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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2,850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6.10.20 20:35
조회
835
추천
7
글자
22쪽

08화 - 4

DUMMY

“아니, 다들 왜 그러는데!”

“합방인 데스웅!”

“뭔 개소리야!”



굉장히 당혹스럽다. 늘 사건을 만들고 다니는 미래는 낄낄 웃으며 기분 나쁜 일본어 어미로 나의 속을 더욱 뒤집어 놓는다. 미래야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그렇다 치는데, 왜 다른 애들까지 이 모양인건데?!


아이들에게 둘러쌓여, 나는 무엇인가를 강요받고 있다. 미래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이 조리돌림은, 이 곳의 유일한 남자인 나를 무척이나 당황케 만든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X스’를 강요하고 있으니까. 에, 뭐라고? 미친 거 아냐? 근데 진짜라고!



“솔직히, 지금까지 안 했다는 게 말이 되요?”

“아니 그걸 그렇게 공론화 시키는 게 말이 되냐고! 창피하지도 않아?!”



미래의 섹드립은 이해할 수 있다. 미래는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원래 미친 경우엔 그냥 넘어가잖아. 근데 왜, 다른 애들까지 선동해서 이런 얘기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미래의 질문에 나는 애써 저항하는 소리를 내 보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아까부터, 어째서인지 아이들의 관심사는 나와 희세가 ‘했냐 안 했냐’로 좁혀졌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기 참 부끄러운데. ‘섹X’에 대해.


이보세요, 학생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겁니까! 추호도, 나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청법의 철퇴가 두렵지 않습니까! ······뭐, 희세랑 나는 동갑이긴 하지만. 근데 더 당혹스러운 건, 부끄러워하거나 어쩔 줄 몰라할 것 같은 애들이 눈을 빛내며 이 주제를 경청하고 있다는 것. 성빈이도, 리유도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며 은근히 대답을 종용한다.



“아뇨, 전혀! 안 창피한데요! 아닌데아닌데! 창피해, 성빈아?”

“어······ 하,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이 정~말 정말 사랑한다면.”

“서, 성빈이 너마저······!”



부끄러워하며 얼버무릴 줄 알았는데, 성빈이는 미래의 물음에 당당히 대답한다. 귀여운 리유도 눈을 번뜩이며 나와 미래를 번갈아 살핀다. 몰라 뭐야 얘네 무서워. 진짜 왜 이래!



“오빠. 남자가 왜 고추가 달려 있는줄 알아요.”

“알고 싶지 않거든! 아니 왜 여자애들 다 있는데서 그런 얘기 하는데?!”

“어머, 그럼 여자애들 다 없는데선 그런 얘기 해도 된다는 얘기······♡?”

“미친년아! 저리 꺼져라 꺼져!”

“아앙♡”



갑자기 고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미래. 정말 미친 것 같아. 한껏 저항하며 뒷걸음질 치는 나. 가뜩이나 여장하고 여자애들만 들어올 수 있는 숙소에 들어와서 기분 이상한데. 미래는 잔뜩 깔깔 웃으며 놀려대는 걸 즐긴다. ‘그럼 너는 뭐, 침착맨이랑 진도 나갔냐?’ 하는 드립을 치고 싶지만, 그건 고인드립이니까. 당하면서도 꾹 참는다.



“남자의 거기가 반듯하게 앞을 보는 건! 드릴처럼 앞으로 구멍을 뚫고 나아가란 말이에요! 구멍을! 잔뜩 쑤셔 박아서! 우와아아앙!”

“미친년아!”

‘퍽!’

“아앙! 이거 데이트 폭력 아녜요?!”

“데이트가 아닌데 무슨 데이트 폭력이야. 그냥 폭력이지.”



도를 넘어선 미래의 섹드립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무력을 행사했다. 희세가 없어서망정이지, 듣고 있었다면 정말 남사스러웠을 것 같다. 미래는 폭력에 정당하게 항거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저런 드립은 명백하게 성희롱인걸. 아무리 내가 남자라 해도.



“거 참 시끄럽네. 간단하게 말해서, 남자친구도 없는 우리는 여기서 다섯명이서 옹기종기 모여서 자면 되고, 저 둘을 합방시켜서 같은 방에서 재우겠단 얘기 아냐. 근데 뭘 말이 그리 많아.”

