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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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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7,988
추천수 :
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3.02.24 18:00
조회
825
추천
22
글자
12쪽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DUMMY

“키아아!”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고블린. 겁이란 건 모른 채 적을 향해 무작정 달려드는 게 딱 하급 마물이 할 법한 행동이었다.

녀석이 휘두른 몽둥이가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등을 보인 녀석이 몸을 돌리기 전에 옆구리를 걷어찼다.


“크헥!”


발차기에 가격당한 고블린이 근처에 있던 나무에 부딪혔다. 녀석은 부르르 몸을 떨더니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키, 키에에엑······.”


대장의 허무한 죽음을 목격한 고블린들이 주춤했다. 나와 죽은 고블린을 번갈아 본 녀석들은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정말 본능에 충실한 녀석들이다. 괜히 쉽게 이용당하는 게 아니다.


콰아앙!


왼손에서 쏘아진 마기 덩어리가 눈앞에 있던 것들을 전부 날려버렸다. 폭발의 여파로 불어오는 바람을 받아내며 왼손을 쳐다봤다.


격하게 떨리는 왼손.

힘을 끌어내서 사용하는 단계까지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몸이 힘을 받아내지 못한다.

아직 완전히 몸이 낫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쓴 것임을 고려해도 회복 속도가 확실히 더뎠다. 금기라 부를만한 걸 두 개나 동시에 썼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게이트 보스 ‘고블린 십장’을 처치하였습니다.]

[게이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대로 쫓겨나기 전에 할 일을 해야 했다.


소멸하기 시작한 게이트 안에 마나와 마기를 흩뿌렸다. 그물처럼 퍼져나간 힘이 어딘가에서 걸렸다.

손을 뻗어 끌어당기는 손짓을 취했다. 마나와 마기로 만들어진 촘촘한 그물이 낚아챈 무언가가 내 손에 쥐어졌다.


강대한 마나가 응축된 구슬. 복잡한 술식 같은 게 주변에 떠다니고 있는 구슬은 실시간으로 깨지고 있었다.


게이트의 핵.

리벨러스의 지식에 있던 모습과 완벽히 일치했다.

아직 깨지지 않은 쪽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곤 마나와 마기를 8 : 2 비율로 섞어 깨진 부분을 메워나갔다.


“제발, 제발!”


내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게이트의 마나가 내 몸을 휘감아왔다. 이를 악물고 힘을 불어넣던 내 몸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게이트가 안정화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던 하반신이 돌아왔다. 손에 들린 구슬은 온전한 형태를 갖춘 채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F급 게이트 ‘야생 고블린 서식지’가 당신에게 귀속됩니다.]

[칭호 ‘게이트 오너’에 사용할 수 있는 게이트가 추가됩니다.]

[현재 저장할 수 있는 게이트 1개 : ‘야생 고블린 서식지’]

[현재 소환할 수 있는 게이트 1개 : ‘시간의 투기장’]


“좋았어!”


지난 일주일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비록 F급이라 해도 소멸하려던 게이트를 내 소유로 만드는 데 성공한 거다.


이제 시작이다.

유용한 게이트를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든다. 숙련도가 부족하니 당장 좋은 걸 얻을 수는 없지만, 경험이 쌓이면 점차 높은 등급의 게이트들을 내 걸로 만들 수 있을 거다.

최종 목표는 당연히 S급 게이트.

던전과 달리 중도에 포기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장소에 설치할 수 있으며, 희귀성이 높은 게이트들을 내 것으로 만든다.


이렇게 해서 헌터들에게 제공한다면 분명 좋은 돈벌이, 아니 좋은 훈련의 장이 될 거다.


“저장한다.”


[저장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게이트 밖으로 튕겨 나왔다. 몸을 돌리자 내가 나왔던 균열이 사라진 게 보였다.


“야생 고블린 서식지 설치.”


[설치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나타나는 균열. 안으로 들어가자 내가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내부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빠르게 게이트를 훑었다. 크게 변한 건 없었고, 보스가 고블린 십장이라는 점도 같았다.


고블린 십장을 죽이고 게이트에서 퇴장당하자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게이트의 내구도가 감소하였습니다.]

[야생 고블린 서식지 : 99/100]


던전이 무한히 영속되는 것과 다르게 이렇게 포획한 게이트는 내구도가 있다. 내구도를 전부 소모하면 게이트는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소멸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리벨러스의 지식에 있던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때.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칭호 ‘게이트 오너’가 칭호 ‘게이트 관리자’로 진화합니다.]


[게이트 관리자]

[자기 물건은 소중히. 게이트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자신이 소유한 게이트를 불러들이고 소환할 수 있습니다.]

