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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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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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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215

작성
23.01.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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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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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2쪽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DUMMY

헌터 협회 회의실.


“이상이 실종자들, 그리고 최선호 헌터에게서 들은 내용입니다.”

“알겠네. 이만 가보게.”


보고를 마친 직원이 고개를 숙였다. 그가 회의실을 나선 뒤 남아 있던 박강수와 윤희준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일에 그런 배경이 있었다는 건가.”

“듣고도 믿기가 어렵네요. 인간 납치에 마왕, 그리고 마신이라······.”

“나도 쉽게 믿어지진 않네. 하지만 어쩌겠는가, 증거라면 차고 넘치는 것을.”

“이거야 원. 변절자 새끼들만 신경 쓰면 될 줄 알았더니 더 큰 게 오고 있었네요.”


윤희준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먹구름이 드리운 하늘은 우중충한 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축 처졌다.


“쓰러뜨릴 수는 있겠습니까?”

“지금으로선 답해주기 어렵겠네. 보고대로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이기지 못할 상대라고 봐야 하니까.”

“그것참······.”

“불안에 떨고만 있을 필요는 없을 걸세. 이렇게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해결책을 세우면 되는 일 아닌가.”


윤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어떤 역경이 닥쳐도 헌터들은 어떻게든 헤쳐나왔다. 그들의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돌파구가 나올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아예 불가능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들이 그 방법을 찾을 동안, 자신은 그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 쓸 걸 덜어주는 일을 해야 했다.


“게이트 탐지 시스템을 손볼 때가 온 것 같네요.”

“지금도 개선 중인 것 아니었나?”

“어디까지나 유지보수의 선상에서 그쳤던 겁니다. 정부에서 이번 사건을 보고 무제한으로 지원해준다고 하니까 아예 시스템을 바꿀 생각입니다. 게이트만이 아니라 거기서 나온 쥐새끼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을 물건으로.”

“가능한가?”

“연구원들한테 휴가랑 추가 수당만 제대로 챙겨주신다면야 가능할 겁니다. 아마 영혼까지 갈아 넣을걸요?”


윤희준의 말에 박강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헌터 협회가 설립된 이래 하루도 쉬지 않은 게 윤희준이었다. 통제실 한쪽에 살림을 차린 채 일하는 그는 언제나 휴가라는 말과 거리가 멀었다.

지금도 휴가를 챙겨주는 이야기에 윤희준 본인은 빠져 있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휴식이 필요해 보이는 건 다름 아닌 그였지만,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한사코 거절했다.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말하게. 최대한 손 써주겠네.”

“그러죠. 그나저나, 최선호 헌터가 구해왔다던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그 사람들 말인가.”


박강수는 옆에 놓여 있던 서류 뭉치를 집었다. 실종되었던 사람들의 인적 사항이 적힌 문서를 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실종 신고가 안 된 사람이 상당수 있더군. 경찰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던 인원이 많았던 모양이야.”

“그 말씀은 일부러 노렸단 소리 같은데요.”

“변절자의 존재를 생각하면 배제할 수 없는 가능성이지. 가족 단위 납치도 몇 건 있는 걸로 보아선 생활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 같네.”

“환장하겠네. 전 국민 대상으로 변절자 검사라도 해야 하는 겁니까?”


윤희준은 답답한 표정으로 앞에 놓여 있던 커피를 들이켰다.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웠지만, 이미 화가 오를 대로 오른 그에겐 미지근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현실적으로 그러긴 어렵다는 사실 잘 알지 않나. 세금 낭비, 인권 침해, 시간 낭비 등등 별의별 소리가 다 나올 걸세.”


박강수의 시선은 서류 옆에 놓인 신문 뭉치로 향했다.


-실종자 50명 귀환······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실종자 A씨 “게이트 너머에 다녀왔다.” 증언

-헌터 협회 “이 모든 일이 마족의 소행”······ 경계 강화할 예정

-때아닌 납치극에 증폭되는 불안감······ 대안은?


사람들을 구해왔음에도 세간은 여전히 차가웠다. 일 잘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전에 대응하지 못한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냐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윤희준이 고개를 저었다.


“어째 제주도 레이드 때는 가만히 있나 했더니. 오랜만에 건수 물었다고 신나게 물어뜯나 봅니다?”

“이 정도는 초창기에 비하면 양반 아니겠는가.”

“하기야. 그땐 도와줬는데도 손해배상 청구니, 고발이니 하던 시대였으니까 말이죠.”


박강수는 그 말에 헛웃음을 쳤다.


“결국 제가 손을 쓰는 수밖에 없겠네요.”

“부탁하겠네. 자네가 힘써주는 게 그 어떤 일보다 든든하니 말일세.”

“어깨가 무거운데 안마라도 해주시렵니까?”

“이 늙은이의 손이라도 괜찮다면야 해주겠네만.”

“그건 좀.”


