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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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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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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작성
17.01.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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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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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새해.

DUMMY

‘터덜터덜······.’



아침부터 느릿하게 달리는 시골 버스. 차창 밖을 바라보며, 미래는 얌전히 앉아 있다. 1월 1일, 새해 첫 날 꼭두새벽부터, 첫 버스를 타고, 미래는 교외로 나아간다.


다소, 경건한 마음. 그렇게까지 진지할 건 아닌데, 그렇게까지 격식을 차릴 일도 아닌데 괜히 엄숙해지고 근엄해지는 게 사람 마음인가보다. 그도 그럴 게, 미래는 지금, 준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


12월 31일, 그 해의 마지막 날은 친구들과 신나게 보내고 난 뒤, 늦게 잤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홀연히 집을 홀로 나선 미래. 딱히 다른 애들에게 말하거나 같이 가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혼자 나왔다. 늘 드립을 치곤 하지만, 사실 준이와는 자신만이 관계돼 있을 뿐 다른 애들에겐 그저 ‘친구의 남자친구’ 정도의 관계니까.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은 지금쯤, 잘 자고 있겠지. 소파 앞 테이블에 A4 용지에 매직으로, 「혼자 있고 싶네요 모두 나가주세요 – 근미래」하는 쪽지를 남겨 놓았으니 다들 알아서 이해했으리라, 하곤 미래는 싱긋 웃는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선다.





“······.”



납골당은 시내에서 벗어난, 무척 먼 곳에 있다. 혐오시설이니까 당연한 처사이려나. 게다가 어째서인지, 산까지는 아니지만 꽤나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고. 시골에서도 꽤 외진 곳에 있어, 한참 걸어 올라가야만 한다. 아침의 기운을 맞이하고 있는 고즈넉한 납골당은, 뭔가 무섭기도, 엄숙해 보이기도 한다.


미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지, 아침이지만 납골당엔 꽤나 사람들이 있다. 주차장엔 자동차도 꽤 주차돼 있고. 공통적인 분위기는, 다들 즐거운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


새해 첫 날부터 납골당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미래는 고개를 저어, 궁상맞은 생각을 지웠다. 지금, 자신의 일만 생각한다. 준이를 보러 온 자신의 일을.



“······왔어.”



차가운 돌벽. 큰 기대를 하고 찾아왔다면, 크게 실망할만큼, 별 것 없는 납골당의 풍경. 차라리, 무덤이라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잡초라도 몇 개 없애고, 공연히 흙이라도 발로 차보기도 하고. 하지만 납골당은 그런 여지가 없는, 철저히 닫힌 문이다. 차디찬 돌문 앞에, 붙어 있는 준이의 사진만이 오로지 이 곳에 준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굳이 더 따지자면 『故 송 준 님, 1998年 에 나시어, 2015年 에 가시다』 하는 명패도 있긴 하다.



“있었으면 수능 보고 같이 놀았을 텐데. 후후······.”



평소엔 활달함이 지나쳐 웅도에게 지탄 받는 미래지만, 이런 때만큼은 얌전한 한 소녀가 된다. 과거를 회상하는 얼굴로, 준이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며, 도란도란 혼잣말하는 미래.



“나, 수능 조졌어. 준이는 공부 잘 하니까, 수능 때 찍을 때, 준이의 힘이 인도해주길~~! 하면서 기도했는데. 역시, 준이 너 없구나. 없으니까, 내 수능이 이렇게 조졌지. 농담이야.”



뭔가, 슬픔과 드립의 사이를 오가는 미래. 그럴 정도로, 이젠 꽤나 슬픔의 늪에서 벗어났다.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해주는 것이니까. 아니, 치유가 아니라, 무뎌지는 것인가. 싱긋 웃으며, 미래는 들고 있던 꽃을 돌벽 앞 마련된 바구니 같은 것 위에 올려놓는다.



“······하아. 그래도, 역시 보고 싶네. 보고 싶어. 새해라니까 더. 많이많이, 보고 싶네.”



돌아오는 대답은 없이, 납골당의 차가운 공기만이 미래에게 느껴질 뿐이다. 사진을 바라본다. 자신과 함께 웃고 있는, 준이의 모습. 아직까지도, 금방이라도 말 걸면 대답하고, 살아 있는 것 같은데.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나, 재수하기로 했어.”

