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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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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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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1,161

작성
24.03.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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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화 만두가게 서생(5)

DUMMY

세옥은 몇 년이 되지 않아 49명의 부인과 13명의 아들딸을 두게 되었다.

그러자 그에게 음란서생이라는 별호가 붙었다. 그러나 세옥은 여자들과 합방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옥은 서악교가 돌아올 날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서악교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에서 죽은 것인가?


서악교를 생각하면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첫경험의 여자였다.

어쩌면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때때로 완아의 무덤도 찾아갔다.

완아의 얼굴은 벌써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추운 겨울, 추위를 견디려고 서로를 꼭 껴안고 잠을 자고는 했었다.


서악교가 돌아오지 않자 세옥은 여자들과 합방했다.

여자들이 스스로 원했다.

세옥이 비록 만두가게 주인이고, 책을 좋아하는 서생이라고 해도 호인이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여자들을 대해 주었다.


“진짜 서방님으로 모시고 싶어요.”


세옥은 여자들을 차마 거절할 수없었다.

낮에는 만두를 빚어서 팔거나 책을 읽어도 밤에는 여자들의 치마폭에서 지내는 것이 싫지 않았다.

“우리 서방님은 호색한이야.”

“호색한이 뭐야? 풍류공자라고 불러야지.”

여자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까르르 웃었다.


여자들은 만족했다.

세옥은 흉년이 들면 만두가게를 이용해 이재민들을 구휼했다.

만두가게로 돈을 벌어 걸인들을 위해 썼다.

세옥이 돈을 벌어 사람들을 위해 쓰니 마을 사람들도 세옥을 좋아했다.

게다가 병도 치료해 주었다.


“세상에 굶주리는 사람이 없는 것이 내 바람이다.”


세옥이 여자들에게 말했다.

완아는 그를 위해 만두 두 개를 동냥해 오다가 눈보라 속에서 얼어 죽었다.

여자들이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퇴혼서를 써주어 자유롭게 했다.


세옥은 마차를 타고 1년에 한 번씩 지점을 돌아보지만 주로 머무는 곳은 당가촌의 만두가게였다.

언젠가는 서악교가 돌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


“오라버니, 오라버니······.”


당문의 무남독녀 당약란이 쪼르르 달려왔다.

“약란이 왔니?”

세옥은 주방에서 만두속을 만들다가 활짝 웃었다.

주방에서 일을 하던 여자들이 당약란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당약란은 세옥의 만두가게가 자기네 집인 양 드나들었다.


세옥은 당문의 가주 당운성과 바둑을 같이 두기도 하고, 서고에서 의학서적을 읽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당문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냈다.

가주인 당문성은 외지에 출타했다가 귀한 서적을 보면 반드시 구해 가지고 돌아와 세옥에게 주었다.

세옥이 의술로 당문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무공을 배울 수 있으면 천하의 기재가 될 텐데······.


세옥은 체내의 한독 때문에 무공을 배울 수없었다.

세옥은 의술이 경지에 이르렀는데도 자신의 한독을 치료하지 못했다.

“오라버니 나 배고파. 만두 줘.”

당약란이 주방까지 들어왔다.


세옥은 당약란을 안아서 탁자에 앉혔다.

“뭐하는데 배가 고파? 밥도 안 먹었어?”

“우리 외할아버지 왔다. 외할아버지한테 경공을 배우고 있어.”

당약란이 참새처럼 재잘댔다.

“그래?”

“오라버니, 내가 경공을 가르쳐 줄까?”

“됐다. 나는 무공을 안 배운다.”

세옥은 한독 때문에 무공을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칫! 내가 오라버니를 특별히 가르쳐 주려고 그랬는데 싫다는 거야? 이 경공을 배우면 지붕위를 휙휙 날아다닐 수 있대.”

당약란이 한껏 거드름을 피웠다. 외동으로 귀하게 자라 그늘진 곳이 없다.

“만두나 먹어라.”

세옥이 당약란에게 만두 접시를 주었다.

“칫! 외할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가르쳐주지 말라고 그랬는데··· 우리 엄마하고 아빠도 안 가르쳐주는 거야.”

당약란이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세옥은 자기 부모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경공을 가르쳐주겠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죽인다.”

“뭐가?”

“만두 맛··· 히히······.”

당약란은 천진난만했다.

“에이그······.”

