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코프로틴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코프로틴
작품등록일 :
2022.05.14 12:42
최근연재일 :
2022.06.27 05:4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100
추천수 :
117
글자수 :
96,150

작성
22.06.17 06:51
조회
106
추천
0
글자
10쪽

#17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DUMMY

#17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다. 잘못된 선택을 하여 바지에 지리는 흉악한 독을 먹을 수도 있고, 나름 좋은 선택을 하여 목숨을 부지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란 놈이다.


“끄어, 어어억....”


그러니 마비 독을 먹고 게거품을 물고 부들대는 이놈은 분명 안 좋은 선택을 한 것이리라.


‘그래도 팔다리만 마비된 게 어디냐? 옛날에 다른 놈들은 각혈하고 바로 죽었었다. 내가 착해져서 다행인 줄 알아라.’


물론 약재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어서 극독을 만들지 못한 것뿐이지만 아무튼 이놈은 내가 착해져서 산 거다.


나는 발밑에서 중독되어 부들대는 문지기를 바라보곤 이내 쓰레기를 치우듯 발로 밀어버리고는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흑당주는 어디쯤 있으려나?’


그리고 양명운은 지금쯤 어디에 있으려나? 아마 내가 적당히 뒤를 따라오라고 했으니 안 보이는 곳에 적절히 숨어있을 것이다. 여차하는 순간 내 등을 지키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나는 천천히 흑당 안을 배회하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문지기의 비명이 들었는지 사방에서 흑당의 조직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 새낀 뭐야!”


“죽고 싶어?! 어?!!”


흑당원들이 서서히 나를 둘러싸더니 이내 온갖 욕설과 협박을 내뱉기 시작했다. 뵌 적도 없는 부모님의 안부부터 시작해서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서 협박의 대상으로 삼는가 하면 배를 찢겠다니 반반한 면상을 뭉개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었다.


사파가 괜히 사파가 아니다. 괜히 흑도라고 불리겠는가?


나는 철진에게서 받은 비수를 손으로 이리저리 돌리며 그들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대충 시간을 보내면 흑당주가 오거나 자기들이 할 말이 떨어지지 않을까?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어느덧 그들이 나를 둘러싸고 넓은 원형의 포위망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함부로 달려드는 선택을 하진 않았다.


아마 내 태도가 여유로워서 그럴 것이다. 둘러싸여도 당황하지 않고 발걸음도 느릿느릿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는 내 행동은 그들에게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어딘가에 매복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함정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이 그들의 발을 묶는 족쇄가 되어 주었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그들은 나에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와 흑당원들의 대치가 이어지자 잠시 후 간부급으로 보이는 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간부들이 나오자 조직원들이 길을 터듯 한 쪽이 갈라졌고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네놈은 대체 누구냐?”


간부 중에서 누군가가 말하였다. 누가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가 말한 것은 틀림없었기에 나는 간부들을 보며 물었다.


“너희 중에 흑당주가 있나?”


“저, 저 시건방진!”


“당주님을 함부로 부르나!?”


정작 간부급들은 가만히 있는데 밑의 흑당원들이 흥분해서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간부급들을 살펴보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이 흑당주라고 밝히는 이는 없었다. 간부급들이 모이기에 자리를 비웠다는 흑당주도 왔나 싶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조금 실망하고 있을 때 그중 나름 대표자라고 할법한 늙은이가 먼저 나서며 물었다.


“이곳이 어딘지 알고 행패를 부리는 겐가? 여긴 흑당일세.”


“아니까 쳐들어왔지. 흑당이라는 걸 모르고 쳐들어왔겠나?”


“.....”


내 말투가 거슬리는지 늙은이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다른 이들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그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화내지 마라. 내가 더 화나니까. 남의 가게에서 행패를 부려서 두들겨패고 쫓아냈더니 단체로 살수들을 보냈으면서 뭐가 잘났다고 화를 내냐?”


