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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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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5.23 10:00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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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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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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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9화 황제의 아들(7)

DUMMY

후드득--.


어화원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장수와 대신들은 삼삼오오 어울려 무용담을 나누고 있었다.

반란군에게 살해된 황제가 무도하고, 환관 윤충이 얼마나 악랄했는지 비난을 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조광윤은 시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소년시절부터 친교를 나누었다.

“시영, 더 이상 살육을 자행하면 안 되네.”

조광윤이 시영에게 말했다. 그는 해귀비의 아들을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걱정 말게. 대장군이 명령을 내려도 내가 명령을 수행하지 않겠네.”

시영이 다짐했다.


시영은 조광윤과 생각이 반대였으나 항상 그를 존중했다. 세상에서 친구를 사귄다면 조광윤이 유일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시영은 시진국에게 조광윤 몰래 무림인들을 동원해 해귀비의 아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조광윤처럼 굳이 인의를 내세울 필요는 없다.

“자! 다들 술을 마시게.”

곽위가 잔을 높이 들었다.

그는 황궁을 점령했으나 가족들이 모두 죽어 울적했다.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들과 딸의 얼굴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죽은 황제 은제만 생각하면 분노로 몸이 떨렸다.

“건배!”

장수들이 일제히 잔을 들었다.

곽위는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고모부, 심려하지 마십시오. 소인이 아버지처럼 모시겠습니다.”

시영이 곽위를 위로했다.

“그래.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곽위가 시영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쓸쓸한 시선으로 어화원을 보고 있었다.

권력은 잡았어도 부인과 자식이 없으니 허망했다.

비가 오고 있어서 더욱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라왔다.

“대장군, 소인은 물러가겠습니다.”

조광윤이 곽위에게 와서 군례를 바쳤다.

“또 책이나 보려고? 무장이 어찌 손에서 책을 놓지 않나?”

곽위가 껄껄대고 웃었다. 시영과 조광윤은 문무를 겸비한 인재들이다. 시영과 조광윤이 수하로 있어서 든든했다.

“어디 저만 그럽니까? 여기 시영도 책벌레 아닙니까?”

조광윤이 시영의 어깨를 툭 쳤다.

“하하. 책벌레들이 내 군영에 있으니 기이한 일이다. 물러가 쉬어라.”

곽위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명을 내렸다.

“예.”

시영과 조광윤이 물러갔다.


곽위는 물러가는 시영과 조광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시영이나 조광윤과 같은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장군님, 황자를 데려다가 황제의 자리에 앉힐 생각입니까?”

시진국이 주위를 경계하면서 낮게 물었다.

“자네 형님과 조광윤이 원하지 않는가?”

곽위가 눈살을 찌푸리고 시진국을 쏘아보았다.

시진국은 시영의 동생이지만 교활하다.

후한의 황자를 황제에 앉히려는 것은 조광윤의 주장일 뿐이다.

“하하. 저희 형님과 조광윤은 책벌레입니다. 현실을 너무 몰라요. 대장군께서는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하늘이 준 기회?”

“대장군께서 황제가 되셔야 합니다.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왜 황제 자리를 다른 자에게 줍니까?”

시진국의 말에 곽위는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장수들은 술을 마시면서 도성을 점령하던 무용담을 이야기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대장군, 소인이 대장군을 황제로 추대하겠습니다.”

시진국이 낮게 말했다.

“어떻게 하려고?”

“황자를 죽인 뒤에 대장군께서 황제로 즉위해야 합니다. 이런 기회가 또 올 수 있겠습니까?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면 천명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시영과 조광윤이 반발하지 않을까?”

곽위는 시진국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가족을 잃었어도 황제가 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황제라는 말에 가슴이 뛰고 흥분이 된다.

“형님은 대장군을 황제로 추대하고 싶어합니다, 조광윤만 반대하고 있습니다.”

“조광윤을 건드리면 안 돼.”

“조광윤을 죽이려는 것이 아닙니다. 황자가 죽으면 조광윤도 어쩔 수없지 않겠습니까?”

곽위는 헛기침을 했다. 기왕에 반란을 일으켰으니 왕조를 새로 세워야 한다는 시진국의 말이 옳다. 그리고 왕조의 황제는 그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

황제가 된다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다.


‘내가 황제가 되어야 한다고?’


곽위는 흥분으로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황자를 죽여도 태원에서 유숭의 아들을 데리고 와서 추대하려고 할 것이 아닌가?”

곽위가 얼굴을 찌푸렸다.

“유빈을 데려오다가 죽여버리면 됩니다.”

그렇다. 어린 아이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자신이 황제가 되는데 방해가 된다면 죽여야 한다.

“대장군께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해치우겠습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자신 있나?”

“예. 반드시 해치우겠습니다.”

“너에게 일임하겠다. 실수없이 처리해라.”

