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17,559
추천수 :
112
글자수 :
591,161

작성
24.03.26 10:00
조회
181
추천
2
글자
12쪽

21화 만두가게 서생(2)

DUMMY

서악교는 눈을 감았다.

다른 남자가 치료를 하는 것보다 세옥이 치료하는 것이 낫다.

의술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세옥이 서악교의 상처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에유··· 칼로 난도질을 당했네. 여자가 몸을 아끼지 않고··· 쯧쯧······.”

세옥이 약을 바르면서 혀를 찼다. 그녀의 몸 곳곳에 약을 바른다.

“개소리 마라.”

서악교는 눈을 치뜨고 세옥을 노려보았다. 세옥이 그녀의 왼쪽 가슴을 만지면서 약을 바르고 있다.

서악교는 울상이 되었다.


‘젠장 이게 무슨 꼴이야?’


서악교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시집을 가려면 몸을 아껴야지.”

세옥이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었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흉터가 남을지도 몰라. 예쁜 몸인데.”

서악교는 세옥이 떠들어대는 소리에 헛웃음이 나왔다. 놈의 헛소리에 상처의 통증을 잊을 수 있었다.

“흉터가 남지는 않을 거야. 만약에 흉터가 남아도 걱정하지는 마. 나한테 시집오면 되니까······.”

세옥이 깔깔대고 웃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서악교가 짜증을 부렸다.

‘내가 아무리 남자가 없어도 너랑 살겠냐? 어쩌다가 이놈이 이렇게 느끼해진 거야?’

세옥은 오랜 시간이 걸려 그녀의 몸에 약을 발랐다.

약을 바른 뒤에는 가벼운 천을 덮어주고 주방에 가서 탕약을 끓이기 시작했다.


상처가 깊었기 때문일까.

서악교는 몸을 덜덜 떨 정도로 오한이 왔다.

서악교는 끙끙 앓기 시작했다.

한 시진이 지나고 두 시진이 지났다.

세옥이 탕약을 가지고 왔다.

“이건 무슨 약이냐?”

서악교가 세옥에게 물었다.

약이 까맣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 내가 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조제했어.”

세옥이 탕약을 손수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주었다.

약은 약간 달면서도 썼다.

서악교는 약을 먹고 몸을 떨다가 잠이 들었다.


서악교가 한참을 자는데 몸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세옥이 옆에 앉아서 땀을 닦아주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세옥의 약을 먹자 오한도 가라앉고 통증도 사라졌다.

‘이놈의 의술이 신통하네.’

서악교는 세옥에게 감탄했다.

세옥은 옆에 앉아서 잠이 들어 있었다.

그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세옥이 어느덧 어린 아이에서 소년으로 성장해 있었다.


세옥은 매일 같이 정성스럽게 서악교를 치료했다.

젖은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닦고 약을 발랐다.

서악교는 처음에 수치스러웠으나 나중에는 간지럽다고 깔깔대고 웃고 장난까지 하게 되었다.

거지가 되어 가게 앞 계단에 쓰러져 있던 세옥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던 서악교였다.

세옥이 그녀의 몸을 닦아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놈도 몇 해만 지나면 어른이 되겠지.


지금은 자신의 나신을 본다고 해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남자 놈이라 기분도 이상하고.

“이건 뭐냐?”

세옥이 죽을 끓여서 가지고 오자 서악교가 물었다.

“장어죽이요. 상처가 아물려면 원기를 회복해야 하는데 장어가 제일 좋아요.”

“네가 잡았어?”

“어부들에게 샀어요.”

서악교는 장어죽을 떠먹기 시작했다. 장어죽은 맛이 좋았다.

‘요리를 나보다 잘하네.’

서악교는 세옥의 요리솜씨에 탄복했다.

세옥은 그녀의 몸에 약을 새로 바를 때마다 따뜻한 물로 깨끗하게 씻었다.


