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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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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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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글자수 :
591,161

작성
24.03.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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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4)

DUMMY

달빛이 휘영청 밝은 밤이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었다.

허공에서 검과 검이 맹렬하게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었다.

세옥은 무림인들이 싸우는 것을 몇 번 보았다. 그러나 녹의여인과 갈의인이 싸우는 모습은 약간 기괴했다.

“계집애야, 왜 어르신을 따라다니느냐?”

갈의인이 녹의여인을 눈 아래로 보고 있었다.

“도둑놈 주제에 무슨 어르신이냐?”

녹의여인이 분개하여 더욱 소리를 질렀다.

“헐헐··· 계집애가 입이 거칠구나. 얼굴값을 해야지.”

갈의인과 녹의여인은 검으로 싸우면서 입으로 매섭게 공격을 했다.

“늙은이야, 물건을 내놓지 못해?”

“이놈의 계집··· 엉덩이를 발로 차버릴까부다.”

갈의인이 대노하여 녹의여인을 날카롭게 공격했다.

“늙은이야, 내 검을 받아라.”

녹의여인이 정면으로 검을 찔러갔다.


‘위험하다.’


세옥은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갈의인이 살짝 몸을 흔들자 어느 사이에 녹의여인의 뒤에 가 있었다.

너무나 신형이 빨랐다.

갈의인이 녹의여인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헐헐 엉덩이가 탱탱하구나.”

“이 음탕한 늙은이!

녹의여인이 분기탱천하여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녀의 검은 갈의인의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했다.

“하하. 나는 간다.”

갈의인이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한 마리 새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서랏!”

녹의여인도 빠르게 신형을 날렸다. 그들은 빠르게 들판 저쪽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추운데 왜 여기 있어요?”

완아가 뒤에서 세옥을 안았다.

“무림인들이 싸우다가 사라졌어.”

세옥이 몸을 떨면서 대답했다.

“풍한(風寒, 감기)에 걸려요. 바람을 쐬면······.”

완아가 세옥의 손을 잡아끌었다.

세옥은 완아의 손에 이끌려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휘이이잉--.


바람소리가 살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완아가 세옥을 바짝 끌어안았다.


*


휘이이잉--.


눈보라가 사납게 몰아쳤다.

세옥과 완아는 동냥을 하면서 폐가에서 지냈다.

마을에서 10리나 떨어져 있는 외딴집이다.

문짝은 떨어져 나가고 벽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세옥은 풍한을 앓기 시작했다.

밤에 잠을 자면서 끙끙 앓았다. 그러나 아프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몸을 떨면서 억지로 참았다.

“춥지?”

완아가 물었다.

“괜찮아.”

세옥이 이불을 잔뜩 덮어쓰고 중얼거렸다.

“이리와. 누나가 안아줄게.”

완아는 세옥을 바짝 끌어안았다.

“누나는 무슨······.”

세옥이 억지로 웃었다.

“그럼 황후께서 안아준다.”

“황후가 못 되어서 어떻게 해? 나는 이제 거지인데······.”

세옥이 자조하듯이 억지로 웃었다.

“입을 맞출 거야.”

“입을 맞추는 게 좋아?”

“당연하지.”

완아가 세옥에게 입을 맞추었다. 요즘 들어 완아가 자꾸 세옥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풍한이 옮을지도 몰라.”

세옥이 고개를 돌렸다.

“안 돼.”

완아가 세옥을 더욱 바짝 끌어안고 입술을 짓눌렀다.

세옥의 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잘 먹지를 못해 풍한에 걸린 거야. 내일은 꼭 음식을 얻어올 거야.’


완아는 속으로 다짐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제대로 동냥을 하지 못했다. 하루에 한 끼를 먹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굶어서 병이 발병했다고 생각했다.

끙끙 앓던 세옥이 먼저 잠이 들었다.

밖에는 눈보라가 사납게 몰아치고 있었다.


휘이이잉--.


눈보라가 귀신이 울부짖는 것처럼 음산했다.

세옥은 밤이 깊어지자 더욱 고통스러웠다.

완아는 세옥이 고틍스러워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괴로웠다.


‘어떻게 해?’


완아는 눈물이 흘러내려 소리없이 울었다.

