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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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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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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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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1,161

작성
24.03.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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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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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27화 묵가의 제자(2)

DUMMY

완아의 얼굴이 벌써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으셨네요.”

용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완아에 대한 이야기에 여자들은 안타까워했다.

세옥이 이재민과 걸인들을 구휼하자 여자들은 자신들의 몫도 보태었다.

세옥은 그것을 이타행(利他行)이라고 불렀다.

“가게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없습니까?”

“우리가 좋은 일을 하는 걸 알아서 주위 사람들이 건달들이 행패를 부리지 못하게 해요.”

“다행이군요.”

세옥은 천천히 차를 마셨다.


그때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지붕위를 달려오다가 거리로 뛰어내리는 것이 보였다.

군사들이 호각을 불면서 여기저기서 달려왔다.

세옥은 긴장하여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흡혈마도(吸血魔刀) 적운(赤雲)이예요. 낙양 일대에서 살인을 밥 먹듯이 하고 있어요.”

용월이 몸을 떨면서 말했다.

“왜 살인을 하는 거요?”

“무공을 연마하다가 주화입마에 걸렸대요. 발작할 때마다 사람을 죽인대요.”

용월이 세옥에게 바짝 몸을 기대왔다.

난초와 지초도 두려움에 떨면서 세옥에게 바짝 매달렸다.


주화입마······.


서악교의 얼굴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서악교도 주화입마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주화입마를 생각하자 가슴이 타는 것 같았다.

“살인마다!”

흡혈마도 적운이 나타나자 거리를 오가던 군중들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죽여라!”

군사들이 흡혈마도 적운을 둘러싸고 일제히 공격을 했다. 그러나 적운은 군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가공할 무공의 소유자였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군사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에구 어떻게 해?”

용월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

세옥이 다급하게 말했다.

“서방님도 들어가요.”

난초와 지초가 말했다.

“어서 들어가!”

세옥이 재촉했다.

용월이 난초와 지초를 데리고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세옥은 소매에서 당문의 독침을 꺼냈다.

당문에 독침을 만들어주면서 몇 개 챙겼었다. 이번에 여행을 떠나면서 가지고 왔다.


독침은 두 종류였다.

피리와 같은 대롱에 장착하여 입으로 부는 것과 손으로 표창처럼 던지는 것이다.

둘 다 내력이 있어야 하지만 입으로 부는 대롱의 독침은 가까이 있는 적에게는 내력이 없어도 가능하다.

“악!”

“으악!”

군사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거리가 금세 텅 비었다. 조용한 거리에서 피냄새만 왈칵 풍겨왔다.

“서방님.”

난초가 문을 열고 세옥을 불렀다.

빨리 피하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그때 적운이 만두가게의 2층 난간에 있는 세옥을 발견하고 신형을 날리기 시작했다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세옥은 작은 피리를 입에 물었다.

바늘보다 더 작은 은침.

은침에는 맹독이 묻어 있었다.

흡혈마도 적운이 세옥을 향해 날아왔다.

세옥은 바짝 긴장했다.

혈도마제의 기세가 무서웠다.

세옥이 입에 물고 있던 피리를 불었다.


픽--.


은침이 소리도 없이 적운을 향해 날아가 가슴팍에 박혔다.


“읍.”


적운이 흠칫했다. 그는 검을 휘둘렀으나 제대로 내력을 주입시키지 못했다.

그는 곤두박질을 쳤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에 휘두른 검에 내력이 실리지 못했어도 세옥의 팔을 베었다.

“윽!”

세옥은 얼굴을 찡그렸다.

왼쪽 팔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피하지 않았으면 목이 베어졌을지 모른다.

세옥은 소름이 쫙 돋았다.


팔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적운은 길바닥에 처박혀 움직이지 못했다.

“서방님.”

여자들이 몰려왔다.

“마차에서 내 약품 상자를 가지고 와.”

세옥은 여자들에게 지시하고 눈을 감았다.


용월이 자신의 치맛자락을 찢어 피가 흐르는 상처에 감았다.

다른 여자들은 발을 굴렀다.

세옥은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았다.

등옥이 마차에서 약품 상자를 가지고 왔다.

세옥은 스스로 팔에 금창약을 바르고 헝겊을 감았다.

용월이 침착하게 옆에서 거들었다.

“살인마가 죽었나봐요.”

“서방님이 살인마를 죽였어요?”

지초가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세옥은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적운은 거리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몰려오고 있었다.

