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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코프로틴
작품등록일 :
2022.05.14 12:42
최근연재일 :
2022.06.27 05:4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95
추천수 :
117
글자수 :
96,150

작성
22.05.17 12:08
조회
254
추천
6
글자
11쪽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DUMMY

#04


끼익.


하늘님과 원시천존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솟구쳐 오르고 있을 때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무기가 될만한 면경을 들고는 들어오려는 상대를 후려치려고 하였다. 하지만 내 움직임은 상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멈추었다.


“너 뭔 지랄을 허냐 이눔아? 벌써 아침이다.”


면경을 들고 있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노인이 중얼거렸다. 턱에 난 수염을 매만지며 나를 한심한 놈 보듯 흘겨보는 백발의 노인은 혀를 끌끌 차더니 이내 몸을 돌리려 하였다.


쨍그랑.


내 손에서 떨어진 면경이 바닥에 부딪히고 이내 산산조각이 난다. 그 소리에 놀란 노인이 놀란 얼굴로 뒤를 보고는 이내 얼굴이 붉어지더니 이내 소리쳤다.


“야 이놈아!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물건 똑바로 들고 있지 왜 떨구고 지랄이여 이놈... 응?”


노인은 말을 잊지 못했다. 내가 갑자기 그를 안았기 때문이다.


“뭐, 뭐허냐? 선하야? 갑자기 왜 이래? 무슨 일이라도 있냐? 면경 깬 걸로 화내서 그러냐? 화난 게 아니라 놀래서 그런 거니까...”


“....선생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나는 내가 도우미로 지내는 서 의원의 주인을 껴안았다. 고아였던 나를 보살펴 주던, 하나뿐이었던 유일한 가족인 백발의 노인을 안아보았다.


‘...따뜻하다.’


마지막으로 안았을 땐 느꼈던 감촉은 불길에 익어 거칠고 메말랐었다. 생명의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차디찬 주검.


그것이 그에게서 느낀 마지막 감각이었는데.


이 노인의 체온은 이렇게나 따뜻했었다.


잊고 있었던 감각이 떠오르자 눈앞이 흐려졌다.


새삼스럽지만, 다시금 내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원시천존이시여... 정말 감사드립...’


“많이 아프냐?”


가슴속 깊이 원신천존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려는 순간 서 의원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보았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그를 보니 노인의 두 눈에는 근심 걱정이 가득하였다.


“얘가 평소에도 제정신은 아니었는데 드디어 완전히 미쳐버린 모양이구나. 우리가 안 만난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오랜만이라니. 드디어 네 안의 시간 관념이 무너진게냐.”


“.....”

“대체 뭘 또 주워 처먹었길래 헛소리를 하는게냐? 말해라. 너 또 내 약방에서 못 보는 약초 있다고 몰래 챙겨서 방에서 처먹었지? 뭔 개방의 거지새끼도 아니고 그저 약초만 보면 죄다 입에 쑤셔 넣어서 사람 피곤하게 만드냐?”


“...아닙니다.”


“아니긴 작년에 약초 아무거나 처먹고 괄약근에 힘 풀려서 지린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데. 제발 약초를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아무거나 막 집어먹지 말라고 했잖냐. 대체 몇 번이나 말하냐?”


“......”


나는 서 의원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살포시 품에 안았던 노인을 밀고는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저저, 쌍놈의 새끼. 잔소리 듣기 싫다고 바로 방을 들어가는 거 보소.”


이래서 애새끼는 키워봤자 소용이 없다며 투덜대는 노인의 목소리가 방 밖으로 들려온다. 그 익숙하면서도 괴로운 잔소리를 떠올리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원시천존이시여....’


기왕이면 좀 더 먼 과거로 보내주시기 그러셨습니까?


정확히는 저 노인네 만나기 전 정도로 말입니다.


내 안의 무한한 신앙심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 *


“난 의원에 가야 하니 넌 그냥 오늘 쉬고 있어라. 하여간 쓸데없는 약초 자꾸 주워 먹어서는....”