“저번에, 얘기했었잖아? 쭈니 장래희망이 선생님이라고. 쭈니 꿈을 내가 대신 이루겠다, 그런 거창한 건 아니구. 그냥, 나도 선생님이 되고 싶어졌어. 그러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이제는 넋두리 모드가 되어, 찬찬히 근황 토크를 하는 미래. 친구들에게도 안 했던, 선생님을 꿈으로 삼은 이유를 말한다. 더 할 말은 없고, 얌전히 준이의 사진을 살피는 미래. 한숨을 팍, 쉬고 살짝 구부린 허리를 쭉 편다. 눈을 꿈뻑꿈뻑, 시원한 공기를 한껏 들이킨다.



“갈게.”

“······.”

“잘 있어, 다음에 또 올게?”



납골당이란 그런 것이다. 오래 머무르고 있기 애매하다. 그렇다고 훌쩍 떠나기는 아쉽고, 더 얘기해봐야 결국 돌벽에 혼잣말 하는 느낌이고. 인사 하고, 준이 사진에 뽀뽀하고, 아쉬운 마음을 접고 미래는 뒤돌아 떠난다.



『힘 내.』

“······!”



흠칫 놀라, 뒤돌아보는 미래. 여전히, 납골당 돌벽 준이의 사진은 웃고 있다. 환청이라도 들은 걸까. 다정한 준이의 목소리가 들린 것만 같아, 미래는 살짝 당혹스러웠다. 그러다 준이 사진을 보고 방긋, 웃는다. 납골당을 나서며, 기지개를 쭉 켠다.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막막하기만 한 재수 생활이지만, 준이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충분히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따르르르릉─’

“여보세요.”

『야 어디야?! 죽은 거 아니지!』

“······그 말 들으니까 가고 싶네요. 준이가 있는 곳으로. 저 높은 하늘 위에서, 준이가 절 지켜보고 있겠죠?”

『야야야! 죽지 마! 너 기독교도 아니라 어차피 천국 못 가! 기다려 미친!』

“후후후······.”



울리는 휴대폰. 웅도다. 불안함을 느꼈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싱긋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드립으로 맞받아치는 미래. 웅도의 드립 반 진심 반의 대답을 들으며, 쓸쓸하게 웃는다. 그대로, 휴대폰을 내려 주머니에 넣는다. 이제, 돌아가야지.













--












“새해라고 별 다를 것도 없네.”

“그렇지 뭐.”



미래네 집에서 나와, 희세와 함께 걷는 아침. 미래 녀석, 「혼자 있고 싶네요 모두 나가주세요」 하는 말도 안 되는 쪽지만 남기고 종적을 감춰서. 깜짝 놀라 전화해보니까, 드립과 함께 행선지를 알려준다. 납골당에 왔단다. 또 뭔가 움찔. 드립 치기 민망해지는 상황. ‘죽으러 온 거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산 사람은 살아야죠. 준이 보러 오면 안 돼요?’하는 말에 더 대답할 수가 없다. 아이들과 함께 미래네 집을 깨끗이 정리하고, 쓰레기도 봉지봉지 들고 나왔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어어.”

“하루 지났는데~ 벌써 작년이네.”



문득 생각나 희세에게 말한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쓰레기가 잔뜩 들어 있는 봉투를 들고 대답하는 희세. 여자친구한테 쓰레기를 잔뜩 들게 한 쓰레기인 내가 아냐. 나도 양 손에 다 들려 있다고. 마찬가지로 쓰레기를 들고서, 감성적인 느낌으로 말하는 성빈이. 그렇네. 어제 오늘 단 하루가 차이날 뿐인데. 이제, 새해구나.



“오늘은 다들 뭐해?”

“······난 이제 학원 가야지. 어제 신나게 놀았으니, 오늘은 17시간은 그려야지.”

“와아아. 질리네.”



세상사에 쩌든 표정으로 말하는 유진이. 담배라도 한 개피 줘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중 누구도 담배는 안 피우긴 하지만. 유진이는 체념한 듯 미소 지으며 ‘뭐, 어쩔 수 없잖아. 해야지.’ 하고 대답한다.



