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17,533
추천수 :
112
글자수 :
591,161

작성
24.03.27 10:00
조회
194
추천
2
글자
12쪽

25화 만두가게 서생(6)

DUMMY

세옥은 용소와 천문폭포를 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곳에 정말 용이 있는 것인가?

용이 있다면 승천을 하는 것인가?

벌써 10년이 넘게 지켜보고 있었다.


용에게 극양지기가 있다면 내 한독을 치료할 수 있을까?


용에 대한 기록은 많다.

강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 중에는 보통의 물고기보다 2, 3배가 되는 물고기도 있고, 엄청난 크기의 뱀도 목격되기도 했다.

“서방님.”

그때 화정이 달려왔다. 생글생글 웃는다.

“왜 나왔어?”

세옥이 빙그레 웃었다. 화정이 점점 예뻐지고 있다.

“서방님 보러 나왔죠.”

화정이 애교를 부렸다.

“가게가 한가해?”

화정은 동냥을 하던 걸인이었으나 씻고 옷을 갈아입자 단아했다. 옷이 화려하지 않아도 항상 깨끗하게 빨아 입었다.

“비 올 것 같아요. 서방님 비 맞으면 어떻게 해요?”

“하하. 나 때문에 우산을 가지고 온 거야?”

세옥이 미소를 지었다. 세옥은 여자들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네.”

세옥은 다시 천문폭포를 응시했다. 아직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지만 하늘은 잿빛이다.


저 멀리 폭포에서 하얀 물줄기가 장쾌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폭포의 물줄기가 하얀 천을 드리운 것 같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진다.

화정도 잠시 천문폭포를 바라보았다.


크르르릉--.


그때 어디선가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와 함께 공기가 진동하고 땅이 흔들렸다.

“엄마야!”

화정이 놀라서 세옥의 팔에 매달렸다. 세옥의 얼굴도 하얗게 굳어졌다.

“서방님, 무슨 소리예요?”

화정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모르겠다.”

“땅속에 괴물이라도 있나봐요.”

“땅속에서 들리는 소리 같냐?”

“그럼 어디서 들리는 소리예요?”

세옥은 용소를 노려보았다. 괴이한 소리가 용소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서방님.”

“왜 그래?”

“무서워요. 안아줘요.”

세옥은 화정의 어깨를 살며시 안았다.

화정이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요런 깜찍한 것······.’

세옥은 화정의 입술에 제 입술을 얹었다.


*


괴이한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소리가 세옥의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는 때때로 밤에도 들려왔다.

세옥은 그 소리를 들을 때면 가슴이 섬뜩했다.

최근에는 그 소리가 더욱 잦아지는 것 같았다.

당가촌 사람들도 그 소리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서방님.”

“왜?”

“서방님은 왜 부인들을 많이 두고 있어요?”

회정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세옥이 미간을 접었다. 사람들이 걸핏하면 세옥에게 묻는 질문이다.

“내가 여자들을 좋아해서 그렇지.”

“한 여자하고만 살면 안돼요? 부인이 너무 많잖아요?”

세옥은 대답하지 않았다. 관청에 부인으로 등록했다고 해서 반드시 합방을 요구한 일은 없었다.

합방은 여자들이 원할 때만 했다.

“부인이 49명이니까 애기를 하나씩 낳으면 49명··· 둘을 낳으면 98명··· 셋을 낳으면 147명··· 넷을 낳으면 196명··· 우와!”

화정이 입을 딱 벌렸다.

세옥은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서악교는 팔백초를 남자가 복용하면 아기를 못 낳는다고 했었다.

“너 산수를 잘하는구나.”

“히히······.”

화정이 개념없이 웃었다.

“서방님은 바람둥이에요.”

“일부러 바람둥이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부질없는 것이다.

세옥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후드득.


빗방울이 강물에도 떨어졌다.

세옥은 화정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강물만 보았다.


쏴아아아.


빗줄기가 금세 하얗게 쏟아졌다.

화정이 재빨리 우산을 펴들었으나 옷이 젖기 시작했다.

“서방님, 돌아가요.”

화정이 치맛자락을 말아쥐고 일어섰다.

“업혀라.”

“네?”

“업혀야 비를 덜 맞을 것이 아니냐?”

“히히······.”

화정이 우산을 들고 세옥의 등에 업혔다.

세옥은 화정을 등에 업고 만두가게를 향해 걸음을 떼어놓았다.


크르릉--.


그들이 멀어져 갔을 때 강에서 괴성이 다시 들려왔다. 그와 함께 강물에서 거대한 파도가 일어났다.


*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가게에 손님들도 없어졌다.

해가 지면 장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이 오지 않았다.

세옥은 불을 켜고 문을 닫을 준비를 했다.

“기다려라.”

그때 가게로 흑의를 입은 사내가 불쑥 들어왔다.


