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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회귀한 독마는 x쟁이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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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프로틴
작품등록일 :
2022.05.14 12:42
최근연재일 :
2022.06.27 05:4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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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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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9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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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DUMMY

#15


강호의 세계에서 나름 대접받는 일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대장장이라고 생각한다.


허구한 날 병장기를 부숴 먹는 강호의 세계이니만큼 무기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한 실력 한다는 고수들의 비무에서 승패를 가르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우수한 병장기다. 비슷한 실력이 맞붙었다면 당연히 더 좋은 무기를 지닌 쪽이 유리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뛰어난 대장장이들은 나름의 명성을 얻고 장인이라고 인정을 받으면 이름난 명문세가에서 모셔가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독마로 활동하던 시대에, 이름난 오대세가나 무림맹, 심지어 사파에서도 알아주는 대장장이가 있었으니 그자가 바로 철성이라 불리는 사내였다.


무림에 신비고수가 있다면 야장에는 철성이라는 신비주의 장인이 있었다.


보통 대장간을 차려 일을 하는 여타의 대장장이들과는 다르게 그는 자신의 거처를 따로 정하지 않는 자였다. 그는 언제나 다른 대장간에 가서 일정 양의 요금을 지불해 대장간을 빌려 쓰는 식으로 작업을 하는 사나이였다.


그렇게 만든 병장기엔 언제나 멸(滅)이라는 글자를 새겨놓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그렇게 무기를 만들면 사용했던 대장간에 판매하는 식으로 그는 곳곳에 자신의 족적을 남겼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그는 그렇게 서서히 유명해져 갔다. 우연히 그의 병장기를 구입한 사내들이 소문을 퍼뜨리고 그것은 명문세가의 귀에 들어가고 세가가 그의 병장기를 입수한 후 그는 점점 유명해졌다.


본명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들었다. 철성이라는 별호도 그저 주변에서 붙여준 이름일 뿐, 본인 스스로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으니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얼굴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역으로 그 외의 모든 것이 비밀투성이였던 대장장이. 특징이라고 해봐야 무기에 새기는 멸(滅)이라는 글자뿐.


존재 자체가 비밀스러웠던 남자.


그가 바로 철성이라는 사내였다.


그랬었는데······.


‘설마 철성이 하류현 출신이었을 줄이야.’


나는 믿을 수 없어 미래에 철성이라 불리던 사내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과거에... 그러니까 독마였던 시절에 우연히 철성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문자 그대로 우연히 마주쳤었다. 그저 작은 술 가게에서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옆에 자리를 잡은 것이 철성이었다. 그때 철성을 알아보고 시비를 걸던 삼류 잡배들을 내가 죽인 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때 도와준 대가로 철성은 나에게 무기를 만들어 주었다. 공짜 무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던 나는 그가 무기를 만드는 것을 기다리며 그와 짧게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었다.


내가 불타버린 하류현 출신이라는 것. 강해지기 위해 독공을 익혔다는 것. 옆에서 끊임없이 망치질해대는 철성의 옆에서 나는 할 일이 없었기에 계속 내 얘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내 이야기가 끝나자 더는 할 말이 없던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떠돌아다니면서 무기를 만드는 거요? 역마살이라도 낀 거요?”)


(“...별 이유는 아니오. 강호인들이란 대부분 좋은 무기를 만들어 주면 휘두르고 싶어 하는 족속들이니 말이오.”)


(“그래서?”)


(“그렇게 막 휘두르다가 뒤져버리라는 심정으로 만드는 것이오.”)


그때 철성의 눈빛은 농담으로도 온화하다고 하기 힘든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아무런 사정을 듣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가 왜 멸(滅)이라는 글자를 새기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강호인들을 원망하는 사내였다.


(“변태 같은 이유구만. 철성이라는 사내가 이리 흉측한 마음을 지닌 대장장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할 텐데.”)


(“시끄럽고 혹시 무기에 필요한 요구사항 같은 게 있으면 말씀하시오. 특별히 추가해 줄 테니.”)


(“철성이라는 사내는 주문 제작 같은 건 받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무슨 바람이 든 것이오?”)


(“...그냥 기분이오.”)


나야 좋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요구사항을 말하였다. 그렇게 철성은 칼날에 독액이 흐르게 할 수 있는 내 전용 조갑(爪甲)을 만들어 주었고 그와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땐 왜 원망하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


그리고 그렇게 강호를 원망하는 사내가 왜 굳이 요구사항까지 들어주면서 무기를 만들어 주었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같은 하류현 출신이라서 그랬던 건가?’


자주 자리를 비우는 자였으니 우연히 하류현 사고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멀리 떠났을 때 하류현에 귀문협이 들이닥친 것이리라.


일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잿더미인 것을 본 그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혼자 남겨진 것을 깨달은 자의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마 내가 하류현 출신이라고 했을 때 그는 지금의 나처럼 속으로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다. 자신 이외에 살아있는 하류현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 테니 말이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그냥 지나가는 인연이라고만 생각했다. 그저 운이 좋아서 좋은 대장장이의 무기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무기의 뛰어난 성능 덕분에 몇 번이고 죽을 위기에서 벗어났을 땐 철성과의 운 좋은 인연에 감탄한 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운이 아니었던 것 같다. 철성은 같은 마을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나를 돕기 위해 특별히 무기를 만들어 준 것이었다.


* * *


“..괜찮나?”


