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코프로틴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코프로틴
작품등록일 :
2022.05.14 12:42
최근연재일 :
2022.06.27 05:4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101
추천수 :
117
글자수 :
96,150

작성
22.05.20 12:40
조회
212
추천
5
글자
11쪽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DUMMY

'이건 대체 뭐지?'


단전 내부의 기운을 느끼며 생각하였다. 본래라면 거의 비어있어야 할 단전 내부에 무언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내공은 아니야. 내공이라면 당연히 알아차렸겠지.’


단전 안에 차 있는 것은 어떤 기운이었다. 그것이 단순한 내공이라면 그리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단전에 들어 있는것은 내공과는 다른 이질적인 무언가였다. 어딘가 낯은 익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단전에 있을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이 날 것 같으면서도 안 나는 게 짜증나는구나.'


“...모르겠다. 당장은 알 수 있는 것이 없군.”


아는 것이 없기에 나는 단전 내부에 대한 생각은 잠시 미루어 두었다. 여기서 백날 고민해 봤자 모르는 것을 알 리가 없으니 괜한 시간 낭비하기 싫었다.


‘당장은 내공을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 이건 천천히 알아보면 될 테지.’


나는 그리 생각하며 하늘을 보았다. 시간이 제법 지났는지 하늘에 떠 있던 해가 어느새 노을빛에 물든 채 산 너머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대충 한나절 정도 지난 듯 하였다.


‘어쩐지 배가 고프더라니.’


힘없이 울리는 배를 매만지고는 이내 기분이 좋아져 웃음을 지었다. 전생엔 며칠이나 걸렸는데 이번 생에선 겨우 한나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것 또한 과거로 돌아온 영향인가 생각하며 몸을 일으킨 후 독물이 든 바구니를 쳐다보았다. 원래는 며칠 동안 이 산에 머물면서 느긋하게 독물들을 섭취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몸의 성장이 빨리 이루어져서 당장 저만큼의 독물들은 필요 없게 되었다.


‘불필요한 살생은 금하는 것이 좋지.’


과거로 돌아온 덕분일까? 본인이 생각해도 성격이 많이 유순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본래라면 여유가 되든 안되든 모조리 독을 빼내어 먹었겠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통을 바닥에 눕힌 후 뚜껑을 열었다.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독물들이 재빨리 통에서 빠져나와 풀숲으로 사라졌다.


‘잘 가거라.’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독사나 기타 독물들을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나는 그러고는 통을 짊어 들었다. 독물들은 다 도망쳤지만, 그전에 미리 수집한 약초와 독초들이 있으니 챙겨가는 것이 좋다.


나는 산에서 내려가려다 아련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며 독물들이 사라진 풀숲을 바라보았다.


‘조심해야 한다.’


며칠뒤에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 꼭 건강해야 한다. 그땐 더욱 먹음직스러운 독을 품고 있겠지?


‘관직시험 보러 상경하는 자식들을 보면, 홀어머니들은 분명 이런 기분을 느끼겠지.’


...아닌가? 아니면 말고.


나는 산을 내려갔다.


* * *


‘지금 시간이면 슬슬 의원 뒷정리를 하고 있겠지?’


산에서 내려가며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원래 며칠 동안 산에 있을 예정이었기에 편지를 쓰고 나왔지만 하루도 안 걸렸기에 의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지금이면 슬슬 약방 정리를 하고 있을 테니 빠르게 가면 뒷정리 정도는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며 걷자 나는 어느새 뒷산에서 내려와 하류현에 도착해 있었다.


꼬르르륵.


‘출출한데 뭐 사 먹어야 하나?’


거듭 울리는 배꼽시계에 만두라도 하나 사 먹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어차피 서의원도 일하느라 끼니를 걸렀을텐데 만두 몇 개 사가지고 가면 좋아하지 않을까? 그러나 주머니 그 어느곳에도 돈은 들어있지 않았다.


‘하긴 산에 오르는데 왜 돈을 챙기겠냐만은.’


“선하야!!”


그냥 의원으로나 가자 싶어서 걷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급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갑자기 들린 내 이름에 나는 소리가 난 방향을 고개를 돌렸다.


왠 돼지 한 마리가 건방지게 이족보행을 하면서 뛰어오고 있었다.


‘아니다. 사람이구나.’


아닌가? 돼지 맞나? 과거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분명 옷을 입은 거나 이목구비의 구조를 보면 사람이 분명하다. 하지만 달리는 것보단 구르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은 동그란 체형에 두 겹으로 접힌 턱살을 보면 사람보단 돼지가 이족보행법을 터득한 모습이었다.


