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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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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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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1,161

작성
24.03.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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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6화 묵가의 제자(1)

DUMMY

유부인이 한 겹 한 겹 옷을 벗기 시작했다.

세옥은 그녀와 사랑을 나눌 때마다 긴장했다.

사방은 어두웠고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윤곽은 희끄무레하게 드러나 있었다.

어둠속에서 유부인의 희고 매끄러운 몸이 드러났다.

우윳빛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세옥은 유부인에게 감탄했다. 기품있는 가문에서 세상에 버려진 여인이다. 그녀가 중년에 이르러 자신과 사랑을 나누는 일이 기이했다.

전 왕조에서 벼슬을 하던 사내의 부인이었다. 반란이 일어나자 남편은 죽고 아이들은 노예로 끌려갔다가 각각 다른 집에 팔렸다.

유부인은 몇 달 동안 노비 노릇을 하다가 탈출하여 수백리를 도망쳤다.


걸인이 되어 온갖 고생을 하다가 세옥의 구출을 받은 것이다.

“상공······.”

유부인이 세옥의 앞에 와서 앉았다. 서방님이라는 말 대신 상공이라고 부르고 있다.

“부인······.”

세옥은 살며시 유부인을 포옹했다.

유부인이 다소곳이 안겨왔다.

언제나 그랬다.

자신은 이미 더럽혀진 몸이고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이름은 말해 주지 않았다.

유씨라는 성도 세옥이 지어주었다. 세옥의 원래 성인 유씨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세옥은 입술을 포개고 그녀를 눕혔다. 그녀의 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겁다.

“상공.”

세옥이 엎드리자 유부인이 낮게 소곤거렸다.

어느 사이에 살과 살이 밀착되었다.

세옥이 가슴이 둥글게 솟아오른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응?”

세옥이 입을 맞추고 물었다.

“이러다가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요?”

“나는··· 나는 아이를 낳을 수가 없소.”

“무슨 말씀이에요?”

“오래 전에 약을 잘못 먹었소. 그 약은 남자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약이라고 했소.”

유부인이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놀란 듯 훅 하고 숨을 들이켰다.


서악교가 팔백초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세옥과 사랑을 나눈 여인들이 잉태를 하지 못했다.

“상공 괴로우세요?”

“아니요.”

“후손을 잇지 못하는데······.”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소. 부인은 어떻소?”

어지러운 세상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는 버려진 아이들도 많다.

“상공이 거두어주어 편안하게 살고 있어요.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을게요.”

“은혜는 무슨··· 서로 편하면 되지 않소.”

유부인이 세옥을 바짝 끌어안았다.

“상공은 귀한 집안의 자제죠?”

“모두 과거의 일이오.”

“어떤 신분이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유부인은 세옥의 신분을 궁금해 했다. 세옥은 자신이 전 왕조의 황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나의 신분이 무엇이 중요하오?”

“상공은 묵자(墨子)의 제자예요?”

“묵자?”

“묵자께서 겸애(兼愛)를 말씀하셨잖아요?”

세옥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유부인이 묵자를 알다니!


겸애는 나와 타인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사랑하여 태평성대를 열자는 사상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유가(儒家) 사상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이다.

세옥은 유부인이 묵자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묵가는 최근에 학문만이 아니라 무도 숭상하고 있다. 학문을 공부하는 일이 아니라 무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파벌을 만들고 있었다.

“묵자를 읽었소?”

“어깨 너머로 읽었습니다. 상공도 읽으셨죠?”

“그렇소.”

묵자는 세옥의 마차에도 있었다. 마차에 몇 권의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항상 손에서 놓지 않았다.

“상공을 알게 되어 행복해요.”

“나도 부인이 있어서 좋소.”

세옥은 유부인과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꼈다.


세옥은 유부인과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몇 번이나 숨이 넘어갈 듯한 절정에 이르렀고, 이를 악물고 참으려고 하던 유부인이 소리를 지르기까지 했다.

그리고 온 몸을 흥건하게 적시는 땀······.

거친 숨소리······.

“아아 상공.”

유부인이 기꺼워하면서 세옥을 바짝 끌어안았다.


*


마차가 만두가게를 떠나 관도를 갈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으나 빗줄기가 굵지는 않았다.

오전에도 마차를 달리고, 오후에도 마차를 달렸다.

세옥은 <기이전>을 보다가 마차의 문을 살짝 열었다.

비 내리는 들판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마차를 몰고 있는 것은 등옥이다.


