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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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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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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22
추천수 :
112
글자수 :
591,161

작성
24.03.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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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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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8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3)

DUMMY

조가군은 흑의인들을 모두 도륙했다. 1천명의 군사로 1만명을 격파했던 조가군이었다. 흑의인들이 순식간에 시체가 되어 나뒹굴었다.

“형님, 모조리 제거했습니다.”

조광의가 군례를 올리고 조광윤에게 보고했다.

군사들이 이충을 끌고 왔다.


이충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흑의인들과도 싸웠고 조가군과도 싸웠으나 사로잡혔다.

이충은 조광윤 앞에 무릎이 꿇려졌다.

조광윤이 그를 가만히 쏘아보았다.

이충은 조광윤 앞에서도 의연했다.

“왜 아이들을 보호헸느냐?”

조광윤이 얼굴의 빗물을 훔치면서 이충에게 물었다.

“아이들이기 때문이오. 아이들까지 죽일 필요는 없지 않소?”

이충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비굴하지 않고 의기가 넘친다.


조광윤의 군사들이 흑의인들을 모조리 죽였으나 이충은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탄 마차가 산비탈로 구르는 것만 보았다.

마차가 구르는 것을 본 이충은 비통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소? 죽이시오.”

이충이 체념한 듯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조광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산비탈을 수색하던 조광의와 군사들이 올라왔다.

군사들도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장군, 산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아이들을 찾지 못했습니다.”

군사 하나가 보고했다.

“수색을 계속합니까?”

조광윤은 비가 내리는 산비탈을 내려다보았다.

“마차는 어떻게 되었느냐?”

“마차는 완전히 박살이 났습니다.”

“철저하게 수색했느냐?”

조광윤이 다그치듯이 물었다.


그때 조광의가 앞으로 나섰다.

“마차가 부서진 곳이 벼랑인데 벼랑 아래 급류가 있습니다. 급류로 떠내려 간 것이 분명합니다. 아이들은 죽었을 것입니다.”

“죽은 것이 확실한가?”

조광윤이 조광의를 쏘아보았다.

조광윤은 조광의의 눈빛을 읽고 있었다.

조광의는 조광윤의 지시대로 따랐다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세옥은 완아와 함께 넝쿨숲에서 느릿느릿 걸어나왔다.

세옥과 완아는 마차가 구를 때 튕겨져 나와 넝쿨 뒤에 몸을 숨겼었다.

반란군은 숲을 샅샅이 수색했다.

세옥과 완아는 숨을 죽이고 숨어 있었다.

반란군에게 잡히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반란군 장수인 조광의도 군사들과 함께 수색을 했다.


아······.


그가 세옥과 완아가 있는 넝쿨 앞에 왔을 때 세옥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눈까지 마주쳤으나 조광의는 무연히 세옥과 완아를 보고 있었다.

세옥은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돌아가자. 여기는 없다.”

조광의가 갑자기 몸을 돌리면서 수색을 중단시켰다.

세옥은 완아의 손을 꽉 쥐었다.

조광의와 반란군이 숲에서 나갔다.


완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빗줄기가 그녀의 몸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황자님.”

완아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술이 파랗다.

“우리를 봤는데 못 본 체 한 거죠?”

“그래.”

세옥은 비로소 안심했다.

넝쿨 앞에 있던 장군을 한 번 본 일이 있었다. 형인 조광윤 장군과 함께 안락궁에 들어와 인사를 올린 일이 있었다.

이름이 조광의라고 했다.

“왜 우리를 살려준 거예요?”

“모르겠다.”

세옥은 고개를 흔들었다.

조광윤과 조광의는 세옥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 감탄했었다.


반란군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세옥은 그때서야 넝쿨숲에서 나왔다. 부서진 마차를 뒤져 보따리를 찾고, 물품도 챙겼다. 해귀비가 준 어장검도 있었다.

비가 오고 있어서 몸이 축축하고 스산했다.

“마을로 가자.”

세옥은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비를 피할 곳이 필요했다.

터덜터덜 걸었다.

이충이 군사들에게 잡혀가 걱정이 되었다.

“아저씨는 어떻게 돼요? 우리를 도와 준 아저씨인데······.”

완아도 조가군에게 끌려간 이충을 걱정하고 있었다.