목란과 작약도 난간으로 나왔다.

“서방님.”

지초가 재촉했다. 군중들이 하나둘씩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서생이다. 내가 어떻게 죽이겠어?”

자신이 독침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럼 왜 죽었지?”

“내가 의술을 좀 아는데 내력을 무리하게 사용하여 죽었을 것이다.”

세옥은 시치미를 뗐다.

여자들이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수군거렸다. 거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몰려오고 있었다.

“누가 물 좀 갖다 줘.”

세옥이 말했다.

“제가 가지고 올게요.”

작약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내려가 보자.”

난초와 지초가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작약이 물을 가지고 왔다. 세옥은 환단을 한 알을 먹고 물을 마셨다.

“아프지 않으세요?”

등옥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아.”

세옥은 거리의 동정을 살폈다.

혈도마제가 나타났으니 무림인들도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다. 그들은 누구에게 혈도마제가 죽임을 당했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죽었다.”

“혈도마제가 죽었다.”

군중들이 환호했다.

낙양 일대에서 함부로 살인을 저질러 공포에 떨게 했던 혈도마제였다. 그가 죽었기 때문에 군중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세옥은 잠이 오지 않았다.

자신이 좋든 싫든 무림인들과 엮이고 있어서 불안했다.

“서방님.”

작약이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왔다.

“왔어?”

세옥이 부드럽게 말했다.

작약이 옆에 앉아서 미적거리고 옷을 벗더니 침상으로 올라왔다.

“호호. 우리 서방님 옷도 안 벗으셨네.”

작약이 속삭이면서 입술을 얹어왔다. 세옥은 작약의 등을 부드럽게 안았다.

“작약이는 내가 좋아?”

“네. 좋아요.”

“내가 왜 좋아? 나는 권력도 없는데······.”

“그런 건 상관없어요.”

“게다가 바람둥이고······.”

“호호. 바람둥인 건 아시네.”

“잘 생긴 것도 아니고··· 내가 미공자도 아니잖아?”

“미공자는 맞아요. 서방님은 임풍옥수예요.”

“헐!”

세옥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작약이 세옥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임풍옥수(臨風玉樹)는 당나라 최종지라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최종지가 푸른 하늘을 보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여 시성 두보가 <음주팔선가>라는 시에서 다루었다.


종지는 아름다운 미소년인데

잔 들고 눈 흘기며 푸른 하늘을 보는 모습이

바람에 나부끼는 수양버들 같구나.


이때부터 후세의 사람들이 미소년을 일컬어 임풍옥수라고 불렀다.

“서방님은 여자를 끌어당기는 무언가를 가지고 계세요.”

“그게 뭐야?”

“몰라요.”

작약이 세옥에게 입술을 포갰다.

세옥은 문득 팔백초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뇌리를 후려쳐 왔다.


*


날이 밝았다.

세옥은 난초와 지초를 데리고 진박을 찾아갈 준비를 했다. 그때 등옥이 따라 나서려고 했다.

용월은 장사 준비를 하다가 바구니를 들고 나왔다.

“진 노인의 집에 가려면 조방촌을 지나야 돼요.”

용월이 말했다.

“조방촌?”

“강에서 물건을 날라주는 노동자들이에요. 아주 가난하게 살고 있어요.”

조방인들은 일종의 부두노동자들인 셈이다.

“사람들이 사나운가?”

“도둑질도 하고 살인도 하는데 우리들한테는 잘해요. 우리가 가끔 조방촌 노인과 아이들에게 만두를 갖다가 주거든요.”

“덕을 베풀었군.”

세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난초와 지초가 가까이 왔다.

“서방님이 항상 노인과 아이들··· 병자를 돌보라고 하셨잖아요? 우리는 서방님 말씀을 하늘처럼 받들고 있어요.”

난초가 눈웃음을 쳤다. 난초도 세옥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다.


용월이 만두가 담겨 있는 바구니 세 개를 주었다.

“두 개는 조방 사람에게 주고 한 개는 진 노인에게 주세요.”

“고마워요.”

세옥은 난초와 지초를 데리고 마차에 탔다.

등옥이 마치를 몰기 시작했다.


강가까지는 거의 한 시진이 걸렸다.

조방촌을 지나야 했는데 사람들을 본 세옥은 눈살부터 찌푸렸다.

조방촌은 거지 소굴이나 다를 바 없었다.

집들은 움막이었고 사람들은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더러웠다.