“그게 말이 안 된다고! 유진이까지 왜 그래?! 좀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 나랑 희세랑 같은 방에서 단 둘이 재우겠다고! 그게 더 이상해! 차라리 몇 명이서 같이 자는 게 덜 어색하지!”

“어머, 이 색마. 여러 명을 다 따먹겠다구요?”

“먹긴 뭘 먹어 미친년아!”

“아앙!”



휴대폰을 하고 있던 유진이가, 심드렁하게 정리해서 말한다. 그렇다. 미래의 의견이다. ‘이런 데까지 왔으니, 슬슬 두 사람의 합방을~♡’ 하는 말도 안 되는 말로 운을 뗐는데. 생각보다 성빈이와 리유의 호응이 좋아, 미래의 드립은 이렇게 하늘 끝까지 도달해 버렸다. 지금도, 멈추지 않는 폭주 기관차처럼 저돌적으로 들이밀고 있잖아. 밑도끝도 없는 섹드립을. 부끄러운 건 나 뿐인가.



“애초에, 우리가 걱정할 것도 아니잖아? 둘이 했으면 했겠지. 안 했으면, 그건 그것대로 존중하고 내버려둘 일이고. 뭐, 나라면 성인 돼서 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어차피 생물학적으로는 한 살 더 먹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 게 아니잖아?”

“아니! 그, 법적 성인으로서! 그,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돼야만! 그, 할 수 있는 거잖아! 그건, 그렇게 장난스럽게 할 저기가 아니잖아!”



유진이의 심드렁한 말에 나는 얼굴이 빨개져선 반박했다. 여자애들이 더 적극적이네, 어째. 가 아니라! 나는 적어도, 그렇게 장난식으로 첫 관계를 하고 싶진 않다고. 정말 성인이 돼서, 내가 만일 잘못 무엇인가 저질렀을 때에도,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 때 하겠다고, 그것이 남자의 길이라고, 늘 생각해왔으니까. 좋아하지만,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하고 싶지만 하지 않는 거다.



“오~ 희세는 좋겠네. 남자친구가 이렇게 책임감 있어서.”

“웅이 책임감 있어? 희세 책임지는 거야?”

“아아아아! 왜 자꾸 얘기가 그쪽으로 흐르는 건데!”



성빈이는 샐쭉 요염하게 웃으며,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리유까지, 반대편 옆쪽에서 내 옆구리를 꾹꾹 누르며 내가 희세를 책임지는 걸 기정사실화 시키고 있다.



“자, 제가 정리할게요.”

“네가 하는 건 더 어지르는 거지! 그냥 네가 드립만 안 치면 조용해질 수 있어!”

“엣헴!”



난장판이 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려는 미래. 제딴에는 ‘정리’라고 말하지만, 누가 봐도 더 어지를 게 뻔히 보인다. 내 반박에도, 미래는 방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을 쭉 편다. 1학년 때 봤을 때보단 확실히 조금 더 도드라져 보이는 미래. 성장했구나. 나는 키가 멈췄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웅도를 좋아했었어요. 펙트는 팩트니까. 나도, 좋아해서 고백했다 가장 먼저 리타이어 했으니까.”

“······.”



진지한 목소리. 존댓말과 반말을 오가는 미래의 말에, 다들 조용해졌다. 나 또한 조금 겸연쩍어져 입을 다물었다. 여기 있는 여자애들 전부, 나를 좋아했었다, 라니. 뭔가, 기분이 되게 이상하다고, 그런 말. 그럴만한 사람도 전혀 아닌데. 여고빨이라니까, 여고에 남자애 한 명 있으니까. 나는 정말 보통 남자애인데.



“리유는 사귀었었고. 헤어졌지만.”

“응. 웅이가 바람 피워서.”

“어······ 아······ 네.”



미래는 시선을 리유에게 돌려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뼈가 있는 말을 하는 리유. 귀엽게 눈을 치뜨곤 나를 쳐다본다. 여전히, 그 얘기만 하면 죄의식에 잠기게 돼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성빈이는 최근까지, 그것 때문에 괴로워했었고.”

