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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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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작품등록일 :
2022.05.14 12:42
최근연재일 :
2022.06.27 05:4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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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2
추천수 :
117
글자수 :
9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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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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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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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 시험 통과야

DUMMY

#20


푸욱.


듣고 싶지 않은 끔찍한 소리가 다시금 흑당주 귀로 들려왔다. 마치 먹잇감을 확보한 뱀이 먹잇감에게 이빨을 박아넣는 듯한 소리. 흑당주의 귓가에 들리는 소리는 죽음을 선고하는 소리였다.


푸욱!


또다시 소리가 들린다. 비수를 꼬나쥔 유선하가 바닥에 쓰러진 수하들에게 차례대로 다가가 목에 비수를 박아넣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록 유선하가 지쳐있다고는 하나, 지금 상황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체력을 소비하는 화려한 움직임도 필요 없고 몸을 지치게 하는 초식을 운용할 필요도 없다. 자신들의 팔다리가 마비된 지금, 유선하는 그저 천천히 걸어서, 느긋하게 몸을 숙여 급소에 비소를 찔러 넣기만 하면 된다.


‘내가 이렇게 죽는다고?’


흑당주는 믿을 수 없었다. 강호인과의 무공 싸움으로 죽는 것도 아니고, 부하들에게 배신당해 죽는 것도 아니고. 그저 판단 하나 잘못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벌레 마냥 누워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고? 흑당의 주인인 내가?


푸욱!


비수가 살갗을 가르는 소리가 지척까지 들려온다. 이제 곧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 깨달은 흑당주는 필사적으로 입을 움직였다. 몸이 마비되어 혀가 저렸지만,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에게 자그마한 기적을 선사하였다.


“자, 잠깐...만. 기다..려...다오.”


더듬거리고 느릿느릿하지만,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흑당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천천히 흑당원의 목에 비수를 박아넣던 유선하는 느리긴 하지만 원활히 말하는 흑당주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보았다.


“그래도 꼴에 수장이라고 다르긴 다르구나. 다른 놈들은 죽는 순간까지 혀 한번 제대로 못 놀리던데.”


“부탁... 이다. 살려다오. 기라면···. 기..겠다. 핥으라..면 핥...으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하게. 그러니···. 살려주게.”


흑당주는 목숨을 구걸했다. 어차피 죽기 싫어 귀문협주에게도 머리 숙인 몸. 다시 숙인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일단 살아야 자존심도 상해보고 할 것 아닌가.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유선하는 시큰둥하였다.


“내가 무엇 때문에 널 살려줘야 하지?”


“살려만 주면...”


“자존심 상한다고 멀쩡히 사는 착한 의원한테 살수나 보내고, 부하의 말에 귀도 안 기울이고. 자기는 죽기 싫어서 대가리 박는 주제에 자존심 상한다고 부하더러 자기보다 센 놈한테 죽으라고 보내고. 부하가 무슨 소모품이야? 뒤지라고 보내게?”


“.....”


“그렇다고 네가 그동안 선을 잘 지키면서 살았을까? 아닐걸? 의원한테 살수 보낸 거 보면 각이 나오네. 농사도 안 짓고 장사도 안 하면서 힘들게 농사짓는 사람들 돈 뺏고, 장사하는 사람들한테 자릿세도 받고, 돈 안 내면 쥐어 팼을테고.”


유선하의 목소리가 점차 격해져 간다. 신경질이 나는지 머리를 마구 긁으며 두 눈을 희번덕 뜨며 이를 부득부득 가는 모습이 분노에 미쳐가는 광인의 모습이었다.


“자기 집도 아니면서 집이란 집은 다 불태워버리겠지. 아무것도 안 남기고. 혹시라도 살아남은 사람이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게 철저하게 불사르겠지. 타다 남은 잿더미나 퍼먹으라는 듯이 말이야.”


유선하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흑당주 배를 걷어찼다. 우연인지 고의인지, 그가 걷어찬 부분은 내공을 쌓는 단전 부위였고 유선하의 발길질 한 번에 흑당주의 단전이 산산히 부숴졌다.


“커헉!!”