[게이트의 내구도를 최대치로 복구할 수 있습니다. 게이트의 등급에 따라 요구하는 마나의 양이 다르며, 한 달에 하나의 게이트만 복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소유한 게이트 : 규격 외 [시간의 투기장], F급 [야생 고블린 서식지]]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는 게 이젠 신기하지도 않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 가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엘리고스와 만났던 게이트의 정식 명칭이 시간의 투기장인 것과 그 등급이 규격 외라는 점.


마왕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이트였다. A급이라기엔 성능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갔다.


게이트를 저장하고 있으니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본 나는 급히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 길드장 나으리. 휴가는 잘 지내고 있어?

“어어. 덕분에 잘 지내고 있지.”

-다행이네. 그래서 지금 어디야?

“부두에 와 있어. 바람이 좋네.”

“부두라······ 언제부터 부두가 바닷가가 아니라 산 중턱에 있게 된 걸까?”


수화기가 아닌 바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싸늘한 표정을 짓고서 스마트폰을 든 유하늘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의 뒤엔 준성이와 임수진이 할 말을 잃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셋이 전부 여기 올 줄은 몰랐는데.


“어······.”

“마지막으로 할 말은?”

“······최대한 짧게 해주세요.”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손을 푸는 유하늘. 두 제자 녀석들이랑 유하늘의 분신들이 내 퇴로를 막았다.


하하하. 이거 정말 미치겠네.



***



길고 긴 설교가 끝난 뒤.

우리는 내가 머무는 숙소 근처의 식당에 모였다.


“야. 남들은 쉬고 싶어서 안달인데, 너는 왜 모두가 쉬라고 판을 깔아줘도 안 쉬어?”

“그 정도 움직이는 건 나한테 일이 아니라 휴가······.”

“우린 그걸 일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렇지, 얘들아?”


고개를 끄덕이는 준성과 수진. 지금 자기들이 입에 넣고 있는 대하가 누구 돈으로 나가는지 아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내가 거기 있다는 건 대체 어떻게 안 거야?”

“내가 그걸 알려줄 것 같아?”


콧방귀를 끼는 유하늘. 나라도 안 가르쳐줬을 걸 알기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선 앞에 놓인 대하를 집었다.


단단한 껍질을 벗기자 날 것 그대로인 뽀얀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에 놓인 간장을 살짝 찍어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탱글탱글하다 못해 입 안에서 살아 춤추는 살코기와 짭짜름한 간을 잡아주는 간장, 그리고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주는 고추냉이까지.


입 안 가득 퍼지는 행복감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구워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날 것 특유의 풍미가 사람을 미치게 했다.

날것으로 먹으면 병에 걸릴 수 있다고들 경고하지만, 그런 이유로 포기하기엔 너무나 강렬한 맛이었다.


다들 그 맛에 푹 빠진 건지 벌써 세 접시나 비웠다. 처음엔 정말 이렇게 먹는 게 맞냐던 임수진과 준성이의 옆엔 어느새 새우껍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새로 들어온 접시도 벌써 반쯤 비었다. 주인아주머니와 직원들은 경이롭단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저번에 못 간 레스토랑을 대신할 수 있으려나?”

“그건······ 아니야.”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죠.”


단호하게 답하는 유하늘과 임수진. 준성이는 먹는 데 여념이 없는지 대답이 없었다.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그 뒤론 다들 먹기만 했고, 그렇게 대하의 산을 만들고 나왔을 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짠 내를 가득 머금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음을 옮겼다. 나선 통로를 따라 올라간 커다란 다리를 걷고 있으니 양쪽에서 불이 들어왔다.


“어때. 올라올 만했지?”

“이런 데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그냥. 이맘때는 꼭 여길 와야 한다고 노래를 부른 사람이 있어서.”


휴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기억 한쪽에서 잊고 있었던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휴가 장소로 이곳을 정한 건 그때의 추억을 곱씹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그때 함께 있던 사람에게 입었던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다.


퇴원한 뒤 이곳에 숙소를 잡고서 몰래 여기저기 쏘다니며 재활한 것도 그걸 위해서였다.

애들한테 굳이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구하지 않은 건, 이번 일 만큼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녀석들을 또 위험하게 만들 수도 없고.’

“쌤, 혼자 거기서 뭐 하세요!”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다리 중간에 만들어진 전망대 위에서 임수진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녀석의 양옆에서 유하늘과 준성이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궁상떨지 말고 빨리 올라와! 같이 사진 찍어야지!”

“너 거기서 딱 기다려!”


