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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코프로틴
작품등록일 :
2022.05.14 12:42
최근연재일 :
2022.06.27 05:4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98
추천수 :
117
글자수 :
96,150

작성
22.05.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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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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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10 x독도 독이다

DUMMY

#10


하류현이 불탄 이유가 귀문협이 세력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민폐라는 것을 들었을 땐 이미 그들은 무림맹에게 토벌이 되어 조직이 완전히 와해가 된 이후였다.


미친 듯이 독을 먹어 강해졌지만 이미 한발 늦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과거의 영광을 못 잊고 다시 자기들끼리 슬금슬금 모이던 귀문협 잔당들을 독살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문자 그대로 아무 의미도 없는 화풀이에 불과하였고 잔당들을 죽일 때마다 되려 속에 화만 잔뜩 쌓이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참 불만이었는데···.


‘이 원한을 풀 기회가 생기는구나.’


귀문협이 이제 세력을 확장하는 중이라면 아직 근처 흑도 세력을 규합 시키는 중일 것이다. 흑당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사파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흑당이라는 세력을 흡수하고 난 이후 하류현에 불화가 들이닥치는 것이 아닐까?


‘그럼 내가 흑당을 아예 들어보지 못한 것도 말이 되는군. 듣기도 전에 귀문협에 흡수가 되었을 테니.’


가정이 얼추 맞아 떨어지는 듯하여 나는 칼자국 사내를 바라보았다. 칼자국 사내는 겁을 먹었는지 숨조차 제대로 못 쉰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부, 부탁이오. 살려주시오···. 아니, 살려주십시오. 대협!”


‘이 녀석을 어찌할까?’


이윽고 엎드려 비는 칼자국 사내를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이 녀석이 귀문협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곱게 보내줄 수 없었다. 아직 귀문협이 근처 흑도를 완전히 흡수 못 했다고는 하나, 만일 지금 당장 귀문협주가 쳐들어온다면 상당히 불리할 것이다.


적어도 싸움에 필요한 독들을 준비할 시간은 필요하다. 당장 마찰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이놈이 살아 돌아가면 흑당주인가 뭔가 하는 놈의 귀에 들어갈 테고 최악의 경우 귀문협주의 귀에도 들어갈 테지.’


아, 도저히 안 되겠다. 아무리 각을 재어도 살려줄 각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깔끔하게 머리통 찍고 시체를 파묻어버리자.


그럼 복귀를 안 하는 수하를 찾으러 다른 이들이 올 수도 있지만, 그 사이에 독을 만든다거나 준비는 할 수 있겠지. 그리 판단한 나는 몸을 일으키고 도끼를 치켜 들었다. 자신의 운명을 체감한 칼자국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살려만 주면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대협! 믿어주십시오!!”


“뭔 소리야? 이미 잊었잖아. 치료해 주니까 치료비 내기 싫어서 깽판 치다 이 지경까지 온 거잖아.”


“아...”


“한번 잊는데 두 번이라고 못 잊을까? 난 아니라고 보거든?”


나는 빙그레 웃으며 도끼를 치켜 들었다. 칼자국은 다 끝났다는 얼굴로 자신의 머리 위로 날을 세우는 자신의 도끼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도끼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갑자기 이 놈에게 측은지심이 들었다 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말 없이 나를 지켜보는 서의원과 눈이 마주쳤기에 멈춘 것이었다.


“......”


서의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꼬장꼬장한 노인네는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이러면 안 된다느니, 진정하라느니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말없이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하고픈 말이 전달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인 거고.


“칫.”


나는 말 없이 도끼를 내려놓았다. 내 행동에 칼자국은 안심한 듯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착각은 하지 마라. 그냥 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의원님.”


“왜 부르냐?”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서의원이 의아해 하면서도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혹여나 칼자국이 서의원에게 손을 뻗을까 감시하며 서의원에게 귀를 대라는 행동을 취하였다.


서의원은 내 행동을 알아듣고는 내 옆으로 와 귀를 대었다. 나는 서의원의 귀에 대고 몇 가지를 말하였다.