단전이 부서진 고통과 함께 흑당주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유선하는 화가 덜 풀렸는지 계속해서 흑당주를 걷어찼다.


“이 개새끼야. 내가! 왜! 너 같은! 새끼를! 살려! 놔야! 하냐!? 어!”


유선하는 골고루 걷어찼다. 부숴놓은 단전을 다시 차고, 내장이 밀집된 복부도 차고, 머리도 찼다. 아무튼, 다양하게 걷어찼다. 유선하는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무시한 채 계속해서 걷어찼다.


그렇게 얼만큼 시간이 흘렀을까? 살고 싶어 격하게 경련하던 흑당주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이제 흑당주인지 아닌지는 피를 닦아봐야 그나마 알 수 있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후욱... 후우! 후우우.... 후욱!”


유선하는 분을 이기지 못한 것인지 흑당주까지 모조리 죽였지만, 여전히 두 눈에 핏줄을 세운 채 흥분하고 있었다. 조금 전 흑당주를 걷어차 죽이면서 남은 체력까지 다 쓴 것인지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있었다.


털썩.


결국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지 유선하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탁!


유선하의 뒤에서 자그마한 발소리가 들린다.


양명운이었다.


* * *


양명운은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때 자신에게 죽으라고 명령했던 당주도, 위에서 명령을 내리던 그 수하들도. 우연히 마주쳤던 다른 소속의 흑당 대원들 모두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진짜로 다 죽일줄이야.’


양명운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유선하의 뒷모습을 보았다. 처음에 예상대로 난전이 되었을 땐, 도끼를 들고 그와 합류하여 같이 싸우려고 했었다. 어차피 미리 해독제도 받았겠다. 독에 노출되어도 문제없을 터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럴 필요가 없어서였다.


‘고수일 거라고는 느끼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다니.’


고수라는 사실은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흑당 전원이 어찌할 수 없는 고수라는 막연한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당주가 명령을 내렸을 때 그를 배신하고 유선하에게 목숨을 거는 도박을 건 것이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목숨을 구걸하고 독도 먹었다. 독을 먹어서 지릴뻔한 것도 몇 번인지 모른다. 뺨도 얻어맞고 머리채까지 쥐어뜯기는 굴욕도 당했다.


“.....”


양명운은 유선하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는 지쳤는지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였는데 지쳤다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스스로 화를 주체 못하는 모습이었다.


“후욱... 후욱! 후욱!”


호흡이 가쁘다 못해 과호흡이 의심될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본 양명운은 유선하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주화입마라도 온건가?’


강호인들 중에서 무리하게 힘을 쓰거나, 혹은 자신의 감정은 제어하지 못하는 자들이 주로 주화입마에 빠진다. 쉽게 말해 화병이 돋는다는 것이다. 물론 가볍게 말하면 화병이지만 강호인의 홧병은 그 정도가 심하여, 잘못하면 기혈이 뒤틀리는 참사도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강호인이 주화입마에 빠지면 서둘러 안정을 취하게 해주어야 한다.


“.....”


양명운은 그런 유선하의 뒷모습을 보았다. 문득, 이대로 뒤에서 도끼로 내리쳐도 그는 어쩌지 못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에게서 저번에 협박받아 억지로 먹은 독의 해독제를 받아야 하지만 그의 거처도 아는 지금, 조금만 조사하면 무슨 독을 썼는지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


양명운은 도끼를 꽉 쥐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아까 유선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부하가 무슨 소모품이야? 뒤지라고 보내게?”)


갑자기 그 말이 왜 떠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왠지 그가 화난 이유 중 하나가 부하를 함부로 다루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독을 먹이긴 했지만···. 사실 나와 부하들을 바로 죽여도 할 말 없었지.’


하지만 그는 자신들을 살려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흑당주에게 버려진 상황이라 그런지 그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여기서 배신하면, 결국 우릴 버린 흑당주와 다를 바 없는 놈이겠지.’


그것만큼은 싫었다.


“...에휴.”


양명운은 도끼를 쥔 손에 힘을 풀었다. 곧 도끼를 바닥에 대충 내려놓고 유선하에게 다가갔다. 아직 독향이 남아있을지도 모르지만 유선하에게 미리 해독제를 받아 복용했으니 문제 없을 것이다.