“....그 하류현의 의원인가 뭔가 하는 곳인가?”


내 말에 무언가 기억이 났는지 늙은이가 그리 말하였고 나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했다. 아마 양명운과 흑당주의 대화를 들었었나 보다. 내 정체를 깨달은 간부급들은 실실 웃기 시작했고 늙은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운 좋게 살았으면 도망이나 칠 것이지. 어쩌자고 이곳까지 나타났는가? 자네가 이러고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늙은이의 말과 함께 흑당원들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서서히 다가오는 그들을 힐긋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볼 일이 있는 건 흑당주지 너희가 아니야. 그냥 흑당주가 올 때까지 평화롭게 기다리는 건 어떨까?”


“아쉽게도 당주께선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을 더 싫어하네.”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늙은이 간부가 답하고는 손을 들었다. 그것이 시작을 알리는 대기 신호라는 것을 눈치챈 나는 한숨을 쉬고는 둘러싼 조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너희들이 죽으면 저 늙은이를 원망해라. 사지로 몰아넣은 건 저 늙은이니까.”


나는 그러고는 들고 있는 비수를 입에 물었고 늙은이가 신호를 내렸다.


“쳐라!”


신호와 함께 원형을 이루듯 포위망을 구축하던 흑당원들이 달려들기 시작했고 나는 자유로워진 양손을 뒷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바로 빼내었다.


내 손아귀에는 중지마디 크기의 다양한 약병들이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흩뿌리듯 사방으로 던졌다.


“뭐야!”


“맞지 마라!”


내가 던진 것들이 독이라는 것을 눈치챈 늙은이가 소리쳤지만, 너무 늦었다. 내가 던진 약병들은 조직원들에게 날아갔다.


파삭!


“으악!!”


흑당원 몇 명이 약병을 맞았다. 약병 몇 개는 아무렇게나 휘두른 병장기에 맞아 깨졌다. 그렇게 흑당원이 맞아 깨진 약병에서, 그리고 병장기에 깨진 약병에서 터지듯 약물들이 나와 바닥에 흩뿌려지듯 떨어졌다.


흩뿌려진 약물들이 공기를 만나자 산화한다. 산화한 약물이 기화하자 곧 희끄무레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들이마시지 마라! 거리를 벌려!”


늙은 간부가 소리쳤다. 그제야 내가 흩뿌린 것이 독이라는 것을 깨달은 흑당원들이 입을 틀어막고 거리를 벌리려 하였고 이미 마신 이들은 안색이 파랗게 변하더니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하!!”


나는 입에 물었던 비수를 한 손에 쥐고 남은 한 손은 다시금 뒷주머니에 넣고는 다른 약병들을 꺼내 쥐었다. 그리고는 흑당원을 향해 약병을 내던지며 비수를 내질렀다.


달빛을 머금고, 독도 머금은 희끄무레한 안갯속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비수의 칼날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 * *


어둠이 내린 숲길을 걷는 일행이 있었다. 자신들이 강호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허리춤이나 등 쪽에 하나씩 병장기를 달고 있었다.


흑당주가 이끄는 흑당원들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던 그들이 다시 흑당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당주님. 괜찮겠습니까?”


흑당원 한명이 가운데 앞장서서 걷고 있는 흑당주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앞서 걷고 있던 흑당주의 표정이 심히 좋지 않았기에 질문을 했던 흑당원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 뭐 별수 있나? 귀문협주한테 대항해보려고?”


흑당주의 말에 질문했던 흑당원은 입을 다물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그들은 방금 귀문협을 다녀온 참이었다. 그들의 밑으로 들어가기로 하였지만 아직 조율할 부분이 남아있었기에 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귀문협으로 간 것이었다.


그리고 귀문협주에게 들은 내용은 흑당에게 하여금 청천벽력같은 소식뿐이었다.


‘상납금이라니 젠장!!’


