보세요. 잘 지내고 계십니까.”

『응 웅도야! 설 잘 보내고 있어?』

“뭐······ 어른들한테 욕만 잔뜩 먹고 있지~ 아핳.”

『욕? 뭔 욕?』

“굶는과 갔다고?”

『굶는과? 뭔 소리야?』

“아, 국문과 갔다고.”

『아핳, 국문과가 굶는과야? 아하핳, 재미있다!』



희세랑 한동안 통화하고, 그래도 방에 들어가긴 싫어서 집 뒤뜰을 서성이며 이번엔 성빈이에게 전화. 방학 하곤 다들 많이 못 봤으니까. 간만에 듣는 성빈이 목소리. 반갑게 맞이해준다.



『우리는, 그냥 평범해. 이따가 외갓집 가서 하루 자고 와.』

“그렇구나. 우린 친가도 외가도 같은 동네나 편한데.”

『아 좋겠다. 우린 외가 내려가는 것만 2시간 넘게 걸리는데······ 막히면 4시간 걸릴 때도 있어!』

“와, 뭔 짓거리래. 명절 없어져야 돼. 요리준비 하는 것도 힘들고. 음식 남으면 다 버리잖아.”

『에이, 그래도 없애는 건 좀. 오랜만에 친척들 얼굴 보고 좋잖아?』

“좋기는. 다 뭐라고만 하는데. 서로 눈치만 보고, 자식몬 배틀이나 하고. 악폐습이야.”

『그래두.』



상반된 나와 성빈이의 견해. 나처럼 어른들한테 잔뜩 쪼이고 나면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아, 어, 응? 여보세요?』

“리유쨩······ 하앜하앜 잘 지내고 계신가요?”

『웅웅! 웅이는? 왜 갑자기 변태 오타쿠 됐엉?』

“변태 오타쿠라니! 컨셉충이야!”



간만에 애들하고 얘기하니까, 재미가 붙어서. 내친 김에 리유에게도 전화. 뭔 다른 일 하고 있었는지 리유는 전화를 좀 늦게 받는다. 변태 오타쿠 컨셉을 용케 잘 받아주는 리유. 영특한 녀석.



『어, 한국은 설이겠네?』

“「한국은」이라니. 넌 한국 아니야?”

『웅! 호주 왔어! 가족들이랑 같이!』

“아 진짜? 헐대박.”



뭐야. 설날 때 여행가는 사람들 있다더니, 진짜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니. 이 얼마나 럭셔리하고 넘나 서울사람인 것이니. 리유, 서울사람은 아니지만. 리유네, 잘 사는구나. 뭔가 위축되는데. 나는 시골에서 똥개랑 이러고 있는데, 리유는 호주에서 있어 보이게 실리아쨩하고······ 실리아쨩은 뭔데 실리아쨩은.



『Woong-do?』

“아, 어, 예스 예스! 히사시부리! 아 이게 아니지. 해피 뉴 이어?”

『AHAHA! A! Lee-you? hmm······ se he bok mani? mani? bada!』

“어, 그. 리유 좀. 바꿔주지. 나 영어 못 하는데. 고졸영언데. 외국어영역 4등급인데.”



대뜸 실리아를 바꿔주는 리유. 1년 만인가, 싶지만 그런 어색함 보다는 절대적인 언어적 소통의 부재가. 리유한테 뭐 물어보는 듯 하더니, 엄청 서양인 같은 느낌의 발음으로 뭔가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무언가를 말한다. 대충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말하고 싶었던 거 같은데.



“어쨌든, 잘 지내는 거 같네. 한국은 언제 와?”

『삼일 더 있다가!』

“그려, 그럼 오면 말해. 근데 왜 말도 안 하고 갔냐.”

『에헤헤! 깜짝 놀래켜주려구! 기념품 사갈게!』

“응, 잘 지내!”

『웅웅!』



새삼 리유네 집이 금수저임을 깨닫고, 전화를 끊는다.


