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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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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작품등록일 :
2022.05.14 12:42
최근연재일 :
2022.06.27 05:4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94
추천수 :
117
글자수 :
96,150

작성
22.06.24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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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8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DUMMY

#18


흑당주는 굳은 얼굴로 이 참사를 일으킨 사내를 쳐다보았다. 거칠다기보다는 부드러운 인상의 소유자. 유약해 보이는 얼굴만 보면 책만 읽을 것 같은 서생과도 같은 느낌이었으나 눈빛은 서생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눈빛만 보면 오랜 세월 강호에 몸을 담은 살수의 그것과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무기는...’


흑당주는 주의 깊게 사내를 살폈다. 곧 사내의 손에서 빙빙 돌아가는 향낭(향주머니)과 등허리 쪽에 매달린 여러 개의 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독!’


그런 가능성을 떠올린 흑당주는 서둘러 바닥을 살펴보았다. 과연 그의 짐작대로 바닥 곳곳엔 깨진 약병 조각들이 잔뜩 흩뿌려져 있었다.


‘다 독에 당했구나.’


정황상 아마 빙빙 돌아가는 저 향낭 안에 독이든 작은 약병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면 독침일 수도 있고. 뭐든 간에 독과 관련된 물품이 들어있을 거로 추측하였다.


흑당주는 그제야 왜 이 많은 인원이 당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기습적으로 독을 살포했다면 내공으로 보호하기 전에 중독이 되었을 것이다.


히죽.


그 순간 사내는 향낭을 돌리는 것을 멈추고는 향낭의 끈을 손가락에 걸었다. 그리고는 흑당주를 보며 히죽거렸다. 흑당주의 등골로 서늘한 감각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드디어 얼굴을 확인한 흑당주의 인상은 예상 외로 침착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부하더러 멋대로 죽으라고 하거나 자기 죽기 싫어서 머리 숙이는 행동만 보면 박쥐나 쥐새끼같은 인상일 것 같았는데 인상과 인성이 정 반대라는 점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보아하니 수하들이 독에 당한 것도 눈치챈 것 같고.’


그래도 나름대로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흑당주에 대한 평가를 정리하고 있을 때 흑당주가 입을 열었다.


“넌 누구냐? 어디의 흑도 놈인데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냐?”


흑당주는 내가 어느 소속의 흑도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제정신이라면 혼자서 흑도 방파에 쳐들어올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 테지. 그 부분은 나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안타까운 사실은 내가 딱히 제정신이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당당히 진실을 밝혔다.


“나는 유선하라고 한다. 바로 서의원 소속이지. 네놈도 서의원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


“뭐?”


내 말에 흑당주는 당황한 얼굴로 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쉽사리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머릿속에선 자신들과 척을 진 무림 방파의 이름이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의원 이름 같은 방파가 있는지 골똘히 생각 중일 것이다.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것이 아니냐? 우리 흑당과 인연이 있는 방파중에 서의원이라는 방파는 없다.”


“당연하지. 서의원은 네가 양명운에게 없애라고 시킨 하류현의 작은 의원이니까.”


여기까지 말하자 그제야 흑당주는 무언가를 깨닫고는 눈을 부라렸다.


“그래. 양명운 그 한심한 놈이 맞고 왔다는 그 의원의 숨은 고수가 자네인가 보군.”


내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하자 태도가 거만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흑당주는 눈에선 경계가 사라지지 않았다.


“양명운을 죽였나 보군. 그 놈 말대로 숨은 고수였나 보구나. 내 수하의 원수를 갚아야겠다.”


흑당주는 그리 말하고는 수하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수하들이 움직이기 위해 각자의 병장기에 손을 올렸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손을 들어 외쳤다.


“폭력 멈춰!”


“... 그런다고 멈추면 그게 사람이냐 병신이지?”


흑당주가 그리 말했고 다들 동의하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저 말에는 나도 공감이 되어 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멈추라고 해서 멈출 거라고 믿으면 그게 병신이지. 하지만 그럴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다시금 입을 열었다.


“좋다. 말을 바꾸겠다. 지랄하는 건 그만해라. 수하가 질 걸 뻔히 알면서 싸우라고 보낸 놈이 원수? 원수는 지랄. 양명운이 죽어가면서 네 이름을 읊조리며 저주를 퍼붓더구나.


네 이름이 뭐냐고 묻지 마라. 절반이 욕설이었는데 그중 석 자밖에 안되는 네 이름 따위 기억할 것 같나? 이름이 넉 자라고 하지 마라. 네 이름 같은 건 개미의 코털만큼만 관심 있다. 참고로 개미한테 코털 같은 건 없다. 명심하도록.”


