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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코프로틴
작품등록일 :
2022.05.14 12:42
최근연재일 :
2022.06.27 05:4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86
추천수 :
117
글자수 :
96,150

작성
22.05.30 04:52
조회
154
추천
7
글자
11쪽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DUMMY

#12


그로부터 사흘이 지났다.


흑당인지 뭔지 하는 칼자국 사내를 보내주고 나서 우리가 한 일은 그 놈이 버리고 간 곰보자국과 주근깨를 치우는 일이었다.


차마 서의원을 시킬 수는 없었기에 승해와 나는 그들을 조심스레···. 특히 곰보자국은 행여나 바지에 지린 똥이 새어 나올까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레 뒷산에 버리듯이 두고 왔다.


‘깨어나고 생각이 있으면 복수같은 거 하러 오진 않겠지.’


사실 와도 딱히 문제는 없기에 그들에 대한 관심은 딱 거기까지만 두기로 했다. 그래도 최후의 인간된 온정으로 갈아입을 옷은 두고 왔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할 것이다.


‘나머진 칼자국이 들고 올 귀문협의 정보만 기다리면 되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사흘을 보냈고 사흘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만큼 사흘이라는 시간은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이외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선 자잘하게 의원 내의 약방 구조가 조금 바뀌었다. 하도 그놈들이 깽판을 쳐서 망가진 곳이 많아서 가구들이나 약기들을 많이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돈이 제법 드는 일이지만 평소 서의원에게 치료를 받거나 약을 받은 일이 많던 하류현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쪽 부분은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평소 서의원의 덕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두 번째로는 서의원이 약초를 구하는 담당을 나에게 완전히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는 승해랑 번갈아서 시키는 일이었지만 그 일 담당이 완전히 나에게 맡겨진 것이다.


어찌 보면 잡일을 완전히 떠넘긴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수시로 뒷산에 가서 독물을 찾아 독을 만들어야 하는 나로선 이 일을 담당하게 된 건 좋은 일이었고 겸사겸사 뒷산에서 무공 수련도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주운 약초 몇 개는 알아서 챙기든가 알아서 해라.”]


‘...그 할아범. 다 알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무공을 익힌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약초를 구할 수 있게 해준 것을 보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예전이라면 함부로 약초를 주워 먹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런 말도 안 하는 것을 보면 반쯤은 확신이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참 좋은 일 같다. 과거로 돌아온 이후로 참 좋은 일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인생이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귀문협에 의해 하류현이 불탄 것도 그러하였고, 천마와의 싸움에서도 그랬고 과거로 돌아온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것 역시 내가 의도하고 한 일은 아니고 사고에 가까운 일이었다.


언제나 내 인생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똥쟁아. 약초 좀 캐오거라.”


...그러니 내 별명이 이렇게 똥쟁이가 된 것이겠지.


“제발. 그 별명으로 좀 안 부르면 안 됩니까?”


서의원 옆에서 승해와 함께 약재를 분류하고 있던 내가 이를 꽉 깨문 채 묻자 약재를 곱게 갈고 있던 서의원이 콧방귀를 뀌며 말하였다.


“정겹지 않으냐? 옛날에 키우던 강아지인 개똥이를 부르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드는구나.”


“그럼 저도 오늘부터 의원님은 늙다리라고 부르겠습니다. 어감에 정이 넘치는 느낌이군요.”


“이틀 뒤에 나올 월급이 반 토막 나는 기적을 보고 싶으면 상관없다.”


...쪼잔한 늙은이.


“푸, 풉...”


옆에서 승해 놈이 볼살을 부들거리며 킥킥 웃길래 뒤통수 한 대 때려주고 나는 등에 망태기를 메고 호미를 챙겼다.


준비를 마친 나는 약초를 캐러 뒷산을 올랐다.


* * *


약초와 독물을 얻기 위해 뒷산에 도착하자 뜻밖에 나를 기다리는 인물이 있었다. 나는 하도 어이가 없기에 웃으며 칼자국 사내를 맞이하였다.


“어떻게 내가 뒷산에 있는 것을 알았냐?”


“...이건 그냥 우연히요. 원래 바로 그 의원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당신이 마주친 것이오.”


칼자국 사내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안색이 창백하고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두 눈 밑이 검게 죽은 것이 잠도 제대로 못 잔 것이 틀림없었다.


