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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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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작품등록일 :
2022.05.14 12:42
최근연재일 :
2022.06.27 05:4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96
추천수 :
117
글자수 :
9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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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5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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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9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DUMMY

#19


카앙! 카아앙!!!!


달밤 아래에 병장기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달빛을 머금어 은빛으로 빛나는 날붙이들이 서로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 이빨을 들이밀고 부딪히고, 시뻘건 불꽃을 토해내며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흑당원 수하 하나가 휘두른 도끼가 유선하의 머리를 노리며 휘둘러진다. 비수로 흑당주의 허벅지를 찌르려던 유선하는 도끼의 기척을 느끼고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쾅!


유선하가 피하자 원래 그가 있던 자리에 도끼의 날이 바닥을 부수고 박혀 들었다.


몸을 피한 유선하는 다른 수하들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느끼고는 곧바로 뒷주머니에서 약병들을 꺼내었다. 그리고 병들을 적들에게 던지는 것이 아닌, 주변에 흩뿌리듯 아무렇게나 던졌다.


흩뿌려진 약병들은 바닥에 부딪히자 깨져 버렸고 곧 안에 든 약이 공기와 만나 독무를 만들어낸다. 수하들은 피독주를 물고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퍼지는 독을 경계해 잠깐 주춤하였다.


그리고 유선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푸욱!


“으악!!”


시야를 가리는 독무를 뚫고 아까 도끼를 휘둘렀던 흑당원의 허벅지에 비수가 틀어박혔다가 빠져나갔다. 허벅지가 불에 덴 것 같은 느낌에 흑당원이 저도 모르게 비수가 박혔던 허벅지로 시선을 옮겼고 그것이 그가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푸욱!


허벅지를 찌르고 곧바로 비수를 빼낸 유선하는 상대가 시선을 내린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찔러 올렸다. 비수의 날이 도끼를 휘둘렀던 흑당원의 안면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


유선하는 행여나 살 가능성을 남기지 않겠다는 듯 안면에 박아 넣은 비수를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러자 안면에 비수가 박힌 흑당원은 팔다리를 격하게 움찔 거리더니 이내 축 늘어졌고 그제야 유선하는 비수를 뽑아내었다.


털썩.


시체가 된 흑당원이 바닥에 쓰러졌다.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


흑당주와 그 수하들은 그런 유선하의 뒷모습을 얼어붙은 채 바라보았다. 안면에 비수를 박아 넣고 이리저리 휘젓던 그 살벌한 광경에 흑당주와 그 수하들은 빈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달려들지 못했다.


“....후우. 후우. 후우.”


지쳤는지 숨을 조금 거칠게 내쉬던 유선하가 뒤를 돌았다. 얼굴에 잔뜩 튄 피를 닦으며 그는 웃고 있었다.


“결국, 한 놈이 죽고 말았다. 안 죽어도 될 녀석이 죽었다는 뜻이다.”


유선하는 내리쬐는 월광에 비수를 비추며 말하였다. 스스로가 하는 말이 웃긴 것인지, 아니면 지금 상황이 웃긴 것인지 그는 킬킬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도 싸울 생각인가?”


“겨우 한 놈 쓰러뜨렸다고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입닥쳐 새끼야! 너한테 말 건 사람 아무도 없어!”


흑당주의 말을 대차게 무시하며 유선하가 다른 흑당원들을 보았다. 그제야 흑당원들은 조금 전, 자신들에게 달려들지 말라고 한 말의 연장선임을 깨달았다.


“오늘은 달이 이쁘게 뜬 날이다. 달은 원시천존이 지상을 내려다보는 눈이라는 말이 있지. 출처 찾지 마라. 내가 방금 지어낸 거니까.


아무튼, 이런 날엔 괜한 살인은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특별히 한 번 더 말하마. 지금이라도 병장기를 내려놓고 구경만 해라. 그럼 흑당주와 나만 싸우면 되는데 왜 자꾸 끼어들어서 괜한 피를 더 흘리려고 하지?”