서 의원이 투덜대는 말을 문밖에서 들은 나는 벽에 기댄 채 한숨을 쉬었다. 하마터면 지겨운 잔소리를 반나절을 들을 뻔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아니지.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나는 손을 들어 올려 내 몸을 살폈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조금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멀쩡하고 깨끗한 손이 눈에 들어왔다. 팔에도 중독과 해독을 반복하며 생긴 푸르스름한 멍과 무수히 나 있는 침 자국도 없었다.


너무나도 깨끗한 팔.


다시금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되었다. 하지만 실감이 된다고는 하나 여전히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조금 전이야 기뻐서 원시천존께 감사니 뭐니 했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무언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내가 원시천존이면 나 같은 놈은 안 살려준다.’


내가 지금까지 죽인 게 몇 명인데 양심이 있으면 원시천존의 축복을 바라면 안 되지.


‘가장 가능성이 큰 건 아무래도 그거겠지?’


나는 죽기 전에 내 손으로 부순 신조의 심장을 떠올렸다. 마교에서 개조한 신조에게서 뽑아낸 심장. 딱 봐도 원혼이 뭉쳐져 있는 보석 같은 심장을 떠올리자 절로 기분이 불쾌해져 인상이 찡그려졌다.


‘하여간 그놈들을 별 기분 나쁜 물건을 다 만들어선.’


괜히 손에 그 감촉이 남아있는 것 같아 손을 옷에 문대며 마저 생각했다.


‘분명 그게 영약으로 만든 건 아니라고 했었지.’


천마가 한 말과 함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땐 날 막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침착하게 기억을 되뇌어 보니 다급한 얼굴이 거짓말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결국, 어디에 쓰려고 만든 거라는 건데... 설마 무리하게 심장을 부순 게 원인인 건가?’


본래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무리하게 심장을 부수면서 무언가 어긋나고 그 결과로 내가 과거로 온 거다? 터무니없이 황당하지만 당장 나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마당에 딱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본래의 용도로 쓰인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 거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곧 포기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관두자. 관둬. 내가 골똘히 생각해봤자 그게 정답인지 알 수도 없고.’


똑같은 거 만드는 게 아닌 이상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길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을 계속 신경 쓸 바에야 차라리 과거로 돌아온 이 시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아니, 잠깐만 있어봐라?’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과거로 돌아오고 마교에게서 뺏은 이상한 심장만 신경 쓰느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는 지금 과거에 되돌아온 상태이다. 그것도 기존의 기억을 지닌 채로 말이다.


그 말은 즉슨.


‘무공에 좀 더 빨리 입문할 수 있다!’


항상 느끼던 아쉬움이 무엇이던가? 약 제조를 몰라서 삽질한 것. 약 조합을 잘못해서 내공을 얻기도 했지만 반대로 잃은 적도 많았다. 이것 외에도 시행착오 과정에서 겪은 부작용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시행착오가 조금만 더 적었다면 훨씬 강했을 텐데.’


과거... 아니, 전생 독마 시절에 늘 느끼던 아쉬움이었다. 그런데 기억을 지닌 채 과거로 왔다. 머릿속엔 독마 시절에 즐겨 사용하던 독약과 내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영약 제조법 또한 들어 있었다.


전생처럼 내 몸에 약물 실험하다가 부작용을 겪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훨씬 빨리 강해질 수 있다. 그것도 안정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상상치도 못한 기회에 가슴이 설레는 것이 느껴졌다. 전생에 겪었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강해질 수 있다니! 심지어 한번 익혔던 만큼 익히는 속도도 남다를 것이 분명했다.


“큭, 크크크. 크하하하하하!!!!”


절로 기분이 좋아져서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독마 시절이 아닌 만큼 주변에 독기가 뿜어져 나오지도, 갈무리 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치 천하제일이라도 된 것처럼 기분이 더없이 상쾌했다. 그렇기에 나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크게 웃어 보였다.


