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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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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5.23 10:00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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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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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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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화 황제의 아들(5)

DUMMY

이충은 성 밖에 살고 있었다.

해준이 벗이라 찾아와 기루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반란군이 도성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하필 반란군이 일어났네.”

이충은 반란군과 마주치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황제가 장군들을 함부로 죽였으니 반란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지.”

해준이 당황하여 말했다. 장군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예정되어 있던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씨(劉氏) 왕조는 완전히 거덜이 났어.”

이충이 짤막하게 내뱉었다.

유씨들은 한고조 유방의 먼 일족이다.

이충은 거리로 시선을 보냈다. 멀리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


군사들이 빠르게 말을 달려 거리 저 편으로 멀어져갔다.

이충은 군사들이 사라지자 골목에서 나왔다.

거리는 행인들이 공포에 떨면서 분주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거리가 금세 텅텅 비었다.

해준과 이충은 걸음을 서둘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반란군과 마주치고 말았다.

“뭐냐?”

“이것들이 수상하다!”

한 떼의 군사들이 달려오다가 해준과 이충을 에워쌌다.


해준은 바짝 긴장했다. 반란군의 태도가 살벌했다.

“옷차림을 보니 귀족이구나. 죽여라!”

우두머리가 다짜고짜 명령을 내렸다.

반란군이 눈빛이 흉흉하여 칼과 창을 휘둘렀다.


군사들이 살인귀가 되었구나.


이충은 재빨리 반란군의 창을 피한 뒤에 검을 뽑았다.

해준은 문신이다. 그는 사색이 되어 이충의 뒤로 피했다.

이충은 바짝 긴장하여 반란군과 대치했다.


“죽어랏!”


반란군이 다짜고짜 이충을 향해 창을 찔러왔다.


“버러지 같은 놈들! 살육에 눈이 멀었구나!”


이충이 벼락을 치듯이 호통을 쳤다. 그와 함께 허공으로 솟아올라 검을 내리쳤다.


번쩍--.


그의 검이 허공에서 백광을 뿌렸다.


“악!”

“으악!”


반란군들이 피를 뿌리면서 나뒹굴었다.

이충은 순식간에 5, 6인의 반란군을 베어 쓰러트렸다. 반란군은 흥분해 있었다. 무공은 보잘 것이 없었다.

거리가 조용해졌다.

멀리서 군사들의 말발굽소리와 호각소리가 들렸다.

“어서 가세.”

해준이 걸음을 재촉했다.

잘못하면 반란군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도성의 치안을 맡고 있던 관군도 사나운 반란군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오늘 밤 대량성이 악귀들의 놀이터가 되는구나.”

이충이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반란은 필연적으로 살육을 동반한다.

피를 본 군사들은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재물을 약탈한다.

그들은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해준과 이중이 집 앞에 이르렀을 때 뜻밖에 낯선 소녀들이 기웃거리고 있었다.

해준은 작은 소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그는 황자 유세옥이었다.


이게 뭐야?

황자가 변장을 하고 온 거 아니야?


해준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주위에 반란군은 보이지 않았다.

“황자······.”

해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선황제의 아들 황자가 황궁을 탈출하여 그의 집에 온 것이다.

“귀비마마께서 보내셨습니다.”

큰 소녀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짧은 한 마디였으나 무수한 말을 내포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해준은 당혹스러웠다.

반란군은 분명 황자를 추적하고 있을 것이다.

황자가 탈출을 했으니 반란군이 뒤쫓아 올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그의 가문이 몰살을 당할 수도 있다.


아아, 이 일을 어떻게 해?


해준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해준은 한때 그에게 학문을 가르쳤다.

황자는 이제 겨우 열 살이다.

반란군에게 발각이 되면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

황자를 숨겨주는 사람들도 위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찾아왔으니 모른 체 할 수가 없다.


이충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살폈다.

이충은 어린 소녀의 옷을 입고 있는 황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

해준은 마음속으로 결단했다.

“들어가시지요.”

해준은 주위를 살핀 뒤에 대문을 열었다.

황자와 소녀가 해준을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


달이 이지러지고 있었다.

새벽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조광윤은 양심전으로 뛰어 들어갔다.


황제가 무도하니 반란이 일어나지.


조광윤은 반란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

반란은 성공했다.

반란군이 도성과 황궁을 완전히 장악했다.

도성과 황궁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황제 은제를 비롯하여 간신 윤충이 살해되고, 황궁의 내관과 궁녀들이 도륙되었다.

도성과 황궁에 아수라의 지옥도가 펼쳐졌다.


‘끝났구나. 무도한 황제와 내시 한 놈 때문에 왕조 하나가 멸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조광윤은 지옥도가 펼쳐진 황궁의 모습을 보고 쓸쓸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황제가 장군들을 의심하여 환관 놈을 앞세워 몰살했다.