“조가군이 마차에 태우는 걸 봤어.”

“조가군?”

“조광윤의 군사야. 깃발에 조(趙)자가 있었어.”

조가군은 조광윤의 군사들이다. 마차에 이충을 태운 것은 죽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확신은 없었다.

세옥은 천천히 걸었다. 이충이 없으니 이제는 아이들끼리 태원으로 가야한다.

“가을이 오는 것 같아요.”

완아가 옆에 바짝 붙어서서 걸었다. 부연 빗줄기 사이로 누르스름한 빛을 띄고 있는 산들이 보였다.

“추워?”

세옥은 완아의 손을 잡았다.

“네.”

“마을이 가까워.”

저 멀리 사 아래에 집 몇 채가 보였다. 세옥은 걸음을 재촉했다.


이내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은 집들이 몇 채밖에 되지 않았으나 사람이 없었다. 지붕은 무너지고 잡초가 무성했다.

“사람이 없어요.”

완아가 마을의 집들을 살피면서 중얼거렸다.

“산골 마을이라 그럴 거야.”

세옥은 폐가로 들어갔다. 완아가 따라 들어왔다. 전쟁과 흉년으로 폐허가 된 마을이 많았다. 분하현 일대는 중원에서 오랑캐라고 부르는 5호(흉노, 선비, 갈족, 저족, 창족)가 침입하고, 나라를 세우면서 폐허가 된 곳이 많았다. 도적들까지 들끓어 농민들이 집들을 버리고 대처로 떠났다.

“사람들이 다 떠났네.”

완아가 비가 오는 밖을 내다보면서 몸을 떨었다.

“귀신 나올 것 같아. 히히······.”

세옥이 장난스럽게 낄낄대고 웃었다.

“불을 피울 수 있어요?”

“응. 내가 피울게.”

세옥은 나뭇가지를 주워 모아 불을 피웠다. 화섭자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에 젖은 옷을 말리고 건량을 씹어 먹었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불을 피우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불 앞에 나란히 앉아서 손을 쬐었다. 그러나 옷이 젖어 한기가 느껴졌다.

“완아야.”

세옥이 낮게 불렀다.

“네?”

“옷을 벗어 말리자.”

완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람이 없다고 해도 옷을 벗어 말리는 일이 망설여졌다.

“부끄러워서 그러냐?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

“내가 먼저 벗어 말릴게.”

세옥이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완아는 시선을 떨어트렸다.

세옥이 옷을 벗어 말렸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완아는 고개를 들고 세옥을 보았다. 세옥이 상의를 벗어 나뭇가지에 걸고 치마와 속바지를 벗었다.


에그······.


완아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수없었다. 고개를 들고 모닥불 너머 세옥을 보았다.

어둠스레한 불빛 너머 세옥의 모습이 보였다.

“완아야.”

“네?”

“너도 옷을 벗어 말려.”

“내가 어떻게······.”

“옷을 말리지 않으면 풍한에 걸려 죽을 수도 있어. 의원도 없는데 죽을 거야?”

“······.”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

“나는 속바지도 벗어 말릴 거야.”

세옥이 속바지까지 훌렁 벗었다.


사방이 캄캄하게 어두워졌다. 모닥불 앞에만 불빛이 희끄무레했다.

세옥이 속바지를 입었다.

저고리도 말리고 치마도 말린다.

완아는 무릎을 세우고, 무릎에 얼굴을 얹었다.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은 세옥을 보자 얼굴이 붉어졌다.

완아는 옷이 젖어서 점점 추워졌다.


완아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앞쪽은 따뜻하고 뒤쪽은 추웠다. 그래도 졸음이 밀려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없었다.

“완아야.”

“네?”

“갈아입어라. 이 옷은 말랐다.”

세옥이 자신이 입고 있던 저고리와 치마를 완아에게 건네주었다.

완아는 세옥을 쳐다보았다. 세옥이 문앞으로 가서 비 오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세옥은 속바지만 걸치고 있었다.

완아는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옷이 말라서 따뜻했다.

세옥이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모닥불을 더욱 크게 피웠다.


날이 밝았다.

세옥은 완아와 함께 북쪽으로 계속 갔다. 그리하여 주나라 경계를 벗어나 한나라 땅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돈이 떨어졌다.