“응······.”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성빈이. 아, 최근이라면 그······ 엄청난 사건이······ 있었지.



“유진이도, 민서도 그랬었지.”

“왜 우리 둘은 하나로 퉁치냐.”

“응, 그랬었지. 괜찮아.”



한묶음으로 처리하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반박하는 유진이. 민서는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그렇지. 하나하나 돌이켜보면, 모두 나와, 어떤 그런 것들이 있었구나.



“그 외에, 여기엔 없지만 시아도 있지만. 시아는 이제, 완전히 리타이어해서. 랄까, 학년이 다르니까.”

“아······ 시아도 있었구나. 시아는 뭐하려나.”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시아. 그랬었지, 밥 패밀리가 아니니까 금방 잊어버리게 되잖아. 자주 마주칠 수가 없으니, 학년이 달라서.



“어쨌든, 그런 우리들이. 이제 종결을 고하는 거에요. 오빠는, 이제 지금 여자친구인 희세하고. 하는 거에요. 퍽킹 비치! 컴온, 레츠 고!”

“아니 왜 훈훈하게 얘기하다 결론이 그렇게 가는 건데!”



그러니까 말입니다. 뭔가 정리하는 것처럼, ‘이렇게 여기 있는 애들이 다 웅도를 좋아했었는데······’ 하고 말하더니만, 결론이란 게 ‘······그런 우리들이 밀어주는 거에요. 넌 강해졌다, 가서 X스해라!’ 이런 거라니! 아무리 미래라지만, 이런 미래는 감당할 수 없어!



“뭐, 여기서 해버리면 이 라노베도 더 이상 존재의 가치를 잃고 스러지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죠. 어쩔 도리가 없어요.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되요, 해도 되요. 저희가 인정했으니까.”

“인정이고 나발이고 그런 문제가!”



가끔 미래는 나조차 알아듣지 못할 드립을 치곤 한다. 아니, 무슨 내가 너네 허락 맡고 해야 해?! 그보다, 허락 맡아도 난 안 한다니까! 왜 자꾸만 이런 쪽으로 몰아붙이는데!



“아 거 참 잔말 많네. 고자야? 하기 싫어?”

“······크흠.”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하고 싶어요, 안 하고 싶어요?”

“······.”



이 사태를, 돌직구로 파괴해버리는 유진이. ‘고자’라는 자극적 어휘에 나는 입을 다물고 기분나쁜 헛기침만 한다. 유진이는 재미있다는 듯 방긋 웃으며 취조하는 형사처럼 질문한다. 애들 눈치를 살피며 말을 아낀다. 리유와 성빈이, 민서 모두 눈을 빛내며 내 반응을 살핀다.



“······하고 싶지.”

“그럼 됐네. 하면 되잖아. 뭐가 불만이야. 자리도 마련해주고, 멍석도 다 깔아주고 있는데.”

“······아까 실컷 말했잖아. 책임감, 있으니까.“



잠자코 대답하는 나. 제일 하고 싶은 건 나다. 나라고 딱히, 남자가 아닌 건 아니다. 희세를 보면, 어떻게 돼 버릴 것 같으니까. 그게 더 힘들다고. 볼짱(?) 다 봤는데, 못하는 그게 더. 하지만,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짐승 같은 게 아니니까. 남자의 길은 그런 게 아니니까. 억지로, 억누르고 있는 거라고.



“희세 쪽에서 원하고 있다면······?”

“······?!”



움찔. 유진이의 말에, 사고회로가 정지한다. 뭐······라고? 그럴, 그럴 리가 없잖아. 아니, 그런 건 생각해보지도 못 했는데. 돌처럼 굳어버린 내 반응을 살피며, 유진이는 싱긋 웃으며 말을 잇는다.



“죄 짓는 게 아니잖아, 그걸 하는 게? 그리고 꼭, 남자애 쪽에서만 그렇게 하고 싶다 어떻다 하는 게 아니잖아. 정말 사랑한다면, 여자애 쪽에서도 원할 수도 있잖아? 다만 서로 배려가 너무 강해서, 서로 말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참 답답할 노릇이지만.”

“······.”

