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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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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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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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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9쪽

08화 - 2

DUMMY

“오늘 좀 저기압이었던 건, 미래에 대한 생각 하고 있어서.”



햄버거 가게로 향하는 길. 꼭 잡은 손을 흔들거리며, 희세가 먼저 말을 꺼낸다. ‘저기압이었던’이라는 과거형 표현대로, 이젠 기분이 풀렸는지 어느정도 밝은 표정의 희세.



“미래는 왜? 갈수록 미치광이가 돼 가는 게 걱정돼?”

“근미래 말고! Future! 짜증나게 하지 말구. 진지한 말 하는데.”

“아하하. 미안.”



미래에 대한 개드립에, 희세는 벌컥 짜증을 낸다.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아재개그를 안 좋아하는구나, 희세는. 미래는 되게 좋아하는데.



“미래? 수능이나 대학 같은 거?”

“응, 그렇지. 그렇긴 한데.”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희세. 확실히, 고3에게 수능이나 대학은 절대명제이긴 하지. 하지만 더 할 말이 있는지, 희세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다.



“졸업하고. 이제 다 뿔뿔이 흩어질 거 아냐. 너도 포함해서.”

“아니 난! 희세 너랑 같은 대학 갈 거야!”

“······뭐. 좋은데. 어쨌든.”



희세의 말에 나는 왈칵 손을 뿌리치고 과장된 어투로 말한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내 고3 공부의 가장 큰 동기부여가 바로 ‘희세와 같은 대학에 가자!’인걸. 내 반응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듯 희세는 미미하게 웃는다. 계속 말을 잇는 희세.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뜰 제 갈 길 가고 나면, 어쨌든 다들 흩어지는 거잖아, 졸업하면.”

“······그렇지, 아무래도.”



희세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는 대강 알긴 알겠다. 중학교 졸업하곤 또 틀리니까, 고등학교 졸업은. 중학교는, 나 같은 예외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같은 학교 애들이랑 고등학교를 가게 된다. 어디 외지로 가지 않는한은. 하지만 고등학교 이후는──. 둥지를 벗어나 날아가는 새끼새들처럼, 모두 멀리 날아간다. 다른 지역, 다른 대학으로.



“3년동안 재미있게 지냈는데, 그게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진다는 거······ 솔직히 이상해.”

“어쩔 수 없지.”



영 좋지많은 않은 대화에 나까지 괜히 기분이 우울해진다. 그러게. 이제 수능 보고, 대학 가고 하면. 리유도, 성빈이도, 미래도, 다른 모든 애들도. 어쩌면 희세하고도. 자주 못 보게 될 수 있다. 막말로 내가 수능 망해서 희세랑 같은 대학 못 간다면. 최악의 경우엔 몸이 멀어져서 마음도 멀어지고 헤어지게 될 지도······ 그딴 건 왜 생각하는데.


얘기하는 사이 햄버거 가게에 도착했다. 희세와의 진지한 대화 덕분에,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은 느낌. 먹을 걸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 안 그래도 배고파서 왔는데.



“뭐 먹을까.”

“메뉴 봐야지. 갈까?”

“굳이 둘이 갈 필요 있나. 희세 넌 앉아있고, 내가 주문 하러 갈게. 뭐 먹을래?”

“됐어, 같이 가면 되지.”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나와 희세. 아닌 게 아니라, 자리가 별로 없어 보여서. 주문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고. 주문하고 돌아오면 자리가 없을 것 같아, 희세도 배려할 겸 내가 주문을 가려 한다. 하지만 나희세가 누구인가. 그런 배려따위, 개나 줘 버리는 신여성인데. 별 것도 아닌 일인데 어째 옥신각신 말다툼 하는 것처럼 되고 있다.



“엇.”

‘촤악.’

“?!??”



주문을 먼저 할까, 자리를 먼저 잡을까, 고민하고 있던 사이. 지나가던 한 커플. 여성 분이 무언가에 걸려 휘청 넘어질 뻔한다. 남자친구가 붙잡아줘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지만, 대신 손에 들고 있던 콜라를 그대로 엎질렀다. 그리고 그 콜라는, 가만히 서 있던 희세에게 그대로.