어린애 같은 표정을 지은 윤희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사하고 자리를 떠나려던 그는 문득 생각난 것에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최선호 헌터는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

“최선호 헌터 말인가? 갑자기 그는 왜?”

“마신과 접촉했다니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요. 그를 조사해보면 단서가 될만한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당분간은 어려울 걸세. 며칠 전부터 5대 길드에 양해까지 구하고 자리를 비운 모양이야.”

“아쉽군요.”

“이야기는 해보겠네. 다만 기대는······.”

“안 하고 있겠습니다.”


고개 숙여 인사한 윤희준이 회의실을 나섰다. 그가 떠난 뒤 박강수는 실종자들의 서류 뒤에 있던 검은 파일철을 펼쳤다.


공개수배 전단을 연상케 하는 수많은 이들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종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맨 위에 적힌 ‘변절자’라는 단어 아래 놓인 사진들 몇 개엔 X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그걸 보고 있던 그의 주머니에서 알람이 울렸다.


-용의자 신규석 처리 완료.


메시지와 함께 보내진 사진 한 장. 내용을 확인한 박강수는 말없이 종이 위에 적혀있던 신규석의 얼굴에 X표를 새겨 넣었다.


문자를 보낸 건 최선호였다.


‘변절자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마계에서 돌아온 그가 비밀리에 찾아와 한 부탁.

처음엔 거절했다. 변절자로 확정된 이들도 있었지만, 아직 의심 단계인 이들도 많았다. 엄한 사람에게 손을 댔다가 그가 피를 보는 일을 겪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눈앞에서 능력을 보인 순간, 박강수는 그에게 일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 뒤는 보이는 대로였다.

최선호는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는 변절자들을 어떻게든 찾아내 처리하고 있었다. 단순한 의심이 아닌 확증까지 보내오기에 그의 일 처리에 더할 말은 없었다.


이대로라면 변절자 처리는 문제없이 끝날 것이다. 앞으로 더 생겨날 이들은 경계해야겠지만, 당장 위협이 되는 이들은 없어질 것이다.


서류를 덮은 박강수는 창밖을 쳐다봤다. 먹구름이 걷어지며 햇빛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



“연락은 했고.”


문자를 보낸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한때는 사람이었던 존재가 차갑게 식은 채 바닥에 놓여 있었다.


앞으로 10명.

그 인원만 더 찾아내면 현재까지 파악된 변절자들은 처리가 끝난다.


대부분이 모종의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에 가담한 상태였다. 타고나기를 악한 이도 있었지만, 사연이 없던 이가 없는 건 아니었다.


-내가 뭘 할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던 내가 뭘 할 수 있었는데!


어제 처리했던 C급이 죽기 직전 외쳤던 울부짖음.

학창 시절 내내 괴롭히던 녀석들이 헌터가 되어서도 집단 린치를 가하고, 일이 격해져 부모까지 잃게 되었다.

그 부의 감정을 마족이 보고 계약해 힘을 주었고, 그걸 이용해 복수를 이뤘다.


거기서 끝이었다면 죄를 물어 법의 심판을 받게 했을 거다.

하지만 내가 발견했을 때 녀석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그 손으로 죽인 뒤였다. 그들이 먼저 손을 댔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대던 녀석의 눈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마족과의 계약은 그런 거다.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루게 해주지만, 그 대가는 계약한 자신의 파멸이다. 그것이 원하던 것이든, 원하지 않았던 것이든 말이다.


[마기가 강화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손끝에서 일렁이는 검은 기운. 살짝 힘을 불어넣자 마기가 손을 장갑처럼 휘감았다.

요 며칠 변절자들을 잡으면서 마기가 강해졌다. 확실히 남의 눈치를 안 보고 쓰니까 익숙해지는 건 금방이었다.


물론 그냥 쓰기만 해서 이렇게까지 된 건 아니다.


[마(魔)를 지배하는]

[깊고 깊은 부의 감정이 모여 완성된 위험한 힘. 그 힘 역시 당신의 것입니다.]

[마(魔) 속성을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되며, 사용할수록 마기가 강화됩니다. 이 효과는 칭호를 해제해도 지속됩니다.]

[칭호 장착 시 마와 관련된 부정적인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권속으로 삼은 마족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각각 하루에 한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계에 다녀온 뒤로 얻은 칭호. 히든 업적 두 개를 융합해 나온 것인 만큼 그 효과는 확실했다.

업적으로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성장 속도였다. 몸 안에 이것저것 뒤엉킨 느낌이 어색하지만, 어떤 힘이던지 필요할 때마다 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주군.”


뇌리에 들려온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루그가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말씀하신 녀석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제법 먼 곳에 있습니다.”

“수고했고. 저거 처리해.”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녀석이 시체를 향해 걸어갔다. 처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다음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완료했습니다.”


고개를 돌렸다.

시체가 있던 자리엔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쯤 있는데?”

-“이쪽입니다. 포탈은 열어두었습니다.”

“수고를 덜었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루그.