물론 양명운은 멀쩡하게 살아있고 흑당주의 이름을 말하며 저주를 퍼붓듯 욕한 적도 없기에 이 모든 것은 순전한 나의 창작된 기억이다. 하지만 이 순간 나는 죽어가는 양명운의 처절한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물론 망상 속에서 말이다.


“지금부터 죽어가던 양명운의 유언을 들려주겠다. 진짜 그를 수하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마지막 말을 경청하도록 해라.”


“.....”


“아, 내가 분명히 이 의원에 숨은 고수가 있다고 했는데 멍청한 당주놈 때문에 죽어가는구나. 자존심 상하면 자기가 와서 대신 싸울 것이지. 이렇게 조직을 위해 헌신한 나를 헌신짝 버리듯 버려버리다니. 버러지같은 새끼. 저잣거리에서 파는 빙당보다 못한 놈. 남자의 수치. 시골 의원에 살수나 보내는 쪼잔한 새끼.”


“......”


“자존심도 없는 새끼. 살려고 대가리부터 박는 새끼. 자기 죽기 싫어서 조직 홀라당 갖다 바치는 호구 새끼. 그러면서 수하한테만 엄격한 새끼.”


내 말이 계속될수록 흑당주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그 수하들은 약간 질린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더는 떠오르는 말이 없었기에 숨을 조금 들이켜며 마무리를 지었다.


“...라고 양명운이 죽어가며 말하였다. 그래서 버러지 흑당주는 어디 한번 변명해 보라.”


“...미친놈이군.”


한 마디로 나를 정의한 흑당주의 말에 모두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 동의한다. 내가 좀 미친놈이다. 옛날에 약을 잘못 먹었는지 약을 너무 먹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내가 네 부하들보다 강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연 그 말에는 흑당주 역시 동의하는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흑당주 옆 수하들도 들으라고 큰 소리로 또박또박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쩔 테냐? 이번에도 양명운한테 했던 것처럼 수하들더러 먼저 싸우게 할 거냐? 양명운한테 분명 내가 더 강하다는 사실을 들었는데도 나한테 다시 보낸 것처럼? 이번에도 수하들을 사지로 내몰 작정이냐?


너희들도 잘 생각해라. 지금 바닥에 널브러진 놈들이 나하고 무슨 짓 하다가 저 꼴 났는지 눈치채면 나하고 싸워야 할지 안 할지 선택하긴 쉬울 거다. 그냥 구경이나 해. 너희가 당주보다 세다고 생각하면 덤벼도 된다.”


당연하지만 자신들이 당주보다 강할 리가 없었기에 흑당의 수하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바닥에 가득한 시체들을 본 그들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는지 자연스레 자신들의 당주를 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흑당주와 나의 일대일 대결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흑당주 역시 그것을 눈치챘는지 조금 긴장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숨기듯, 흑당주는 자신의 검을 뽑으며 입을 열었다.


“좋다. 보아하니 네놈이 일대일을 원하는 듯하구나. 제법 강해보이긴 하니. 네 말대로 수하들을 말고 내가 직접 상대해주마.”


“수하들더러 끼어들지 말라고 해. 깔끔하게 우리끼리 승부를 보자고. 만약 누구 하나라도 끼어들면 그땐 다 죽는 거다.”


“너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흑당주는 그리 말하였지만, 은근슬쩍 수하들에게 눈짓을 보내며 입을 달싹이고 있었다. 보아하니 전음을 보내고 있었고 분명 틈을 보아 기습을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안 통하지.’


강호를 보낸 세월만 해도 너보다 못해도 십 년은 더 보냈다.


나는 흑당주와 그 수하들이 더 잔머리를 굴리기 전에 뒷주머니들 중에서 약병 몇 개를 꺼내어 흑당주에게 집어던졌다.


* * *


흑당주는 기습적으로 날아오는 약병에 놀라 하마터면 검을 휘두를 뻔하였다. 하지만 곧 그것을 멈추고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상대가 독을 사용하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어리석은 놈! 네가 독을 쓰는 건 이미 파악했지.’


만약 섣불리 검을 휘둘러 병을 깨뜨린다면 흩뿌려지는 독을 맞게 될 것이다. 흑당주는 거리를 벌리는 것을 선택했고 약병은 그를 지나쳐 허무하게 바닥에 부딪혀 깨지고 말았다.