서악교의 몸은 한 달이 되자 말끔하게 나았다.

몸의 상처도 흉터 하나 없이 아물었다.

세옥의 의술이 어른들 못지않았다.

“옥아, 나 출타했다가 돌아올게.”

서악교가 출타를 하면서 세옥에게 말했다.

이제는 거지새끼라고 부르지 않았다.


서악교는 만두가게를 나오자 신투 모구팔을 찾기 시작했다.

모구팔에게 보장도가 있다는 소문이 무림에 은밀하게 나돌고 있었다.

소문은 보장도에 절세의 무공비급과 나라를 세울 정도의 보물이 숨겨진 지도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장도를 내가 반드시 손에 넣을 거야.’

서악교는 입술을 깨물었다.

보장도의 무공비급으로 천하제일 고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보장도에 대한 소문을 들은 뒤부터 그녀의 삶은 오로지 보장도를 추적하는 것이었다.

당가촌에 만두가게를 연 것도 모구팔이 사천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


모구팔은 지붕위에 납작 엎드렸다.

갓을 쓴 여자 하나가 아침부터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저 계집 때문에 집으로 가지도 못하겠네.’

여자가 그를 공격하지 않는 것은 집을 알기 위해서다.

여자는 집요하게 모구팔의 뒤만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여자를 공격할 수도 없었다.

그를 계속 미행하는 것은 여자의 경공이 명색이 신투라고 불리는 모구팔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망할놈의 계집.’


모구팔은 지붕위를 날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든지 여자의 미행을 따돌려야 했다.

모구팔은 고양이처럼 지붕을 달렸다.


비가 오려는 것일까.


하늘은 별빛 하나 없이 캄캄한데 바람까지 음산하게 불고 있었다.

‘저기는 개방 분타······.’

낡은 폐가였다.


개방의 거지들은 해진 옷을 입고 음식을 얻어먹는다.

잠도 추녀 밑이나 빈집에서 잔다.

모구팔이 개방 분타의 마당으로 날아내렸다.

그는 담벼락에 바짝 붙어섰다.

은신술은 무림에서 1인자라고 불린다.


여자가 폐가의 지붕으로 날아왔다.

모구팔을 찾느라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바람에 치맛자락이 표표히 날리고 있었다.

‘내가 너에게 잡히면 신투가 아니지. 헐헐······.’

모구팔은 돌멩이 하나를 주워 방문으로 던졌다.


퍽!


폐가의 방문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지붕위의 여자가 흠칫했다.

“누구냐?”

폐가의 방에서 잠을 자던 거지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모구팔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지붕위다!”

“잡아라!”

거지들이 지붕위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들은 얼추 10여명이나 되었다.


서악교는 깜짝 놀라 어둠 속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굳이 개방의 거지들과 싸울 필요가 없었다.

‘후후······.’

모구팔이 속으로 웃었다. 그의 계략이 성공했다. 강호에서는 임기웅변도 잘해야 한다.

“계집이 사라졌네.”

“좀도둑인 것 같아.”

“좀도둑이 뭣하러 거지들의 소굴에 침입해?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게 거지들인데 뭘 훔치러 온 거야?”

거지들이 투덜거리면서 돌아왔다. 그들은 집안을 살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개방의 고수들은 분타에 없는 것 같았다.


모구팔은 그들이 방으로 들어가자 폐가를 나왔다.

그는 뒤를 경계하면서 빠르게 신형을 날렸다.


후드득.


빗방울이 추적대기 시작했다.

모구팔은 한참을 달려 강가에 있는 대나무집에 이르렀다. 대나무집에 불이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자 손녀딸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

손녀딸이 반색을 했다.

손녀딸은 이제 겨우 여덟 살이다. 아들 부부는 손녀딸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어 그가 지금까지 키워왔다.

“아직 안 자고 있었느냐?”

잠을 자지 않고 기다리는 손녀딸을 보자 측은했다.