마차가 오자 사람들이 몰려나와 맞이했다.

난초와 지초가 아이들과 노인들에게 만두를 나누어 주었다.

“항상 이렇게 먹을 것을 주시니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인사를 했다.

“음식이 너무 부족하군요. 사람들이 모두 굶주리고 있는 거 아닙니까?”

세옥이 말했다. 조방촌 사람들을 보자 완아와 함께 동냥을 하던 일이 떠올랐다.

“아유 이렇게 아이들과 노인들에게 음식을 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합니다. 그런데 누구신지?”

“우리 서방님이에요.”

난초와 지초가 똑같이 말했다.

“아유, 보살님이군요. 고맙습니다.”

노인이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세옥은 조방촌을 지나 강가로 갔다.

강가에 노인이 앉아서 대나무바구니를 엮고 있었다. 그는 진박의 벗인 동해어옹 손기량이었다. 그의 뒤에는 대나무로 얼기설기 지어놓은 집이 한 채 있었다.

“어르신.”

세옥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손기량이 세옥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무슨 일인가?”

손기량이 바구니를 엮으면서 물었다.

“진박 어르신은 안 계십니까?”

“며칠 전에 떠났네.”

“어디로 가셨습니까?”

“화산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네.”

세옥은 아쉬웠다. 문득 손기량의 옆에 있는 서책이 눈에 들어왔다.

“묵자를 읽으시는군요.”

“그대도 묵자를 읽나?”

“예.”

“어찌 유가(儒家)를 읽지 않고?”

유가는 공자의 책을 의미한다. 많은 선비들이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었다.

“지나치게 예(禮}에 얽매어 있는 듯합니다.”

“묵자는?”

“겸애하고 있지 않습니까? 실천이 빠지기는 했지만······.”

“흠.”

손기량이 신음을 삼켰다. 실천이 빠졌다는 말에 실망하고 있다.

“묵자를 더 공부해야겠군.”

“예.”

“술도 가져왔나?”

“예.”

“그럼 한 잔 마시지. 앉게.”

손기량이 눈으로 옆자리를 가리켰다.

세옥이 옆에 앉자 여자들이 재빨리 바구니에서 음식을 꺼내 차렸다. 세옥이 술을 따랐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

손기량이 술잔을 들고 물었다.

“이세옥이라고 합니다.”

세옥은 손기량의 잔을 부딪치고 한 모금을 마셨다.


손기량은 눈빛이 그윽했다. 그가 많은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나를 어찌 찾아온 것인가?”

손기량이 술잔을 기울였다.

“혹시 <기이전>을 읽으셨습니까?”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 아닌가?”

세옥이 찾아온 까닭이 궁금했다.

“제가 사는 마을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혹시 당가촌인가?”

손기량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손기량도 최근에 당가촌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아십니까?”

“당가촌에 천문강이 있고 천문강에 용이 산다는 전설이 있지. 당가촌에 피바람이 불겠군.”

“전설이야 어느 마을에나 있지 않습니까?”

“용은 내단이 있어. <무림풍성>에 의하면 용의 내단을 취하는 사람은 이갑자의 내력을 얻는다더군.”

소문이 퍼지면 무림은 발칵 뒤집힐 것이다.



무림에 기연이나 영약은 많았으나 이와 같은 영약은 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무림풍성이 무엇입니까?”

“무림비사를 다룬 책이야.”

“혹시 구해 볼 수 있습니까?”

“나도 그 책이 어디 있는지 모르네. 옛날에 한 번 얼핏 보았을 뿐이야.”

손기량이 무림풍성을 본 것은 젊었을 때였다.

“피바람이 분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무림인들이 그냥 있겠나? 이갑자의 내력을 얻는 것인데.”

이갑자의 내력이면 단숨에 무림 절대고수의 반열에 오른다.

내단을 취하면 피도 영약이 되니 목숨 걸고 쟁취하려고 할 것이다.

무림인들이 당가촌에서 피바람을 일으키는 싸움을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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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용과 싸우다(2) 24.03.30 165 2 11쪽
31 31화 용과 싸우다(1) 24.03.29 170 2 11쪽
30 30화 묵가의 제자(5) 24.03.28 167 2 12쪽
29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166 2 12쪽
28 28화 묵가의 제자(3) 24.03.27 173 2 12쪽
» 27화 묵가의 제자(2) 24.03.27 198 2 12쪽
26 26화 묵가의 제자(1) 24.03.27 20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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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1 24.03.26 18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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