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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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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5.23 10:00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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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98
추천수 :
110
글자수 :
461,275

작성
24.03.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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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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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8화 황제의 아들(6)

DUMMY

날이 더욱 밝아졌다.

어둠이 물러가고 해가 떠올랐다.


두두두두.


멀리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이충은 아이들을 데리고 재빨리 넝쿨 뒤로 몸을 숨겼다.

한 무리의 군사들이 붉은 깃발을 나부끼면서 빠르게 관도를 달리고 있었다.

황금색의 마차까지 끌고 가고 있다.


황자를 죽이러 오는 것이 아닌가?


황금마차를 끌고 가는 것이 이상했다. 이충은 군사들이 멀어지자 아이들을 데리고 숲속의 오솔길을 걸었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 가지 않았을 때 한 떼의 무림인들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그들은 대로에서 벗어나 이충이 가는 오솔길로 달려왔다.

이충은 긴장했다. 사내들은 얼핏 30여 명이나 되었다.

“아이들을 내놔라.”

사내 하나가 다짜고짜 이충의 앞을 가로막고 싸늘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무리들이 빠르게 그들을 에워쌌다.

“무슨 일이오?”

“황자를 죽이는 자에게 황금 100냥을 준다는 방이 붙었다.

아이들이 이충의 뒤로 몸을 피했다.

“당신은 누구요?”

이충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했다.

“천웅군절도사 곽위 대장군의 명이다. 당장 아이들을 내놔라.”

“아이들을 내줄 수 없소.”

이충은 눈을 부릅떴다.

“죽고 싶으냐?”

사내의 눈에서 살기가 폭사되었다.


이충은 등줄기가 서늘해져 왔다. 혼자서 사내들을 모조리 상대할 수없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들은 황자가 아니오.”

“흥! 비슷해도 죽이라는 명령이다.”

사내들이 일제히 검을 치켜들었다.

“이놈들! 내 비록 무림고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불의를 용서할 수 없다.”

이충은 재빨리 대적 자세를 취하면서 호통을 쳤다.

“긴 말 필요없다. 죽여라!”

사내가 명령을 내렸다.

“죽어랏!”

한 사내가 허공을 향해 솟아올라 이충을 향해 검을 내리쳐 왔다. 이충은 재빨리 검을 들어 막았다.


창--!


검과 검이 허공에서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었다.

무림인들은 맹렬하게 공격을 해왔다. 그들은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이충을 공격했다.

‘전력을 다해야 살 수 있다.’

이충은 전신의 내력을 모두 끌어올려 사내들과 맞섰다.

“차앗!”

이충이 검을 들고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의 검이 허공에서 원을 그렸다.

“크억!”

사내 하나가 피를 뿜으면서 나뒹굴었다.

다른 사내들이 그 틈에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황자가 사내에게 돌멩이를 던지면서 저항했다.


이충은 빠르게 몸을 움직여 그들을 공격했다.

“크악!”

“악!”

사내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나뒹굴었다.

아이들이 다시 이충의 뒤로 피했다.

이충은 아이들 앞을 막아서서 사력을 다해 사내들과 맞서 싸웠다.


‘이놈들은 사복을 입고 있지만 군사들이야!’


이충은 그들이 필살의 무공을 펼치는 것을 보고 단숨에 파악했다. 일반 무림인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찌르고 베는 동작이 단순했지만 패도적이었다.

오로지 상대방 군사를 죽이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치명적인 초식이다.

군사들이 무림인으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충은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상대방을 막느라고 손발이 어지러웠다.


두두두두.


그때 요란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사내들이 공격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단숨에 오솔길로 들어왔다.

“이랴!”

핏빛으로 붉은 적의(赤衣)를 입은 여인이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이충은 긴장하여 적의 여인을 노려보았다.

얼굴에 붉은 면사를 쓰고 있다.

허리를 바짝 숙이고, 긴 창을 꼬나쥐고 순식간에 그들이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사내들이 적의여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쓰레기 같은 놈들··· 가랏!”


적의여인이 벼락을 치듯이 호통을 치면서 창을 휘둘렀다.

무시무시한 기세다.

창날이 윙윙거리면서 허공을 가르고 사내들을 베었다.


“악!”

“으악!”


창날이 번뜩이자 사내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나뒹굴었다.

적의여인의 창이 순식간에 사내들을 쓰러트린 것이다.

이충은 그녀의 창법에 감탄했다.


일격필살의 창법.