“...양명운이냐?”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들은 유선하가 물었다. 양명운은 그런 유선하의 한쪽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쳐 어깨동무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


“심호흡을 하십시오. 지금 주화입마에 든 상태 같습니다. 최대한 심신을 안정시키시죠.”


“새끼.... 아까 등 지켜달라니까 여태 구경만 했네?”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죠. 위험한 각이 전혀 안 보이던데요?”


“그런가? 난 또 뒷통수 칠 각 보고 있는지 알았지.”


“그럴 리가요!”


내심 뜨끔했기에 양명운은 괜히 큰소리를 내며 이내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돌렸다.


“아무튼 호흡이나 집중하십시오. 잘못했다간 기혈이 뒤틀릴 수도....”


양명운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천지가 뒤집힌 것이었다.


털썩.


양명운이 쓰러진다. 그러자 자연스레 그와 어깨동무 하고 있는 유선하 역시 바닥에 쓰러졌다.


‘아니? 왜?’


양명운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독향에 중독된 것인가? 하지만 싸움 전에 미리 유선하에게 해독제를 받아 복용하였는데 어째서? 양명운이 이해가 되지 않아 눈알만 이리저리 굴릴 때 그의 옆에서 유선하가 몸을 일으켰다.


“휴우~”


그는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고는 기지개를 폈다. 어째서인지 호흡도 안정적이었고 지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양명운은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바로 지친 모습이나 그런 게 전부 연기라는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문득 양명운은 싸움이 벌어지기 전 그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내 등은 너에게 맡겨보마. 이건 마지막 시험 같은 거야. 네가 할 일은 오직 하나야. 배신하지 않는 거다.”)


설마 그 말의 의미가, 여차하면 내 등을 지켜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등을 보여볼 테니 뒤통수 치는지 안 치는지 두고 보겠다는 의미였던 것인가?


해독제라고 속여서 마비 독도 안 통할 거라고 믿게 한 다음? 주화입마에 빠진 척도하고?


양명운은 약간 질린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유선하를 보았다. 그는 웃으며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아까 먹은 붉은 환약과는 다른, 검은 환약을 꺼내었다.


“축하해. 시험 통과야.”


그는 그리 말하며 양명운의 입에 환약을 물린 다음 손수 턱을 움직이게 해주어 약을 씹을 수 있게 해주었다. 곧 양명운은 마비가 되어 저리던 팔다리가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네. 잘못하면 너도 여기서 영원히 잘 뻔 했는데.”


유선하가 웃으며 말했지만, 양명운은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그저 이 사람만큼은, 무서워서라도 절대로 배신하지 말자고 굳게 다짐할 뿐이었다.


작가의말

공모전 기간 끝나니까 성실히 쓰기 시작하는 나란 녀석


바보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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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20 시험 통과야 22.06.27 126 0 11쪽
20 #19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22.06.25 96 0 10쪽
19 #18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22.06.24 106 0 12쪽
18 #17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2.06.17 106 0 10쪽
17 #16 문지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22.06.12 99 0 11쪽
16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22.06.09 127 0 10쪽
15 #14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22.06.05 141 2 11쪽
14 #13 제갈군사이자 사마의였다. 22.06.01 134 2 10쪽
13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22.05.30 155 7 11쪽
12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22.05.27 181 8 9쪽
11 #10 x독도 독이다 +1 22.05.24 182 3 10쪽
10 #09 인간으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22.05.22 197 4 10쪽
9 #08 의원이 만만하나? 22.05.21 201 3 10쪽
8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2 22.05.20 212 5 11쪽
7 #06 단전이 대문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22.05.19 200 5 10쪽
6 #05 아니, 나도 잡힌 것 같아. 22.05.17 229 5 10쪽
5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22.05.17 254 6 11쪽
4 #03 내 안에 무한한 신앙심이 솟구쳐 올랐다. +2 22.05.15 282 13 11쪽
3 #02 이게 아닌데? 22.05.14 314 12 10쪽
2 #01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 22.05.14 349 22 9쪽
1 #서장 +2 22.05.14 399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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