추위와 굶주림은 견딜 수 있었으나 세옥이 아픈 것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황자님이 만약에 잘못되면······.


험한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없다고 생각했다.


눈보라는 이튿날도 사납게 몰아쳤다.

“너무 굶어 기운이 없어서 그래요. 내가 나가서 동냥을 얻어 올게요.”

완아가 세옥의 기운없는 눈을 들여다보고 속삭였다.

세옥은 굶주림과 풍한으로 얼굴이 핼쑥했다.

“완아야, 밖에 나가지 마. 날씨가 너무 추워.”

세옥이 간신히 눈을 뜨고 중얼거렸다.

“괜찮아요. 뭐래도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요.”

“눈이 너무 많이 오는데······.”

세옥은 기운이 없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괜찮다니까요. 금방 돌아올게요.”

완아가 세옥에게 거적때기를 덮어주고 밖으로 나갔다.


완아는 그날 밤 돌아오지 않았다.


휘이이잉--.


눈보라가 밤새도록 휘몰아쳤다.

세옥은 잠을 이룰 수없었다. 완아가 돌아오지 않아 불안했다.

완아는 이튿날도 돌아오지 않았다.

세옥은 사흘째가 되자 완아를 찾아 마을을 향해 비틀대면서 걸었다.

아직 풍한이 낫지 않았다. 그러나 몸을 바짝 웅크리고 눈길을 타박타박 걸었다.


아······.


세옥은 눈 쌓인 들판을 걷다가 완아를 발견했다.

완아는 눈 속에 얼어 죽어 있었다.

완아의 몸이 빳빳했다.

만두 두 개를 품속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완아는 가게에서 만두를 동냥해 가지고 돌아오다가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고 쓰러져 죽은 것이다.


“완아 누나······.”


세옥은 완아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


사천지방의 당가촌.

무림세가인 사천 당문이 있어서 더욱 유명한 고장이었다.

당가촌의 대로변에 있는 만두가게 운래교점(雲來餃店)이다.


휘이이잉--.


겨울바람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불어왔다.

눈보라다.

마을이 온통 눈보라에 하얗게 덮여 있다.

가게의 영업이 끝난 시간이었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가게를 나오던 여자가 걸음을 멈췄다.

계단에 누더기를 걸친 거지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의 몸에도 눈보라가 사납게 몰아치고 있다.


‘재수없게 거지새끼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뒤지려거든 다른 데서 뒤지지.’


여자는 웅크리고 앉아 있는 거지에게 다가갔다.

거지는 어렸다.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살아있네.’


숨이 희미하게 붙어 있었다.

여자는 거지 아이를 발로 차서 쫓아버려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거지아이가 죽으면 시체를 치워야한다.

그때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여자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여자가 혼자서 만두가게를 하니까 사람들이 수상하게 생각하는데······.’


아이가 있으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의 이름은 서악교.

서촉제일장으로 불리는 월명산장 장주의 딸이다.

별호는 푸른 여우 남호(藍狐). 또는 쌍둥이 동생 서묘금과 함께 서촉이미(西蜀二美)라고 불리기도 했다.

무림인으로는 드물게 많은 책을 읽어 여사(女士, 여자선비)로 불리기도 했다.

꾀가 많고 교활하다고 하여 푸른 여우로 불리는 것이다.


서악교는 당가촌에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머물고 있었다.

여자 혼자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것보다 어린아이라도 데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같이 살래?”


아이에게 만두를 먹인 뒤에 서악교가 물었다.

서악교가 운영하는 만두가게다.

“부탁이 있어요.”

아이인데 어른스러운 말투다.

거지 계집애가 뭘 부탁해? 먹여주면 되는 거지.

만두가게에서 심부름이나 시킬 작정이었다.

“무슨 부탁?”

“언니를 묻어주세요.”

“뭐?”

“언니가 죽었어요.”

“언니가 어디 있는데?”

“들판에서 얼어 죽었어요.”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가서 묻어주자.”

서악교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가 걸인이 되어 떠돌다가 언니가 죽었는지 안쓰러웠다.


이튿날 아침, 서악교는 인부와 아이를 데리고 들판으로 갔다. 과연 눈이 하얗게 쌓인 들판에 어린 소녀가 얼어 죽어 있었다.

