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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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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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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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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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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2화 만두가게 서생(3)

DUMMY

세옥은 잠시 밖을 보았다. 밖에는 빗줄기가 하얗게 쏟아지고 있었다.

“만두값을 칼로 지급할 겁니까?”

세옥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모구팔은 옷차림은 꾀죄죄한데 눈은 예리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무슨 소리냐?”

모구팔이 주름진 얼굴을 찌푸렸다.

“어찌 은자를 꺼내지 않고 칼을 꺼내는 것입니까?”

“헐헐. 이놈아, 설마 이 칼로 네놈을 해치겠냐? 어른은 어디 갔냐?”

모구팔이 낄낄대고 웃었다. 만두가게 소년이 맹랑했다.

“이 가게에 어른은 없습니다.”

“그럼 누가 만두를 삶아?”

“제가 삶습니다.”

“엥? 어린놈이 만두를 삶아서 제대로 맛이 나겠냐? 어른은 어디 갔어?”

“이모가 한 분 계신데 자주 길을 떠납니다. 이번에는 몇 달 걸릴 것 같습니다.”

세옥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모구팔이 세옥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왔다.

주방은 크고 넓었다.

“너 혼자 놔두고?”

“예.”

“어디를 가는데 몇 달씩 걸리냐?”

“임치에 다녀온다고 했습니다.”

임치는 옛 제나라 도읍으로 산동지방에 있었다.

사천에서 수천리 떨어져 있다.


세옥은 만두를 삶기 위해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모구팔이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어 따뜻하다.”

모구팔이 불을 쬐면서 말했다. 비를 맞고 왔기 때문에 한기가 느껴졌다.

“어르신은 근심이 있으시군요.”

세옥이 만두를 솥에 넣으면서 말했다. 모구팔은 제 집처럼 편안해 보였다.

“무슨 근심?”

“누가 아픈가요?”

모구팔은 깜짝 놀랐다. 그러잖아도 손녀딸 무염이 시름시름 앓고 있어서 걱정이었다.


세옥이 모구팔의 손목을 잡았다.

‘이놈이.’

모구팔은 손을 홱 뿌리치려다가 참았다.

세옥은 무공을 모르는 소년이었다.

소년이 무슨 짓을 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보았다.

“어르신은 크게 아픈 곳이 없네요.”

“네놈이 의원이라도 되냐?”

“가족 중에 아픈 분이 있는 것 같군요.”

“어떻게 아냐?”

가슴이 철렁했다. 이놈이 귀신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한 번 데리고 오면 제가 맥을 봐드릴게요.”

세옥이 모구팔의 손목을 놓고 만두속을 만들 야채를 썰기 시작했다.


타타타타.


도마에 칼질을 하는 소리가 빠르고 경쾌했다. 무예를 배운다면 절대고수가 될지도 모른다.

“의술을 배웠냐?”

“당문에서 배웠습니다.”

“당문의 제자냐?”

“아닙니다. 당문에서 제자가 되라고 했지만 무공을 배우기 싫어 배우지 않았습니다.”

“왜 무공을 배우기 싫은 것이냐?”

“사정이 있습니다.”

세옥은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다.


이내 만두가 삶아졌다. 모구팔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가슴에 품고 손녀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무염아, 만두 사왔다.”

배를 깔고 엎드려 있는 무염에게 만두를 꺼내놓았다. 만두는 품속에 넣어왔기 때문에 따뜻했다.


무염이 얼굴을 찡그리고 일어나서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맛있어요.”

무염의 얼굴이 밝아졌다. 만두가게 소년이 삶은 만두가 무염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래? 많이 먹어라.”

“할아버지도 드세요.”

무염이 만두 하나를 집어서 모구팔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런!’

모구팔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만두맛이 너무 좋았다.


무염의 속병은 쉽사리 낫지 않았다.

자꾸 헛구역질을 했다.

언젠가는 소년에게 데려가서 진맥을 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문도 의술이 뛰어나지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보장도 때문에 손녀딸 무염까지 무림인들에게 살해될 수 있다.


‘눈이 참 맑은 놈인데······.’


만두가게 소년을 떠올리자 묘하게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모구팔이 만두가게를 다시 찾아왔다. 그는 손녀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강호 여러 곳을 떠돌다가 당가촌을 다시 찾아왔다.