마차의 앞문을 열었기 때문에 등옥의 뒷모습만 보였다.

등옥은 피풍을 두르고 삿갓까지 쓰고 있다.


후후. 등옥이 고생 많네.


세옥은 등옥에게 미안했다.

등옥은 마차를 몰고. 세옥은 마차 안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물론 교대로 마차를 몰 생각이다.

“등옥아, 비가 더 올 것 같지 않아?”

세옥이 책을 내려놓고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모르겠어요.”

“적당한 곳에서 쉬어 가자. 날도 저물고 있으니.”

“넵.”

등옥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히루종일 마차를 달렸는데 불평을 하지 않고 있다. 마차를 모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비까지 오고 있으니.

“마부노릇은 할 만 하냐?”

세옥은 <기이전>을 덮었다.

“넵.”

마차는 비 때문에 느리게 달리고 있었다.


등옥이 마차를 세운 곳은 들판에 있는 폐가였다.

사방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마차를 세우고 말도 비를 맞지 않게 헛간에 매었다.

집안에 있는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불을 피웠다.

세옥은 등옥과 나란히 앉아 불을 쬐었다.

저녁은 건량으로 먹었다.

“피곤하지는 않아? 하루종일 마차를 몰았으니······.”

“호호. 서방님을 모시니까 기분이 좋은걸요.”

“내가 뭐라고······.”

“서방님이 우리에게 행복을 주고 계세요.”

“낯간지러운 소리······.”

“서방님, 입을 맞춰요.”

“엥?”

“싫어요?”

등옥이 애교를 부렸다.

세옥은 웃음을 터트리고 등옥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등옥이 세옥의 목에 두 팔을 감고 무릎에 올라와 앉았다.


*


낙양까지 닷새가 걸렸다.

낙양에는 세옥의 만두가게 지점 낙수교점이 있다.

낙수교점의 이름은 낙양을 관통하는 강에서 이름을 따왔다.


낙수교점은 황하로 연결되는 운하의 옆에 있다.

만두와 음식을 먹으면서 아름다운 운하와 멀리 시내의 고색창연한 집들을 볼 수 있다.

낙양은 여러 나라의 도읍이었기 때문에 수백 년 된 고루거각들이 많았다.

낙수교점에는 모두 다섯명의 여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도시가 커서 인구가 많다.

그 여자들도 세옥의 부인으로 관청에 등록되어 있다. 목란만이 딸로 등록되어 있다.

“서방님.”

“의부님.”

낙수교점으로 세옥이 들어서자 용월과 목란이 반색을 하고 맞이했다. 목란은 세옥을 의부로 부른다.

용월은 40대로 한림원학사 해준의 집에서 유모를 했다.

목란은 해준의 딸이다.


세옥은 목란을 볼 때마다 가슴으로 찬바람이 불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목란은 세옥과 친척이 되는 셈이다.

용월과 목란이 노예로 팔려다니는 것을 세옥이 수소문하여 사왔다.

해준은 어머니 해귀비와 인척이 된다는 이유로 일가가 몰살을 당했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비극이다.


세옥은 목란을 볼 때마다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겨우 18세다.

주방과 가게에서 일을 하던 여자들이 모두 달려와 세옥에게 인사를 했다.


‘쳇! 여기는 부인이 넷이나 있으니······.’


등옥은 씁쓸했다. 이곳의 여자들도 모두 세옥의 부인이다.

세옥을 반가워할뿐 아니라 등옥도 반겨준다.

서로 묘한 친밀감을 갖고 있다.

여자들이 세옥의 부인인데, 신기할 정도로 시기와 질투도 하지 않는다.

가게도 크고 집도 넓어서 장원 같다.

등옥은 낙수교점이 마치 만두가게 본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서방님!”

“서방님 시장하시죠?”

똑같이 생긴 두 여자가 생글거리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그녀들은 쌍둥이로 이름은 난초와 지초다.

나이는 25세다.

기생 출신이라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춘다.

애교도 유난히 많다.

“이리와 앉아.”

세옥이 등옥에게 말했다. 등옥이 뻘춤하게 서 있자 배려를 한다.


등옥은 전에도 온 일이 있기 때문에 여자들이 낯이 익었다.

등옥은 여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세옥의 옆에 앉았다

작약이 국수를 삶아 왔다.

닭고기볶음도 있다.

작약은 20세로 말 수가 적었다. 농가 출신으로 도적들에게 잡혀가 밥하고 빨래를 하다가 탈출했다.

