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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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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작품등록일 :
2022.05.14 12:42
최근연재일 :
2022.06.27 05:4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82
추천수 :
117
글자수 :
96,150

작성
22.05.27 00:38
조회
180
추천
8
글자
9쪽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DUMMY

#11


“와아...”


멀어져 가는 칼자국 사내를 보며 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칼자국의 경공 수준에 놀랐다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마와도 맞서 싸웠던 나인데 저 정도에 놀라면 안되지.


내가 예상치 못한 건 이것이었다.


‘니 친구들은 치우고 가라. 미친놈.’


뿌드드드득.


뒤에서 들려오는 끔찍하고 살벌한 소리에 안색이 창백해진다. 한 놈은 그나마 안 지려서 다행이지만 저 실시간으로 싸지르는 놈을 어떻게 치워야 할지 머리가 아파온다.


‘그나마 귀문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건 수확인가?’


일단 독을 먹이긴 했으니 죽기 싫어서라도 그 자는 못해도 3일 후에 정보를 가져올 것이다.


‘죽기 싫으면 가져와야지.’


물론 진짜 맹독은 아니기에 몇 명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똥을 독이라고 속였다고. 내가 장난질 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칼자국 사내가 독이 가짜라고 알아차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똥은 엄연히 독을 머금은 훌륭한 독물이다. 심지어 약초보다 더 구하기 쉬운 독이다. 얼마나 구하기 쉬운가? 밥 한 끼만 먹이고 서너 시간만 지나면 남녀노소, 심지어 종의 구분 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이 똥이다.


태초부터 우리와 함께해온 천연 독극물.


그것이 바로 똥이다.


‘....밥맛 없어지는군.’


나중에 밥 먹어야 하는데 입맛이 싹 죽어버리는구나. 있던 허기도 사라지려고 해서 나는 더 이상 머릿속에 차오르는 똥 생각을 지웠다.


지금은 똥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이 있었다.


“.....”


나는 천천히 등을 돌려 서의원을 보았다. 그 역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서로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망가진 약방 안에 침묵이 내려선다. 풀벌레가 기어가도 울려 퍼질 만큼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 물어보려나?’


서의원 입장에선 뜬금없이 강해진 내가 궁금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대충 둘러대면 될지도 모르지만, 저 인간은 눈치가 비상한 인간이다.


‘어설프게 거짓말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겠지.’


그렇다고 사실 미래에서 천마와 싸우다가 과거로 돌아왔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물론 말하라면 말할 수 있다.


‘그 뒤로 일 년 정도 약 먹이려고 할 테니 문제지.’


드디어 완전히 미쳐버렸다고 묶어놓고 몸에 좋은 약이란 약은 먹이려고 들 거다. 약효 떨어진다고 감초도 안 섞어줄 게 분명하다. 그것만큼은 사양이다.


온갖 독이란 독에 익숙한 독마조차 몸서리치게 만드는 약을 만드는 비범한 의원.


그것이 서의원이란 자다.


‘최대한 별 거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넘긴다.’


약초를 캐다가 풀숲에 버려진 무공서를 익혔다고 하자. 허술해 보이지만 드넓은 강호 무림에선 이외로 드문 일이 아니었다. 낭인 출신 중에 이름을 날리는 이들 대부분 산에 은거한 기인을 만나 무공을 익혔거나 숨겨진 무공 비급을 주워서 익힌 이들이 많다.


대충 머릿속으로 변명을 정리하고 있을 때 서의원이 입을 열었다.


“그래.”


서의원이 운을 떼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제발 다짜고짜 약부터 먹자라고 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이윽고 서의원이 말을 이었다.


“다친 데는 없냐?”


“아까 못 봤습니까? 일방적으로 이기는 거?”


“그랬지.”


서의원은 그러고는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부서진 약기 들이나 도구들을 치우기 시작하며 입을 열었다.


“뭐허냐? 너도 좀 도와라. 망가뜨린 놈을 네가 보냈으니 너도 도와야 하지 않겠냐?”


“어... 네. 그러죠.”


나는 서의원의 뒤를 도와 의원 약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약방 내부엔 물건 치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내가 넌지시 물었다.


“...그걸로 끝입니까?”


“뭐가?”


“뭐, 묻는다거나 그런 건 없습니까?”


“없다.”


서의원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너 안 다쳤으면 됐다.”


“......”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는 청소에 집중하는 서의원의 뒷모습을 보았다. 허리가 아프다면 허리를 툭툭 두드리는 그의 뒷모습을 좀 더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쾅!


그때 의원 정문이 부서지듯 열렸다. 즉시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숨을 헐떡이며 양손에 갈퀴를 쥔 승해가 서 있었다.


“괜찮아요?! 마을 사람들 좀 데려왔습니다!”


그 말대로 승해 뒤로 각자 무기가 될법한 농기구를 들고 마을 장정들이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새끼 왜 안 오나 했더니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나?’


나는 잠시 승해를 보았다. 생각해보니 아까 내가 있는 곳에 왔다는 건 서의원을 내버려 두고 혼자 도망쳤다는 뜻이 아닌가? 그 점을 생각하면 괘씸한데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무기를 쥐고 다시 뛰어왔다. 그 점은 참 기특하다.


‘하긴 보통 강호인이라고 하면 다들 무서울 테니 도망치지 말라는 것도 무리구나.’


그런 면에서 다시 용기를 내서 온 승해도 기특하고 서의원을 돕겠다고 승해를 따라 농기구 꼬나쥐고 달려와 준 하류현 사람들도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승해에게 다가가 뒷통수를 한 대 때려주었다.


“그 놈들 어딨.. 억! 왜 때려!!”


