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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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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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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6.08.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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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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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7쪽

07화. 소개팅 같은 소리 하고 있네!

DUMMY

“빨래 좀 개!”

“저는 저의 길을 가야합니다. 바쁘거든요.”

“어휴.”



엄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한숨 쉬며 빨래를 개는 어머니. 그 옆에서, 철없이 휴대폰을 보고 있는 아들내미. 평범한 대한민국의 하루하루다.


정말, 진짜, 되게 오래간만에 집에 왔다. 고3 들어선 기숙사에서 집을 한 달에 한 번만 가서. 뭐, 그런 제한이 있는 건 아니고, 매주 가도 상관은 없지만,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과 뭔지모를 무형의 압박감 때문에. 고3이니까, 공부해야지, 랄까, 그 때 전 미쳐있었죠(웃음). 따, 딱히 희세랑 노닥거린 건 아니니까!


아무리 그래도, 집이 좋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기숙사는 죽을 것 같은데. 2층, 3층 여자애들 거주하는 곳은 방마다 에어컨이 있다. 천장에. 하지만 내 방은, 원래 창고였던 방이기에 그런 건 없다. 이를 어여삐 여기신 선생님께서 선풍기 한 대를 주워다 주셨지만, 따뜻한 바람이 솔솔 나오는 것을 견딜 순 없다. 조그마한 창문으론 시원한 공기를 환풍하기엔 역부족이니까.


그래서, 뭐가 어찌됐던 간에 나는 간만의 주말과 간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렇다고 뭐, 계속 이렇게 멍 때리고 쉴 것은 아니니까. 조금 있다가 공부 해야지. 희세와의 약속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이젠 공부할 필요성을 잘 느끼고 있으니까.



‘띠리리리리리~’

“?”



갑작스런 전화. 그것도 모르는 번호로. 자고로 모르는 번호 전화는 받지 않는 게 상책인데. 받을까 말까 하다 이내 통화를 눌렀다. 뭐, 이상한 전화면 바로 끊으면 되겠지.



“여보세요.”

『변태 맞습니까.』



아니, 다짜고짜 전화 받자마자 ‘변태 맞습니까.’라니. 물론 내가 변태인 건 맞아. 하지만 날 변태라고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 뭐라고?!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낮고 음침한 남자의 목소리. 늘 여자애들의 하늘하늘한 목소리만 듣다 이런 목소릴 들으니 참, 기분이 묘하다.



“누구세요?”

『핳, 여고 가더니 아주 과거 세탁까지 해버렸구만. 정변의 상징 정변태가 이렇게 곱게 대답하다니.』

“?!”



나의 얌전한 물음에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상대.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내 신상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다. ······근데 이제와서 ‘여고 가더니’라니. 나 여고 다닌지 3년 됐어 이 양반아. 몇 개월 뒤면 대학생이고.



“······누군데 이리 시비조세요?”

『아주 휴대폰 번호도 까먹었구먼. 아주 가관이야.』



아주 가닥이 안 잡히는 건 아니다. ‘정변’이나 ‘정변태’라는 말을 들으니, 아득히 먼 과거의 일들이 떠올라서. 머나먼 고대의 남중시절, 내 별명이 저것이었으니.


어쨌든 점차 범위가 좁혀지니, 곱지 않은 시비조의 말로 되묻는다. 피식 웃는 목소리로 답하는 상대. 이제 슬슬, 목소리의 주인을 알 것 같다.



“윤현민?”

『암만! 너는 전화 한 통을 안 하냐?!』

“아하이~”



아저씨 같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나와 현민이. 3년만에 중학교 동창과 하는 통화에, 내 얼굴엔 웃음이 가득해졌다. 쇼파에서 일어나 내 방으로 들어갔다.












--












“안녕하세요.”

“어, 안녕.”