세옥과 완아는 동냥을 하면서 삭주에 이르렀다.

“황제가 열 살짜리 사내아이를 찾고 있대.”

난전에서 사람들이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열 살짜리 아이를 왜?”

“대량성에서 오는 황자가 열 살이래. 우리 황제의 형님 아들인데 한나라를 계승했으니 승계 문제가 일어나잖아? 대량성의 황자가 오는 게 반갑지 않지. 아마 죽여버릴 거야.”

세옥은 그들의 이야기에 바짝 귀를 기울였다.

“진짜 대량성에서 오는 황자를 죽인다는 거야?”

“그렇지. 귀찮은 존재가 된 거지.”

“딱하게 되었네. 저쪽에서도 죽이려고 하는데 이쪽에서도 죽이려고 하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세옥은 망연자실했다.

숙부인 유숭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왔는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이제 태원으로 가도 소용이 없겠구나.


세옥은 우울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완아야. 우리 따뜻한 지방으로 가자.”

“네.”

완아가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완아도 태원으로 가지 못해 실망하고 있었다.

“겨울이 오고 있어.”

세옥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머물 곳이 필요했다.


세옥과 완아가 삭주를 떠나 사천지방 단월현에 이른 것은 겨울이 한창일 때였다.

세옥과 완아는 들판에 있는 오두막집에 머물렀다.

빈집이었다.

지붕은 구멍이 뚫려 별이 보이고 벽으로는 찬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폐가 앞에 강이 하나 흐르고 있었다.

세옥은 강가에 의욕을 잃고 하염없이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마치 망부석이라도 된 듯이.

하루종일 강물만 보고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존귀한 황자의 신분에서 걸인이 되었으니.


완아는 세옥의 그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저렸다.

희망을 잃어버린 그의 눈빛은 사그라드는 등잔불 같았다.


사천은 풍부한 곡창지대로 백성들이 부유하게 살았었다. 그러나 여름에 가뭄과 폭우로 전례없는 흉년이 들었고 돌궐과 사타족까지 침략하여 곡식을 약탈해갔다.

이로 인해 수많은 주민들이 굶주려 유랑을 하고 있었다.


세옥과 완아도 걸인이 되어 동냥을 했다.

무리를 지어 동냥을 하는 걸인패와 어울리기도 했다.

겨울이 되자 동냥을 하는 것이 더욱 힘이 들었다.


날씨가 몹시 추운 날이었다.

밤이 되자 세옥과 완아는 꼭 끌어안고 잠을 잤다.

세옥과 완아는 논에서 구해 온 짚을 깔고 읍내에서 버린 이불을 주워다가 덮었다. 이불속에서 머리를 내놓으면 구멍이 뚫린 지붕으로 옹숭거리는 별이 보였다.

“따뜻한 만두가 먹고 싶다.”

하루는 완아가 이불속에서 낮게 중얼거렸다. 유난히 추운 밤이었다.

“나는 국수······.”

세옥이 히죽거리고 웃었다.

“나 어제 꿈을 꾸었는데······.”

완아가 세옥을 바짝 끌어안았다. 추워서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잠을 자야했다.

“무슨 꿈······.”

“내가 황후가 되는 꿈···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완아가 꿈을 꾸듯이 말했다.

“나는 황제가 못 될 거야.”

완아의 말에 세옥이 힘없이 대꾸했다. 이제는 완전히 걸인으로 전락했다.

“그럼 뭐가 될 거예요?”

“부자가 되어야지. 만두를 많이 만들어서 동냥을 하는 걸인들에게 나누어 줄거야.”

세옥이 낮게 말했다. 동냥을 하기가 힘이 들었다. 사람들이 동냥을 주는 대신 구박을 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 밖이 시끄러워졌다.

우당탕대는 소리가 들렸다.

세옥이 깜짝 놀라 이불속에서 빠져나와 밖을 내다보자 마당에서 남자와 여자가 맹렬하게 검을 휘두르면서 싸우고 있었다.

“하하. 너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

남자가 껄껄대고 웃으면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무림고수인 듯 신형이 빨랐다.

“도둑놈아, 도망가지 마라.”

여자가 앙칼지게 소리를 지르면서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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