유선하의 말에 수하들은 잠시 고민했다. 그들의 시선은 방금 안면에 비수가 박혀 처참하게 죽어버린 동료에게 향하였다. 처참한 상태로 안면에 구멍이 뚫린 동료의 시체를 보자 오금이 저려왔다.


[“정신 차려라. 멍청한 놈들!”]


그때 그들의 귓가로 흑당주의 전음이 들렸다.


[“저놈이 왜 갑자기 다시 항복을 권하겠느냐? 우리가 오기 전엔 다른 동료들을 몰살한 놈이? 갑자기 인제 와서 불살심이라도 생겼겠느냐? 저놈도 지친 거다. 그리고 필시 준비해 놓은 독도 다 떨어졌겠지.”]


흑당주는 유선하의 뒷주머니들을 보며 말하였다. 아무리 뒷주머니가 많아도 결국 들 수 있는 독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분명 자신들이 오기 전에 독을 소비하였을 것이고 조금전의 공방에서도 상대는 독을 사용하였다.


아무리 최대한 챙겼다고 해도, 뒷주머니들의 크기를 감안하면 이제 가지고 있는 독병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유일하게 남은 건 아마 저 향낭에 든 암기이겠지.’


흑당주는 유선하의 왼팔에 감기듯 있는 향낭을 보았다. 아까 전엔 휘두르려고 하더니 본격적인 공방이 시작되자 끈을 팔에 휘감듯이 하며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 최후의 무기이자 비장의 암기라고 봐도 될 것이다.


[“어차피 피독주도 물고 있으니 독은 통하지 않는다. 겁 먹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암기가 들었을 왼팔의 향낭은 조심해라. 그리고 비수도 조심해라. 놈은 외공에 어느 정도 통달해 있는 놈이다. 하지만 내공을 쓰지 못하는 듯 하니 이대로 계속 차륜전으로 체력을 빼면 우리가 이기는 거다.”]


흑당주는 유선하를 그리 분석하였다. 내공은 별로 없는 대신 외공과 독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실전파 고수. 실제로 그의 칼놀림은 마치 뱀처럼 궤적이 기이하여 읽기 힘들었다. 몇 번이고 자신의 목에 비수가 날아들어 등골이 서늘했었다.


하지만 내공이 부족하다면 내공을 지닌 자신들보다 빨리 지칠 것이다. 실제로 유선하는 지쳤는지 호흡을 조금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후우. 후우. 어쩔 테냐?”


호흡을 가다듬으며 유선하가 묻자 흑당주가 말하고픈 것을 깨달은 흑당원들이 마음을 가다듬었다.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기에 흑당원들은 병장기를 든 채 유선하에게 겨누었다. 그 모습을 본 흑당주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그딴 허세가 통할 거라 생각했나? 네가 지친 건 다 알고 있다!”


“...아, 씁. 새끼들 이런 눈치는 더럽게 빠르네.”


유선하는 그리 말하며 비수를 든 팔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누가 봐도 포기한 듯한 자세였다.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깨달은 흑당주가 마음껏 비웃음을 머금고 외쳤다.


“뭐냐? 포기한 것이냐? 입만 유별나게 떠들 줄 알지. 별 거 아닌 놈이었군!”


흑당주가 놀렸지만 유선하는 이번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는 하늘에 떠오른 달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무어라 중얼거리며 왼팔에 휘감긴 향낭의 끈을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다시금 향낭이 빙빙 돌아가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남은 암기로군.’


흑당주는 긴장했다. 언제 안에서 무엇이 날아올지 모르기에 향낭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입을 열었다.


“다 포기하고 기도라도 올리는 것이냐?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이냐?”


“원시천존께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다.”


“원시천존께 잘못을 비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고 빌어야지. 그리고 빌 거면 우리에게 빌어야 하지 않겠나? 죽기 싫어서 시간을 끄는 건가?”


흑당주의 말에 유선하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순간, 무언가 마음이 찜찜해진 흑당주가 물었다.


“이 상황에 무엇이 웃기나?”