처음 보는 남자애. 누구인지 굳이 소개를 안 해도, 누구인지 알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우선 옆자리에 앉아 있는 녀석. 내 절친. 3년동안 연락이 안 닿았지만, 그래도 절친인 건 변함이 없는 녀석. 윤현민이라고 한다. 어제 걸려왔던 모르는 번호의 녀석은 바로 이 녀석.


어제 잔뜩 통화하고, 어째서인지 오늘 잠깐 보자고 해서 만났다. 남자애 둘이서 만나기에 참 적절한 장소인 편의점. 그런데 전혀 처음 보는 녀석이 한 명 있다. 현민이와 미묘하게 닮은 외모에, 현민이보다 조금 잘생긴 것 같은 느낌의 녀석. 뭐,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현민이 동생이겠지. 예의바르게 먼저 인사한다.



“여자 소개 시켜 주세요.”

“······뭐?”

“아아, 미안. 얘가 좀 정상이 아니라.”



만나서, 인사 한 마디 하고, 통성명도 없이 갑자기 본론을 말하는 녀석. 영문도 모른 채 나는 얼떨떨해서 현민이의 동생 녀석을 쳐다본다. 창피함은 현민이의 몫. 동생의 요사스런(?) 입을 틀어막고, 현민이가 대신 사과하며 말을 꺼낸다.



“얘는 내 동생 윤현기. 고1이니까, 우리보다 2살 어려.”

“이이. 알겄는데, 뭔 여자를?”



당황하니까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나온다. 그도 그럴 게, 현민이 동생이 대뜸 첫 마디 꺼낸 게 ‘여자 소개 시켜 주세요’니까.



“이 녀석이······ 음······ 몰라, 여자친구 사귀고 싶데. 근데 알잖냐, 내가 무슨 여자를 소개시켜줄 수 있겠냐. 남중남곤데.”

“인정합니다.”



대한민국의 아주 사악한 제도지, 그건. 한창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욕망이 왕성할 시기의 청소년들을, 여성과 남성을 구분지은 채 학교를 다니게 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잔뜩 깔아뭉개는 정책. ······랄까, 서울이나 대도시는 안 그런다던데. 그냥 내가 시골 사는 게 잘못이구나. 시골이 잘못 했네.



“그럼 동생 친구가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 아니여?”

“얘도 나만치 병X이니까 이러지. 야, 근데 현기 너 남녀공학이잖아. 근데 뭔 여자소개여 소개는.”

“······우리 학교 여자애들하고는, 전략적 동반자적 관계라고 해야 할까, 통일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특수한 관계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그런 거.”

“뭐라는 거야. 이러니까 여자친구가 없지.”



내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하는 현민이. 현민이 동생 현기는 뭔가 어려운 것 같은 말들을 줄줄 내뱉는다. 과연, 여자친구가 없는 게 이해가 가는 녀석이다. 냉철하게 생긴 외모와 일맥상통하는, 조금 이상한 성격인 것 같다. 본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성격이 파악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내 친구들 중에 가만히 살펴보니까. 네가 있더라. 그래서 연락한 거지. 여고생 정웅도 씨.”

“아니, 여고생이라니.”

“여고 다니니까 여고생이지.”

“하, X벌.”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자랑스런 표정으로 말하는 현민이. 뭔가 기분이 나쁘면서 좋다. 여고에 다니는 남고생이라, 그것 참 아이덴티티 있는 타이틀이지. 별로 좋을 거 하나 없지만.



“어쩌다 그런 지상락원에 가게 되셨습니까? 여자애들은 다 예쁜가요? 이슬만 먹고 살고 있는지요? 여자애들 팬티는 많이 보셨나요? 해보셨나요?”

“어이어이, 뭘 초면에 그딴 질문들을······ 그보다 해보긴 뭘 해 봐!”



불쑥 엄한 질문들을 잘도 하는 현민이 동생. 팬티는 많이 봤지만, 해보긴 뭘 해 봐! 안 했어!