귀문협의 밑에서 흑당의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달 그들에게 상납금을 바쳐야 했다. 대신 귀문협은 흑당을 지켜주기로 했지만, 자신들이 위협을 받아봐야 얼마나 받겠는가? 사실상 보호비를 명목으로 한 조공에 불과하였다.


‘우리가 상납금을 받으면 받는 곳이었는데 어쩌다가!!’


흑당주는 속에서 불길이 솟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차마 그 분노를 귀문협주에게 쏟아낼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은 귀문협주의 상대도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흑당주는 깊이 심호흡을 하며 심신을 진정시켰다.


‘진정해라. 밑의 상인 놈들 자릿세 좀 더 거두면 돼.’


아니꼬우면 자기들이 어쩔 텐가? 지들도 죽기 싫으면 자릿세 바치라는 대로 바치겠지. 흑당주는 그리 결심을 하는 사이 그들은 어느샌가 흑당 본부에 도착해 있었다.


이상을 눈치챈 것은 그때였다.


‘문이 왜 열려있지?’


반쯤 열려있는 대문을 보자 흑당주는 의아해하였다. 본래라면 문지기가 흑당 대문 앞에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문지기 놈은 어디 있어?’


설마 일 안 하고 놀고 있는 건가? 흑당주가 그리 생각할 때 같이 움직였던 흑당원 하나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당주님! 바닥에 피가!”


그 말에 당주는 서둘러 문 근처 바닥을 보았다. 당원의 말대로 문 근처 바닥에 핏자국이 흘러 있었다.


‘뭔가 벌어졌다!’


그것도 단단히 잘못 된 일이 벌어졌다고 흑당주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느낌은 다른 이들 역시 느꼈는지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은 서둘러 흑당 안으로 들어갔다.


흑당 안으로 들어서자 그들을 맞이한 것은 지천으로 널린 시체들과 코끝을 자극하는 피 냄새.


그리고 그 시체들 사이에 쭈그려 앉아있는 한 사내였다.


“이게 대체...”


흑당주는 갑작스러운 이 사태에 당황을 금치 못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멀쩡히 있던 흑당원들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었다.


비록 귀문협으로 갈 때 정예라고 할 법한 이들은 모두 데리고 갔지만, 그렇다고 흑당에 남은 이들이 결코 약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하나같이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었다.


흑당주와 다른 흑당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시체들 사이에 쭈그려 앉아있는 청년에게로 향하였다.


“빨리 왔네? 아니다. 다 죽었으니 늦은 건가?”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온몸에 피를 잔뜩 묻힌 청년이 한 손엔 피가 잔뜩 묻은 비수를, 그리고 다른 손아귀엔 향낭 주머니를 들고 빙빙 돌리며 웃고 있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0 시험 통과야 22.06.27 126 0 11쪽
20 #19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22.06.25 97 0 10쪽
19 #18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22.06.24 107 0 12쪽
» #17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2.06.17 107 0 10쪽
17 #16 문지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22.06.12 100 0 11쪽
16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22.06.09 127 0 10쪽
15 #14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22.06.05 141 2 11쪽
14 #13 제갈군사이자 사마의였다. 22.06.01 134 2 10쪽
13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22.05.30 155 7 11쪽
12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22.05.27 181 8 9쪽
11 #10 x독도 독이다 +1 22.05.24 183 3 10쪽
10 #09 인간으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22.05.22 197 4 10쪽
9 #08 의원이 만만하나? 22.05.21 201 3 10쪽
8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2 22.05.20 212 5 11쪽
7 #06 단전이 대문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22.05.19 200 5 10쪽
6 #05 아니, 나도 잡힌 것 같아. 22.05.17 229 5 10쪽
5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22.05.17 255 6 11쪽
4 #03 내 안에 무한한 신앙심이 솟구쳐 올랐다. +2 22.05.15 282 13 11쪽
3 #02 이게 아닌데? 22.05.14 314 12 10쪽
2 #01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 22.05.14 350 22 9쪽
1 #서장 +2 22.05.14 400 2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