“오오~ 불붙어 올랐나요, 정웅도! 와아아앙? 막 불끈불끈 해요?

“시, 시끄러.”



유진이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미묘하게 설득돼고 있는 나. 옆에서 미래가 잔뜩 어그로를 끌어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상당히, 마음이 흔들린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무엇인가 저질러버리고 싶을 만큼.



“······그래, 하고 싶다고 치고. 너네 옆방에 있는데, 너네가 방 비워줬다고 하라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현실적으로?”

“아, 것참 남자가 뭐 그리 쫑알쫑알 말이 많아요, 좆의 숙주 주제에! 그냥 꼬추가 하는 말을 들어요! 달려들으라구요! 제일 중요한 순간에도 진입각 재면서 들어갈 거에요!”

“아으······.”



격한 논리의 미래. 평소라면 맞태클을 걸고 때리거나 할 텐데, 이미 설득당하기 시작한 나는 그러지 못 하고 앓는 소리만 낸다. 남자답지 못한 것일까. 희세도, 원하고(?) 있을까. 헤헷, 너도 바라고 있었잖아! 좀 더 음탕하게 울부짖어 봐! ······라거나. 망가를 너무 많이 봤어.



‘짝짝짝짝짝.’

“축하해요.”

“뭘.”

“축하해.”

“뭔데, 뭐여.”



갑자기 박수를 치는 미래. 한껏 웃으며, 비웃는 느낌으로 축하한다고 말한다. 뭔가 묘하게 기분 나쁘다. 이어서 유진이까지 축하한다고 한다. 뭔데 이거. 모두를 쭉 둘러본 다음 ‘고마워요!’ 하고 신화가 돼야 하는 부분인감. 그나마 이 드립은 다른 애들은 모르는 지라 성빈이도 리유도 멀뚱멀뚱 눈만 깜빡일 뿐이다.



“후후후후후! 섹X다! X스! 섹↗X↗!”

“미친년아 그만해!”

‘퍽.’

“아아아앙! 다 X스하고 살았잖아요! 여기가 섹X촌이야 X스촌! 너도 X스! 나도 섹X! 와하하하하!”

“미친······.”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미래. 미친년처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돌아다니며 ‘XX’를 외치고 다닌다. 지옥이 있다면 여기일까. 유진이는 피식 웃고, 민서는 내 눈치를 살피며 부끄러워한다. 성빈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미소 짓고, 리유는 ‘나도 할래~! X스~!’ 하면서 미래와 함께 뛰어다닌다. ······잠깐만, 리유 넌 하면 안 되지!!



“뭐야, 뭔데 이렇게 시끄러워.”

“오~ 희세찡 똥싸고 왔어?”

“미친······ 웅도 있는데.”

“왜 뭐 왜~ 방귀도 안 텄어 설마? 공주님이야? 앙~”

“싸고 왔다, 어쩔래!”



타이밍 좋게 돌아온 희세. 지금까지 이런 대화가 성립할 수 있었던 건, 희세 본인이 없었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의아한 눈으로 모두를 쳐다보는 희세. 미래의 드립에, 가차없이 그녀를 짓밟으며 대답하는 희세. 미래는 좋다고 깔깔대며 희세에게 밟혀 발버둥친다. 괜히, 어색해져서 희세를 잘 못 보겠다.













“······그래서, 왜 이렇게 된 건데.”

“아, 그게 음······ 그······.”



밤이 깊었다. ‘이제 자볼까!’ 하고 불을 끈 나. 그러자 희세는 내 어깨를 툭 짚으며 묻는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는 나.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지, 아무도 없는 방에 둘이서 있는데 불 끄고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누가 봐도, 딱 봐도 목적성이 보이잖아.



“왜 다른 애들은 없고 나랑 너만 여기서 자는 건데. 방 크기는 같은데, 왜 2명 / 5명 이런 식으로 자는 건데? 게다가, 남자애인 너랑 같이?”

“그······ 그게. 음. 그러니까.”



희세는 팔짱을 끼고 도도한 표정으로 말한다. 딱히, ‘무, 무슨 짓 하려고?!’ 하고 몸서리 치거나 방어자세를 취한다거나 그러진 않는다. 희세랑 나는 이미, 많은 경험(?)들이 있으니까. 어찌 보면 부부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예전 같은 풋풋한 그런 느낌은 많이 없지.