안절부절못하며 두리번거리던 승해는 내가 뒷통수 한 대 때리자 욱하는 얼굴로 나를 보았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상황 다 정리되고 와서는 어딨긴... 한 놈은 보내줬고 두 놈은 자빠져 잔다.”


“어?”


내 말에 승해가 놀란 얼굴을 하더니 내 뒤를 보았다. 그리고는 쓰러져 있는 두 놈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볼살을 덜덜 떨며 말하였다.


“뭐야? 쟤들 왜 저래? 네가 그런 거야? 네가 어떻게?”


“뭐긴, 깝죽대다가 처 맞은 거지.”


“아니, 그러니까 네가 어떻게? 너 싸움질 못하잖아!”


“...산에서 무공 기연 좀 얻었다. 그냥 그런 줄 알아라.”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하였다. 실제로 과거로 돌아온 건 기연이 맞으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승해는 정말 놀랐는지 나와 쓰러진 놈들은 번갈아 보며 말을 더듬었다.


“아니, 아무리 기연 같은 걸 얻었다고 해서 갑자기 막 사람이 그렇게 세지나? 아니, 그보다...”


승해는 말하다 말고 나에게서 몇 걸음 떨어졌다.


‘왜 그러지?’


문득 깨닫고 보니 승해 뿐만 아니라 하류현의 사람들도 나에게서 슬슬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물었다.


“뭐야? 다들 왜 그래?”


“아니, 별 거 아니고... 사실 아까 너 밖에서 만났을 때부터 묻고 싶었던 건데...”


승해는 그리 말하고는 한 손으로 코를 살며시 감싸며 물었다.


“그 기연이란 게 혹시 똥 싸는 거랑 관련 있냐?”


“...뭐 임마?”


시비 거는 건가 싶어 노려보니 승해는 자신의 두 눈에 진심이라는 글자를 새겨 놓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 장난치는 게 아니고···. 너 냄새 장난 아니야. 진심으로 변소에서 사흘 묵힌 오물 냄새난다고.”


‘냄새···. 아, 칠화사 독으로 몸이 활성화 할 때 땀과 함께 노폐물이 빠져나왔었지?’


아마 그 덕분에 옷에 구린내가 상당히 배어 있을 터였다. 나는 얼른 오해를 풀기 위해 입을 열었다.


푸드드득.


내 말을 가로막고 기절한 곰보자국에게서 지저분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 새끼 사실 변비 환자였나?’


몇 번을 쳐 싸 지르는지 슬슬 짜증이 날 때 승해가 감탄을 하며 입을 열었다.


“와... 환장을 하겠네. 한 놈한테 구린내 나고 쓰러진 놈은 바지에 싸 지르고 있고. 그거냐? 네가 얻었다는 그 기연이라는 게 너도나도 싸 지르는 무공이냐? 변비신공?”


“죽을래?”


“어, 죽겠다. 니 몸에서 나는 똥내 때문에 죽겠다. 진심으로···.”


“이게 진짜...”


“야, 진짜 오지마. 진짜 구려서 그래. 똥내 난다고!”


진심으로 기겁하는 승해를 진짜 진심으로 팰까 고민을 할 때 승해를 따라온 하류현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수근대기 시작하였다.


“저 친구가 무공을 익혔다는데?”


“근데 왜 저리 냄새가 난데?”


“똥싸는 무공이라는 것 같은데?”


“쌀수록 강해지는 건가?”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무언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자기들끼리 납득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하류현에서의 내 별명이 똥싸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서의원을 보았다. 상황 다 지켜봤던 서의원이라면 해명을 해줄 것이다. 그렇게 믿을 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난 또 약초 처먹고 바지에 지린 줄 알았는데 그게 무공때문이었구만.”


“......”


“어쩐지 냄새가 심하더라.”


아, 댁도 참고 있었던 거요?


나는 허허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티 없이 맑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하였다. 그때 서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류현 최강 똥싸개가 탄생했구만.”


‘...편안은 개뿔.’


자기들끼리 수군대는 하류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 오해가 풀릴 거라는 기대는 고이 접었다.


이 골 때리는 상황을 요약하자면 이것이다.


‘그렇게...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전생에선 독마.


현생에선 똥싸개.


내 인생이 이렇게도 골 때리는 인생이다.


작가의말

전생은 독마.


현생은 똥싸개.


참으로 각박한 인생을 사는 주인공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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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시험 통과야 22.06.27 125 0 11쪽
20 #19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22.06.25 96 0 10쪽
19 #18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22.06.24 106 0 12쪽
18 #17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2.06.17 106 0 10쪽
17 #16 문지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22.06.12 99 0 11쪽
16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22.06.09 126 0 10쪽
15 #14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22.06.05 141 2 11쪽
14 #13 제갈군사이자 사마의였다. 22.06.01 133 2 10쪽
13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22.05.30 154 7 11쪽
»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22.05.27 181 8 9쪽
11 #10 x독도 독이다 +1 22.05.24 182 3 10쪽
10 #09 인간으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22.05.22 196 4 10쪽
9 #08 의원이 만만하나? 22.05.21 201 3 10쪽
8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2 22.05.20 212 5 11쪽
7 #06 단전이 대문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22.05.19 199 5 10쪽
6 #05 아니, 나도 잡힌 것 같아. 22.05.17 228 5 10쪽
5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22.05.17 254 6 11쪽
4 #03 내 안에 무한한 신앙심이 솟구쳐 올랐다. +2 22.05.15 281 13 11쪽
3 #02 이게 아닌데? 22.05.14 313 12 10쪽
2 #01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 22.05.14 349 22 9쪽
1 #서장 +2 22.05.14 398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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