“...저 미친 새끼한테 빨리 약이나 지어서 먹여줘야겠구먼.”


문밖에서 유선하를 기다리던 서의원은 혀를 찼다. 상태가 이상해 보여, 행여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던 서의원은 약방으로 가려다가 잠시 유선하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리고 곧 혼자 뭐라 중얼중얼하더니 이내 미친 듯이 웃는 유선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의원은 서둘러 자신의 의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손주같은 놈이 더 미치기 전에 먹기 좋은 약이나 지어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 *


나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내가 살았던 고향 마을을 거닐었다. 본래라면 의원으로가 서의원의 일을 돕고 있어야 하지만 의원으로 도착하자마자 서의원이 비장한 얼굴로 의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말렸다.


(“에헤이, 오지 마. 그냥 가서 쉬어. 오늘 상태 보니까 사고를 하나만 치면 다행이겠구만. 오지 마. 에헤이. 가까이 오지 마. 쉿! 쉬싯! 나중에 약 지어준 거 보내줄 테니까. 쉿! 가!”)


“망할 영감탱이.”


사람을 무슨 벌레 쫓듯이 손짓하며 쫓아낸 서의원을 떠올리자 절로 기분이 구려졌다가 원래 저런 성격이었다는 것을 떠올리자 거짓말같이 기분이 편안해진다.


‘이건 뭐 사춘기나 갱년기 온 사람도 아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이나 한번 돌아다녀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느긋하게 거리를 나선 채 목적 없이 길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온 터라 하나도 기억을 못 할 것 같았는데 막상 집을 나와 거리를 거닐어 보니 거짓말처럼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아무튼, 이곳이 내가 살던 섬서 끝자락에 위치한 하류현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거리는 여전하구나.’


여기저기 시선을 둘 때마다 머리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만두집을 지나자 그 가게의 명물이라 불리는 매운 만두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해 온다. 맞은편 건어물 가게에선 말린 채소나 육포들이, 근처에 있는 생선가게에선 비린내가 풍겨 나온다.


골목과 거리에선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고 아이들을 감싸듯 선선한 바람이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지나갔다.


잊고 있던 추억이 자극받자 가슴이 설레였다. 코 끝에서 풍겨오는 추억의 향기를 더욱 깊이 음미하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가 돌아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추억을 더욱 깊이 음미하기 위함이었기에 머릿속에서 하류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생선 비린내와 만두 냄새를 풍기던 가게는 화마의 휩싸이고 거리를 뛰놀던 아이들은 순식간에 검게 불타 바닥에 널브러졌다.


상냥하게 불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열기를 품은 채 사방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죽은 자의 뼛가루와 살 타는 냄새를 가득 품은 열풍은 하류현 마을 곳곳에 널리 널리 퍼져나갔다.


작가의말

원시천존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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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시험 통과야 22.06.27 1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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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문지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22.06.12 100 0 11쪽
16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22.06.09 127 0 10쪽
15 #14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22.06.05 141 2 11쪽
14 #13 제갈군사이자 사마의였다. 22.06.01 134 2 10쪽
13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22.05.30 155 7 11쪽
12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22.05.27 181 8 9쪽
11 #10 x독도 독이다 +1 22.05.24 182 3 10쪽
10 #09 인간으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22.05.22 197 4 10쪽
9 #08 의원이 만만하나? 22.05.21 201 3 10쪽
8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2 22.05.20 212 5 11쪽
7 #06 단전이 대문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22.05.19 200 5 10쪽
6 #05 아니, 나도 잡힌 것 같아. 22.05.17 229 5 10쪽
»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22.05.17 255 6 11쪽
4 #03 내 안에 무한한 신앙심이 솟구쳐 올랐다. +2 22.05.15 282 13 11쪽
3 #02 이게 아닌데? 22.05.14 314 12 10쪽
2 #01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 22.05.14 349 22 9쪽
1 #서장 +2 22.05.14 399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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