녀석은 며칠 전 보았을 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염소를 닮아있던 얼굴은 이제 인간에 가까워져 있었다. 잘 생겼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보기만 해도 추하단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

이마에 자라났던 뿔도 보다 매끄러워졌고, 등에 붙은 날개도 한층 커져 있었다.


“베우스는?”

-“조금 전 연락을 했습니다. 말씀하신 엘리고스라는 마족은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

-“기다리시면 좋은 소식 하나쯤은 들려올 겁니다. 보기엔 그래도 집념은 있는 녀석입니다.”


마계에서 돌아온 뒤.

사람들을 돌려보낸 나는 루그와 베우스를 권속으로 삼았다.

원래는 시킨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사람들을 잘 돌봐서 약속대로 그냥 돌아가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머리를 박고는 날 섬기게 해달라며 애원해왔다.


-목숨을 걸겠습니다. 시키시는 무엇이든 할 테니 부디 섬기게 해주십시오.


처음엔 당연히 거절했다.

엘리고스야 어쩌다 계약 관계가 된 거였고 강했지만, 이 녀석들은 계약할 이점이 없었다.


하지만 뭐든 하겠다기에 죽으라고 시켰더니 녀석들은 정말 그 자리에서 죽으려 했다. 훈련장 안에서 피를 쏟아내며 죽어가는 그 모습에 질린 나는 녀석들과 주종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계약과 동시에 녀석들은 진화했다. 처음엔 변화에 놀라 어리바리했지만, 며칠 굴린 결과 내 예상보다 훨씬 쓸모 있는 녀석들인 걸로 밝혀졌다.


그래서 루그는 곁에 두고 베우스는 마계의 정황을 살펴보라고 보내둔 상태였다.


-“열겠습니다.”


루그의 말과 함께 검은 균열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인적 드문 항구가 눈앞에 펼쳐졌다.


“뭐, 뭐야!”


배에 오르려던 녀석들과 눈이 마주쳤다. 한 놈만 있는 줄 알았더니 떼로 몰려 있었다.


“무슨 소란이야!”


무리 사이에 있던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덩치의 녀석에게서 익숙한 마의 기운이 느껴졌다.


“B급 헌터 황태식. 배반 혐의로 여기서 즉결 처형한다.”

“니가 뭔데 날 죽여? 얘들아, 헛소리하는 녀석한테 매 좀 먹여줘라!”

“예!”


하나둘 무기를 뽑아 들고 달려드는 녀석들. 몸에서 느껴지는 마기로 보아 녀석들도 한패였다.


-“그럼 빠져 있겠습니다.”

“그래. 잘 보고나 있으라고.”


뒤로 물러나는 녀석을 보며 칼을 꺼냈다. 본래 머금었어야 할 마기를 두르고 강하게 요동치는 칼을 들고서 달려오는 녀석들을 향해 휘둘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월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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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 잠깐뿐이었던 즐거움 23.03.13 519 14 13쪽
99 98화 - 연말 파티 23.03.10 565 14 13쪽
98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23.03.09 526 15 12쪽
97 96화 - 신화의 최후 23.03.08 561 12 13쪽
96 95화 - 비장의 패 23.03.07 578 16 12쪽
95 94화 - 인마격돌 23.03.06 610 14 11쪽
94 93화 - 타르타로스로 23.03.03 723 16 12쪽
93 92화 - 숨겨져있던 악의 (수정됨) 23.03.02 703 16 13쪽
92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23.03.01 747 19 11쪽
91 90화 - 다시는 오지 마 (수정됨) +1 23.02.28 765 18 13쪽
90 89화 - 바다 위에서 23.02.27 753 21 12쪽
89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23.02.24 825 22 12쪽
88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23.02.23 834 24 11쪽
87 86화 -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23.02.22 889 26 12쪽
86 85화 - 인류의 배신자 23.02.21 888 25 12쪽
85 84화 - 악의 근원 23.02.20 848 23 12쪽
84 83화 - 허점을 찌르다 23.02.17 927 26 11쪽
83 82화 - 계획의 밑준비 23.02.16 914 25 12쪽
82 81화 - 엄습하는 위협에 맞서 23.02.15 931 22 13쪽
81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23.02.14 954 25 12쪽
80 79화 - 반역의 마왕 23.02.13 1,012 25 11쪽
79 78화 - 반갑지 않은 재회 23.02.10 1,061 25 14쪽
78 77화 - 다시 한 번 그곳으로 23.02.09 1,069 30 11쪽
77 76화 - 혜성같은 신인 +1 23.02.08 1,102 29 12쪽
76 75화 - 고된 훈련의 성과 [수정됨] 23.02.07 1,159 29 12쪽
75 74화 - 제자 2호 +1 23.02.06 1,251 33 12쪽
74 73화 - 예상 밖의 인연 23.02.03 1,269 34 12쪽
73 72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3.02.02 1,304 35 12쪽
72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23.02.01 1,318 33 12쪽
»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23.01.31 1,404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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