전쟁터에서 수많은 적군을 찌르고 베는 창법이다.

20여명이나 되는 사내들이 순식간에 피를 뿌리고 나뒹굴었다.


적의여인의 창술은 역시 전쟁터의 창술이다.

불과 3, 4명 남은 사내들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고맙소.”

이충이 적의여인에게 포권례를 올렸다. 그러나 그녀는 이충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녀의 도도한 시선은 아이들, 특히 황자에게 향해 있다.


설마 황자를?


이충은 소름이 오싹 끼쳤다.

적의여인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나 20대의 여인으로 보였다.

바람결에 은은하게 분냄새가 풍겼다.

황자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있다.

적의여인이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어서 떠나시오. 뒤는 내가 맡겠소.”

적의여인이 이충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적의여인은 누구지?’


이충은 적의여인에 대해서 들은 일이 없었다.

“고맙소.”

이충은 아이들을 데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적의녀는 무림에서 거의 활약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별호라도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

“무예를 엄청 잘하네요.”

완아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8대 고수 수준이구나.”

이충이 상대를 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창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군사일 가능이 많다.

“왜 우리를 도와준 거예요?”

“잘 모르겠다. 의(義)를 행하는 것이 아니겠냐?”

황자는 적의여인을 시린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적의여인은 말을 달려 빠르게 멀어져 갔다.

말도 능숙하게 탄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결코 밝히지 않았다.

이내 적의여인이 보이지 않았다.

“괜찮냐?”

이충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네.”

완아가 대답했다.

“우리도 가자.”

이충은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더욱 깊이 들어갔다. 대로나 농민들이 다니는 길로 걸으면 필경 반란군에게 추격을 당할 것이다.


태원까지는 너무 먼데······.


집에도 갈 수가 없다.

집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풀숲과 넝쿨을 헤치고 걸어야 했다.

아이들은 힘들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이충을 따라왔다.


‘아이들을 무사히 데리고 가야하는데······.’


이충은 아이들이 애틋했다.

벌써 무림인으로 가장한 군사들이 죽이러 왔다.

반란군이 보낸 군사들이 분명했다.

천리가 넘는 태원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각오해야하는 멀고 먼 길······


한나절을 걸어서 쉬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충은 아이들이게 만두를 나누어주었다.

황자는 울지도 않고 묵묵히 만두를 떼어먹었다.


‘울지도 않네. 말도 하지 않고······.’


이충은 어린 아이가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책을 세워야했다.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다.

이씨세가는 가족들이 많기 때문에 금방 소문이 날 것이다.


‘내가 공연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충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이들을 살리려다가 일가가 반란군에게 몰살당할 수도 있다.

이충은 황궁에 대해 애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유씨 한나라는 이미 멸망했다.

어린 아이가 멸망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어린 아이들을 죽게 버려둘 수는 없다.

그것은 정파의 무림인이 할 짓이 아니다.


그때 멀리서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군사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깃발을 보자 반란군의 깃발이었다.


‘또다시 군사들의 추적이 시작되었나?’


이충은 전신이 팽팽하게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빠르게 숲속으로 들어갔다.

‘젠장······.’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빗방울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


황궁의 어화원(御花苑)이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누각에서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반란에 성공한 장수와 그들을 지지하는 대신들이 승리를 만끽하면서 술을 마셨다.


반란군의 수장 곽위.

심복장수들 시영, 조광윤, 백경천, 시진국, 부명화, 조광의······.


반란군은 피로 황궁을 적시고 도성을 완전히 장악했다.

반란군은 시체를 수레에 실어서 들판에 버리고 피를 씻어냈다.

조정 대신들은 대부분 반란군에 의해 살해되었다.

수많은 내관과 궁녀들도 죽었다.

다만 황자가 황궁을 탈출하여 군사들을 보내 수색하고 있는 중이었다.

도성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황궁을 탈출한 황자는 찾을 수 없었다.

“나라에는 황제가 없어서는 안 된다.”

곽위는 조광윤의 건의를 받아들여 해귀비의 아들을 황제로 세우려고 했다.

물론 허수아비 황제다. 그러나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사방으로 군사를 보내 추적했다.

“황자를 어찌 찾을 수 없는 것이냐?”

곽위가 은은하게 노기를 띠고 물었다.

“황자는 태원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태원으로 가는 길에 군사를 보내야 합니다.”

시진국이 술잔을 들고 말했다.


시진국은 시영의 동생이다.

무림에서 활동했는데 이번 반란에 참여했다.