‘흥! 이제는 간판까지 내걸었구나,’

만두가게는 <雲來餃店>이라고 간판까지 걸려 있었다. 서체는 힘이 넘치고 생동감이 있다.


어디에서 저런 글씨를 구했지?


누군지 몰라도 대학자가 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옥이 직접 쓴 서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모구팔은 만두가게를 조심스럽게 살피기 시작했다.

만두가게는 손님이 많았다.

만두를 사가는 사람도 있고, 가게에서 먹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만두는 세 종류를 만들었다.

생선을 넣은 만두, 돼지고기를 넣은 만두, 야채를 넣은 만두.

손님들은 모두 세옥에게 친절했다.

만두맛이 좋다고 창송하고 아낌없이 만두값을 지불했다.

세옥은 가게의 손님들 중 아픈 사람들 진맥을 해주고 처방전까지 써주었다.

‘의원을 차려도 되겠네.’

모구팔은 세옥이 하는 짓이 신기했다.

그는 혼자서 가게를 꾸리고 있었다.

세옥은 아침 일찍 일어나 만두를 빚고, 밤에는 팔고 남은 만두를 걸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손님들은 다양했다.

관리와 선비들, 무림인들까지 있었다.

모구팔은 한참동안 만두가게를 살피다가 무염을 데리고 들어갔다.

“너에게 맡길 테니 치료해 봐라.”

밤이었다. 만두가게는 문을 닫았다.

무염을 본 세옥이 얼굴을 찡그렸다.


무염이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거지 노릇을 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그러냐?”

“더럽잖아요.”

세옥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뭐?”


이 망할놈의 자식이.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싶었으나 참았다.


“애를 씻기지도 않고······.”


세옥이 혀를 찼다.

모구팔은 할 말이 없었다.

무염을 씻기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강호를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니 무염을 제대로 씻길 시간도 장소도 없었다.

“네놈이 알아서 해라.”

모구팔은 허리의 호리병을 꺼내 술을 마셨다.

“공짜로요?”

“뭐?”

“일을 하면 대가가 있어야지요.”

“이 가게를 불질러버리지 않는 것이 대가다.”

“헐!”

세옥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세옥이 물을 데워 커다란 통에 넣고 무염에게 들어가게 했다.


“가서 깨끗한 옷이나 구해 와요.”


세옥이 모구팔에게 지시했다.

‘이놈이 감히 어른을 시켜?’

모구팔은 어이가 없었으나 만두가게를 나왔다.

신투라고 불리는 도둑이니 부잣집에서 옷을 훔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모구팔이 옷을 훔쳐 가지고 돌아오자 세옥이 무염을 씻기고 있었다. 무염은 부끄러워하면서도 까르르 웃고 있었다.

‘어린 계집애가 내외도 하지 않고······.’

모구팔이 헛기침을 했다.

“왜요?”

세옥이 히죽 웃었다. 무염도 생글거리고 웃었다.

“어린 것들이 수치스럽지도 않냐?”

부러 호통을 쳤다.

철부지 같은 계집애 같으니.

사내놈이 몸을 씻기고 있는데도 생글거리고 웃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

서생놈이 오라비라도 되냐?

“흥. 제대로 씻기기나 하세요.”

세옥이 무염을 목간통에서 나오게 한 뒤에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다.

머리도 닦아주고 옷을 입힌 뒤에는 머리까지 빗겨준다.

손길이 부드럽다.

모구팔은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이모도 내가 머리를 빗겨주었어요.”

세옥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이모라는 여자는 만두가게 여주인인 모양이다.


세옥이 무염을 진맥하기 시작했다.

“어떠냐?”

모구팔이 긴장하여 물었다. 깨끗하게 씻기고 새 옷을 입히자 무염이 부잣집 딸 같았다.

“헛구역질을 하지요?”

진맥을 마친 세옥이 모구팔에게 물었다.

“그래.”

무염은 항상 배를 끌어안고 헛구역질을 했다.

“속이 매슥거리고······.”

무염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놈이 무염의 증상을 척척 맞히고 있었다.

“거위입니다.”

“거위라니. 거위가 뭐야?”

“횟배요.”

횟배는 회충(蛔蟲)을 일컫는 것이다. 회충은 회통(蛔痛)이라고도 부른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회앓이를 하고 있었다.

“약을 조제할 수 있냐?”