서악교는 인부들을 시켜 관을 가지고 오게 하여 야산에 매장했다.

제수거리도 마련해 주었다.


봉분이 세워지자 아이가 향을 피우고 술을 따른 뒤에 절을 했다.

“이름이 뭐냐?”

서악교는 술을 한 잔 마시고 아이에게 물었다.

“이세옥이요.”

“부모님은?”

“돌아가셨어요.”

세옥도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어린 계집애가 무슨 술을 마시냐?”

“음복주예요.”

세옥이 반발을 하듯이 내뱉었다. 음복주는 제사를 지낸 뒤에 마시는 술이다.


*


세옥은 서악교의 만두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어린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청소밖에 없었다.

서악교는 장사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손님들이 오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고, 만두맛도 그저 그랬다.

돈을 버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가게 청소도 거의 하지 않았다. 얼굴은 이상하게 흉측했다. 병을 앓았는지, 주화입마에 걸렸는지 알 수없었다.

외출을 할 때는 검은 면사로 얼굴을 가렸다.


“추물!”

“못난이!”


아이들이 때때로 서악교에게 손가락질을 하거나 돌멩이를 던졌다.

서악교는 무림인이었다.

돌멩이가 날아오는 것을 피하면 세옥이 맞을 때도 있었다.

“무공을 배워라.”

서악교가 말했다.

“나는 근골이 약해서 소용이 없어요.”

서악교는 더 이상 무공을 배우라고 하지 않았다.


세옥은 서악교를 따라다녔다.

“이 계집애가··· 왜 내 궁둥이만 졸졸 따라다녀?”

서악교는 말투가 거칠었다. 그러나 세옥을 때리거나 학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옥이 따뜻한 물에 씻자 갈아입으라고 새 옷을 주었다.

머리를 제대로 묶지 못하자 자신이 빗겨서 묶어주기도 했다.

시장에 가서 음식재료를 살 때는 손을 잡고 다녔다.

“처먹어라.”

시장에 가면 꼬치 경단도 사주었다.

말투는 여전히 쌀쌀맞았다.


세옥은 매일 같이 청소를 하면서 서악교를 살폈다.

서악교는 만두가게 뒷마당에서 무공을 연마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장사보다 무공에 더 뜻이 있구나.’


서악교가 무공을 연마하는 것을 보고 세옥은 그렇게 생각했다.

“훔쳐 배우지 마라. 네놈이 내 무공을 훔쳐 배우면 눈알을 파버릴 것이다.”

서악교가 말했다. 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세옥은 웃었다.

말투가 거칠어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서악교는 자주 가게를 비우고 출타했다.

“밥은 네놈이 알아서 처먹어라.”

한 번 출타하면 며칠씩 돌아오지 않았다.


어떨 때는 열흘씩이나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밥을 알아서 처먹으라고 했지만 만두를 잔뜩 삶아 놓고는 했다.

“어디서 이런 거지 계집애가 굴러와 가지고······.”

서악교는 세옥을 항상 거지 계집애라고 불렀다.

“할일이 없으면 놀아라. 나만 쳐다보지 말고······.”

서악교가 마땅치 않은 듯이 말했다. 세옥은 그럴 때면 당가촌을 동서로 흐르는 강에 나가서 낚시를 했다.


천문강(天門江).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문이라고 하여 천문강으로 부른다고 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 누구도 용을 본 사람이 없었다.

세옥은 낚시를 하지 않으면 당가촌을 구경했다.

시장도 구경하고 마을도 구경했다.

당가촌의 북산 밑에 웅장한 대문이 있는 장원이 있었다.

주위는 온통 대나무숲이었다.


당부(唐府)?


대문에 걸린 현판에 적힌 글자였다. 열려 있는 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자 소년소녀들이 무예를 연마하고 있었다.

‘여기가 사천 당문이구나.’

무림의 세가였다. 독과 암기로 유명한 문파였다.


서악교가 가게를 비우는 날이 길어지면 세옥은 스스로 음식을 조리하여 먹었다.

때때로 완아의 무덤에 가서 하염없이 울기도 했다.

만두 두 개를 얻어오다가 얼어 죽은 완아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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