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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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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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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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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3.02.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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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2쪽

76화 - 혜성같은 신인

DUMMY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국내 IT 기업의 상당수가 모여있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IT 기업 밀집 지구.

평소라면 한창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이라 한적해야 했지만, 역 근처에 열린 게이트 때문에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지금.


“끄아악!”


게이트 클리어를 위해 들어간 헌터들은 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어어······.”


괴상한 신음을 내며 비틀거리는 고블린들. 초록빛이던 피부가 검 보랏빛으로 변했고, 부패가 시작된 살덩이가 질척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신에서 풍기는 시체 썩은 냄새는 그것들이 이승의 존재가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으, 으아아아악!”


고블린 좀비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비명. 하늘 높이 치솟았던 사람의 손이 좀비들에게 집어삼켜졌다.


“아, 안 돼!”

“멈춰! 그런다고 구할 수 없어!”


박철상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헌터가 뛰쳐나갔다. 그가 휘두른 창에 고블린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손이 사라진 곳까지 도달한 그가 창을 휘둘렀다. 그렇게 쓰러진 동료를 구하려던 그의 가슴팍에 별안간 칼이 솟아났다.


“커헉······!”

“그어어······.”


칼을 쥔 채 천천히 일어나는 인간의 형상. 방금까지 동료였던 이가 이제는 좀비가 되어 구하러 온 동료의 목숨을 취하고 있었다.

심장을 꿰뚫린 헌터는 그대로 즉사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좀비가 되어 몸을 돌려 헌터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어쩌다 이렇게······.”


박철상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 게이트는 난이도 D인, 고블린들이 전부인 게이트였다. 말 그대로 날로 먹을 수준이었고, 실제로 별문제 없이 게이트 보스인 자이언트 고블린까지 처리했다.


그렇게 토벌이 끝났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갑자기 새로운 게이트가 열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앞서 죽였던 고블린들이 전부 좀비로 되살아나 헌터들을 덮쳤다. 시체들 사이에 있던 헌터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응하지 못한 채 꼼짝없이 녀석들에게 희생되었다.


방금 한 명을 추가로 잃어 실질적인 전투 인원은 단 세 명만이 남게 되었다. 지원가들도 전투를 할 수는 있었지만, 이 포위망을 돌파할 만한 전력이 되지는 못했다.


“외부와 연락은 되었습니까?”

“그, 그게······ 아까부터 뭔가 방해받는······.”

“끼헤헤헤!”


좀비들 너머에서 들려온 날카롭고 기괴한 웃음소리. 헌터들이 고개를 돌린 그곳엔 해골 지팡이를 든 마족이 서 있었다.


“마, 마족?”

“어떻게 마족이 여기에?”

“그런 허접한 마법으로 연락하려 하다니, 수준 낮은 녀석들이었네.”

“이 자식이······!”

“뭐, 상관없어. 어차피 첫 외출에 큰 수확을 기대한 건 아니니까.”


대놓고 비아냥 거린 마족이 헌터들을 지팡이로 가리켰다.


“그러니 너희들. 어쭙잖은 저항은 포기하고 너희도 동료들처럼 좀비나 되라고.”

“지금 그딴 소리를······.”

“얘들아, 달려들어!”


비웃는 톤의 목소리에 마족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헌터들을 둘러싸고 있던 좀비들이 박철상 일행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천천히 좁혀오기 시작한 포위망. 돌파할 곳을 찾지 못한 박철상은 있는 힘을 쥐어짜 외쳤다.


“다들 뭐든 들어요! 살고 싶으면 싸우는 수밖에 없어!”

“우워어어!”


박철상은 망치로 자신을 향해 뻗어온 팔을 후려쳤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도 앞서 쓰러진 동료들이 남긴 무기들을 들고서 싸우기 시작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으로선 도무지 살아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외부의 지원은 없는데 적의 수는 많다. 거기에 상대는 좀비. 머리를 떼어낸다고 쓰러질 상대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도망칠 길을 뚫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좀비를 쓰러뜨리는 속도보다 그 빈틈을 채우며 달려드는 좀비의 수가 월등히 많았다.


“꺄아악!”


뒤쪽에서 터져 나온 비명. 고개를 돌리자 좀비가 여성 헌터의 팔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녀는 악착같이 지팡이로 좀비의 머리통을 후려쳤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다.


한 명이 뚫리자 그다음은 순식간이었다. 빈틈을 물밀듯이 치고 들어온 좀비들이 헌터들과 뒤엉켰다.


“이, 이 자식들이······!”

“이거 놓지 못······ 아아악!”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비명. 박상철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망치를 휘둘렀지만, 그런 그의 몸에도 어느샌가 좀비들이 달라붙었다.


“젠자앙······!”


몸에서 흐르는 붉은 피. 고통과 함께 가까이 다가온 죽음을 직감한 그의 몸에서 힘이 빠지려던 그때였다.