“...너. 그건?”


내 귓속말을 들은 서의원은 놀란 얼굴을 하며 나를 보았다. 나는 여전히 칼자국을 본 채 서의원에게 물었다.


“지금 약방에 있는 걸로 가능합니까?”


“...여기 있는 거는 죄다 섞여서 힘들겠구나. 약방 뒷창고에 약재가 조금 쌓여있는데 거기 있는 걸 사용하면 네가 말한 건 만들 수 있겠구나.”


“그럼 부탁 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서의원은 잠시 내 얼굴을 한번 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고는 늙은이를 부려 먹는다면서 투덜대었지만, 그는 얌전히 그나마 안 망가진 멀쩡한 약재 도구들을 챙기고는 창고로 향하였다.


나는 서의원이 내가 부탁한 것을 만들어 오길 기다리는 동안 칼자국 사내를 바라보았다.


* * *


칼자국 사내와 나는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냥 묵묵히, 칼자국 사내는 두려움이 담긴 눈을 한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잠시 서로 눈싸움 같지 않는 눈싸움을 한 끝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칼자국 사내였다. 역시 이럴 땐 먼저 아쉬운 쪽이 입을 열기 마련이다.


“아까 그 노이... 의원은 무엇을 만들러 간 것입니까?”


노인네라고 하려다가 내 표정이 험악해지는 것을 눈치챈 칼자국은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눈치 있는 사내라고 생각하며 말해주었다.


“독을 만들러 갔다.”


“...독입니까?”


“그래. 독. 해독제가 없으면 죽는 독. 먹고 나서 해독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위장부터 천천히 녹아내려 가는 극독이다. 근데 이걸 왜 우리가 만들까?”


내 말에 칼자국 사내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는지 입술이 파리해졌다. 나는 쐐기를 박듯 말을 덧붙였다.


“당연히 내가 먹는 건 아니겠지? 물론 네가 처먹겠지?”


“...부탁입니다. 원하시는 게 뭡니까?”


칼자국 사내가 빌 듯이 물었다.


“살려만 주신다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저에게 무언가 시킬 것이 있기에 바로 죽이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 역시 넌 눈치가 빠르구나. 하긴 그러니 동료가 죽을 때 같이 달려들지 않고 뒤에서 눈치만 살살 살폈겠지.”


내 말에 칼자국은 시선을 피했지만 입은 멈추지 않았다.


“변명 같겠지만 처음엔 전 제대로 치료비를 내자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딱히 내고 싶지도 않아서 동료가 깽판칠 때 뒤에서 실실 웃으며 구경했겠지?”


“......”


“변명하지 마라. 빨리 하직하고 싶나?”


“...어차피 독약을 먹으면 죽지 않습니까?”


내가 점점 압박하자 슬슬 자기가 살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칼자국 사내의 눈빛이 점점 사나워지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생쥐는 고양이도 물려고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건가 싶어서 피식 웃었다.


“다르지. 대가리에 도끼가 찍히면 전설 속의 화타가 되살아나도 못 되살리지만 독약은 해독제를 먹으면 살 수가 있지.”


“그 말은?”


“너에게 줄 독은 극독이다. 먹으면 반드시 죽어. 하지만 즉효성은 아니다. 해독제만 제때 먹으면 충분히 살 수 있다. 물론 후유증도 없다고 약속하마.”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상황이 파악되었는지 칼자국은 나를 보며 물었다.


“간단하다. 그냥 정보통이 되어주면 된다. 네 말을 들어보면 곧 귀문협과 만남이 생기겠지. 그때 귀문협의 정보를 가져다주면 된다.”


“이외로 저희 흑당에 관한 정보는 안 물어보시는군요.”


“니들 수준 보면 흑당주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진 않네.”


내 말에 칼자국 사내의 표정이 구겨졌지만 어쩌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바로 눈을 깔았다. 그 사이 창고에서 서의원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었다.