잠시 옛 생각에 잠겨 멍하니 있을 때 철성... 아니, 철진이 내 앞에 손을 흔들며 물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유선하라고 합니다.”


“혹시 상태가 안 좋으면 잠시 쉬게나. 마침 손님도 없으니 쉬다 가도 괜찮네.”


철진의 배려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당시 철성은 독마였던 자신 못지않게 험악한 눈빛을 지닌 사나이였다. 그런 사나이가 사실 저렇게 온화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생소하였다.


“괜찮습니다. 시간이 급해서 그런데 혹시 병장기를 살 수 있을까요?”


“병장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만들어 놓지는 않네. 혹시 찾는 종류라도 있나?”


“되도록 조갑이나 쌍비조 같은 쇠손톱 무기를 찾고 있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였지만 나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조갑이나 쌍비조 같은 무기는 그다지 흔한 병장기도 아니었고, 사용해도 백도보다는 사파 무림인들이 사용하는 경향이 강한 무기였다.


예상대로 철진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네. 그런 종류의 병장기는 만들지 않았네.”


애초에 쉽게 구할 거란 생각은 안 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그럼 비수는 구매할 수 있습니까?”


“그거라면 많지.”


철진은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

.


적당한 비수를 가지고 돌아가는 유선하의 뒷모습을 문철진은 지긋이 바라보았다. 오늘 처음 만난 청년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때 용소가 의아해하며 철진에게 물었다.


“무슨 바람이 분것입니까?”

“응? 무어가 말이냐?”


“스승님. 병장기 잡는 무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 않습니까?”


용소가 기억하기론 자신의 스승은 그러한 사람이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문철진의 성격상, 병장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무기를 함부로 휘두르는 무인들은 꺼려 하는 대상이었다. 그 말을 들은 문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별로 좋아하지 않지.”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분 것입니까? 보기엔 꽤나 마음에 든 눈치였던데요?”


무인을 안 좋게 보던 문철진을 아는 용소의 입장에선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무기도 공짜로 주고요.”


그 말대로 무기도 기왕 인연이라고 공짜로 주었다. 자신의 스승이 왜 그랬나 싶어 보니 문철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글쎄다.”


그것은 솔직한 감상이었다. 문철진 자신도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었다.


‘살기가 그득한 청년 같았는데...’


처음 유선하라는 청년과 눈이 마주쳤을 때 문철진은 등골이 오싹하였다. 아무래도 직업상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과 자주 마주쳐야 했는데 그 중 유선하와 비슷한 눈을 지닌 자들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오랜 기간 전쟁터에서 싸워왔던 군인이나 혹은 오랜 세월 무림에서 살아남은 무림인들이 유선하와 비슷한 눈을 지니고 있었다.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이 살기가 배어버린 눈.


‘소문으로 들었을 땐 무공을 익힌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니, 설사 무공을 오래 익혔다고 해도 고작 시골 마을 청년이 지닐 눈빛이 아니었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그 살벌한 눈빛이 자신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더 없이 인간답게 따스하게 바뀐다는 것이었다.


‘울타리 안의 인간에겐 한 없이 약해지는 인간.’


지레짐작이지만 문철진이 내린 유선하라는 인간에 대한 평가였다. 소문을 들으니 무공을 펼친 계기도 평소 신세를 지던 의원이 위협을 받아서였다고 했으니 아마 자신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문철진은 그리 생각하며 이제 멀어져 점이 되어버린 유선하의 뒷모습을 보았다.


문득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유선하에 대해 생각하니 자연스레 하류현에 퍼져있는 그의 이명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 근데 별명 진짜...”


전생에 철성이라 불리던 사내는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작가의말

다음화부터 전투신에 들어갈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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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시험 통과야 22.06.27 126 0 11쪽
20 #19 거대한 독사가 똬리를 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22.06.25 97 0 10쪽
19 #18 달려들면 다 죽을 거라고! 22.06.24 107 0 12쪽
18 #17 독무(毒霧)가 아지랑이가 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2.06.17 107 0 10쪽
17 #16 문지기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22.06.12 100 0 11쪽
» #15 하류현 최강의 똥싸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22.06.09 128 0 10쪽
15 #14 나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22.06.05 141 2 11쪽
14 #13 제갈군사이자 사마의였다. 22.06.01 134 2 10쪽
13 #12 이 참에 무릎 못 피게 정강이 다 분질러줘? 22.05.30 156 7 11쪽
12 #11 회귀한 독마는 똥싸개가 되었다. 22.05.27 181 8 9쪽
11 #10 x독도 독이다 +1 22.05.24 183 3 10쪽
10 #09 인간으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22.05.22 198 4 10쪽
9 #08 의원이 만만하나? 22.05.21 202 3 10쪽
8 #07 돼지가 건방지게 이족보행 하고 있었다. +2 22.05.20 213 5 11쪽
7 #06 단전이 대문처럼 활짝 열려있었다. 22.05.19 201 5 10쪽
6 #05 아니, 나도 잡힌 것 같아. 22.05.17 229 5 10쪽
5 #04 그 순간 하류현이 불타버렸다. 22.05.17 255 6 11쪽
4 #03 내 안에 무한한 신앙심이 솟구쳐 올랐다. +2 22.05.15 282 13 11쪽
3 #02 이게 아닌데? 22.05.14 314 12 10쪽
2 #01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 22.05.14 351 22 9쪽
1 #서장 +2 22.05.14 403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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