사내는 복부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세옥은 재빨리 사내를 부축했다.

“다치셨습니까?”

세옥은 사내를 부축하여 가게로 들어와 식탁에 앉혔다.

“그렇다. 이 가게에 의원이 있다고 하던데 나오라고 그래라.”

“상처 좀 보여주십시오.”

“의원을 나오라고 했는데 무슨 수작이냐? 죽고 싶으냐?”

사내가 세옥을 윽박질렀다.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눈빛이 음침하고 싸늘했다.

주방에서 일을 하던 여자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그들을 살폈다.

“제가 치료해 보겠습니다.”

“필요없다. 의원을 나오라고 그래라.”

사내가 세옥을 사납게 밀쳤다.

“제가 의원입니다.”

“뭐?”

사내가 세옥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세옥은 옷차림은 평범한 서생 같았으나 얼굴은 준수했다.

“네놈이 치료하지 못하면 죽여버릴 것이다.”

사내가 음산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세옥은 조심스럽게 사내의 상처를 살폈다. 사내가 움켜쥔 왼쪽 복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부러진 화살이 박혀 있었다.

세옥은 약품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화살을 뽑아야 합니다.”

“뽑아라.”

“많이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뽑아!”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성질 한 번 더럽네.’


세옥은 사내의 상의를 찢고 상처를 보았다.

사내가 눈을 질끈 감았다.

세옥은 지혈제와 붕대를 준비해 놓고 심호흡을 했다.

부러진 화살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아아악!”


사내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다가 의식을 잃었다.

세옥은 화살을 뽑고 지혈을 했다.

진통제도 사내의 입에 넣어주었다.

사내를 탁자 두 개를 겹쳐 놓은 뒤에 그 위에 눕히고 붕대를 감았다.

사내는 일다경이 지나서야 의식이 돌아왔다.

그는 끙끙 앓는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강남무림을 주름잡던 흑살귀(黑殺鬼) 맹여달.

그는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고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만두가게 주인이 복부에 박힌 화살을 뽑고 치료를 했다.


철궁(鐵弓) 구세경.


무림 8대고수로 불리는 구세경의 활에 맞아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고 했다.

구세경을 만났으니 죽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방에 눕혀져 있었다.

작고 아늑한 방이었다.

“약 좀 드십시오.”

세옥이 탕약을 가지고 들어왔다.

“무슨 약이냐?”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입니다. 진통제도 있습니다.”

만두가게 주인의 의술이 뜻밖에 뛰어났다.

화살을 뽑은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었다. 주인에게 호감이 갔다.


맹여달은 탕약을 마셨다.

“누구에게 의술을 배웠느냐?”

“당문에서 배웠습니다.”

“당문의 제자냐?”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지는 않았습니다.”

“음.”

맹여달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문의 정식 제자는 아닌 모양이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모릅니다.”

“나는 사람을 마구 죽이는 흑살귀 맹여달이다. 나를 살린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

“인연인 것을 어떻게 합니까?”

“내가 너를 죽일 수도 있다.”

“나를 죽여서 무슨 이익이 있습니까?”

“이익은 없다.”

“그럼 죽이실 필요가 없지요.”

옳은 말이다. 이놈을 죽여서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빚지고는 못 산다. 죽이고 싶은 놈이 있으면 말해라. 내가 죽여줄 것이다.”

“그런 사람 없습니다.”

“돈은 줄 수없다. 돈이 없다.”

“괜찮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냐?”

“책을 좋아합니다.”

“서생이로군.”

“하하. 상처나 나으십시오.”

세옥이 유쾌하게 웃었다.

맹여달도 웃고 말았다. 놈은 위협도 통하지 않았다.


*


흑살귀 맹여달은 닷새가 지나자 떠났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으나 강남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가 떠난 뒤에 침상을 청소하면서 살피자 서책이 하나 남아 있었다.

‘이 책을 선물로 주고 갔구나.’

세옥은 책을 꼼꼼히 살폈다. 치료에 대한 보상인 모양이다.

<기이전(奇異傳)>이라는 책이다.

세상의 기괴한 일을 기록한 내용이 많았다.


화산에 산다는 도인이 썼다고 했다.

신비한 영약, 보물, 신병이기, 괴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적혀 있었다.

용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세옥의 관심을 끌었다.

천문강의 용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었다.

천문강의 용은 진시황 때도 나타났고, 수양제 때, 당현종 때도 나타났다고 씌어 있었다.

사람들이 용을 잡으려고 뛰어들었으나 비늘이 단단해 칼과 창으로 뚫을 수없었다고 했다.

용은 결국 하늘로 올라갔다.


용을 잡았다는 사람은 없구나.