서의원이 손엔 새하얀 천이 있었고 그 위로 녹빛이 도는 까만 환약이 올려져 있었다. 서의원은 그것을 든 채 칼자국 사내에게 다가갔다.


‘크윽!!’


칼자국 사내는 환약에게서 풍겨 나오는 지독한 냄새에 절로 숨을 참았다.


‘즉효성 독이 아니라고 했는데 사실 거짓말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는지 칼자국 사내는 나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았고 나는 그 표정에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얼른 먹으라는 의미였다.


내 행동을 본 서의원이 칼자국 사내에게 환약을 내밀었고 칼자국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환약을 받아들였다. 환약이 점점 코에 다가오자 악취 때문인지 안색은 점점 파리해졌고 결국 입에 가져가는 것을 멈추었다.


‘도저히 못 먹겠다.’


그런 얼굴이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도와주어야겠다고 싶었다. 그래서 칼자국이 보는 앞에서 도끼를 들어 올렸다.


꿀꺽.


귀로 들릴 만큼 크게 삼키는 소리가 칼자국 사내의 목구멍에서 들려왔다,


그래. 원래 좋은 약은 몸에 쓴 법이다.


...아, 독약이었지.


* * *


칼자국이 독약을 삼킨 것을 본 나는 곧바로 칼자국을 보내주었다. 그는 진짜로 풀어주자 이외라고 생각했는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우리에게서 멀어져 의원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물론 의원을 빠져나가는 그를 향해 나는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정보는 사흘이나 나흘에 하나씩 가져와 주면 된다. 그럼 그때마다 해독제를 나누어서 주마. 물론 해독제 양은 네가 물고 온 정보의 가치를 판단해서 준다. 결정적인 정보를 한꺼번에 가져오면 한번에 해독하는 거고, 아니면 찔끔찔끔 해독되는 거다. 물론 늦으면 얄 짤 없고.”


“......”


내 말에 칼자국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경공을 펼쳐 순식간에 멀어졌다. 멀어져 가는 칼자국 사내의 등을 아련하게 보고 있을 때 서의원이 나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괜찮냐?”


“의원님이야 말로 괜찮으십니까?”


“나야 네가 도와줘서 괜찮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냐? 저런 걸로?”


“괜찮습니다. 요청한 재료로 만들었지요?”


“그래. 변비약이랑 설사약과 마비화분 조금 섞어서 비빈거다.”


“...제일 중요한 재료는?”


내 말에 서의원의 눈이 진지해졌다. 그는 나를 악마를 보듯 보며 입을 열었다.


“악독한 놈. 그래. 네 말대로 개똥도 섞었다.”


“완벽합니다.”


서의원의 말에 나는 환하게 웃었다.


그거 아는가?


똥독도 독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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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시험 통과야 22.06.27 126 0 11쪽
20 #19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22.06.25 97 0 10쪽
19 #18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22.06.24 107 0 12쪽
18 #17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2.06.17 106 0 10쪽
17 #16 문지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22.06.12 100 0 11쪽
16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22.06.09 127 0 10쪽
15 #14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22.06.05 141 2 11쪽
14 #13 제갈군사이자 사마의였다. 22.06.01 134 2 10쪽
13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22.05.30 155 7 11쪽
12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22.05.27 181 8 9쪽
» #10 x독도 독이다 +1 22.05.24 183 3 10쪽
10 #09 인간으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22.05.22 197 4 10쪽
9 #08 의원이 만만하나? 22.05.21 201 3 10쪽
8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2 22.05.20 212 5 11쪽
7 #06 단전이 대문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22.05.19 200 5 10쪽
6 #05 아니, 나도 잡힌 것 같아. 22.05.17 229 5 10쪽
5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22.05.17 255 6 11쪽
4 #03 내 안에 무한한 신앙심이 솟구쳐 올랐다. +2 22.05.15 282 13 11쪽
3 #02 이게 아닌데? 22.05.14 314 12 10쪽
2 #01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 22.05.14 349 22 9쪽
1 #서장 +2 22.05.14 400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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