콜라 같은 걸 끼얹나? 으아 극혐. 콜라 저거 엄청 끈적거리는데. 물로 닦아도 잘 안 닦일 것 같은 그런 느낌. 게다가 수영복에까지 묻어버렸으니.



“아! 죄송해요, 괜찮아요!?”

“아, 네, 괜찮아요.”



어디 심하게 다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다만 엄청 거지같을 뿐이지. 끈적거려서. 여성 분은 어쩔 줄 몰라하며 들고 있던 콜라까지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곤 손을 흔든다. 희세는 애써 웃으며 말한다. 한 성깔 하는 희세인지라, 짜증을 벌컥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나한테나 그럴까, 다른 사람들한텐 늘 예의바른 희세인데,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그렇게 할 리가. ······나 뭔가 슬퍼지는데.



“어, 어떡해 이거 휴지도 없어!”

“아······ 샤워실 같이 갔다 와.”



수영장이니 너도 나도 수영복 차림인지라, 누구도 휴지를 갖고 있지 않다. 휴지로 끝날 레벨도 아니지만, 콜라를 엎은 수준이. 여성 분이 어쩔 줄 몰라하자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남성 분이 심드렁하게 말한다. 여성 분은 크게 당황한 채로 ‘죄송해요, 우선 샤워실로 같이······’ 하고 말한다. 희세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괜찮다고, 여성 분을 진정시킨다. 남은 건, 나와 여성 분의 남자친구 분.








“음, 고3이구나.”

“네. 이제 100일 대죠.”



희세가 샤워실에 간 사이. 어쩌다보니 남자친구 분과 친해져, 지금은 통성명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다. 먼저 넉살좋게 이름하고 말하고 얘기하자고 자리에 앉는데, 거부할 이유는 없잖아. 착해 보이고.


나보다 1살 위, 그러니까 대학생. 이름은 ‘진효성’이라고 한다. ‘되게 여성스런 이름이지? 하하.’ 하고 이름을 밝힌 형. 키는 나보다 조금 더 크지만, 180은 되지 않는, 170 중후반 대의 애매한 키. 전문용어로 골드루저(?)라고 해야 하나. 엄청 잘 생긴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훈훈한 느낌이 있는, 평범한 대학생 같은 느낌의 형이다.



“졸업하고, 다 뿔뿔이 흩어질 것 같은 불안감?”

“네.”



오늘 처음 보는 형인데, 어째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다른 어른들도 아니고, 나보다 딱 1살 많은 대학생 형이니까. 불과 1년 전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겪었을 게 아닌가. 구구절절 아까 희세와 한 얘기에, 내 심정까지 더해 말했다. 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웃는다.



“나랑 내 여자친구, 고2때부터 사귀었는데?”

“아 진짜요? 그러면······ 3년?!”

“그렇지.”



형의 말에 흠칫 놀란 나. 3년 씩이나 사귄 것도 참 대단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어서 아직까지 이어진다는 게 놀라워서. 아니 뭐 그러면 난, 대학교 가면 희세랑 헤어지는건가 하겠지만, 절대 그러고 싶지 않지만, 내가 그러고 싶지 않다고 그러는 게 아니니까. 어쨌든 의외라서 놀랐다.



“같은 대학은 아니고, 꽤 떨어져 있지만. 고향이 같아서. 어지간하면 매주 만나서 노니까.”

“아······ 대단하네요.”



그러면 되긴 하는구나. 하긴, 타지로 간다고 해도 주말에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니까. 형과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고등학교부터 이미 타지로 나왔다는 게 문제인데. 결국엔 내가 노력하기 달렸다는 얘기일까.



“나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뭐, 그 전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도 많이 있지만. 지금도, 여자친구에 친구 녀석들까지 2명 더해서 왔거든. 고등학교 친구들.”

“네······.”



여자친구랑 둘이 오붓하게 놀러온 게 아니구나. 그럼 친구들은 어디 있는 거지, 하고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냥 수긍하는 편이 맞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코 대답만 했다.



“아, 참고로 친구 녀석 둘은 게이처럼 둘이 놀겠다고 갔지. ‘여자친구 있는 놈은 꺼져버려’ 이딴 식으로 얘기하고.”