“아니, 별 거 아니다. 시간을 끈 건 맞는데, 죽기 싫어서 시간을 끈 건 아니라서 말이다.”


“...그게 무슨 소리지?”


“슬슬 시간이라서 말이다.”


시간? 흑당주가 묻기 전에 유선하가 비수를 든 손을 올리고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숫자라도 세어보자. 셋.”


“무슨 수작이냐?”


“둘.”


“대답해라!”


“... 하나.”


그 순간, 흑당주의 시야에 보이는 천지가 뒤집혔다.


* * *


‘...독?’


바닥에 쓰러진 흑당주의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가능성은 독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갑자기 몸이 마비될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 가능성은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피독주를 물고 있었다. 피독주의 효능이 떨어질 시간은 아직 멀었어!’


놈이 독병을 던지자마자 피독주를 물었기에 독에 중독될 리가 없었다. 혹여나 비수에 독이 있고 그것이 몸에 스쳤더라면 즉시 내공을 둘러 독기를 배출했겠지만, 놈의 비수는 자신의 몸에 닿지 않았다.


‘대체 어찌 중독이 된 것이지?!’


털썩! 털썩!


연이어 흑당주의 귓가로 바닥에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팔다리가 마비되어 몸을 돌려 확인할 수 없었으나 흑당주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자신처럼 중독되어 바닥에 쓰러진 수하들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 어찌. 어찌... 된!”


독의 영향으로 혀도 마비되어 말조차 제대로 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의미는 확실히 전달되었는지 유선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독이 중독되었나 싶지? 그 값비싼 피독주를 물고 있었는데 말이야.”


곧 흑당주의 시야로 유선하가 나타났다. 그는 키득거리며 여전히 향낭을 빙빙 돌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피독주 물기 전에 이미 중독시키고 있었으니까지.”


유선하는 그리 말하며 빙빙 돌리던 향낭을 붙잡고는 끈을 풀었다. 그러자 안에는 흑당주가 예상하던 암기 대신, 곱게 빻아진 말린 풀들이 떨어져 내렸다.


‘...독향?’


그제야 흑당주는 자신들이 이곳에 왔을 때, 그가 향낭을 빙빙 돌리고 있던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분명 암기라고 생각했는데!!’


바닥에 흩어진 약병 조각들을 보며 약병으로 독을 살포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조금 전 공방에서도 그리하였다. 또 향낭을 휘두르듯 한 자세를 취하였기에 당연히 향낭 안에는 바늘 같은 암기를 숨겼을 거라 짐작하였다.


그런데...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다 속임수였다고?!’


흑당주가 두 눈을 부릅뜨고 유선하를 올려다보았다. 달빛 아래에서 유선하가 비수를 든 채 웃고 있었다.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역시 싸우는 장면 쓸 때가 가장 재밌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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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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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시험 통과야 22.06.27 126 0 11쪽
» #19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22.06.25 97 0 10쪽
19 #18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22.06.24 107 0 12쪽
18 #17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2.06.17 106 0 10쪽
17 #16 문지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22.06.12 100 0 11쪽
16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22.06.09 127 0 10쪽
15 #14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22.06.05 141 2 11쪽
14 #13 제갈군사이자 사마의였다. 22.06.01 134 2 10쪽
13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22.05.30 155 7 11쪽
12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22.05.27 181 8 9쪽
11 #10 x독도 독이다 +1 22.05.24 182 3 10쪽
10 #09 인간으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22.05.22 197 4 10쪽
9 #08 의원이 만만하나? 22.05.21 201 3 10쪽
8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2 22.05.20 212 5 11쪽
7 #06 단전이 대문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22.05.19 200 5 10쪽
6 #05 아니, 나도 잡힌 것 같아. 22.05.17 229 5 10쪽
5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22.05.17 255 6 11쪽
4 #03 내 안에 무한한 신앙심이 솟구쳐 올랐다. +2 22.05.15 282 13 11쪽
3 #02 이게 아닌데? 22.05.14 314 12 10쪽
2 #01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 22.05.14 349 22 9쪽
1 #서장 +2 22.05.14 399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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