세옥이 혀를 찼다. 당약란의 얼굴에 완아의 잔상이 남아 있다.

“오라버니, 내가 배우는 경공은 물위를 산보하듯이 달릴 수 있는 거야. 절세신공이래.”

당약란이 <녹수소요보> 구결을 외기 시작했다.

세옥이 들으라는 듯이.

세옥은 당약란 때문에 이미 녹수소요보의 구결을 외고 있었다.

그러나 내력이 없기 때문에 연마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타타타탁.


세옥은 야채를 썰기 시작했다.


*


눈빛이 형형하고 백발이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다.

천기노인이 세옥의 만두가게에 나타난 것이다.

“만두 좀 가져오너라.”

천기노인이 식탁에 앉아 말했다.

당약란은 천기노인 앞에서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 같았다.


세옥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접시에 담아 천기노인 앞에 갖다가 놓았다.

‘어?’

세옥은 흠칫했다.

천기노인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어느새 그의 손목을 잡은 것이다.

세옥은 천기노인이 하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극한지기로구나.”


천기노인이 세옥에게서 손을 떼고 차갑게 말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치료할 수 있잖아요?”

당약란이 대뜸 말했다.

천기노인이 당약란을 쏘아보았다. 당약란이 움찔하여 목을 움츠렸다.

“극양지기가 있어야 한다.”

천기노인이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눈빛이 형형했다.

“극양지기가 어디 있어요?”

“천년 묵은 이무기라면 모를까······.”

“천년 묵은 이무기면 용이잖아요? 하늘로 승천하기 전의······.”

천기노인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르신, 만두를 드시지요.”

세옥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천년 묵은 이무기가 어디 있어?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게다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 노인이었다.


크르릉.


그때 어디선가 괴이한 소리가 들렸다.

생전 본 일이 없는 거대한 짐승이 포효하는 소리 같았다.

당약란이 재빨리 천기노인에게 가서 매달리고, 천기노인의 눈이 무서운 빛을 뿌렸다.

세옥은 천기노인을 유심히 살폈다.

무림에 몇 안 된다는 대종사. 그는 녹수소요보 하나만으로도 무림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천기노인은 무림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를 신선이라고 불렀다.

“만두맛이 좋구나.”

천기노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얀 머리와 하얀 수염,

옷까지 하얗게 입고 있었다.

얼핏 보면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감사합니다.”

세옥은 천기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다른 손님들에게 만두를 날랐다.

무림이나 기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천년 묵은 이무기?’

그러나 천기노인의 말이 계속 귓전에 맴돌았다.

“오라버니 갈게.”

만두를 먹은 당약란이 손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천기노인과 함께 가게를 나갔다.


세옥은 문앞까지 나가서 인사를 했다.

“저 노인이 천기노인 아니야?”

한쪽에서 만두를 먹던 30대 장한이 앞의 사내에게 물었다. 그들은 칼을 가지고 있어서 무림인들로 보였다.

“무림 대종사라는 그 노인? 저 노인이 신선의 경지에 올랐다는 노인이라는 말이야?”

“그래. 당문의 가모가 딸이잖아? 외손녀와 함께 만두를 먹으러 온 거지.”

“저 노인에게 무예를 배우면 절대고수가 될 텐데······.”

“딸한테도 무공을 전수하지 않는대.”

“그럼 제자도 없어?”

“없지. 외손녀에게 경공을 전수한다는 소문이 있기는 해.”

“경공이라도 배웠으면 좋겠네.”

사내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가게 밖을 내다보았다.


한쪽 자리에는 노파와 손녀인 듯한 14, 5세의 소녀가 만두를 먹고 있었다.

“할머니 기연을 얻는 게 어려워요?”

손녀가 노파에게 물었다. 그들이 기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천기노인의 말을 들은 모양이다.

노파는 괴장(槐杖, 지팡이)을 들고 있었다. 그들도 무림인들로 보였다.


오늘은 무림인이 가게에 많이 오는구나.


세옥은 당가촌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기연을 왜 기연이라고 하겠느냐? 기연을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기연을 얻을 수 있어요?”

“글쎄다.”

“할머니, 천문강에 용이 산다면서요?”

천문강은 만두가게에서 1,200보 정도 앞에 있는 강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가게의 창으로 천문강이 내다보이기도 했다.

만두가게는 지대가 낮아서 때때로 천문강이 범람하면 물바다가 되기 때문에 2층으로 지어졌다.