세옥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용의 내단은 극양지기가 있어서 극한지기를 누른다. 이갑자의 내력이 있고, 내단을 흡수하여 용해하면 만독불침이 되고 그의 피도 해독제가 된다-


세옥은 용의 내단이 신비했다.

기이전에는 용이 천문강에 있다고 했다.


용의 내단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


무림에는 절세의 무공비급이나 신병이기, 그리고 희대의 영약이 있다. 내력을 증진시키는 영약은 천년설삼 같은 약초, 버섯, 동물 등이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기연은 하늘의 뜻이 있어야 하고 운이 좋아야 한다.

“서방님, 저녁 식사하셔야지요?”

유부인이 책을 읽고 있는 세옥에게 물었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손님들은 다 갔나?”

“네. 오늘도 비가 와서 저녁에는 손님이 없네요.”

장마철이다.

비가 자주 내리고 있었다. 가게도 눅눅해져 있다.


세옥은 여자들과 식탁에 둘러앉았다.

“내일은 내가 출타를 할 거야.”

식사를 하면서 세옥이 말했다.

“만두가게 둘러보시게요?”

등옥이 물었다.

“마차는 누가 몰아요?”

화정이 물었다. 세옥은 만두가게 지점을 돌아볼 때 마차를 타고 다녔다.

여러 가지 필요한 물품을 가지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었다.

마차를 모는 것은 으레 여자들이었다.

세옥은 마차로 길을 오가면서 책을 읽었다.

“등옥이 몰아.”

세옥이 말했다.

“서방님, 당씨 아가씨 좋아해요?”

화정의 말에 여자들이 일제히 세옥을 쳐다보았다. 오후에 당약란이 잠깐 왔다가 갔다.


당문은 몇 년 전에 무림인들의 습격을 받았다.

당문에 무림의 보물 <보장도>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습격을 받아 많은 제자들이 죽었다.

가주인 당운성과 가모인 설하련까지 납치되어 당문이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귀여운 아가씨잖아?”

세옥이 담담하게 말했다.

“당씨 아가씨가 서방님을 졸졸 따라다니는데······.”

“걱정도 팔자다. 서방님이 당씨 아가씨를 부인으로 맞아들여야 부인 하나 더 늘어나는 건데 뭐··· 시샘하는 거야?”

등옥의 말이다.

“시샘하는 건 아니고······.”

화정이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50번째 부인 어니야?”

등옥의 말에 여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세옥은 쓴 웃음이 나왔다.

“그럼 오늘은 내가 서방님을 모셔야겠네.”

유부인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유부인은 40대의 중년여인이지만 전 왕조 사대부 출신의 기품있는 여인이었다.

반란군에게 대부분의 가족들이 죽고 그녀 혼자 걸인이 되어 떠돌았다.

유부인은 반란군에게 원한을 갖고 있었다.

전 왕조의 대신이었다가 반란군에 붙어 자신의 일가를 몰살시킨 백경천이라는 관리에게 분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해씨세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162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155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164 2 12쪽
47 47화 현무도원(2) 24.04.14 168 2 13쪽
46 46화 현무도원(1) 24.04.13 181 2 13쪽
45 45화 용의 내단(5) 24.04.12 184 2 12쪽
44 44화 용의 내단(4) 24.04.11 166 2 11쪽
43 43화 용의 내단(3) 24.04.10 172 2 12쪽
42 42화 용의 내단(2) 24.04.09 173 2 12쪽
41 41화 용의 내단(1) +1 24.04.08 182 2 12쪽
40 40화 무림맹주(5) 24.04.07 167 2 11쪽
39 39화 무림맹주(4) 24.04.06 170 2 11쪽
38 38화 무림맹주(3) 24.04.05 170 2 11쪽
37 37화 무림맹주(2) 24.04.04 171 2 11쪽
36 36화 무림맹주(1) 24.04.03 172 2 13쪽
35 35화 용과 싸우다(5) 24.04.02 169 2 11쪽
34 34화 용과 싸우다(4) 24.04.01 169 2 11쪽
33 33화 용과 싸우다(3) +1 24.03.31 161 2 12쪽
32 32화 용과 싸우다(2) 24.03.30 165 2 11쪽
31 31화 용과 싸우다(1) 24.03.29 170 2 11쪽
30 30화 묵가의 제자(5) 24.03.28 167 2 12쪽
29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166 2 12쪽
28 28화 묵가의 제자(3) 24.03.27 173 2 12쪽
27 27화 묵가의 제자(2) 24.03.27 198 2 12쪽
26 26화 묵가의 제자(1) 24.03.27 206 2 12쪽
» 25화 만두가게 서생(6) 24.03.27 195 2 12쪽
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1 24.03.26 182 2 11쪽
23 23화 만두가게 서생(4) 24.03.26 184 2 12쪽
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24.03.26 178 2 12쪽
21 21화 만두가게 서생(2) 24.03.26 181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