그래도 세옥을 보고 얼굴을 붉힌다.

“서방님, 모처럼 오셨으니 술 마셔요.”

난초가 말했다.

용월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작약이 술을 내왔다.


세옥은 국수와 닭고기볶음을 먹으면서 술도 마셨다.

“이번에는 오실 때가 아닌데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용월이 국수를 먹으면서 물었다.

여자들이 세옥을 쳐다보았다.

“화산에 진 도인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혹시 들어본 일이 있습니까?”

세옥은 용월이 나이가 많기 때문에 정중하게 물었다. 그녀에게는 항상 존댓말을 했다.

“도인인지 몰라도 하얀 수염의 노인이 화산에 산다고는 해요.”

목란이 말했다.

“본 일이 있어?”

“아니요. 관상을 잘 본대요.”

목란이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본 일이 있어요.”

난초가 말했다.

세옥이 난초를 쳐다보았다. 난초와 지초는 쌍둥이라 헷갈릴 때가 많다.

“조광윤 장군과 잘 어울려요. 우리가 기루에 있을 때 같이 온 적이 있어요.”

지초도 말했다.

“조광윤이 이곳에 있나?”

세옥은 조광윤이라는 말에 긴장했다.

완아와 함께 대량성에서 태원으로 갈 때 조광윤의 군대를 만났었다. 조광윤의 동생 조광의는 세옥과 완아를 살려주었다.

조광윤의 명령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군대를 끌고 와 있어요.”

“진 도인이 요즘도 화산에 살고 있나?”

“아니에요. 요즘은 낙수 강가의 대나무숲에서 살아요. 우리 가게에 가끔 만두를 사러 오기는 해요.”

“그럼 강가에 살고 있다는 얘기네.”

진 도인이 낙양에 살고 있다면 굳이 화산에 갈 이유가 없다.


화산은 중국의 오악(五嶽) 중에 가장 험한 산으로 불린다.

원래 이름은 화악산인데 언제부터인지 화산으로 불리고 있었다.

도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네.”

“강 어디인지도 알겠어?”

진 도인의 이름은 진박이다.

“그건 모르겠어요.”

“어디인지 내가 알 것 같아요.”

난초가 말했다. 세옥이 난초를 쳐다보았다.

“그럼 내일 나하고 같이 가지.”

“관상 보시게요?”

난초의 말에 여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세옥도 웃었다.


세옥은 진박이 도가(道家)의 대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묵자에 대해 토론을 해보고 싶었다.

세옥은 묵자의 겸애사상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마치고 2층 난간의 다탁에 앉아서 낙양의 거리를 보고 있는데 용월이 차를 가지고 왔다.

낙양은 야경도 아름답다.

휘영청 밝은 달이 수많은 고루거각의 지붕을 비추고 있다.

낙양은 여러 나라의 도읍을 거쳤기 때문에 중원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도시다.

“서방님, 가게가 잘 되어서 금년에도 많은 돈을 벌게 될 것 같습니다.”

용월이 옆에 앉았다.


용월에게서 은은하게 지분냄새가 풍겼다.

“그대가 가게를 잘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오.”

“돈은 어디에 쓸 생각이에요?”

“내가 그대들에게 약속한 것처럼 절반은 그대들의 몫이오. 언제든지 가게를 떠날 때 가지고 가면 되오.”

“호호. 우리는 가게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소?”

“서방님이 좋은 남자예요.”

용월이 수줍은 듯이 웃었다.

“내가 무슨······.”

“서방님은 군자예요.”

“나는 그저 책 좋아하는 평범한 서생일 뿐이오.”

“호호······.”

용월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용월은 세옥이 해준을 찾아왔던 일을 모르고 있었다.

세옥이 황자라는 사실도 몰랐다.

“돈을 벌어 절반을 우리에게 나누어주시고 절반은 걸인들에게 나누어 주는데 왜 그런 일을 하시는 거예요?”

“어릴 때 내가 많이 굶었어요. 나와 같이 다니던 완아라는 소녀는 나에게 먹이기 위해 만두 두 개를 동냥해 오다가 눈 속에서 얼어 죽었어요.”

세옥은 완아를 생각하자 가슴이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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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묵가의 제자(5) 24.03.28 168 2 12쪽
29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167 2 12쪽
28 28화 묵가의 제자(3) 24.03.27 174 2 12쪽
27 27화 묵가의 제자(2) 24.03.27 198 2 12쪽
» 26화 묵가의 제자(1) 24.03.27 20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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