“아! 저도 그랬는데. 여자애들이.”

“오~ 여자애들하고 왔어? 여자친구가 질투하지 않아?”

“일상이라서요. 하하. 여자애들이 좀 많은 학교라.”



많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남자애가 나 혼자 뿐이잖아. 여고니까. 그런 사정까지 세세히 설명하기는 힘들기에, 그냥 대충 말하고 웃어 넘긴다. 형 또한 피식 웃으며 먼 산을 바라보는 현자의 눈이 된다.



“결국엔 뿔뿔이 흩어져도, 그건 자기 하기 나름 아닐까 싶은데. 자주 보자고 연락하고, 실제로 만나고 하는 노력.”

“······그렇네요.”



그런 소소한 노력이 중요한 것이겠지. 졸업 후에도. 형의 말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졸업하고도, 연락하고 잘 지내면 되는 거. 쉬우면서도 어려운 거지, 그런 거. 나부터가, 중학교 친구들하고 그다지 큰 교류 없이 고등학교 3년을 보냈는데. 당장 매일 보던 애들하고 매일 못 보게 되면 그 타격이 상당히 크니까. 그래도, 노력해봐야지. 예전에 그랬다고 지금도 똑같이 그럴 순 없는 노릇이니까.



“승희 왔네.”

“응.”



형과 얘기하는 사이, 다 씻고 왔는지 희세와 여자친구 분이 온다. 이름이 ‘승희’인 모양. 형의 말에 방긋 웃는 여자친구 분. 형과는 짧은 사이 친해졌지만 이 분하곤 어색하니까. 나와 반대로, 여자친구 분은 희세와 친해졌는지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온다.



“콜라 엎었으니까, 우리가 뭐 사줄게!”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살짝 멋쩍은 분위기가 되려 하자 여자친구 분이 방긋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하려 말을 꺼낸다. 누구에게든 신세 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희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우리라니, 난 사줄 의향이 없는데.”

“우으으~ 쫌생이가. 여자친구가 좀 엎으면 남자친구가 사줄 수 있는 거 아냐?!”

“아니, 그건 네가 엎어놓고 왜 나한테 청구해. 내가 뭐 남편이냐.”



티격태격 싸우는 형과 여자친구. 3년이나 사귀면 저렇게 부부같은 느낌이 나는구나. 뭐, 나랑 희세도 저 정도 느낌이긴 한 것 같다만. 피식 웃으며 희세를 쳐다보며 심드렁하게 말을 꺼냈다.



“우리도 싸우면 저런 느낌일까.”

“······뭐. 비슷하지 않을까.”



부정은 하지 않는 희세. 뾰로통한 표정으로 이죽이며 대답하는 게 참 귀엽다.


사주겠다는 승희 누나와, 받지 않겠다는 희세. 옆에서 자꾸 깐족대며 태클을 거는 효성이 형. 나는 허허 웃으며 방관자. 한 고집 하는 희세의 기세를 꺾을 정도로, 승희 누나의 주장은 너무 강하다. 결국엔 같이 햄버거를 먹게 되었다.












--













“유진이 화났어?”

“아니.”

“근데 왜, 히이랑 웅이 빼놓고 왔어?”

“글쎄~”



성난 유진이 옆에서, 리유가 한 마디씩 물어본다. 화 안 났다고 하지만, 아까부터 말도 없고, 별로 재미있어 하지도 않는 유진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대놓고 ‘나 기분 별로임’ 하고 말하는 것 같으니까. 민서도, 성빈이도 힐끔힐끔 유진이 눈치만 살핀다.



“아아이. 고3인데 어렵게 어렵게 놀러왔는데 이렇게 분위기 망치기 있기없기? 남친 없는 게 뭐 대수라고! 누구는 남친 잃기도 했는데.”

“······충고하는데, 그런 장난은 좀 안 쳤으면 좋겠어. 장난스럽게 말할 건 아니잖아?”

“어······ 어······ 미안······.”