“민서는?”

“응, 오늘은 가게 도와드려야지. 어제 쉬었으니까.”



주말과 공휴일이 겹쳐 있음에도 쉬지 않는구나. 하긴, 자영업은 다 그렇지. 공휴일이니 쉰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민서도 참 의젓하다. 벌써 나보다 한참은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



“헤─ 바쁘네, 다들.”

“아닌뎅. 나는 쉬는데!”

“나도.”

“아, 유진이랑 민서 빼곤 다 쉬는구나.”



보통 그렇지. 유진이랑 민서가 특이 케이스니까. 유진이는 ‘좋겠네~ 어휴. 다시 태어나면 죽어도 미대 안 가.’ 하고 한숨을 푹 쉰다. 민서는 방긋 웃으며, ‘그럼 난 먼저 가볼게!’ 하고 인사하곤 종종걸음으로 간다.



“그런 고로, 올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에. 뭘. 나?”

“응! 바보 같고, 답답하고, 재미도 없고, 오지랖도 넓은 이상한 녀석이지만. 그런 정웅도와 사귀어 줘서, 또 앞으로도 같은 날을 걷게 돼서, 같은 추억 페이지를 남기게 돼서, 고맙고, 잘 부탁드립니다, 하는 말이야!”

“······뭐래.”



두서없이 하고 싶은 말들을 쭉 하니, 희세는 입을 삐죽이며 새초롬하게 말한다. 그래도 내심 기쁜 듯한 미소. 나도 괜히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피식피식 웃게 된다.



“리유도 잘 부탁해 우우웅이~! 대학교 간다고 우리 못 만나고 그런 거 아니지~?”

“아······ 잘 부탁해. 뭐, 자주는 못 만나지 않을까. 지역도 학교도 다르니까.”

“에~~~!! 너무행!”



뒤에서 파악, 백허그를 하며 귀엽게 말하는 리유. 지금처럼 자주는 못 보겠지. 내 현실적인 대답에 펄쩍 뛰며 볼을 부풀리는 리유. 이 귀여운 리유를 보는 것도, 이제는 얼마 안 남았구나.



“나도 잘 부탁해, 웅도야!”

“아니 왜 다들 새삼스럽게······ 어색하잖아.”

“그치만 잘 부탁한다고 하는 건 웅도가 먼저 했잖아?”

“그렇긴 한데······ 뭐, 그렇다고 칩시다. 잘 부탁해!”



성빈이까지 합세해선 잘 부탁한다고 새삼스럽게 말하는 이상한 상황. 다 모르겠고, 어쨌든 이번 년도 잘 부탁한다!







계속 끝남의 아쉬움만 토로하는데, 사실 약간은, 기대하는 바도 있다. 진짜, 뭔가 힘들다면 힘들다고 할 수 있는 고등학교 3년이 끝나고, 이제 내 앞에는 대학교 생활이 기다리고 있잖아. 앞으로 한 2달 정도 지나면.


와, 내가 진짜 대학생이 되는구나. 실감 안 나는데. 아직 졸업식도 안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는 건 기정사실이니까.



“그 때에도, 잘 부탁해, 희세야?”

“? 언제, 뭘?”

“대학교 가서!”

“흐흫. 아주 신났네.”

“응!”



이제는, 과거의 아쉬움은 털어내 버리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자.






















일찍이 성빈여고에는 어째서인지 남자 고등학생이 한 명 있었다. 미운오리새끼처럼, 여자애들 사이에 끼어 있던 그 아이는 변태가 되었고,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변태였는지도 모르고. 이런저런 추억들을 남기고, 이제는 전설이 되어, 3년 간의 학교생활을 마치고 날아가게 된다.



수컷 웅, 길 도. 남자의 길, 정웅도의 고등학교 이야기.


작가의말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꼭 하시는 일들, 소망 모두 이루어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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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번외 - 대학교에선, 뭘 해? +1 16.11.04 895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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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08화. 고3에게 물놀이는 사치인 것 같지만 몰라, 놀아! +1 16.09.07 952 7 20쪽
259 07화 - 4 +4 16.08.31 829 7 18쪽
258 07화 - 3 +2 16.08.27 864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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