“어쨌든, 여자 소개 시켜 주세요. 형 여자친구 있으신가요?”

“있기야 있지.”

“여자인 친구들도 많이 있나요?”

“······있지. 학교가 여고니까.”

“그럼 한 명만 소개해주세요! 제 스타일은요, 얼굴 예쁘고 가슴 크고 뚱뚱하지 않고─”

“어이 잠깐! 누가 소개 시켜준다고 했어!?”



붙임성이 좋은 건지, 4차원 또라이인 건지. 나라면 오늘 처음 만난 자기네 형 친구한테 이렇게 대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현민이도 고개를 절레절레, 지레 포기한 모습이다.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전화도 하고, 톡도 하고, 가끔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여자인 친구를 바라는 거에요.”

“······.”



갑자기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이 된 현민이 동생. 뭔가 서글픈 표정으로, 남자 고등학생의 비에를 읊기 시작한다. 나 또한 진지한 얼굴로 그의 사정을 듣는다.



“제 친구가 있는데. 그 녀석, 뚱뚱하고 평범한 오타쿠였는데.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는 여자애랑 썸을 타더라구요. 그러더니 운동도 열심히 하고, 성격도 적극적이 되어선 점점 멋진 녀석이 되더라구요.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제일 친한 절친이지만, 친구가 잘 되는 걸 보면 좋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말할 수 없는 짜증남과, 자괴감이랄까······ 그런 게 들거든요.”

“······으음.”



질투······라고 하긴 그렇고. 무슨 말인지 대략 느낌은 알 것 같다. 친구는 여자애랑 썸타서 멋진 남자가 되어가는데, 자신은 그걸 순수히 축하해주지는 못할망정 절친이란 녀석이 질투나 하고 있으니. 그리고, 그 원인은 본인의 여자 부재라는 결론인가.


여자친구만 있다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는 가정일까. 뭐,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장난 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녀석의 눈빛, 꽤나 진지하니까. 지금 진지한 마음으로 하는 말이니까. 눈을 보면.



“그렇기 때문에, 저도 여자애와 얘기해보고 나아가선 사귀어도 보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선, 대학교 가기 전에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뭘 하는데?! 너 같으면 당당하게 ‘하고 싶습니다’ 하는 녀석한테 친구 소개 시켜 주겠냐!? 다 좋은데 왜 그딴 식으로 더럽게 결론이 나는데!”



다 좋은데 결론이 참 이상한 녀석. 형인 현민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녀석인데.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드립 일상인지. 어째 미래가 떠오른다. 아싸리 미래 소개시켜줘버려? 4차원은 4차원으로 막아야지. 내 태클에 현민이는 못 말리겠다는 듯 피식 웃는다.











--











“그런 일이 있었어.”

“흐흫. 재미있는 애네.”



내 말에 웃으며 대답하는 희세. 요즈음은 답답하다며, 학교에선 그냥 가발을 벗고 지내는 희세. 꽤 금세 머리가 자라서, 휴가 나온 군인(?) 정도 머리는 되는 것 같다. 그것도 그것대로 귀여워. 희세는 뭘 해도 귀여우니까. 귀여우니까 희세니까.



“그래서, 우리 전부를 소개해줄 생각인가요? 오빠의 출세욕 때문에 저희는 장기말이 되어 희생되는 부분인 거 인정? 어 인정?”

“뭔 소리야. 내가 그 애한테 너희들을 소개시켜주면 내가 무슨 이득을 얻는데.”

“음~ 그건 잘 모르겠구요. 그냥 오빠를 까고 싶었어요. 베에에에에~”

“이런······.”



간만에 모두 모여 점심을 먹고 있는 점심시간. 미래는 여전히 드립 삼매경. 확 소개해버릴라. 뭐, 말은 그렇게 해도, 함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내 마음대로.



“잘 생겼엉?!”

“왜, 리유 관심있어?”

“아니, 그냥 궁금하잖아! 헤헷.”