분위기를 바꿔보려 미래가 유진이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익살스럽게 말해보지만. 그녀의 날카로운 일침에 미래는 금세 쪼그라든다. 사실 그 드립은 미래 본인이 제일 아픈 부분인데. 저렇게까지 정색하고 말하면, 드립치는 사람도 굉장히 무안해진다. 괜히 준이 생각에 갑자기 울적해지는 미래. 유진이의 부정 에너지가 미래에게까지 전이돼 버렸다.

민서는 뭐라 말하기가 껄끄럽다. 수영복, 현기가 준 건데, 아까 전에 그거 얘기해서 혹시 유진이가 기분 나빠진 것일까, 하는 생각에. 섣불리 얘기도 못 꺼내겠다.



“······혼자 있고 싶네요. 다들 수영장에서 나가주세요.”

“아······ 그건 무리 아닐까 싶은데.”



이런 와중에도 드립을 치는 미래. 그나마 받아주는 성빈이. 쓴웃음을 지으며, 여전히 유진이 눈치를 살핀다. 그런 애들을 힐끔 쳐다보는 리유. 말똥말똥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유진이를 보다 홱 고개를 돌린다.



“비니야! 미니야! 가자.”

“에? 어딜?”

“찌니랑 안 놀아. 저러는데 어떻게 놀아. 저런 애는, 그냥 혼자 놀으라고 내버려 두는 게 나아. 파도풀 가장!”

“아니······ 그게 그게 아닌데.”

“얼르은!”



팔짝팔짝 뛰며 생떼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재촉하는 리유. 민서도 성빈이도 난감한 표정으로 리유와 유진이를 번갈아본다. 얼음같은 표정의 유진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가도 돼. 괜히 나 때문에 분위기 다 망가지니까.”

“봐. 가자. 베에에에~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아, 가, 같이가 리유야~”



어린아이처럼 제멋대로 구는 리유. 유진이의 묵묵한 말에 혀를 쭉 내밀며 그대로 앞으로 달려간다. 민서는 어쩔 줄 몰라하며 리유를 따라가고, 성빈이도 잠시 망설이다 리유를 따라간다. 두 패로 나뉘었던 아이들이 또 나뉘어, 이제는 유진이와 미래만 남았다.



“······멋대로 말해서 미안. 그런 장난 치면서 제일 힘든 건 너일텐데.”

“아니 뭐. 나도, 잊으려고 그런 말 하는 거니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니까.”

“······.”



길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유진이와 미래 둘은 얘기한다. 정말 간만에 듣는 것 같은, 상식적인 말투의 미래. 유진이가 먼저 사과하니 미래도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왜 그럴까, 기분이 안 좋아. 커플들 많이 있어서 그런가.”

“그럴지도.”



가만히, 남 얘기 하듯 힐끔힐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말하는 유진이. 미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 친구들과 같이 온 사람들도 있지만, 또 커플로 보이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그런 와중에, 유진이는 뭔지 모를 짜증스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 했던 짓은 참 미안하지만, 어쨌든 둘이 있는 거 보면, 아직도 짜증나니까.”

“아직도 웅도 좋아해?”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내 눈 앞에서 알콩달콩 하는 게 짜증난다고 해야 하나.”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털어놓는 유진이. 희세와 웅도에게 몹쓸 짓을 한 건 본인도 인정. 아직도 그 얘기 나오면 본능적으로 사죄 모드가 되는 유진이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둘이 사귀는 모습들을 보면 참,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게 사실이니까. 미래의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실은 아직까지 해묵은 감정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신경 쓰지.



“다~ 부질없는 짓이야. 나 1학년 때 웅도한테 고백한 거 말해줬었나?”

“······그랬어?”

“고백은 아마 내가 제일 빨리 했을걸? 제일 빨리 고백하고, 제일 먼저 리타이어~ 하하하.”



좋다고 웃으며 옛 이야기를 꺼내는 미래. 유진이는 2학년 이후로 아이들과 만났는지라,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 눈을 빛내며 미래를 쳐다보는 유진이. 미래는 느긋한 표정으로 벤치에 기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예전 얘기들을.



“정웅도 그거 거품이라니까! 맨날 드립 쳐주고 오빠라고 하니까 기고만장해져서. 희세 고것도 정신 나갔지. 어디 남자가 없어서 그런 애랑 사귀어.”