“으읍······!?”

“······.”



잘은 모르겠고, 멋대로 해봅시다. 하곤 나는 이제, 머릿속 이성에서 로그아웃 해버렸다. 평상복 차림의 희세. 터질듯한 가슴도, 아찔한 골반도, 보고만 있지는 않으리라. 희세는 이제 제껍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변명은 집어 치우고, 잽싸게 희세의 입술을 덮쳐버렸다.


그와 동시에, 살짝 강경하게 벽 쪽으로 희세를 밀어붙인 나. 희세는 움찔 놀라며 살짝 저항하지만 이내 부드럽게 내 키스를 받아들인다. 서로의 혀를 휘감는다. 눈을 감고, 감각을 느낀다. 은은하게 나는 아찔한 향기. 벽 쪽에 닿고 있던 손을 떼서 희세의 허리를 감싼다. 움찔. 살짝 놀란 희세. 살며시, 다른 손은 가슴 쪽으로 향한다.


5분 이상 계속된 입맞춤. 숨은 점점 거칠어지고, 머리는 녹아버릴 것 같다. 키스를 처음 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오래 하는 건 처음이다. 하반신의 ‘그것’은 이미, 터질만큼 팽팽하게 텐트를 치고 있는 상황. 뭐, 이미 희세 허벅지 쪽에 닿고 있다. 덕분에 더 미칠 것 같지만.



“······하아, 하앗.”

“······.”



한참만에 입을 뗀 나와 희세. 어둡지만,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풀린 눈을 한 희세의 얼굴이 명확하게 보인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희세가 너무 좋아서, 다시금 입술을 덮쳤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입을 맞춘 채로 그대로, 천천히 벽에 기대 주저앉는 희세. 나 또한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키스를 이어나갔다. 이제는 더 적극적이고 대담하게, 희세를 더듬는다.














--












“하으으······으읏······!!”

“흣!”

“후우······ 하아······.”












아 X발 꿈!













눈이 번뜩 뜨인다. 아, 젠장, 그런 야한 꿈을 꾸다니. 너무 생생해서, 몽정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 말똥말똥, 눈 뜨자마자 보이는 천장을 본다. 하아. 나란 녀석도, 참 노답이구나 싶다.



“으음······.”

“······아.”



잠결에 움직이는 희세의 몸. 엷은 졸음에 겨운 소리에, 나는 움찔, 현실을 자각했다. 아. 꿈이······ 아니었어?! 아니아니아니. 꿈 아니었지. 사실이었지. 기억이 난다. 확실히, 어제의 일이. 분명히, 저녁까진 애들하고 놀다가, 적당히 눈치를 보던 미래와 아이들이 철수하고, 희세와 나만 방에 남겨졌는데. 그리고서, 그리고, 그리고······ 음······ 우와.



“······깼어?”

“응······.”



멀뚱멀뚱 눈을 뜨고 있으려니, 옆의 희세도 움찔거리며 말한다. 아마 내가 깼을 때 같이 깼으리라. 혹시, 설마, 그럴 리 없겠지, 하며 간신히 곁눈질로 희세를 살폈다. 다행이 알몸은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고.



“······.”

“······.”



분명 나도 희세도, 둘 다 깨어 있지만 한 마디 말도 안 하고, 그저 둘이 나란히 누워 이불만 덮고 있다.



························엄청 부끄러운데.



어제의 일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버린 느낌인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그 말로 설명하기가 그런데. 음······ 음······.



“······우리 있잖아.”

“······응.”

“······했나?”

“······했지.”

“······아.”

“······왜.”

“······아니······ 그······ 19금인 거 같아서······.”

“······풉.”



나지막이 머뭇거리며 말하는 나와 희세. 얘기하다보니 웃음이 나온다. 이불 안에 있던 손을 뻗어, 희세의 손을 찾는다. 잘못해서 골반과 허벅지 쪽에 손이 닿았다. 움찔 놀라는 희세. 잔뜩 나를 흘겨본다. ‘아, 손, 손 잡고 싶어서.’ 하고 더듬거리며 변명한다. 잠자코 이불 안에서 손을 꼬옥 잡는 희세. 나도 마찬가지로 희세의 손을 잡는다.