싱긋 웃으며 물어보니 헤헤 웃으며 대답하는 리유. 음, 리유는 인간의 상식 범주를 넘어서는 동안이니까, 어째 현민이 동생과 붙여놔도 연상연하 커플로는 안 보일 것 같다. 물론 그딴 이상한 녀석에게 리유를 소개시켜줄 리는 없지만.



“생긴 건 그런대로 괜찮은 거 같은데. 성격이 좀, 괴상하다고 해야 하나.”

“오~ 4차원은 제 담당인데! 아······ 하지만 저, 미망인이라서······ 따라 죽어야 했는데······ 후후······.”

“미친년아, 그딴 걸로 드립 치지 말라고!!”

“아헤헤헤헤! 본인이 치겠다는데 뭘 어쩌게요! 그저 오빠는 난감해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면 돼요!”



······미래도 좀 그렇다. 내 스스로도 좀 껄끄럽기도 하고. 본인 의지도 의지지만, 이런 녀석은 남한테 소개시켜주기 좀 그렇지. 그 근미랜데.



“잘 생긴 연하라······ 나쁘지 않을지도······?”

“오. 유진이 관심 있어?”

“흐흥♡ 농담이지. 지금 같은 때 사귀면 인생 망치지.”

“그런가.”



뭔가, 얘기하다보니까 한 명 한 명 탐문하면서 분위기 탐색하는 시간이 되는 것 같은데. 유진이는 싱긋 웃으며 ‘사진 같은 거 있어?’ 하고 물어본다. 마침 현기 녀석이 준 사진이 있다. 과하게 보정이 들어간, 미소년 같은 느낌으로 찍은 사진.



“······유진이가 웅도 휴대폰 들고 있으니까, 뭔가 기분이 묘하네?”

“······아. 미안. 안 건드릴게. 다시는 안 그럴게. 미안. 내가 잘못했어.”

“아니, 아니이, 이미 예전에 사과 했잖아. 희세도 농담이잖아. 그치?”

“흐흐흣. 재미있네.”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드립을 치는 희세. 표정이 굳으며 휴대폰을 내려놓는 유진이. 금세 사죄하며 휴대폰을 나에게 건넨다. 희세답지 않게 저런 짓을 하다니. 이젠 다 극복한 부분?



“그러면, 성빈이는 어때?”

“에, 나? 에이, 나는. 공부도 못 하는데 무슨 남자친굴 사귀겠어.”

“······너무 자학개그 심하게 치는 거 아니야?”

“에헷, 사실인걸.”



저번 사건 이후로 멘탈이 강해졌는지 자학드립을 치는 성빈이. 유진이와 비슷하게, 고3이니까 그럴 수 없다는 명분. 실제로 성빈이는 목표치가 상당히 높으니까, 남자친구 같은 거, 사귈 정신 없는 게 맞긴 하겠다. 나보다 모의고사 점수 100점이 높은데도 공부 못 한다고 할 정도면 말 다 했지.



“그러면 공부랑 관계없는 사람이······.”

“······엣? 나?!”



그렇게 은근히 말하며 은근히 쳐다보지 않아도, 지금 대화에서 남은 사람은 민서밖에 없으니까. 눈에 띄게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민서. 저번에 듣기로, 민서는 대학 안 가고 싶다고 얘기했었으니까. 그렇다고 아예 공부를 놓고 펑펑 노는 건 아니지만, 민서가. 어쨌든 고3이란 타이틀에 얽매여 있는 다른 애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데.



“에에~ 자기도 공부 못 하면서 갑자기 뜬금포로 민서 까는 거 보소~ 오빠 갑자기 왜 쓰레기 됐어요?”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다른 애들은 잘 모르겠지, 민서에 대한 사정. 미래가 잔뜩 나에게 태클을 건다. 대충 넘기고 민서를 쳐다본다.