“그치 그치?! 희세가 100만배 아깝지. 그딴 변태같은 새X랑 어디 사귀어, 레벨이 안 맞지!”



얘기하다보니 흥분하게 된 미래. 덩달아 흥분한 상태로 말하는 유진이. 어쩌다보니 대화 주제가 천하제일 정웅도 뒷담화 대회가 되었다. 희세 높이 띄워주기는 덤. 공동의 까일거리가 생기니 두 사람의 수다는 더욱 깊어진다. 마구잡이로 정웅도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보니 어느 정도 분도 풀리는 것 같은 기분.



“거기 아가씨 두 명!”

“???”



한참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는 유진이와 미래. 문득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키가 훤칠한 두 남자. 그 중 한 명이 둘에게 말을 걸었다.



“둘이 왔어!?”

“아니, 애들이랑 왔는데.”



거침없이 대답하는 미래. 그 패기에 유진이마저 흠칫 놀랐다. 물론 저쪽에서 먼저 반말로 말을 걸긴 했지만, 그렇다고 반말로 응대하다니. 딱 봐도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낯선 남자들인데. 과연 미래는 확실히 미친X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유진이다.



“그럼 왜 둘이 있어.”

“애들이랑 싸워서. 커플 둘이 초쳐서, 기분 나빠서 나왔지.”

“하핳. 우리랑 똑같네. 우리도 거지같은 진효성 내외 때문에 나왔는데.”

“내외는 뭐냐 내외가.”



미래의 말에 말을 건 남자는 유쾌하게 웃으며 옆에 선 남자를 보며 말한다. 다른 남자는 상식인 포지션에서 태클을 건다. 가만히, 두 사람을 살펴보는 유진이.


먼저 말을 건 남자는, 엄청 잘 생긴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게 생긴 것 같다. 무엇보다 표정부터 유쾌하고 쾌활할 것 같은 분위기. 남자애들 무리가 있다면, 익살스런 장난을 잘 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옆에 있는 남자는, 훨씬 잘 생긴 외모. 키도 조금 더 크고, 무엇보다 얼굴이 작아서 무슨 모델 같은 느낌이다. 분위기도 먼저 말을 건 남자보다 다소 진중하고 진지한 느낌이다.



“그럼, 우리랑 놀지 않을래!”

“엑. 작업거는 거?”

“남자친구 여자친구 없는 애들끼리 놀면 그게 좋은 거 아니야! 잃을 건 없고 얻을 것만 있지!”



먼저 말을 건 남자가 호기롭게 말한다. 그 태도와는 별개로, 꽤나 부끄럼을 타는지 귀까지 빨개졌다. 호기로운 태도와는 달리 꽤 용기를 낸 모양. 미래는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한다. 남자는 변명이라도 하듯 우기는 것처럼 말한다.



“빨아주면 돼?”

“야, 무슨 말을······!”

“아하하핳! 빨아준데헿! 미친!”

“너만큼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당돌한 미래의 말에 당황한 유진이. 말을 건 남자는 자지러지게 옆의 남자 어깨를 탁탁 치며 웃는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상식인 포지션을 유지하는 미남. 미래는 싱긋 웃는다. 과연 미래다.



“좋아. 어차피 기분도 꿀꿀한데, 놀아보지. 상관없지, 유진이 너도?”

“······어.”

“오! 봐, 내가 작업 된댔지!?”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자애들 앞에다 놓고 툴툴대냐?! 핳! 잘 생기면 뭐해, 말 한 마디 못 하는 주제에!”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는 미래. 유진이는 잠시 망설이다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한다. 남자들은 저들끼리 얘기하며 깔깔대며 좋아한다. 뭔가 모종의 내기 같은 게 있었나 싶은데. 속은 것 같은 기분이지만, 어차피 놀기로 결정한 거, 유진이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좀 이상하다 싶으면 미래도 있으니까.


웅도와, 아이들과 놀러왔다가, 어쩌다보니 모르는 남자들과 어울리게 된 유진이와 미래.


작가의말

......글 쓰는 걸 접어야 하나. 왜 이렇게 쓰기가 힘들지.

게다가 오래걸렸는데도 이딴 퀄리티로...... 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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