“할아버지가 돌아오시지 않았는데 어떻게 자요?”

손녀딸이 생글거리고 웃었다.

귀엽다.

눈에 넣어도 아파지 않을 것 같다.

“미안하구나. 이거 먹어라.”

모구팔이 손녀딸 앞에 보자기를 내려놓았다. 보자기에 구운 닭이 들어 있었다.

“할아버지도 드세요.”

“나는 먹었다. 어서 먹어라.”

모구팔은 벽에 기대어 호리병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열어놓은 문으로 검푸르게 흘러가는 강물이 보였다.

“할아버지.”

“응?”

“만두가 먹고 싶어요.”

손녀딸이 배시시 웃었다.


손녀딸의 얼굴을 본 모구팔은 가슴이 저렸다.

손녀딸은 시름시름 앓고 있어서 얼굴이 창백했다. 의원들이 병을 치료하지 못했다.

“내일 사다가 주마.”

모구팔은 눈을 감았다.

손녀딸을 데리고 강호를 유랑한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쏴아아아.


빗소리가 굵어졌다.

추적대던 빗방울이 소나기로 바뀌고 있었다.

모구팔은 그림 한 장을 앞에 놓고 정신을 집중했다.


보장도(寶藏圖).


사람들이 보물지도라고 부르는 그림이다.

양피지의 보장도는 선이 무수하게 그려져 있다.

‘이건 미로도가 아닌가?’

모구팔은 그림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다가 재빨리 시선을 떼었다. 보장도에서 무서운 반탄강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반탄강기에 심장을 다칠 수도 있다.


미로도(迷路圖).


끝이 알 수없는 길이다.

사문(死門)은 있어도 생문(生門)이 없다.

‘사람 잡는 그림이네. 잘못하면 주화입마에 걸리겠구나.’

모구팔은 미로도에서 재빨리 시선을 거두었다.

들어가는 길은 많아도 나오는 길이 없다.


*


비가 내리고 있었다.

며칠 동안 출타했던 서악교가 돌아와 자고 있었다.

세옥은 아침부터 만두를 빚고 있었다.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으나 낮에 팔 만두를 빚었다.


가게에 점점 손님이 많아지고 있어서 일이 바빠졌다.

만두 때문에 당문에도 가지 못하게 되었다.

당문의 제자가 아니니 굳이 갈 필요는 없었다.


‘점원을 채용해야 하는데······.’


서악교가 반대하고 있었다.

서악교는 돈을 버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가게가 번창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을 싫어했다.

“뭘하고 있어?”

서악교가 부엌으로 나오면서 물었다. 머리가 부스스 했다.

“이모, 일어났어요?”

세옥이 활짝 웃었다. 머리가 헝클어져 있어도 서악교는 미인이다.

“그래. 무슨 만두를 이렇게 많이 빚냐?”

서악교가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가게가 잘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빚어도 모자라요. 요즘 손님이 밀려오고 있어요.”

“적당히 해라. 누가 돈을 벌라고 했어?”

서악교가 부엌에서 나갔다.

“씻고 계세요. 아침 차려 드릴게요.”

세옥은 장어죽을 끓여 서악교에게 가지고 갔다.

“너는?”

“나는 만두를 먹었어요.”

서악교가 장어죽을 떠먹기 시작했다.

맛이 좋다.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나한테 온지 몇 해나 되었지?


세옥은 어느덧 홍안의 소년이 되었다. 그러나 서악교에게는 여전히 가게 앞에 쓰러져 있던 어린 소년일 뿐이었다.

서악교는 세옥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눈이 마주치면 이상하게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나는 오늘 또 일하러 나간다.”

“하루도 쉬지 않네.”

세옥이 앞에 앉아서 서악교가 장어죽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뭘 보냐?”

세옥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께에 머물러 있다.


이 자식이······.