······1학년 때 괜히 헤어졌나. 아 무슨 개소리야! 난 희세만을, 온 세상 여자 중에 희세만을 좋아할 건데!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 아 몰라.




“여보세요.”

『아! 오빠네요. 왜요? 설마 설에 친척네 가서 어른들한테 ‘그 무슨 이상한 과 가서 그러냐!’ 해서 기 죽어서 전화한 건가요?』

“와 너 무슨 점쟁이냐. 어디야. 친가야?”

『아, 아뇨. 납골당이요. 준이······ 만나러 왔거든요.』

“아······ 아 왜 넌 맨날 납골당인데?! 거기 사냐! 거기 가기도 힘들지 않아!?”

『그 때 간 건 새해라 간 거고, 오늘은 설날이니까. 아 내 남친 내가 보러 가겠다는데 왜 오빠가 화를 내요!? 고인드립 좀 쳐 줘요 정신 차리게?!』

“아니,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흥칫뿡.』



미래한테까지 전화하고, 이만 들어가야지 했는데. 그냥 하지 말걸. 얘는 왜 그렇게 납골당을 자주 가는지. ······아직까지 잊지 못한 건 알겠지만. 그냥, 송준이 사건은 생각만 해도 나까지 슬퍼지니까.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는데. 미래, 아직까지 잊지 못 했구나.



“그래, 재수는 잘 되고 있어?”

『으으 극혐. 오빠 꼰대에요? 오빠가 어른들한테 그렇게 당해놓곤 그런 질문을 하고 싶어요?』

“아 그럼 뭐 물어봐 재수생한테. 재수한다는데. 근황 물어보는 것도 잘못이냐.”

『극혐 꼰대 어르신들도 그런 거 물어보는 거잖아요! 저도 그것 때매 빡쳐서 어른들하고 얘기 안 하는데.』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네. 내가 또 경솔했네.”

『흥칫뿡!!』



어째 계속 말리는데. 논리적으로 완벽하군. 반박할 수 없다. 거기다 오늘의 근미래는 무적이다. 송준이를 어깨에 매단 이상, 그녀를 건드릴 순 없지.









“아우 추워.”



이내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왜 갑자기 별 헤는 밤이냐.


이제 추워서, 민서랑 유진이한테는 전화 생략하게. 민서는 왠지 지금도 알바하고 있을 거 같구─국밥집이 명절 연휴 때도 안 쉰다니까─, 유진이는 미대입시가 끝났나 안 끝났나─ 잘 몰라서. 연락해도 안 받을 거 같아서. ······이 와중에 아예 언급도 안 된 시아찡에게 묵도를. 아 다 기억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시오.







거지같은 설이 지나가고 있구나······ 집 가서 쉬고 싶다 그냥. 희세 보고 싶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글 쓰는 사람 김태신입니다.


너무너무 오래간만이네요! 사실은, 1월 중에 한 번은 쓰려고 했는데! 겨울방학 테마로 뭔가 써보려고 했는데! 신작 연재하느라 모든 혼을 다 쏟아부어서, 못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설이라고 뭐라도 써야할 거 같아서 이렇게 조그맣게라도, 아이들 근황(?)을. 설은 거지같죠. 딱히 제 경험은 아닙니다.


2월 달이 돼서, 신작도 안정화가 되고, 시간이 조금 남으면 겨울방학 편을 쓰고 싶습니다. 한 편이라도요.


아직까지, 부족한 작품 보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미 지나갔지만, 설 잘 보내시고 다들 일상으로 무사귀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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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00화. 호에에... 다시 또 프롤로그인 거시에요... +8 18.04.21 316 8 13쪽
271 09화. 끝 +11 17.09.13 374 9 14쪽
» 설! +1 17.01.28 795 7 9쪽
269 새해. +7 17.01.01 73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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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번외 - 대학교에선, 뭘 해? +1 16.11.04 894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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