휘오오오오!

“으우워어어!”


어디선가 불어온 세찬 바람이 좀비들을 향해 휘몰아쳤다. 헌터들에게 붙어 있던 좀비들이 풍압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이, 이게 뭐야!”

“타아아압!”


당황하는 것도 잠시.

어디선가 들려온 기합에 불길함을 감지한 마족이 급히 몸을 뒤로 뺐다. 굉음과 함께 녀석이 있던 자리에 무언가 충돌하며 커다란 폭발이 일었다.


“저, 저게 무슨······.”

“우와아악!”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랄 틈도 없이 헌터들의 몸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무형의 바람에 휘감긴 채 공중에 떠오른 그들은 있던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


“이게 대체······.”

“다들, 괜찮으신가요?”


헌터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엔 새하얀 바탕에 연두색으로 화려한 무늬가 그려진 로브를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


“다, 당신은?”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 부상자들을 돌보세요. 준성아! 뒤에 좀비 다수!”

“확인!”


외침과 함께 정준성이 몸을 움직였다. 바로 뒤까지 다가왔던 좀비들을 향해 그의 주먹이 가차 없이 내질러졌다.

흠잡을 데 없는 정확한 자세와 적절한 힘 분배. 멈추지 않고 한 줄기 바람처럼 움직이며 좀비들을 제압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싸움이 아니라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이, 이 자식들이! 기껏 얻은 소중한 실험체들을!”


신경질적으로 외친 마족의 지팡이가 빛났다. 남아있던 좀비들 일부와 그 잔해가 뒤엉키더니 거대한 인간의 형태로 변했다.

사방에 시체 썩은 냄새를 진동시키며 완성된 보랏빛 몸뚱이의 거인. 새하얀 뼈를 갑옷처럼 휘감은 거인의 주변에선 죽음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그걸 본 박철상은 기겁했다.


“B, B급 마물 언데드 골렘······!”

“캬하하하! 어지간한 공격엔 흠집도 안 나는 녀석도 어디 한 번 그렇게 주먹으로 후려쳐 보시지!”


언데드 골렘이 정준성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곧바로 자세를 잡은 그는 내려오는 주먹을 향해 오른손을 내질렀다.


쾅!


큰 소리와 함께 맞부딪친 주먹.

크기로만 따지면 정준성이 한참 밀렸다. 하지만 그는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골렘의 손을 쳐냈다. 빈틈이 생긴 골렘의 몸에 그의 정권이 명중했다.


“으우우!”


충격을 버티지 못한 골렘의 육중한 몸이 순간 휘청거렸다.


“뭐, 뭐 하는 거야! 어서 빨리 저딴 녀석쯤은 한주먹에 해치워 버리라고!”

“그렇게 둘 것 같아?”


임수진의 외침과 함께 거센 바람이 골렘을 향해 휘몰아쳤다. 정준성도 바람의 영향권에 있었지만, 그는 강풍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움직였다.


쾅! 쾅! 쾅!


정준성의 주먹이 가차 없이 언데드 골렘의 갑옷 위를 강타했다. 몇 겹의 뼈로 덧씌워져 있던 뼈 갑옷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살점이 떨어지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 언데드 골렘을 본 마족이 이를 갈았다.


“이, 인간 주제에 감히!”

“으워어어어!”


지팡이가 번쩍임과 동시에 언데드 골렘이 포효했다. 거세게 불어오던 바람이 포효에 밀려나며 멈췄다.

마기를 두른 골렘이 지면을 내리쳤다. 정준성이 피한 자리에 보랏빛 진흙이 웅덩이를 만들어내며 기분 나쁜 아지랑이를 피워 올렸다.


“부패의 늪이다! 닿자마자 살이란 살은 전부 녹아버릴걸?”


마기를 머금은 주먹이 정준성을 향해 연신 휘둘러졌다. 공격 대신 피하기만 하는 그를 보며 마족은 그를 비웃었다.


“그렇게 도망친다고 방법이 생길 것 같아?”

“준비됐어, 준성아!”


임수진의 외침에 정준성이 몸을 틀었다. 바람을 타고 높이 솟아오른 그는 건물 몇 층 높이를 가볍게 뛰어올랐다.

하늘로 솟구친 그의 오른손이 푸른 빛을 터트렸다. 그대로 주먹을 내지르며 낙하하기 시작한 그를 향해 골렘이 진흙을 뿜어냈다.


촤아아!


“뭐, 뭐야!”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이 진흙을 대신 받아냈다. 골렘이 뒤늦게 반격하고자 주먹을 내질렀지만, 순식간에 낙하한 정준성의 기합이 실린 주먹이 한발 앞서 골렘의 몸에 내리꽂혔다.


펑!