내가 자리를 박차고 뛰려 하자 유하늘이 곧장 몸을 돌렸다. 위로 올라가 착지한 나는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유하늘의 뒤를 쫓았다.



***



한바탕 푹 쉰 다음 날.


“우리 먼저 올라갈 테니까, 절대 무리하지 푹 쉬어! 알았지!”

“귀에 딱지 앉겠다. 빨리들 돌아가.”

“저희 먼저 가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요!”


양손 가득 대하가 담긴 스티로폼 상자를 든 임수진과 준성이가 먼저 게이트를 통과했다. 유하늘은 마지막까지 날 손으로 가리키며 게이트를 넘어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주군.”


모두가 넘어간 게이트를 닫은 루그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하던 일은 잘되어가?”

“잘 된다기보다 잘 이끌어진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겁니다. 이 속도라면 머지않아 술식의 기초가 완성될 겁니다.”


루그 녀석은 지금 협회에서 하새벽을 포함한 연구원들과 함께 게이트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순간이동이나 텔레포트와 달리 원하는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게이트에 관한 연구는 한계에 부딪혀 있었다. 과학의 영역은 진즉 벗어났고, 각성자들이나 연구원이라 해도 그 원리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게이트라는 게 발생하면 토벌하기 급급하지, 그걸 여유롭게 연구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하지만 루그가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연구를 위한 게이트를 몇 번이나 여닫을 수 있고, 그와 관련된 지식도 충분히 갖고 있다.

녀석의 도움을 받으면 게이트를 여는 마법이 개발되는 것도 꿈은 아니다. 마침 내가 휴가를 갈 예정이었기에 협회와 이야기를 마쳐 녀석을 협회에 보냈다.


보내면서 걱정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나 녀석의 모습을 보아하니 그건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았다.


“오늘은 어쩐 일로 남으라 하신 겁니까?”

“아, 오랜만에 네가 게이트를 좀 열어줘야 할 것 같아서.”

“상관없습니다만······ 어디로 열어드리면 되는 겁니까?”

“여기.”


나는 스마트폰에 띄워둔 지도를 녀석에게 보여줬다. 화면을 보던 녀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런 곳이라면 확실히 제가 가는 편이 좋겠군요.”

“부탁한다. 그리고 가는 길에 엘리고스랑 베우스한테도 연락해둬.”

“주군께서 직접 하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난 준비할 게 있어서.”

“알겠습니다.”


루그 녀석이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빠르게 날아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부둣가로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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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 잠깐뿐이었던 즐거움 23.03.13 520 14 13쪽
99 98화 - 연말 파티 23.03.10 565 14 13쪽
98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23.03.09 526 15 12쪽
97 96화 - 신화의 최후 23.03.08 562 12 13쪽
96 95화 - 비장의 패 23.03.07 578 16 12쪽
95 94화 - 인마격돌 23.03.06 610 14 11쪽
94 93화 - 타르타로스로 23.03.03 723 16 12쪽
93 92화 - 숨겨져있던 악의 (수정됨) 23.03.02 703 16 13쪽
92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23.03.01 747 19 11쪽
91 90화 - 다시는 오지 마 (수정됨) +1 23.02.28 765 18 13쪽
90 89화 - 바다 위에서 23.02.27 753 21 12쪽
»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23.02.24 826 22 12쪽
88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23.02.23 834 24 11쪽
87 86화 -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23.02.22 889 26 12쪽
86 85화 - 인류의 배신자 23.02.21 888 25 12쪽
85 84화 - 악의 근원 23.02.20 848 23 12쪽
84 83화 - 허점을 찌르다 23.02.17 927 26 11쪽
83 82화 - 계획의 밑준비 23.02.16 914 25 12쪽
82 81화 - 엄습하는 위협에 맞서 23.02.15 932 22 13쪽
81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23.02.14 955 25 12쪽
80 79화 - 반역의 마왕 23.02.13 1,013 25 11쪽
79 78화 - 반갑지 않은 재회 23.02.10 1,062 25 14쪽
78 77화 - 다시 한 번 그곳으로 23.02.09 1,069 30 11쪽
77 76화 - 혜성같은 신인 +1 23.02.08 1,103 29 12쪽
76 75화 - 고된 훈련의 성과 [수정됨] 23.02.07 1,160 29 12쪽
75 74화 - 제자 2호 +1 23.02.06 1,251 33 12쪽
74 73화 - 예상 밖의 인연 23.02.03 1,270 34 12쪽
73 72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3.02.02 1,304 35 12쪽
72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23.02.01 1,318 33 12쪽
71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23.01.31 1,404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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