살기 위해서 선택한 반란이다.

조광윤은 장수들을 이끌고 천응군절도사(天雄軍節度使) 곽위에게 달려갔다.


곽위는 양심전에 있었다.

“대장군!”

조광윤은 곽위에게 군례를 바쳤다.

“대장군, 성공했습니다.”

조광윤의 부하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렸다.


천웅군절도사 곽위는 양심전 바닥에 쓰러져 있는 황제의 시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조광윤이 뛰어 들어오자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대장군, 황궁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조광윤이 보고했다. 그의 갑옷이 피로 얼룩져 있다.

“대장군, 도성도 장악했습니다.”

시영과 부명화도 달려와 보고했다. 그들의 뒤에 군사들이 빽빽했다. 군사들도 온통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곽위가 그제야 군사들을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번져갔다.

“황제는 죽었다!”

곽위가 칼을 높이 들고 외쳤다.

“와아!”

군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조광윤은 황제의 시신을 노려보았다.

황제가 죽었으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천하에 악독한 놈! 감히 내 가족을 몰살시켜?”

곽위는 눈에 핏발이 섰다. 한순간에 가족을 모두 잃었으니 핏발이 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은제의 시신을 발길로 내지르고 싶었다.


저런 놈은 죽는 게 당연해.


곽위는 황제의 시체에 침을 뱉었다.

“대장군, 황제의 시체를 어떻게 할까요?”

시영이 물었다.

곽위는 조광윤과 부명화의 얼굴을 살폈다.


시영의 뒤에서 부명화는 얼굴이 굳어 있다.

반란군이 곳곳에서 궁녀들을 겁탈하고 죽이고 있었다.

“들판에 버려라. 들개가 물어뜯게 하라.”

곽위가 명령을 내렸다. 마음 같아서는 토막을 내고 싶었다.

그의 부인과 자식을 모조리 살해한 원수가 아닌가.

그러나 조광윤은 지나치게 보복을 하는 것을 반대했다.


조광윤은 무장이면서도 그에게 민심을 얻으라고 권하고 있었다.

부명화도 살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시영과 함께 곽위가 거느린 군대의 핵심이었다.

곽위는 그들을 아들딸처럼 아끼고 있었다.

“예.”

시영이 대답을 하고 뒤에 서 있던 부장에게 눈짓을 했다. 부장과 군사들이 황제의 시체를 질질 끌고 나갔다.

“장군, 나라에 황제가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됩니다.”

시영이 재촉하듯이 말했다.

곽위가 조광윤을 쳐다보았다. 황제가 될 생각으로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 가족을 살해한 황제에 대한 분노로 반란을 일으켰다.


시영과 조광윤은 절친한 벗이었다. 시영은 곽위에게 황제가 되라고 말했으나 조광윤은 속내를 말하지 않고 있다.

“대장군, 장군께서 황제가 되어야 합니다. 군사들이 모두 바라고 있습니다.”

시영이 거듭 말했다.

반란을 일으켰으니 새로운 왕조를 세워야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스스로 황제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일이다.

“아직 도성이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도성을 먼저 안정시켜야 합니다.”

조광윤이 잘라 말했다.


조광윤은 곽위가 당장 황제가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었다.

무도한 황제를 죽였으나 일단 유씨 일족을 황위에 앉히고 민심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족들은 어찌 되었는가?”

“황자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부명화가 대답했다.


부명화는 시영과 조광윤을 사형이라고 부르면서 따르고 있었다. 시영의 부인이기도 하다. 무공이 8대 고수로 불릴 정도로 출중하다.

“누구인가?”

“해귀비의 아들입니다. 이제 열 살입니다.”

“황궁을 탈출했나?”

“예.”

“해귀비의 아들을 잡아들여라.”

곽위가 명을 내렸다.

황족이 살아 있다면 전 왕조의 군사들이 운집할 가능성이 있다.


*


이충은 새벽이 되자 아이들을 데리고 한림학사 해준의 집을 빠져나왔다.

궁녀 완아로부터 황궁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해준은 이충에게 완아와 황자를 도피시켜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가 데리고 있으면 반란군이 수색을 하러 올 것이다.

그 의견을 먼저 제시한 것은 어린 황자였다.

“반란군이 어떻게 황자께서 여기 있는 것을 알겠습니까?”

해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해귀비의 아들이 어디로 도망을 가겠습니까? 분명 친척의 집으로 도망가지 않겠습니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황자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해준이 무겁게 신음을 삼켰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열 살짜리 황자가 이런 생각을 해?