곽위가 시진국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진국은 권모술수에 능하다.

“예. 물러가서 조치하겠습니다.”

시진국이 군례를 바치고 물러갔다.

곽위는 깊은 생각에 빠져 들어갔다.


*


세옥은 추녀 밑에 서서 우두커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두운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충은 서둘러 태원으로 가려고 했으나 세옥이 반대했다.

“서둘러 가려고 하면 우리는 반드시 죽임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합니다. 우리는 여기에 숨어서 경계가 느슨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충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황자 유세옥의 말이 옳기는 하다.

“명주현에 있을 생각이냐?”

“곽위는 분명 황제에 오를 것입니다.”

“음.”

“그가 황제가 되면 전 왕조의 황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세옥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충은 어두운 하늘을 쳐다보았다.

명주현에서 사흘째 숨어 있었다.

낮에는 산에서 숨어 지내고 밤에만 내려와서 음식을 사먹었다.


*


조광의가 군영에 들어가자 조광윤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형님.”

“비 오지? 차 한 잔 마셔라.”

조광윤이 차를 따랐다.

“예.”

조광의는 조광윤의 앞에 앉아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조광윤은 또 서책을 읽고 있었다.

“형님?”

“왜?”

“아무래도 대장군이 황제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황자는 어떻게 할 것 같으나?”

“시진국이 비밀리에 군사들을 시켜 죽일 것 같습니다. 지금도 군사들이 황자를 잡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무림인들도 동원하고 있고요.”

“그러면 민심을 잃는다.”

“그래도 대세를 따라야 하지 않습니까?”

“부명화에게 알려줘라.”

“예?”

“부명화가 황자를 죽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조광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때 군영으로 부명화가 불쑥 들어왔다.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조광의가 부명화를 힐끗 쳐다보고 물러갔다.

“사형, 문신도 아니고 무인이 무슨 책을 읽고 있습니까?”

부명화가 조광윤에게 눈을 흘겼다.

부명화는 한때 조광윤과 함께 무공을 연마했고, 여성들로 이루어진 적의군을 거느리고 있다.


절세미녀.


무림에서 활동할 때 부명화는 절세미녀 연경소녀라고 불렸었다.

갑옷을 입지 않고 궁장 차림이어서 선녀처럼 아리땁다.

“여기는 웬일이야? 비도 오는데······.”

조광윤이 피식 웃었다. 부명화에게 눈짓으로 차를 마시라고 권했다.

“대장군께서 시영 사형을 수양아들로 삼는다고 합니다.”

“좋은 일이지.”

조광윤이 차를 따랐다.

“예?”

“대장군이 황제로 즉위하면 시영은 태자가 될 것이고 너는 태자비가 되지 않겠냐?”

조광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곽위가 은밀하게 조광윤의 의향을 묻기도 했었다. 조광윤은 반대하지 않았다.

“사형은 반대하지 않아요?”

“대세를 따라야지. 대장군이 악한 사람이 아니고 시영 또한 드문 인재가 아니냐? 훗날 시영이 보위에 오르면 이 나라는 태평성대가 될 것이다.”

“······.”

“대신 황자를 죽이지 말라. 하늘의 버림을 받을 수도 있다.”

“예.”

부명화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광윤은 부명화에게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시영이 좋은 황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


날이 밝았다.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폐가에서 아이들과 밤을 지낸 이충은 읍내로 들어갔다. 그들은 사람들이 오가는 번화가의 담벼락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담벼락에 방(榜)이 하나 붙어 있었다.

황자 유세옥을 황제로 옹립할 것이니 황자에게는 황궁으로 돌아오고, 황자를 찾는 사람에게는 황금 100냥을 포상한다는 내용이었다.

“난리가 나더니 어린 황자를 황제로 세우는 모양이네.”

“황금 100냥을 준대.”

방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렸다.


도성에서 40리 떨어진 명주현의 번화가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방을 보면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도성과 황궁은 피바람이 몰아쳤으나 도성밖 명주현은 조용한 편이었다.

“황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찾지.”

“열 살이고 사내아이라잖아?”

군중들이 방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를 그치지 않았다.


모두들 호기심이 가득했다.

황금을 100냥이나 상으로 준다고 했다. 팔자를 바꿀 수 있는 금액이다.

이충도 주위를 경계하면서 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황자를 찾는다는구나.”

이충이 아이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이 침울해 보였다.


이충은 삿갓을 깊이 눌러쓰고 아이들은 촌스러운 여장을 하고 있었다.

“황제로 추대한대요.”

완아가 놀라서 환한 얼굴로 황자를 돌아보았다. 황자가 황궁으로 돌아가면 황제가 된다.

이제는 고생할 필요가 없다.

완아는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완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새삼스럽게 황자를 쳐다보았다. 황자는 무표정했다. 방을 힐끗 쳐다보고 걸음을 떼어놓았다.