불쾌한 소리와 함께 골렘의 몸이 그대로 갈라졌다. 골렘을 꿰뚫고 지면에 내리꽂힌 정준성의 주먹에 주변 땅이 강하게 요동쳤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내 걸작이······!”


촤아악!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친 마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녀석을 향해 사방에서 바람의 칼날이 쏟아졌다. 대응할 틈도 없이 휘몰아친 폭풍과도 같은 연격에 마족의 몸이 갈가리 찢겼다.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마족이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녀석을 해치운 두 사람을 본 박상철은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소문이 사실이었어······.”

“상철 씨?”

“바람처럼 와서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하는 신인 콤비가 있다는 소문. 다들 못 들어봤습니까?”

“그거라면 들어봤어요. 한 달 전에 갑자기 나타나 게이트가 열렸다 하면 달려온다던 남녀 이야기죠?”

“등장한 이래 클리어한 게이트 수가 15개가 넘는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말입니까?”

“말도 안 되긴 하죠. 안 되긴 하는데······.”


박상철은 두 사람을 쳐다봤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며, 눈앞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있는 저들이 그 소문의 주인공임을.



***



“끝난 것 같은데?”

“정말이야? 빨리 움직이자고!”


주변에 있던 기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엔 게이트가 닫히고 있었다.


“이번에도 잘 끝냈나 보네.”



저 멀리 보이는 한 무리의 헌터들. 들었던 것보다 수가 적어지긴 했지만, 살아남은 사람의 수가 적진 않았다.

양옆에서 그들을 부축하고 있는 준성이와 수진의 모습이 보였다. 곁에 있는 헌터들의 감사를 받으며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두 달, 정확히는 여섯 달에 가까운 훈련을 마친 둘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뤄낸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같이 훈련했던 덕인지 둘의 호흡은 상상 이상으로 잘 맞았고, 그 결과 둘은 유례없는 전적을 올리며 도시 전설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마냥 치켜세워지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만할 녀석들이 아닌 걸 알기에 그냥 두고 있었다. 따로 교육하지도 않았는데 인터뷰 같은 것도 나보다 잘하고, 이렇다 할 실수도 하지 않았다.


물론 갑작스러운 인기에 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시선은 되레 역풍을 맞고 사라지기 일쑤였다.


적당히 기다리다 걸음을 옮기니 기자들 사이로 걸어 나오는 둘과 마주쳤다. 들어갈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둘이 반가운 기색을 보이며 달려왔다.


“뭐야. 언제 왔어요?”

“방금. 안 본 동안 잘 지낸 것 같던데?”

“덕분에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거예요?”

“내가 무슨 일로 왔겠어?”


나는 손으로 뒤편을 가리켰다.


“가자. 미뤄둔 일 하러.”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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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 잠깐뿐이었던 즐거움 23.03.13 520 14 13쪽
99 98화 - 연말 파티 23.03.10 565 14 13쪽
98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23.03.09 526 15 12쪽
97 96화 - 신화의 최후 23.03.08 562 12 13쪽
96 95화 - 비장의 패 23.03.07 578 16 12쪽
95 94화 - 인마격돌 23.03.06 610 14 11쪽
94 93화 - 타르타로스로 23.03.03 723 16 12쪽
93 92화 - 숨겨져있던 악의 (수정됨) 23.03.02 703 16 13쪽
92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23.03.01 747 19 11쪽
91 90화 - 다시는 오지 마 (수정됨) +1 23.02.28 765 18 13쪽
90 89화 - 바다 위에서 23.02.27 753 21 12쪽
89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23.02.24 825 22 12쪽
88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23.02.23 834 24 11쪽
87 86화 -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23.02.22 889 26 12쪽
86 85화 - 인류의 배신자 23.02.21 888 25 12쪽
85 84화 - 악의 근원 23.02.20 848 23 12쪽
84 83화 - 허점을 찌르다 23.02.17 927 26 11쪽
83 82화 - 계획의 밑준비 23.02.16 914 25 12쪽
82 81화 - 엄습하는 위협에 맞서 23.02.15 931 22 13쪽
81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23.02.14 954 25 12쪽
80 79화 - 반역의 마왕 23.02.13 1,012 25 11쪽
79 78화 - 반갑지 않은 재회 23.02.10 1,061 25 14쪽
78 77화 - 다시 한 번 그곳으로 23.02.09 1,069 30 11쪽
» 76화 - 혜성같은 신인 +1 23.02.08 1,103 29 12쪽
76 75화 - 고된 훈련의 성과 [수정됨] 23.02.07 1,159 29 12쪽
75 74화 - 제자 2호 +1 23.02.06 1,251 33 12쪽
74 73화 - 예상 밖의 인연 23.02.03 1,270 34 12쪽
73 72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3.02.02 1,304 35 12쪽
72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23.02.01 1,318 33 12쪽
71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23.01.31 1,404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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