“어때. 이런 식으로 생긴 앤데.”

“나, 나는 남자친구 같은 건 아직······ 음······.”



현기의 사진을 들이밀며 말하는 나. 얘기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애들에게 자연스럽게 현기를 소개시켜주고 있다. 당혹스러워하는 민서. 감히 사진조차 보지 못한다. 이렇게 당황하니까 살짝 장난기가 도는데? 귀엽잖아.



“그런 사람이 오빠한테는 왜 고백했데? 하앙~ 웅도 오빠의 개드립 갱장해여~”

“작작 좀 해! 대화가 이어지질 않잖아!”

“아하하핫~”



사사건건 드립으로 모든 대화를 망쳐놓는 미래. 주먹으로 머리를 딱 치며 폭력을 행사해도 마냥 좋은지 하하 웃을 뿐인 미래. 누가 널 말리겠냐. 어휴.



“그러면, 우리보다 2살이나 어린거야?”

“그렇지, 아무래도.”



관심이 있는지 리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리유 네가 물어보니까 뭔가 2살 연하라고 하는 게 맞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인데. 어쨌든 뭐, 나이상으론 그러니까.



“그러면 그러면! 시아한테 소개시켜주는 건 어때? 시아는 고2니까, 별로 차이 안 나는 거잖아?”

“아······ 아? 아! 시아가 있었지!”



그런 애가 있었지요. 새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어쩔 도리가 없는 게, 반이 틀린 정도도 아니고 학년이 달라버리니까. 마주칠 일도 거의 없고, ‘오빤 이제 고3이니까, 방해하지 않을게요~’ 하는 느낌으로 밥도 같이 잘 안 먹으니까. 무엇보다, 나한테 고백했다 차이고서는 시아, 별로 우리랑 안 노니까. 뭐, 시아도 시아의 친구들과 패거리가 있을 테니.


어쨌든, 간만에 리유 덕분에 시아를 떠올리게 되었다. 음, 확실히, 시아랑 현기는 1살밖에 차이 안 날 테니까, 나쁘지 않을 지도. 리유만큼은 아니지만 귀욤귀욤한 시아와, 엉뚱깽뚱한 현기와 가상으로 세워놓으니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리유만큼 순수하지도 않고, 미래만큼 생또라이도 아닌 적절한 시아니까. 음, 확실히 좋을 것 같애.



“시아야? 응 뭐함?”

『뭐하긴요 밥먹죠. 갑자기 왜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밥을 먹으며 시아에게 전화한다. 여자애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볼멘소리로 전화를 받는 시아.



“남자 소개 받지 않을래?!”

『장난치실 거면 끊을게요, 저 애들하고 밥 먹고 있거든요.』

“아아! 진짜야 진짜! 내가 아는 후배 있는데!”

‘뚝.’

“······.”



와. 단호박인줄. 내가 차인줄. 굉장히 무안하다. 시아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역시 류시아야, 가차 없지. 나에게 목적이 없으니, 칼 같이 공과 사를 끊는구나. 그래, 그게 좋은 거지.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좋은 거지.



“뭐어라구우~ 남자 소개시켜주는 찐따 말은 안 들리는데에~ 여기 남자 후배 단 한 명!”

“하아.”



미래의 거지같은 드립을 들으며, 한숨을 푹 쉰다. 팔자에도 없는 남자애 소개시켜주는 일에, 괜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희세는 ‘쓸데없는 짓 그만 하고 밥이나 먹어.’ 하고 우문현답을 제시해준다. 리유는 ‘나 번호 알려줘! 재미있을 거 같은데!’ 하고 말한다. 리유야, 너는 소중한 아이니까 절대, 절대 네버 에바쎄바 그런 애 번호 안 알려줄 거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시아에게 톡을 보낸다. ‘사진이라도 안 볼텨?!’ 하고. 처음엔 별로 소개고 뭐고 할 생각 없었는데, 이거 오기가 생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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