“세상에 용이 어디 있어?”

“천문강에 용이 있는데 천년에 한 번씩 하늘로 올라간대요. 그래서 하늘로 올라가는 문이라고 하여 천문강이라고 부르는 거래요.”

“그냥 전설일 뿐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면 화를 당하는 법이다.”

노파가 고개를 흔들었다.


할머니가 손녀를 잘 가르치네.


세옥은 노파가 마음에 들었다.

눈매는 부드럽고 손녀를 보는 눈에 꿀이 떨어지고 있다.

노파와 소녀도 만두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연화산까지는 아직도 멀어요?”

“아직도 사흘은 더 가야한다.”

노파와 소녀는 만두를 다 먹고 먼 길을 가야한다면서 만두를 더 사가지고 했다.

‘연화파를 찾아가는 건가?’

사천에는 당문을 비롯하여 연화파, 묵가산장, 소요문 등이 있었다.

연화파는 연화산에 있는 비구니들이다.

무림의 문파는 대부분 산 이름을 따고 있었다.


천문강 상류에는 천문파도 있고 사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천기노인이 있는 천기문파도 있었다.

천기문파는 신비문파라 무림에 출현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세옥은 주방의 일을 마치자 슬그머니 가게에서 나갔다.

유부인과 화정이 손님들의 시중을 들다가 우두커니 세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서방님이 또 강에 가시나 봐요?”

화정이 세옥을 눈으로 쫓으면서 물었다.


화정은 머리에 비녀도 꼽고 한껏 모양을 내고 있었다.

화정은 요즈음 세옥만 보면 눈웃음을 친다.


서방님 눈이 갈수록 빛이 나.


신기한 일이었다.

세옥의 눈을 보고 있으면 유부인도 가슴이 설레었다.

“서방님 따라 가고 싶어?”

“네.”

“가봐. 점심때가 지나 손님이 많이 줄었네.”

유부인이 가볍게 눈을 흘겼다.

“고마워요.”

화정이 활짝 웃으면서 나갈 차비를 했다.

유부인은 화정이 젊으니 세옥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산 가지고 나가.”

유부인이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하늘이 잿빛으로 낮게 흐려져 있었다.

화정이 우산을 들고 뛰어나갔다.

“에이그 서방님 홀리려고······.”

유부인은 속으로 혀를 찼다.


*


세옥은 강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바다처럼 넓은 강이 유장하게 흐르고 있다.

깊이는 또 얼마나 되는 것일까.

여름에 더러 수영을 하기는 했어도 깊이 들어가 본 일은 없었다.

당가촌의 서쪽에 수많은 산들이 있다.

그 산들의 골짜기에서 물이 흘러내려 곤륜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강물과 합쳐져 더욱 큰 대하가 된다.


천문강은 도도하게 흐르던 강물이 갑자기 절벽을 만나 떨어지면서 폭포가 되었다.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은 그 폭포를 천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폭포 아래는 깊이를 측량할 수없는 물이다.

사람들은 그곳을 용소(龍沼)라고 불렀다.


깊은 바다와 같은 연못······.

폭포에 떨어지는 물이 깊이를 알 수없는 바다 같고, 용이 산다는 뜻이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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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무림맹주(3) 24.04.05 170 2 11쪽
37 37화 무림맹주(2) 24.04.04 172 2 11쪽
36 36화 무림맹주(1) 24.04.03 172 2 13쪽
35 35화 용과 싸우다(5) 24.04.02 169 2 11쪽
34 34화 용과 싸우다(4) 24.04.01 170 2 11쪽
33 33화 용과 싸우다(3) +1 24.03.31 161 2 12쪽
32 32화 용과 싸우다(2) 24.03.30 166 2 11쪽
31 31화 용과 싸우다(1) 24.03.29 170 2 11쪽
30 30화 묵가의 제자(5) 24.03.28 167 2 12쪽
29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167 2 12쪽
28 28화 묵가의 제자(3) 24.03.27 173 2 12쪽
27 27화 묵가의 제자(2) 24.03.27 198 2 12쪽
26 26화 묵가의 제자(1) 24.03.27 206 2 12쪽
25 25화 만두가게 서생(6) 24.03.27 195 2 12쪽
» 24화 만두가게 서생(5) +1 24.03.26 183 2 11쪽
23 23화 만두가게 서생(4) 24.03.26 18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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