“2, 3일이면 깨끗하게 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치료를 해봐라.”

모구팔은 세옥에게 부탁했다.


세옥은 어린 데도 신통한 의술을 갖고 있었다. 무염의 회통을 이틀만에 치료했다.

‘어린놈이 의술이 뛰어나구나.’

모구팔은 세옥에게 탄복했다. 특히 눈빛이 맑아서 마음에 들었다.

세옥을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모구팔은 마차를 구해 무염을 태웠다.

세옥이 기특하여 치료비를 대신하여 책을 선물했다.

세옥이 책을 원했기 때문이다.

세옥은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문앞에 서 있었다.


*


여러 해가 지나갔다.

세옥은 여전히 만두가게를 운영했다.

만두가게는 맛이 좋아 널리 소문이 퍼졌다.

사람들이 더욱 많이 몰려왔다.

서악교는 가게를 전혀 돌보지 않았다. 몇 달씩 기약없이 떠났다가 돌아오고는 했다.


어떻게 무공 비급 하나에 저렇게 목숨을 걸고 있지?


세옥은 무공비급에 미친 서악교가 안타까웠다.

서악교는 무공 비급에 대해서 세옥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세옥은 매일 같이 강에 나갔다.

그 무렵에 당가촌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산이 울고 땅이 흔들리는 괴변.


우르르.


기이한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고 산이 울었다.

강물도 파도가 높게 일어났다.


꽤애액. 꽤액~.

음매에~.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 닭과 돼지, 소가 놀라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컹, 컹~.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고, 닭들이 지붕위로 날아 올라갔다.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이런 괴변이 생기는 거지?


세옥은 뭔가 불길한 일어날 것 같아 불안했다.

어느 날 눈보라를 헤치고 서악교가 돌아왔다.

강호를 종횡하면서 상당히 고생을 한 모양이다.

옷은 해지고 눈은 움퍽 들어가 있었다.

“이모.”

세옥은 서악교를 포옹했다.

“잘 있었냐?”

서악교가 희미하게 웃으면서 세옥을 응시했다.

“추운데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뭐······.”

서악교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녀는 세옥이 어른으로 성장해 있어서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세옥이 어릴 때는 침상에서 같이 잤다. 그러나 이제는 침상에서 같이 자는 것을 꺼려하고 있었다.


세옥은 주방 한쪽에 침상을 놓고 잤다.

서악교는 세옥이 주방에서 자는 것을 보고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 침대에서 잘 수없었다.

세옥이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다.

서악교는 낡은 고서를 하루종일 들여다보았다.

‘남북무림을 종횡하고 다니더니 비급을 얻었구나.’

세옥은 서악교의 비급이 궁금했다.

‘절세신공의 비급인가?’

서악교도 무림의 고수였다. 그런 서악교가 애지중지한다면 보통의 비급이 아닐 것이다.

서악교는 세옥에게도 비급을 보여주지 않았다.

눈이 빠지게 비급을 들여다보다가 세옥이 나타나면 재빨리 덮어버렸다.


나에게까지 숨기려고 하다니.


세옥은 서악교의 어두운 욕망에 실망했다.

세옥은 정성껏 요리를 만들어 서악교를 대접했다.

서악교는 요리에도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비급을 들여다보고 비급의 무공을 연마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눈은 알 수없는 광기로 번들거렸다.

‘저러다가 탈이 나지.’

세옥은 서악교가 걱정이 되었다.


서악교는 거의 미친 것 같았다. 음식을 먹는 것을 잊을 정도로 비급의 무공 연마에 열중했다.


만두가게 뒤에 뒷마당이 있었다.

울타리는 대나무다.

서악교는 그곳에서 하루종일 무공연마에만 전념했다.

그러는 동안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봄이 가고 다시 여름······.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아아악······!”


뒤꼍에서 갑자기 서악교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세옥이 깜짝 놀라 달려가자 서악교가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었다.

세옥은 재빨리 그녀의 맥을 잡았다.

‘이런 기혈이 뒤엉켰네.’

세옥은 당황했다.

서악교가 주화입마에 걸린 것이다.

세옥은 침을 놓아 일단 발작을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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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166 2 12쪽
28 28화 묵가의 제자(3) 24.03.27 173 2 12쪽
27 27화 묵가의 제자(2) 24.03.27 19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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