“반란군은 반드시 해귀비의 친척집을 먼저 수색할 것인데 친척이 한림학사 해준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과연!”

이충이 무릎을 쳤다.

황자가 너무 총명했다.

“날이 밝으면 이댁부터 수색하러 올 것입니다.”

“그럼 어찌합니까?”

“수고스럽지만 대협께서 우리를 성 밖으로 데리고 나가주십시오. 그 뒤에는 우리가 살길을 찾겠습니다.”

황자가 이충에게 공손히 말했다.

그렇게 해서 이충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것이다.

“황자님, 어디로 가실 생각입니까?”

이충이 넌지시 물었다. 황자는 이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태원이요.”

“태원?”

태원은 멀다. 순간 이충은 선황제의 동생 하동절도사 유숭이 떠올랐다.

선황제의 동생이니 황자에게는 숙부가 된다.


나이는 어리지만 총명하다. 장차 천하를 뒤흔들겠구나.


이충은 황자를 새삼스럽게 살폈다.

황자는 여장을 하고 있었다.

황자로서는 특이한 분장이다. 살아남으려는 것이 분명하다.


황자와 궁녀는 얼핏 자매처럼 보인다.

황자가 여자 아이로 분장했기 때문에. 그러나 살아서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충은 아이들을 데리고 성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내가 황자를 데리고 태원까지 가야하는가?

태원까지는 먼 길이다. 그동안 반란군이 황자를 잡기 위해 추격해 올 것이다. 그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성안의 집들은 반란군 때문에 모두 문을 닫아걸었다.

여기저기 시체가 나뒹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반란군에게 살해된 사람들이다.

이충은 긴장으로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소리를 내지 마라. 소리를 내면 위험하다.”

이충은 이이들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반란군이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

이충은 사방을 경계하면서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성문 앞에 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충은 조심스럽게 군사들 앞으로 갔다.

침이 마르는 듯한 기분이다.

“어디를 가는 것이냐?”

군사 하나가 이충을 아래위로 살폈다. 군사는 새벽이라 지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성 밖의 농장에 갑니다.”

이충이 허리를 굽실댔다. 군관이 아이들을 살폈다. 위에서 황자를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계집애들이다.

사내아이는 없다.

“보내라.”

군관이 지시했다.

“가라.”

군사가 길을 터주었다.


이충은 다시 한 번 허리를 굽실대고 성문을 빠져나왔다.

아이들이 총총걸음으로 따라왔다.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성을 무사히 벗어났다!’


이충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의외로 성의 경비가 허술했다. 군사들은 황자가 여자 아이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충은 걸음을 빨리했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성 밖은 행화촌이다.

5리쯤 걷자 마을이 나타났다.


이충은 음식점에 들어가 교자(餃子, 만두)를 사가지고 나왔다.

그는 관도를 따라 걷지 않고 야산으로 올라갔다.

울창한 숲에 이르자 아이들과 함께 앉아서 쉬었다.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왜 산으로 올라왔어요?”

완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군사들이 추적해 올지 모른다.”

이충은 아이들에게 교자를 나누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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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1 24.03.26 138 2 11쪽
23 23화 만두가게 서생(4) 24.03.26 142 2 12쪽
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24.03.26 144 2 12쪽
21 21화 만두가게 서생(2) 24.03.26 144 2 12쪽
20 20화 만두가게 서생(1) +1 24.03.25 152 2 12쪽
19 19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4) 24.03.25 153 1 11쪽
18 18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3) 24.03.25 145 2 12쪽
17 17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2) +1 24.03.25 155 2 12쪽
16 16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1) 24.03.24 159 2 11쪽
15 15화 거지황자(6) 24.03.24 158 2 13쪽
14 14화 거지황자(5) 24.03.24 148 2 11쪽
13 13화 거지황자(4) 24.03.24 149 2 13쪽
12 12화 거지황자(3) 24.03.23 153 2 13쪽
11 11화 거지황자(2) 24.03.23 147 2 12쪽
10 10화 거지황자(1) 24.03.23 165 2 11쪽
9 9화 황제의 아들(7) 24.03.23 176 2 13쪽
8 8화 황제의 아들(6) 24.03.22 179 2 12쪽
» 7화 황제의 아들(5) +1 24.03.22 187 1 12쪽
6 6화 황제의 아들(4) +1 24.03.22 195 2 12쪽
5 5화 황제의 아들(3) 24.03.22 205 2 11쪽
4 4화 황제의 아들(2) +1 24.03.21 255 2 12쪽
3 3화 황제의 아들(1) +2 24.03.21 363 3 12쪽
2 2화 서장(序章)(2) +1 24.03.21 412 4 14쪽
1 1화 서장(序章)(1) +3 24.03.21 55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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