서악교가 눈을 흘겼다. 그의 시선이 가슴에 머물면 마치 가슴을 만지는 것 같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이모, 맛이 어때요?”

세옥이 시선을 수습하면서 어색하게 물었다.

“그저 그렇다.”

서악교는 맛있다는 말 대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세옥에게 정이 가는 것을 스스로 차단했다.


서악교가 가게를 떠날 준비를 했다.

세옥은 그녀의 어깨에 피풍(皮風, 망토)을 둘러주고 삿갓을 건네주었다.

서악교가 삿갓을 머리에 썼다.

“간다.”

“이것도 챙기세요.”

“뭐냐?”

“금창약, 해독제··· 그리고 건량이요.”

세옥이 작은 보따리를 서악교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이놈이 왜 사람을 짠하게 만드는 거야?’


서악교는 세옥의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다.

“어디로 가세요?”

“산동 임치··· 몇 달 걸릴 거다.”

서악교가 가게를 떠났다.

“조심하세요.”

세옥은 문앞에서 서악교가 점점 멀어지는 길을 바라보았다. 서악교는 빗속에서 말을 타고 멀어져 가고 있다.

‘아무리 무림인이라고 해도 빗속에서 길을 떠나다니······.’

세옥은 무림인의 삶이 쓸쓸해 보였다.


세옥은 서악교가 보이지 않자 몸을 돌렸다.

‘어?’

세옥은 깜짝 놀랐다. 어디로 들어왔는지 염소수염의 노인이 식탁에 앉아 히죽 웃고 있었다. 이빨이 누렇고 꾀죄죄하다.

“어디로 들어왔어요?”

“나는 어디든지 들어갈 수 있다.”

“그럼 왜 왔는데요?”

“만두가게에 무엇하러 왔겠냐?”

“아직 영업 시작하지 않았어요.”

“빨리 삶아라.”

염소수염 노인이 칼을 식탁 위에 놓았다. 그는 신투 모구팔이었다. 그러나 세옥은 노인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해씨세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163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155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165 2 12쪽
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168 2 13쪽
46 46화 현무도원(1) 24.04.13 181 2 13쪽
45 45화 용의 내단(5) 24.04.12 184 2 12쪽
44 44화 용의 내단(4) 24.04.11 166 2 11쪽
43 43화 용의 내단(3) 24.04.10 172 2 12쪽
42 42화 용의 내단(2) 24.04.09 174 2 12쪽
41 41화 용의 내단(1) +1 24.04.08 183 2 12쪽
40 40화 무림맹주(5) 24.04.07 167 2 11쪽
39 39화 무림맹주(4) 24.04.06 170 2 11쪽
38 38화 무림맹주(3) 24.04.05 170 2 11쪽
37 37화 무림맹주(2) 24.04.04 172 2 11쪽
36 36화 무림맹주(1) 24.04.03 172 2 13쪽
35 35화 용과 싸우다(5) 24.04.02 169 2 11쪽
34 34화 용과 싸우다(4) 24.04.01 169 2 11쪽
33 33화 용과 싸우다(3) +1 24.03.31 161 2 12쪽
32 32화 용과 싸우다(2) 24.03.30 166 2 11쪽
31 31화 용과 싸우다(1) 24.03.29 170 2 11쪽
30 30화 묵가의 제자(5) 24.03.28 167 2 12쪽
29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166 2 12쪽
28 28화 묵가의 제자(3) 24.03.27 173 2 12쪽
27 27화 묵가의 제자(2) 24.03.27 198 2 12쪽
26 26화 묵가의 제자(1) 24.03.27 206 2 12쪽
25 25화 만두가게 서생(6) 24.03.27 195 2 12쪽
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1 24.03.26 182 2 11쪽
23 23화 만두가게 서생(4) 24.03.26 184 2 12쪽
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24.03.26 179 2 12쪽
» 21화 만두가게 서생(2) 24.03.26 182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