‘독이 잘 먹히고 있나 보군.’


심독(心毒)이라는 말이 있다. 별거 아닌 증상이지만 그것을 치명적인 증상이라고 굳게 믿으면 몸이 실제로 배 이상은 아파지는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크윽....”


칼자국 사내는 순간 복통을 느꼈는지 이를 꽉 깨물고 배를 부여잡았다. 실제로 내가 먹인 것은 설사약을 똥에 버무린 것이지만, 저놈은 그것을 극독이 일으키는 치명적인 복통이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 어이가 없었다.


설마 독까지 먹은 놈이 뒤통수를 치려고 하다니 말이다.


“그래서 뒤에 숨은 놈들은 대체 뭐냐?”


혹시라도 무슨 소리냐고 변명이라도 할까 봐 나는 친절하게 숨은 녀석들이 있는 풀숲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말하였다. 바로 알아차릴 줄 몰랐는지 고통스러워하던 칼자국 사내의 두 눈이 조금 커지더니 이내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다들 나와라.”


칼자국의 말에 풀숲에서 하나둘씩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며칠 전에 보았던 똥 지린 곰보 자국도 있고 약병으로 머리통 깨진 주근깨도 있었다. 그 이외에는 다 모르는 얼굴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흑당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새까만 무복을 입은 이들이 풀숲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곧 대여섯 명 정도가 풀숲에서 나왔다. 숨어있다가 기어 나오는 놈들을 보자 어이가 없어서 칼자국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내가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 답이 없으니 힘으로라도 해독제를 뺏어야겠다?”


나는 웃으며 망태기를 내려놓고는 호미를 쥐었다.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호미의 손잡이가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그것을 꽉 쥐었다. 그 감촉이 기분이 좋기에 나는 빙그레 웃었다.


“기왕이면 일렬로 서라. 대가리 찍기 편하게.”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먼저 겪었던 못난이 삼형제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그러든지 말든지 호미를 쥔 채 한 발자국 다가섰고 먼저 움직인 것은 못난이 세 명 중 칼자국 사내였다.


그는 재빨리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입을 열었다.


“오해입니다! 우린 싸우려고 온 게 아닙니다!”


칼자국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곰보자국도 주근깨도 무릎을 꿇었다. 자신들의 상관이 무릎을 꿇자 뒤에 있던 부하들 역시 눈치를 보고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대가리를 향해 호미를 휘두르려던 나는 녀석들의 행동에 움직임을 멈추고는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기습을 위한 연기인가 싶어 그들을 보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는 그들을 보니 그건 아닌 듯하였다.


“...후우,”


결국, 나는 들었던 호미를 잠시 내렸다. 그리고는 근처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뭔 난리인지 설명 좀 해봐라. 난 정보를 가져오랬지 수하들 이끌고 나타나라고 한 적 없는데. 내가 글을 잘못 배운 거냐 네가 잘못 배운 거냐?”


“그게... 일이 잘 안 풀리게 되었습니다.”


칼자국이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계속 말해보라는 신호로 고개를 까딱거리자 칼자국은 복통을 참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흑당주께서 예상보다 빨리 귀문협과 담화를 끝내고 돌아오셨습니다.”


“벌써? 당분간은 그 건으로 바쁠 거라고 하지 않았나?”


“예. 그렇게 예측했습니다만···. 추측이지만 흑당주께서 귀문협주의 강함을 보았는지 바로 밑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굳혔나 봅니다.”


칼자국의 말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요컨대 귀문협주한테 쫄아서 바로 꼬리를 말아버렸다는 뜻이다.


“근데 그게 이 상황이란 무슨 상관인데?”


“예상 이상으로 빨리 복귀하여 상처를 채 감추지 못한 채 흑당주와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하류현 의원에 숨은 고수가 있다는 식으로 말했더니 촌구석 약방에 무슨 고수가 있냐고 노발대발 하더군요.”


“오호? 그래서?”


“촌구석 마을 따위에게 진 채로 있다가 귀문협주 귀에 들어가면 흑당의 소문이 안 좋아질 테니 빨리 제 수하들을 이끌고 약방을 박살 내고 오라더군요. 하루의 말미를 줄 테니 그 안에 일 처리를 해라. 만약 또 지면 쪽팔리니 그땐 쓸모없는 수하들도 다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고 했습니다.”