이충이 황자를 따라 걸음을 떼어놓았다.


후후. 나를 황후로 삼는다고 했어.


완아는 황자가 황제가 되고 자신은 황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둘러 황자의 뒤를 따라갔다.

황자가 약속하지 않았는가.

황후로 삼겠다고.

황자가 어리지만 상관이 없다.

이내 사람들과 멀리 떨어졌다.


“황궁으로 돌아가요. 이제 우리는 살았어요.”


완아가 황궁 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안 돼.”

세옥이 단호하게 말했다.

완아는 어리둥절했다.

“황자를 찾는다고 하잖아요? 황자님을 황제로 추대한대요.”

황제로 추대한다는데 왜 황궁으로 돌아가지 않아?

“미끼다. 우리가 숨어 있으니까 나오게 하여 죽이려는 것이다.”

이충은 미간을 찌푸리고 세옥을 돌아보았다. 그도 방문을 보고 석연치 않게 생각했었다.


아이들을 황궁으로 데리고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미끼라고?

방을 붙인 게 유인하는 음모란 말인가?

정말 황자를 죽이려는 음모인가?

그렇다면 무서운 함정인 것이다.


두두두두.


그때 요란한 말발굽소리가 들리면서 일단의 군사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군중들이 황급히 길을 비켰다.

이충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옆으로 비켰다.

“태원 방향으로 간다. 황자는 태원으로 향했을 것이다. 열 살 된 사내아이를 찾아라.”

군관으로 보이는 자가 사납게 소리를 질렀다.

“황자를 보면 죽이고 시체를 가져와라!”

군관의 말에 이충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방을 붙인 것은 황자의 말대로 함정이었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군사들이 빠르게 멀어져갔다.

이충은 넋을 잃고 흙먼지 사이로 사라지는 군사들을 보았다.


이 아이는 뭐야?

어떻게 저 간악한 반란군의 흉중을 눈치 챈 거지?


이충은 황자에게 경이로움을 느꼈다.

무림에서 온갖 풍파를 겪은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완아는 풀이 죽었다.

황궁으로 돌아가면 황후가 될 줄 알았는데.

황궁에서 저승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황자를 찾아라! 황금이 100냥이다.”

이번에는 한 떼의 무림인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왔다.

“열 살짜리 사내아이다!”

“계집애는 필요없다.”

무림인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흉측한 언월도를 들고 눈알을 부라리면서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이충은 아이들과 함께 벽에 바짝 붙어섰다.

사내들이 지나가자 이충은 망연자실했다.


군대와 무림인들이 황자를 잡으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열 살짜리 사내아이를 어디 가서 찾아?”

군중들도 황금 100냥에 눈이 벌게져 있었다.

명주현은 곳곳에 군사들이 초소를 만들어서 기찰하고,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면서 검문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이충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황자가 골목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골목에는 거지들이 바글바글했다.


설마··· 황자가 거지 노릇을 하겠다는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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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묵가의 제자(2) 24.03.27 152 2 12쪽
26 26화 묵가의 제자(1) 24.03.27 147 2 12쪽
25 25화 만두가게 서생(6) 24.03.27 148 2 12쪽
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1 24.03.26 138 2 11쪽
23 23화 만두가게 서생(4) 24.03.26 142 2 12쪽
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24.03.26 144 2 12쪽
21 21화 만두가게 서생(2) 24.03.26 144 2 12쪽
20 20화 만두가게 서생(1) +1 24.03.25 152 2 12쪽
19 19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4) 24.03.25 153 1 11쪽
18 18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3) 24.03.25 145 2 12쪽
17 17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2) +1 24.03.25 155 2 12쪽
16 16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1) 24.03.24 159 2 11쪽
15 15화 거지황자(6) 24.03.24 158 2 13쪽
14 14화 거지황자(5) 24.03.24 148 2 11쪽
13 13화 거지황자(4) 24.03.24 149 2 13쪽
12 12화 거지황자(3) 24.03.23 153 2 13쪽
11 11화 거지황자(2) 24.03.23 147 2 12쪽
10 10화 거지황자(1) 24.03.23 165 2 11쪽
» 9화 황제의 아들(7) 24.03.23 176 2 13쪽
8 8화 황제의 아들(6) 24.03.22 179 2 12쪽
7 7화 황제의 아들(5) +1 24.03.22 186 1 12쪽
6 6화 황제의 아들(4) +1 24.03.22 194 2 12쪽
5 5화 황제의 아들(3) 24.03.22 204 2 11쪽
4 4화 황제의 아들(2) +1 24.03.21 255 2 12쪽
3 3화 황제의 아들(1) +2 24.03.21 363 3 12쪽
2 2화 서장(序章)(2) +1 24.03.21 412 4 14쪽
1 1화 서장(序章)(1) +3 24.03.21 55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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