그러나 독의 진가는 공기와 만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공기를 만난 독은 산화하며 곧 희뿌연 연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공기 중으로 흩뿌려지는 독무를 보며 흑당주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깨닫고는 수하들에게 서둘러 전음을 보냈다.


[“놈이 독을 살포한다. 피독주를 꺼내 물어라!”]


사전에 미리 경고를 해놨기에 수하들의 대처 역시 신속했다. 수하들은 서둘러 붉은 구슬을 하나씩 꺼내어 입에 물기 시작했다.


‘비싼 돈 주고 피독주를 가지고 다닌 보람이 있구나.’


독공에 대항하는 도구엔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미리 해독제를 먹는 것이고 하나는 피독주를 입에 물고 호흡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호흡하는데 들어오는 독기를 피독주가 걸러주기 때문이다.


굳이 내공을 이용해 독기를 막지 않아도 편리하게 독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도구이지만 그렇기에 가격이 만만치 않은 물건이었다. 가지고 있는 건 흑당주와 곁에 있는 그 직속 수하들 뿐이었다.


“네 부하들은 그런 거 안 가지고 있던데. 치사하게 너희들만 피독주를 지니고 있구나. 하여간 있는 놈들이 더해요.”


유선하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사람 신경을 골수까지 긁어 대는 유선하의 말에 흑당주는 반드시 저놈의 뼈와 살을 분리 시키리라 굳게 다짐했다.


[“저놈 당장 죽여!”]


전음으로 내린 명령을 들은 흑당원들이 각자의 병기를 쥐고 유선하에게 달려들었다. 독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유선하지만 그는 여유로운 태도를 잃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에 걸고 있던 향낭의 끈을 휘둘렀다. 자연스레 그의 팔에 매달려 있던 향낭 역시 팔의 움직임에 따라 휘둘러지듯 크게 호를 그리기 시작했다.


[“암기가 있을 거다! 조심해라!”]


흑당주의 말에 유선하의 정면으로 달려들던 수하가 다급히 검을 들어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급한 대로 급소를 보호한 최선의 자세였지만 그것이 패착의 원인이 되었다.


유선하는 향낭을 휘두르지 않았다. 휘두르는 척 하여 상대가 방어 자세를 취한 것을 본 그는 향낭 대신 반대 손에 쥐고 있던 비수를 찔러 넣었다.


피묻은 유선하의 비수가 기이하게 움직인다. 마치 뱀이 지면을 타고 흐르듯, 흑당원의 방어 자세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정확히 그의 경동맥에 이빨을 박아 넣었다.


“컥!”


흑당원 입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비수가 빠져나가고 새빨간 선혈이 터져 나왔다. 생명의 위기를 느껴 빨라진 심장 박동에 따라 찔린 목구멍에서 피가 규칙적으로 터져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말했지.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유선하는 소리치며 이번엔 자기가 달려들었다. 그는 수하들이 있는 한 가운데, 정확히 흑당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앙!!


비수와 검이 부딪히며 불꽃을 내뿜었다. 흑당주는 자신을 향해 뱀처럼 휘며 찔러오는 비수를 후려쳤고 뒤이어 그의 수하들이 달려들면서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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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시험 통과야 22.06.27 126 0 11쪽
20 #19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22.06.25 96 0 10쪽
» #18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22.06.24 107 0 12쪽
18 #17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2.06.17 106 0 10쪽
17 #16 문지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22.06.12 100 0 11쪽
16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22.06.09 127 0 10쪽
15 #14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22.06.05 141 2 11쪽
14 #13 제갈군사이자 사마의였다. 22.06.01 134 2 10쪽
13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22.05.30 155 7 11쪽
12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22.05.27 181 8 9쪽
11 #10 x독도 독이다 +1 22.05.24 182 3 10쪽
10 #09 인간으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22.05.22 197 4 10쪽
9 #08 의원이 만만하나? 22.05.21 201 3 10쪽
8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2 22.05.20 212 5 11쪽
7 #06 단전이 대문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22.05.19 200 5 10쪽
6 #05 아니, 나도 잡힌 것 같아. 22.05.17 229 5 10쪽
5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22.05.17 254 6 11쪽
4 #03 내 안에 무한한 신앙심이 솟구쳐 올랐다. +2 22.05.15 282 13 11쪽
3 #02 이게 아닌데? 22.05.14 314 12 10쪽
2 #01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 22.05.14 349 22 9쪽
1 #서장 +2 22.05.14 399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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