종의 진화가 이리도 급격하게 이루어지나 하고 감탄하고 있을 때 돼지가 내 앞까지 오고는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서, 선.. 후우, 하.. 후우.,, 잠깐.. 후욱.. 어우, 그... 하.”


자기가 전력으로 달려와 놓고는 체력이 부치는지 힘겹게 말을 하고 있었다. 말보다는 숨을 헐떡이는 것이 더 많아 사실상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우선 나는 궁금하던 것을 묻기로 했다.


“야.”


“후욱.. 후.. 어? 왜?”


“누구냐?”


순간 내 말에 돼지가 벙찐 얼굴을 하였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얼굴을 해봤자 솔직히 아직은 기억이 안난다. 이 마을에서 산 마지막 기억이 십 년 단위를 넘어가는데 이제 막 과거로 온 시점에서 마을 사람 전부를 기억할 리가 없지 않은가?


어디서 본 기억은 있는데 정확히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내 말을 들은 돼지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또 뭐 이상한 약초 먹고 맛이 간 거야? 나 몰라? 서의원 할아버님네 약방에서 일하고 있는...”


‘약방? 서의원 네에서 일하던 애면...’


거기까지 듣자 머리 한구석에서 무언가 새록새록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머리에서 기억이 튕기듯 떠오르자 나는 설마 싶어서 물었다.


“...승해? 승해냐?”


“그럼 내가 승해지. 누구겠냐?”


승해는 그리 말하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승해라고 이름까지 들으니 확실히 기억이 났다.


서의원 약방에서 자신과 같이 서의원의 일을 돕던 녀석이었다. 물론 저 녀석도 마을이 불탈 때 죽었던 녀석이었고.


‘정말 가끔 떠올린 적은 있던 녀석인데.’


하지만 자신이 떠올릴 때 그의 모습은 조금 통통하던 녀석이었다. 워낙 죽은 지 오래된 녀석이라 대충 그렇게만 떠올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돼지였나?’


“아, 뭘 그렇게 쳐다 보냐고! 지금 진짜 큰일 났다고!!!”


인간에 대한 추억 보정이 이리도 무섭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을 때 승해가 다시금 다급하게 말했다.


얼마나 다급하게 말했냐면, 얼굴에 흐르는 땀이 마구 튈 정도로 다급하게 말했다.


확 한 대 치고 싶은 것을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라는 생각으로 간신히 참으며 물었다.


“...뭔데 그렇게 호들갑을 떠냐? 그리고 땀 좀 닦아라. 냄새가 시ㅂ....”


“지금 강호인 몇 명이 지금 약방에 와서는....”


쾅!


뒷말은 더 듣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서의원이 있는 약방으로 달려갔다.


“뭐, 뭐냐 저건?”


다급하게 말하던 승해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순식간에 멀어져 가는 유선하의 뒷모습을 보았다.


‘저 녀석이 저렇게 빨랐나?’


순식간에 점이 되어버린 유선하의 뒷모습을 보았다. 저 녀석의 체력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로 빠르지는 않았던 것 같았는데 언제 저렇게 빨라졌단 말인가?


‘아니 그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승해는 곧 코를 부여잡았다. 아까 다급해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악취 때문에 더는 견딜 수 없던 것이다.


‘저 자식은 무슨 똥을 지리면서 왔나? 무슨 놈의 냄새가...’


헛구역질이 날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참으며 승해는 곧 유선하를 따라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흐음...”


서의원은 여기저기 흩어진 약병들을 보았다. 깨진 병들 사이로 곱게 빻아둔 가루들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걔 중에는 비싼 약초 가루들도 있었기에 서의원의 기분이 그리 좋지 못했다.


그래서 서의원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앞에 약병들을 깨뜨린 원흉들을 보았다.


“그래서 성질 부릴 만큼 다 부렸나? 젊은이들? 치료비에 깨진 약값까지 포함하면 돈꽤나 깨지겠구먼.”


서의원의 말에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사내가 낄낄대며 칼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 밖에도 얼굴에 칼자국이 난 사내와 곰보자국이 가득한 사내 역시 자신의 병장기를 든 채 건들거리며 노인을 노려보며 웃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들으시겠소? 노인장. 그 까짓 벌레한테 물린 거 치료했다고 돈을 내라니. 그건 너무 억지 아니오?”


“그러게 말이야.”