“고놈 재밌네?”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흑당주의 얼굴을 그리며 킬킬 웃었다. 상대의 강함에 겁먹어서 꼬리를 말더니 수하는 망설임 없이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 전형적인 비겁자의 행세가 아닌가?


“그래서? 당주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부하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수하들 동원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아니오. 만약 덤비면 전부 당신 손에 죽을 것 같습니다.”


“정확하다. 그런데 왜 왔어?”


칼자국은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다른 이들 역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상태로 칼자국이 입을 열었다.


“부탁드립니다. 오갈데 없는 저희를 좀 받아주십시오! 시키는 건 무엇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


“며칠 전에 행패를 부려놓고 이런 부탁을 하는 게 뻔뻔하다는 건 압니다. 도와주시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약조 하겠습니다!”


칼자국의 말을 들은 나는 잠시 칼자국의 모습을 보았다. 곰곰이 생각한 나는 곧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수하들 데리고 나를 공격하면 수하들도 떼 죽음을 당할 것이 뻔하니 차라리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


“.....”


내 생각이 맞았는지 칼자국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내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에 웃음을 참으며 마저 입을 열었다.


“음... 칼자국? 이름이 뭐지?”


“...양명운입니다.”


“그래. 양명운. 가까이 와봐.”


내 어조가 부드러운 탓인지, 잠시 우물쭈물하던 양명운은 이내 몸을 일으키고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바로 놈의 뺨을 후려쳤다.


짜악!


손바닥보다는 채찍으로 때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양명운이 바닥에 쓰러졌다. 놀란 양명운의 부하들이 몸을 일으켰지만, 신경 쓰지 않은 채 나는 양명운의 뺨을 친 손을 털 듯이 흔들며 입을 열었다.


“듣다 보니 어이가 없어서 바로 때리려는 거 참느라 힘들었네.”


“끄으, 끄어어.”


“가져오라는 귀문협 정보는 안 가져오고는 애물 단지들만 데리고 왔네?”


뺨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양명운에게 다가간 나는 그의 머리칼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그러자 양명운의 얼굴이 자연스레 들어 올려졌고 뺨이 부어오른 양명운의 얼굴을 보며 내가 나지막이 물었다.


“네 사정은 잘 알겠다. 오갈 곳 없어졌고 나에게 덤비자니 수하들도 떼죽음 당할 것 같아서 싫다는 건 알겠다. 수하들을 살리고 싶은 네 마음은 잘 알겠어. 참으로 훌륭한 자세다. 그건 인정한다.”


나는 숨을 잠시 들이쉬고는 말을 마저 이었다.


“근데 어쩌라는 거냐? 그건 네 사정이고. 아니면 뭐, 꼴리는 대로 행패 부렸다가 버려졌으니 무릎 꿇고 빌면 받아주겠지 하고 생각했냐? 무릎 꿇는 게 대수야?”


“끄어어...”


“왜?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내가 웃으며 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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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0 시험 통과야 22.06.27 125 0 11쪽
20 #19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22.06.25 96 0 10쪽
19 #18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22.06.24 106 0 12쪽
18 #17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2.06.17 106 0 10쪽
17 #16 문지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22.06.12 99 0 11쪽
16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22.06.09 127 0 10쪽
15 #14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22.06.05 141 2 11쪽
14 #13 제갈군사이자 사마의였다. 22.06.01 133 2 10쪽
»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22.05.30 155 7 11쪽
12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22.05.27 181 8 9쪽
11 #10 x독도 독이다 +1 22.05.24 182 3 10쪽
10 #09 인간으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22.05.22 196 4 10쪽
9 #08 의원이 만만하나? 22.05.21 201 3 10쪽
8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2 22.05.20 212 5 11쪽
7 #06 단전이 대문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22.05.19 199 5 10쪽
6 #05 아니, 나도 잡힌 것 같아. 22.05.17 229 5 10쪽
5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22.05.17 254 6 11쪽
4 #03 내 안에 무한한 신앙심이 솟구쳐 올랐다. +2 22.05.15 281 13 11쪽
3 #02 이게 아닌데? 22.05.14 313 12 10쪽
2 #01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 22.05.14 349 22 9쪽
1 #서장 +2 22.05.14 399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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