“황자를 찾지 못하면 태원으로 마차를 보내 유씨 일족을 데리고 와서 황위에 앉혀야 합니다.”

조광윤이 말했다. 시진국이 조광윤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장수와 대신들이 일제히 조광윤을 쳐다보았다.

곽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있었다.

대부분의 장수들과 대신들이 그를 황제로 추대하려고 했으나 조광윤이 반대하고 있었다.

“굳이 유씨를 데려다가 황위에 앉힐 필요가 있나?”

시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반대했다.

유씨를 황제에 옹립하면 폭군을 몰아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성혁명을 할 것인가?”

조광윤이 시영을 쏘아보았다. 역성혁명은 황제의 성을 바꾸고 새 나라를 세우는 것이다.

“우리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무도한 황제와 환관을 죽였는데 왜 황제를 또 유씨로 옹립합니까?”

시진국이 눈을 부릅뜨고 반발했다.


시진국이 곽위를 황제로 추대하려고 하는 것은 그가 시영의 처고모부이기 때문이다.

곽위가 황제가 되면 그들은 천하를 갖게 된다.

“창업보다 수성이 중요한 법이야. 황제를 다룬 성으로 세운다고 백년이 갈 것 같나 천년이 갈 것 같나?”

조광윤이 차갑게 내쏘았다.


왕조를 세우면 천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천명은 민심을 말한다.

군대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조광윤이었다.

그와 척을 지면 왕조를 세운다고 해도 안정이 되지 않는다.

연회는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천명은 민심입니다. 민심을 거스르면 안 됩니다.”

적의를 입은 부명화도 반대했다. 부명화는 시영의 부인이다.

“이렇게 하세. 우리는 형제나 다를 바 없네. 우리끼리 싸워서는 안 돼. 일단 황자를 찾는다는 방을 붙이도록 하지. 황제로 옹립하기 위해······.”

시영이 부드럽게 말했다.


시영은 절친한 벗인 조광윤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시영의 말대로 황자를 찾는다는 방을 붙이도록 하라.”

곽위가 명령을 내렸다.

시진국은 불만이었으나 시영이 쏘아보자 입을 다물었다. 연회장 곳곳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너는 나서지 마라.”

시영이 동생 시진국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형님, 죽 쒀서 개줄 필요가 있습니까?”

시진국은 조광윤에게 불만이었다. 목숨을 걸고 싸워서 이겼는데 권력을 되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닥쳐!”

“황자가 죽으면 되지 않습니까?”

시진국이 낮게 말했다. 비밀리에 황자를 암살하겠다는 말이다.


시영이 조광윤을 힐끗 살폈다.

조광윤은 동생인 조광의와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광윤에게 들키지 마라.”

시영이 눈을 빛내면서 낮게 소곤거렸다.

“알겠습니다.”

시진국이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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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1 24.03.26 138 2 11쪽
23 23화 만두가게 서생(4) 24.03.26 142 2 12쪽
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24.03.26 144 2 12쪽
21 21화 만두가게 서생(2) 24.03.26 144 2 12쪽
20 20화 만두가게 서생(1) +1 24.03.25 152 2 12쪽
19 19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4) 24.03.25 153 1 11쪽
18 18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3) 24.03.25 145 2 12쪽
17 17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2) +1 24.03.25 155 2 12쪽
16 16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1) 24.03.24 159 2 11쪽
15 15화 거지황자(6) 24.03.24 159 2 13쪽
14 14화 거지황자(5) 24.03.24 148 2 11쪽
13 13화 거지황자(4) 24.03.24 149 2 13쪽
12 12화 거지황자(3) 24.03.23 153 2 13쪽
11 11화 거지황자(2) 24.03.23 147 2 12쪽
10 10화 거지황자(1) 24.03.23 165 2 11쪽
9 9화 황제의 아들(7) 24.03.23 176 2 13쪽
» 8화 황제의 아들(6) 24.03.22 180 2 12쪽
7 7화 황제의 아들(5) +1 24.03.22 187 1 12쪽
6 6화 황제의 아들(4) +1 24.03.22 195 2 12쪽
5 5화 황제의 아들(3) 24.03.22 205 2 11쪽
4 4화 황제의 아들(2) +1 24.03.21 255 2 12쪽
3 3화 황제의 아들(1) +2 24.03.21 363 3 12쪽
2 2화 서장(序章)(2) +1 24.03.21 412 4 14쪽
1 1화 서장(序章)(1) +3 24.03.21 55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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