“하하하!!!”


그들은 그리 말하며 병장기로 서의원을 위협하듯 말 듯 건들거렸다. 자신감 넘치고 살벌한 모습이었지만 불과 서너 시간 전에 독벌레에 물렸다고 살려 달라고 애원하던 모습을 다 본 서의원 입장에선 우스울 뿐이었다.


“그래서, 돈을 못 내겠다 이거냐?”


“그러면 노인장께서 어쩌실 생각이오?”


주근깨가 가득한 사내가 살벌한 눈빛으로 서의원에게 대꾸하였다. 그 눈빛을 서의원은 어깨너머로 넘기듯 으쓱하고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을 이었다.


“힘없는 노인네가 뭐 별수 있나? 다만 그저 자네를 물은 지네 독이 아직 덜 치료됐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뿐이네.”


“뭐, 뭐?! 아까 독 다 빼냈다고 했으면서!”


“그야 약을 다 챙겨 먹으면 이란 의미였지. 왜, 갑자기 요금을 치루고 싶은 욕구가 샘솟나? 하긴 아까 제발 살려 달라면서 애원하던 걸 생각하면 당연 하겠구먼.”


서의원이 낄낄대며 비웃자 주근깨 사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서의원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느꼈는지 그는 바닥에 침을 탁 뱉고는 서의원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이 노인네가 미쳤나? 죽고 싶어? 어?!”


“침 튀기니 소리 좀 그만 질러라. 미친 녀석아. 하여간 요즘 어디서 자꾸 이런 것들이 하류현에 섞여 들어오는지 모르겠군.”


“뭐, 뭐?!”


“하여간 칼 좀 찬 새끼들 치고는 정상인 놈이 없는데 강호에 사는 놈들은 특히 그래. 치료받고 돈 계산하는 게 그리 싫을 정도로 궁핍하게 살아가냐? 그러면 이해라도 해주마.”


신랄하게 독설을 퍼붓는 서의원의 말에 주근깨 사내가 어이가 없어서 조금 웃더니 그대로 서의원을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바닥에 쓰러진 서의원이 고통섞인 신음을 얕게 내뱉었고 주근깨 사내는 그런 서의원의 머리에 검을 겨누고는 입을 열었다.


“하여간, 왠 벌레한테 물려서 기분도 더러운데 노망한 노인네 때문에 기분만 더 조지는구만. 시발 노인네야, 넌 살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내가 할 말인데 왜 네가 하냐 시발놈아?”


“누구야!!!!”


뒤쪽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주근깨 사내가 황급히 뒤를 보았다. 곰보 자국도, 칼자국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시선은 의원 정문을 향하였다.


의원 정문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세탁을 안 한 것인지 뭐가 묻은 것인지 누렇게 물든 옷을 입고 있는 사내는 정문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끼익.


나무판자가 끼워지는 소리와 함께 의원 문이 완전히 잠겼다. 사내는 그러고는 천천히 의원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작가의말

나는 나는 저팔계~


+) 예약해 놓은 글 수정했는데 수정전 예약을 없애는 걸 깜빡해서 수정 전 글이 올라가 버렸다 ㅋㅋ 어떡하지.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0 시험 통과야 22.06.27 126 0 11쪽
20 #19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22.06.25 97 0 10쪽
19 #18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22.06.24 107 0 12쪽
18 #17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2.06.17 107 0 10쪽
17 #16 문지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22.06.12 100 0 11쪽
16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22.06.09 127 0 10쪽
15 #14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22.06.05 141 2 11쪽
14 #13 제갈군사이자 사마의였다. 22.06.01 134 2 10쪽
13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22.05.30 155 7 11쪽
12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22.05.27 181 8 9쪽
11 #10 x독도 독이다 +1 22.05.24 183 3 10쪽
10 #09 인간으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22.05.22 197 4 10쪽
9 #08 의원이 만만하나? 22.05.21 201 3 10쪽
»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2 22.05.20 213 5 11쪽
7 #06 단전이 대문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22.05.19 200 5 10쪽
6 #05 아니, 나도 잡힌 것 같아. 22.05.17 229 5 10쪽
5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22.05.17 255 6 11쪽
4 #03 내 안에 무한한 신앙심이 솟구쳐 올랐다. +2 22.05.15 282 13 11쪽
3 #02 이게 아닌데? 22.05.14 314 12 10쪽
2 #01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 22.05.14 350 22 9쪽
1 #서장 +2 22.05.14 400 2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