뭔가, 정말 세상이 바뀌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인데. 별 거 아닌데, 그냥, 그······ 그래. 좀······ 아. 모르겠다.











그렇게, 소년은 어른이 되어간다.













느긋하게 오전까지 자고, 숙소에서 나와 주위를 돌아다니며 어기적, 이른 점심을 먹고.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나란히 버스 뒷좌석에 앉아 돌아가는 길.



“그래도, 방학 중에 재미있게 놀았지, 나름 착실하게?”

“어 뭐.”

“헤헤헿. 누군가는 엄청난 무언가 그런 어떤 요런 거 저런 거 했겠지만~ 에~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네요~”



희세는 모두에게 질문하듯 묻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끝자리에 앉은 미래가 깔깔대며 지나가는 말로 말한다.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지는 나와 희세. 둘 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나와 희세는 물론이고 다른 애들도 ‘그’ 얘기는 일절 안 꺼냈는데. 다들 쉬쉬하고 넘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역시, 미래가 화근이라니까.



“에~ 반응 보니까 진짜 했나보네? 대박대박. 우리 옆방에서 자는데! 와, 우리 휴대폰 보고 깔깔댈 때 한 거야?”

“할 수도 있지. 남녀가 같은 방에 있으면.”

“······크흠.”

“······.”



나와 미래의 반응을 살피며, 미래는 더욱 좋아라 웃으며 말한다. 유진이는 마치 아줌마 같은 느낌으로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말한다. 더욱 부끄러워진 나와 희세. 난 헛기침으로 시선을 유도하려 하고, 희세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다. 나야 쑥맥처럼 말 못 하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희세가 반박하지 않고 저런 모습을 보이면, 이건 뭐 인정하는 거잖아. 아아아~~ 창피해 창피해 창피해!



“피임은 잘 했어?”

“······그런 걸 물어봐!”

“아니이, 주, 중요한 거잖아! 그렇게 배웠구.”

“잘 했어! 내가 씌워줬다! 됐어!?”



툭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희세의 뇌관을 건드리는 성빈이. 왈칵 화를 내며 잔뜩 빨개진 얼굴을 들고 대답하는 희세. 과연 성빈이, 그걸 교과서적인 면으로 물어보네. 피임, 중요하죠. 그렇습니다. 음······ 아 뭐.


거의 울 것처럼 억울한 표정이다. 거기다 왜, 굳이 자기가 씌워준 것까지 얘기하는데. 나까지 더 창피해지게.



“에~ 뭘 씌워?”

“아니, 리유는 몰라도 돼!”

“나 그거 알아. 꼬추에 씌우는 거 아니야?”

“우와아아아아 미친!!”



어떻게든, ‘그’ 주제에서 얘기를 되돌리고 싶지만. 자꾸만 여기저기서 애들이 그 얘기로 유도하니까, 막느라 급급하다. 특히나, 리유가 천진난한 표정으로 저런 식으로 얘기 꺼내면. 진짜 난감하다니까.














--












우리는 성장한다. 자라고 자라, 어른이 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서로 다투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고, 오해가 쌓이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고. 점차로, 발전한다.






시간이란 녀석은 참, 이기적이라서. 앞을 보면 까마득해 보이는데, 앞으로 갈 날이 훨씬 많아 보이는데. 막상 뒤돌아 흐른 시간을 보면, 언제 이만큼이나 지나갔나, 하고 빨리 지나가버린다.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새삼 체감이 된다. 고등학교 3년을 이렇게 보내다보니.






처음, 이 고등학교에 와서 난. 분명 입학식 첫 날에 희세와 마주쳤었지. 그 때엔 첫인상부터, 서로 별로 안 좋은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지금 나는, 희세와. 사랑하고 있다.


























······라고, 무슨 드라마 마지막회 같은 생각 하고 있는데. 아직 수능 안 끝났거든!? 와아아아아! 인생 실전이야 X만아!


작가의말

기-승-전-섹스. 아니, 기-섹-섹-섹인가. 데헷.


한달이 넘도록 연재를 안 했네요. 뼛속깊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섹스 얘기밖에 없는, 만신창이의 위 내용을 보면 아시겠지요. 요즈음, 슬럼프라서......

자세한 내용을 쓸까, 했습니다만. 뭔가, 19금 걸려버릴 거 같아서, 일단은 보류했습니다. 무엇보다, 쓰려고 해도 제 뇌내에 데이터가...... 치직..... 치명적인 오류로 시스템을 종료합니다........ 이렇게 돼 버려서, 하핫.


힘드네요. 영 안 써지고. 이것도 그렇고, 다른 글들도 그렇고. 이제는, 무얼 바라 이런 글들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공모전.....은 늘 빗나가고. 어떻게 늘 그렇게 완벽하게 패배할 수가 있죠? 그러게요. 제가 묻고 싶네요. 어디 가서 당당하게 보여줄만한 글도 아니고...... 글이라고 하기도 부끄럽고.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다소 느긋하게 생각하고 천천히, 천천히 나아가고자 합니다. 근성과 정신력 아니겠어요. 육체는 단명하나 근성은 영원한 것.



아. 저 부분 쓸까요? 19금 달고? 별로 안 야할 것 같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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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22 Roun
    작성일
    16.10.20 21:27
    No. 1

    급전개 완결!!! 을 하려는 느낌이었습니다.. 허허
    그래서
    어째서 자세한 상황묘사가 없는거죠! 왜죠!
    세부묘사!!

    찬성: 0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6.11.04 20:44
    No. 2

    섹..... 아뇨, 제가 정확한 묘사를 하기에는 그...... 하하하하하하하핫.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6.10.21 13:40
    No. 3

    스토리 캐릭터 다 나쁘지 않은데...쓸데없는 드립과 묘사가 너무 많아요...그것만 쳐내면 충분히 수상하실 거 같은데요ㅋㅋ;; 물론 그걸 빼버리면 분량이 반토막...ㅠ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6.11.04 20:45
    No. 4

    그쵸...... 드립을 줄여야지, 군더더기를 없애야지 하는 생각은 늘 하지만, 생각만 하고 늘 이 모양이라...... 노력해봐야겠죠. 노오오력을. 충고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6.11.16 16:26
    No. 5

    하긴...경험이 있어야 세부묘사가 가능하겠지요~ 캬하하하하하하하하
    근데 키스하다가 더듬더듬하다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상황종료~
    이런게 어딨어~~~!!!!!!!!!!!
    둘다 첫경험인데 저렇게 밋밋하게 끝내버리다니~ 야한게 아니라도
    달달한 분위기로 만들어도 되는건데~
    역시 태신 작가님 머리속에는 온통 그것 밖에 안 들어있다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섹스가 무조건 야한거, 숨겨야 한다는거 이런 편견을 버리시죠~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20 전서리
    작성일
    18.08.19 03:23
    No. 6

    그..저...리유랑도..음..아니,난 올리유브말한건데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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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설! +1 17.01.28 795 7 9쪽
269 새해. +7 17.01.01 739 6 11쪽
268 연말. +8 16.12.31 654 8 27쪽
267 수능 후에. +3 16.12.19 720 9 15쪽
266 수능. +3 16.11.17 850 7 16쪽
265 번외 - 대학교에선, 뭘 해- 2 +2 16.11.16 837 7 20쪽
264 번외 - 대학교에선, 뭘 해? +1 16.11.04 895 8 15쪽
» 08화 - 4 +6 16.10.20 836 7 22쪽
262 08화 - 3 +1 16.09.18 880 7 17쪽
261 08화 - 2 +4 16.09.12 970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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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07화 - 3 +2 16.08.27 864 7 17쪽
257 07화 - 2 +3 16.08.23 776 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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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06화 - 4 +3 16.07.31 862 6 22쪽
254 06화 - 3 +5 16.07.28 772 6 20쪽
253 06화 - 2 +3 16.07.26 820 7 22쪽
252 06화. 나는 어떻게 해도 안 되니까……! +1 16.07.23 946 6 20쪽
251 05화 - 4 +5 16.07.20 856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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